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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04화 (104/248)

#104

공진을 먼저 사용했다. 여긴 한정적인 공간.

빅뱅과 다름없는 ‘폭렬’은 공간 전체를 무너트릴 거다.

그리 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 불가인 셈.

그런 건 원치 않는다.

계획대로 놈들을 전부 제거하고 퇴로를 활용할 것이다.

펄럭!

등을 두르며 나타난 검붉은 망토가 찬영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방해되지 않는다. 공진의 장점이 바로 이거다. 체공하거나 주위를 둘러싼 적의 공세가 이뤄질 때!

파르륵!

나부끼는 바람에 의해 흔들리며 펄럭이지 않는다. 오히려 격한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는 최적화된 형태를 만들어낸다.

지금 같이.

망토가 겨드랑이와 어깨 위로 둘러지자 무게 중심이 완벽해졌다. 그 상태로 낙하하며 툭 허공을 밟았다.

‘온다.’

쌕! 쌕!

때마침 공기를 가르며 뒤따라 쫓아오는 수십 개의 손들.

분명 빠르다.

하지만…….

‘피할 수 있다!’

“진공나찰보, 염왕초혼심법.”

화르륵!

숙련도 67%까지 상승한 진공나찰보의 성장은 이제 그 끝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할 지경. 마나를 동력 삼아 회전하는 화염 수레바퀴 안에 자리 잡은 찬영의 발이 허공을 발판 삼았다.

‘놈들이 날 대처할 경험을 쌓아 가기 전에 몰아친다.’

이제껏 쌓아 둔 수십 번의 회피.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이보다 좋은 타이밍은 없다.

파밧!

거꾸로 허공을 밟고 달리던 찬영이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며 몸을 빙글 돌렸다.

찬영의 시야에 뒤집혀 보였던 하늘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파밧!

곧바로 몸을 날렸다.

매서운 속도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동굴의 풍경. 살이 잘게 떨릴 만큼 빠른 속도지만 차분히 눈을 뜨고 목표물을 노려봤다.

만만찮은 속도로 쇄도하는 놈들의 손들.

점차 가까워진다.

곧 코앞까지 다가온 수십 개의 손. 당장 눈동자가 베일 것 같다. 그러나 그럴수록 운용하고 있는 심법에 집중했다.

다시 차분해진다.

날아가던 찬영이 손을 뻗어 공진을 휘감으며 빠르게 회전했다.

펄럭!

찬영의 머리 위를 덮은 공진 위로 쏟아진 수십 개의 손들.

쌔액! 쌔액! 쌔액!

하지만 그 손들은 공진에 박히지 못했다. 오히려 공진에 박힌 손들이 일제히 녹색 피를 흘리며 힘없이 튕겨 나갔다.

아니, 튕겨 나간 게 아니다.

스스로의 덫에 걸린 것일 뿐.

엄밀히 말하면 찬영이 계획한 덫이었다.

-회피 10회 성공할 시 11회 피격량의 10% 반사 (단, 피격이 적중했을 시, 11회 반사가 이뤄지지 않을 시 반사가 이뤄질 때까지 회피 누적 무효)

공진에 새로이 부착된 2개의 10급 보석의 성공적인 데뷔.

-그에엑!

공진을 걷어내는 틈으로 반사 대미지를 입은 놈들이 추락하는 게 보였다.

‘됐어!’

꽤 많은 회피를 했으나 첫 반사 대미지를 사용했기에 놈들에겐 20% 반사가 이뤄졌을 거다.

‘적은 타격은 아니다!’

틀림없다.

계속 된 회피와 함께 확인한 건, 놈들이 매 공격에 전력을 다한다는 것. 방금 전의 공격은 놈들의 전력을 쏟아 부은 일격이었을 거다.

그 대미지를 고스란히 20%나 얻어맞았으니 비명을 질러댈 수밖에.

거기에 더해…….

‘나는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게 중요하다.

‘피격량 반사가 이뤄질 땐, 상대방의 공격이 1회 무효화되는 게 틀림없어!’

반사 대미지와 함께 상대방의 공격을 일제히 분산시키는 모양.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할 것 같다.

어쨌든…….

‘쐐기를 박아야겠지.’

지잉!

북빙진기를 통해 끌어올린 마나가 아슬란에 흘러 들어가자.

쩌저적!

아슬란 주변으로 강화된 한기가 새어나왔다.

검을 고쳐 쥔 후 바람을 가르며 낙하하는 찬영.

솨아아!

그것도 모자라 진공나찰보를 활용했다.

펑! 펑!

허공에서 추진력을 받자 가속력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젠 어지럽지도, 호흡이 곤란하지도 않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내적 성장을 새삼 느낀다.

추락하는 호위대 한 마리를 쳐다볼 여유도 있다.

순간 놈과 눈이 마주쳤다.

-기에엑!

반사적으로 허리를 비트는 녀석.

손을 휘두르려는 거다.

하지만…….

‘늦었어!’

이건 놈의 실수다.

단언컨대 넌 방어벽부터 세웠어야 했다.

양팔에 장착되어 있는 스툼과 헬레에 붙어 있는 공격 속도 2.4%는 아슬란을 쥐었을 때도 통용된다.

착용시 스툼과 아슬란의 중첩이 가능한 덕분.

심지어 놈의 덜미를 잡은 것은 자신, 공격 출발선이 다르다.

그 덕에 한발 먼저 휘둘린 아슬란.

서걱!

빙결 효과를 일으키며 나아간 아슬란의 검격이 놈의 어깨를 얼림과 동시에 베어 냈다.

정확한 적중. 그로 인해 일어나는 건…….

‘흐른다!’

녹색 점액처럼 가시 방어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놈의 출혈이다.

-적중 시, 매 30초마다 상대방 체력의 0.1% 출혈 발생(단, 총합산 가치 이하의 상대일 때 가능, 추가 적중 시 출혈 누적 가능)

여러 개의 보석 중, 신중히 고르고 골라 장착한 효율성 있는 출혈 효과가 있는 보석. 거기다 2회, 3회, 4회 검격이 닿을 때마다 출혈량은 0.1%씩 늘어난다.

아슬란에게는 최적화 된 효과다.

‘아이스차징.’

10연격 아이스차징.

단 한 번의 공격을 통한 믿기지 않는 삼중 대미지.

얼리고, 출혈시키며…….

‘벤다!’

추락하는 놈의 몸통이 사분오열되어 허공에서 분쇄됐다.

그 와중에 가시 방어벽을 세우려는 녀석.

‘더럽게 질기군!’

누가 글라투의 호위대 아니랄까 봐 생명력마저 질기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놈들과 글라투가 다르다는 거다.

글라투의 방어벽이 전신을 전부 보호했다면…….

‘놈들은 지정한 한 면밖에 방어벽을 두르지 못해!’

그러니 제대로 대응할 힘을 잃은 놈에겐 이중, 삼중, 사중으로 몸통의 다른 면을 베면 그만.

곧 얼음덩이로 흩어지는 놈의 몸통을 베며 앞으로 나아간 찬영.

거침없는 움직임이다.

파밧!

진공나찰보로 허공을 다시 박차 오른 후 아슬란으로 다음 적을 겨눴다.

그 검 끝을 따라 생성된 것은…….

‘아이스 스피어.’

등 뒤에서 하나둘씩 구현되며 모습을 드러낸 얼음 창 열 댓 개.

그게 먼저 날아갔다.

퍼퍼퍼퍽!

하나, 산산조각 나는 원뿔 형태의 얼음 창!

놈이 방어벽을 세운 거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

이걸로 원했던 건 놈의 시야를 흩트리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움직임에서부터 놈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그거면 됐다.

부웅!

가려진 얼음 더미 틈으로 아슬란을 밀어 넣었다.

푸욱!

흩어지는 얼음 더미 사이.

놈이 세운 방어벽이 보였다.

방어벽 사이를 반쯤 뚫고 들어간 아슬란까지.

콰드득!

꽂혀 있는 자리가 즉시 얼어붙은 건 당연.

놈이 빙결 효과에 신경이 쏠린 동안.

탁!

아슬란을 놨다. 회심의 일격을 쏟아낼 때다.

‘블링크.’

4서클의 주문이 찬영의 손끝에서 구현됐다.

언제 쓰일지 몰라 항상 ‘슬롯’을 만들어뒀던 블링크의 발현으로 인해 놈의 등을 단숨에 점할 수 있었다.

여긴 놈이 대비할 수 없는 완벽한 사각지대.

‘잡았다!’

이건 확신이다.

스륵.

어느새 손에 잡힌 아쿤다의 표창.

마나가 실려 날아간 표창이 방어벽 없는 놈의 등에 박히고.

-그에엑!

또 다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

얼핏 스쳐간 놈의 눈동자에 독기와 적의가 뒤섞여 있다.

푸덕거리며 여덟 개의 손을 휘저어대는 녀석.

휙, 휙!

놈의 공격을 또 다시 피해 내며 마지막 촉수를 기꺼이 공진으로 받아쳤다.

-그그극…….

추가로 20% 반사 피해를 받게 된 놈의 눈이 잿빛이 되는 게 보였다.

쐐애액!

그사이 가까워져가는 지상.

방어벽 틈에 꽂혀 있는 아슬란을 낚아채 놈의 가슴 위로 안착했다.

더욱 강해지는 풍압.

파르륵!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맹수 같이 뜬 찬영의 눈동자. 그의 시선이 다시 허공을 향했다. 이대로 함께 추락할 생각은 없다. 놈을 밟은 건 그저, 마나 소모 없이 떨어지는 추락 속도를 줄이기 위한 것일 뿐.

파밧!

추락하기 직전 놈을 밟으며 튀어 올랐다.

가볍게 날아오른 찬영이 재차 진공나찰보를 활용!

타탁.

허공을 두어 차례 밟은 뒤 완벽히 속도를 줄이며 몇 번의 발 구름과 함께 착지했다.

철퍽철퍽.

지상에 들어서자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이 튀었다.

‘젠장, 막아 놨는데도…….’

벌써 이만큼이나 찼다.

찬영은 글로리가 막아 놓은 임시 돌 더미를 쳐다봤다.

돌 더미는 정확히 둑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게 아니었다면 이미 물이 허리 가득 찼을 거다.

하지만 안심할 게 아니다.

더욱 더.

‘길게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물을 잠시 막아 놓은 만큼 압축된 수압은 저 돌 더미 뒤에 용틀임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저 돌 더미들이 뚫리고 나면…….

‘물줄기는 단숨에 몰아칠 거야.’

그 후엔 불 보듯 뻔하다. 단 몇 분 사이 이곳이 물로 가득 채워지겠지.

그 전에 놈들을 제거해야 한다.

쾅! 쾅! 쾅!

마침 찬영을 뒤쫓아 온 나머지 호위대. 씩씩거리는 걸 보니 잔뜩, 성이 난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지.

‘뜻대로 안 되니까.’

놈들은 금방 지척까지 다가왔다. 도약 한 번 했을 뿐인데, 순간적으로 찬영과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새삼 스스로가 더 놀랍다.

이토록 빠른 놈들이…….

‘모두 눈에 보여.’

놈들의 움직임을 모두 간파하고 있단 사실이.

찬영이 늘어트린 아슬란을 다시 고쳐 쥐었다.

쿠쿵.

먼저.

‘놈들의 방어벽부터 뚫는다.’

최대 걸림돌인 방어벽부터 잘라내는 게 우선.

‘블링크.’

두 번째 블링크와 함께 찬영이 놈들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기습으로 선공을 시작한 것이다.

일제히 방어벽을 세우려는 놈들.

그럴 줄 알았다.

찬영은 보란 듯이.

‘광화.’

온 몸을 검붉은 인체 슈트로 둘렀다.

추가된 스텟 300% 상승.

블링크에 스텟까지.

놈들보다 선공이 빨라진 건 당연하다.

미처 방어벽 세울 생각도 못한 놈들을 향해.

화르륵!

초열봉황익에 이은 염왕세계가 작렬했다.

동굴을 채운 수면을 뒤덮으며 솟아오른 지옥 불.

이글거리는 화염이 반경 7m의 모든 걸 집어삼켰다.

글라투의 부식파장마저 견뎌낸 화염이다.

놈들 중 대다수가 불타오르며 불길에 스러지는 게 보였다.

-기에엑!

하지만 놈들은 지능형 몬스터.

살아남은 놈들이 불길을 벗어나 7m 반경 밖으로 뛰쳐나갔다.

사분오열 흩어지는 적들.

일일이 쫓아가는 건 시간을 허비하는 짓이다.

‘그래비티 필드, 100 중첩.’

단숨에 마나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찬영이 목표한 지점에 생성된 일백 중첩 그래비티 필드.

쿠쿵!

불길에 휩싸여 도망치던 놈들은 대처할 수 없는 중력.

10m 까지 펼쳐지는 중력장은 지옥불에 벗어난 적들을 또 다시 속박하며, 동시에…….

콰콱!

숨도 못 쉬게 깔아뭉갠다.

퍽! 퍽!

놈들의 몸통 일부가 중력에 의해 터져나갔다.

찬영의 손엔 자비가 없었다. 중력장으로 몸을 날린 찬영의 불길이 다시 한 번 쏟아지고, 그 뒤로.

‘홀리 웨폰.’

아슬란과 동일한 형태의 황금빛 검을 구현시켜 반대편 손에 움켜쥐는 찬영.

구구궁!

연이은 난무가 펼쳐졌다. 호위대는 서릿발 같은 칼날에 저항하지 못했다.

쐐애애액!

밀려드는 북풍의 한파.

북평검을 펼쳐 아슬란을 휘두르자 여기에 닿은 적들에게 천빙강살이 발동! 아슬란의 궤적을 따라 푸른빛의 작은 섬광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작은 알갱이 같은 푸른빛이 놈들의 몸에 빼곡히 박히고 그 위로 극빙절혈이 발동!

콰지직!

놈들의 상처 부위 위로 얼음 꽃이 피어났다.

그 얼음 꽃이 점차 부피를 더 키워 마침내 몸통을 전부 집어삼키는 건 불과 2초.

남은 건…….

‘북풍천하北風天下.’

후우웅!

그래비티 필드 아래,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실제 눈보라는 아니었다.

아슬란이 휘둘리는 검격에 따라 닿는 모든 걸 얼리는 8m 높이의 얼음폭풍.

그 폭풍은 단숨에 나머지 적을 제거하며 쏟아졌다.

마나가 사라지면 전부 무효화될 눈보라겠지만 적어도 찬영의 마나가 버티는 이상, 이곳은 빙하계가 된다.

쿵!

찬영이 마침내 아슬란을 땅 위에 내리 꽂았을 때 호위대가 모두 소멸됐다.

쿠쿠쿵!

그때 수십 개의 수구에서도 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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