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나호스의 활
-세트형 : 나호스의 화살통 획득 시 화살 보유량 ×3
-가치 : 6,100
-효과 A : 나호스의 함성(1회 발동 시 마나 1,500 소모, 중첩 5회).
1회 중첩 시 : 이동 속도 30% 증가, 적중 상대 피해량 10% 추가 피해 (단, 추가 피해량은 1회 적중 피해량에 의해 측정됨.)
-3회 중첩 시 : 이동 속도 50% 증가, 적중 상대 피해량 30% 추가 피해
-5회 중첩 시 : 이동 속도 100% 증가, 적중 상대 피해량 90% 추가 피해
-효과 B : 마나 500 소모 시 3초 후 3서클 윈드커터 발동중첩 가능
-효과 C : 1회당 마나 700 소모 시 5서클 거스트 오브 윈드 발동 가능(중첩 가능)
-효과 D : 상대의 체력이 50% 이하일 경우, 적중 피격량의 2배로 피격됨
손에 쥔 활을 손끝으로 쓸었다.
아무 색도 섞이지 않는 짙은 검은색이다.
심지어 시위의 줄마저 그랬다. 야음 속에 활을 들어도 전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얼핏 보기엔 옛 사극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각궁 같네.’
물론 지구에서도 각궁을 제대로 사용해 보거나 만져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본 적은 많다. 교과서든 TV든 박물관에서든.
그래서 안다. 각궁이 강한 탄성과 복원력을 지녔던 활이라는 걸.
‘이 녀석도 마찬가지일까?’
그 생각을 하며 한 손으로 화살을 가볍게 들어 올려 보았다.
틀은 각궁과 닮긴 했으나, 전체적인 형태를 놓고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티펙트라서 그런지 마법 공학이 합쳐진 부차적인 장치가 있는 것 같다.
지잉!
활을 쥐는 손잡이만 봐도 그렇다.
손잡이 부근을 제대로 쥐자 활대에 가벼운 마나가 흐르더니 활이 변화했다. 동시에 추가 옵션이 나타났다.
-나호스의 활이 당신을 인식했습니다.
-나호스의 활이 귀속됩니다.
-타인이 나호스의 활을 들었을 경우, 이동속도 130% 감소, 활의 무게 100배 증가
-화살통을 구하기 전까지 활의 효과가 제한됩니다. (효과 A, B, C, D 사용 불가)
‘그래, 참 쉽게 간다 싶더라…….’
나호스의 활이 귀속됐다는 건 그렇다 치고 그 이후 나타난 나머지 창들은 할 말을 잃게 했다. 효과들이 강제 금지 됐으니.
‘활의 알짜배기 능력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그래도 겉보기엔 멀쩡하다. 아니, 멀쩡하다 못해 특별한 장비다. 활에 문외한인 자신도 이런 활은 처음 본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 엄밀히 말하면 활과 손이 일체형이 됐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활을 말아 쥔 손등 주변과 나아가 손목, 팔꿈치 전까지 모두 활과 똑같은 색의 묵빛 건틀릿이 생겼다.
‘어디에 쓰는 거지?’
마나가 흐르는 걸로 보아 활에 내장된 장치인 것 같은데 쓰임새는 아직 모르겠다.
플레이 체험을 겪어 봐야 알 듯 싶다. 하지만 이젠 하도 여러 장비를 다루다 보니 쓰임새 상 예상되는 게 하나 있다.
‘반탄력 감소가 아닐까?’
최대한 진동을 줄여 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보통, 활이든 총이든 쏘고 나면 반동이 온다. 지금 손목을 모두 덮은 이 건틀릿이 그 반동을 제어한다면?
‘효과적이겠지.’
추가로 5서클 마법까지 갖춘 녀석이다. 날아가는 화살 위에 마법까지 씌워진다면, 그 반동이야 굳이 해 보지 않아도 무지막지할 거다.
‘반동 감소가 가장 유력해.’
플레이 체험을 통해 쓰임새를 확실히 알게 되겠지만 일단은 그래 보인다.
하지만 변화는 건틀릿뿐만이 아니다.
자잘한 변화들이 활 주위에도 생겼다. 건틀릿이 활 안쪽에 생긴 변화라면 화살을 쏘는 손잡이 바깥 부위에는 직선의 기다랗고 얇은 원통이 생겼다.
시위에 화살을 걸어 이 원통 안에 고정시키는 것 같다.
색은 활과 동일한 검은색이며 원통 사이사이 빗금으로 된 틈이 수십 개 나 있다. 빗금을 따라 시선을 옮겨 활대 구부러진 양 끝에 이르자 그 부분이 훨씬 탄성 있게 바뀌었다. 언제든 형태가 바뀔 정도.
툭툭.
손으로 건드려 보고 직접 당겨도 봤다.
지잉!
시위를 조금만 당겨도 활 양 끝이 팔꿈치에 닿을 것 만큼 구부러질 것 같다. 가뜩이나 활 전체 길이가 길지 않은 활이라 더욱 그렇다.
‘화살을 당기게 되면 석궁인 줄 알겠어.’
처음에 느낀 대로 독특한 장비인 건 확실하다.
그나저나…….
‘이걸 어디에 써 볼까?’
저주가 달려 남에게 넘길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쓸 만할 가치가 무궁무진한 장비를 그냥 묵혀두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언젠가 봉인이 풀리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이참에 궁술을 훈련해 보는 것도 또 다른 훈련의 일환이 되겠지.’
근력이든 뭐든 궁술을 훈련하게 되면 부차적인 보상이 찾아올 거다. 특히 한 번도 접근해 본 적 없는 분야니까 더욱 그러겠지. 환영하는 바다.
최근 글라투, 뉴 빌드 등 새로운 적과 만나면 다양한 공격 패턴의 활용성이 필요하단 걸 절실히 느끼던 참이다. 글라투와 싸우면서 새삼 느낀 것이기도 하다. 그간 비장의 한수로 숨겨뒀던 폭렬이란 카드까지 꺼내 든 지금.
‘새로운 공격 패턴이 없어.’
개발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호스의 활을 쥐게 된 건 새로운 노력을 위한 계기가 된 것이기도 했다.
어차피 궁술 역시…….
‘좋은 스승들이 곁에 있으니까.’
도레인, 카일 등 헤일로에는 엘프들이 많다.
이제껏 봐온 그들의 활 솜씨는 경악할 만큼 수준이 높다. 빠른 이동속도에도 반동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니 그들에게 노하우나 이것저것 수준 높은 궁술을 배울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이 녀석을 다루는 게 수월해질 거야.’
가뜩이나 효과가 봉인되어 있는 녀석이다. 자력으로 활이 가진 효용성을 끌어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시간을 내줘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거야 앞으로 차차 생각해 볼 문제. 실컷 구경한 나호스의 활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츠츠.
손안에서 사라진 활과 함께 반사적으로 또 다른 창을 찾는 찬영. 곧 그의 시선이 머무른 건 ‘복원 기술서’였다.
-……복원 기술서는 미완성 기술서들을 조건 없이 완성시킵니다.
갓피스 1백 명의 보상으로 얻은 게 ‘블링크’라면 2백 명 보상으로 나온 게 바로 이 복원 기술서. 마법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보상이었다면 이 복원 기술서는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기다려 왔던 염원을 풀어 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당연했다.
이제껏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섬뢰보’의 완성을 이 복원 기술서 하나라면 단숨에 이뤄낼 수 있는 거다.
찬영의 눈빛에 흥분이 일었다.
평소답지 않게 표정 관리가 안될 만큼 설렘이 실렸다. 오랫동안 섬뢰보의 성장을 바라왔기에 더욱 그랬다.
-복원 기술서 1장을 심득이 찢어진 섬뢰보에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물론이다.
심득이 찢어진 섬뢰보(閃雷步)
-가치: 1,410
-숙련도: 53%
-습득 시 영구적으로 시속 60km 상승합니다.
-심득이 찢어져 가치 평가 절하 되었습니다. 찢어진 내용을 획득하면 복구가 가능합니다.
현재 섬뢰보 해당 ‘창’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바이런의 광속섬뢰보를 획득하였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 하나둘씩 주입되기 시작한 완성된 이네이트, 섬뢰보. 그리고 바이런.
주입되는 지식에 의하면 본디 섬뢰보는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서 빛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욕망의 발현이었다.
섬뢰보의 완성은 관성 충격 즉, 항력을 이겨 내는 단계로 나눠진다. 빨라질수록 몸에 가해지는 ‘항력’에 더 잘 견딜 수 있게 진화되어 가는 거다.
그리하여 완성한 것이…….
-광속섬뢰보光速閃雷步
-가치: 2,210
-숙련도: 19%
-습득 시 영구적으로 시속 120km 상승합니다.
-바이런의 세트 착용 시 항력 감소 200%, 무게 감소 150%
-광속 섬뢰보의 완성으로 인해 근력과 민첩성이 각각 250, 220 상승하였습니다.
-광속 섬뢰보의 완성으로 인해 붉은 바람과 진공나찰보의 숙련도가 각각 20% / 15% 상승하였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각인’의 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한 때 제이나가 말했었다.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각성자들이 가진 이네이트의 ‘각성’이라고.
하긴, 어떤 계기나 준비도 없이 순식간에 능력과 능력에 맞는 신체가 준비되어 버리는 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이번 경우가 그랬다. 이동 계열 이네이트의 숙련도가 한 번에 쑥 상승했고 민첩성과 근력마저 거의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추가로 시작된 건…….
-히든 퀘스트 발생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섬뢰보의 완성만 생각했지 일정 조건이 만족해야 드러나는 히든 퀘스트는 꽤나 의외였다.
‘그럼 섬뢰보의 완성이 히든 퀘스트의 조건이었다고?’
섬뢰보의 완성으로 받게 된 보상의 여파만 해도 경악할 지경인데 여기에 히든 퀘스트까지 얹어진다니…….
기쁜 건 둘째 치고 놀라다 못해 할 말을 잃었다.
-히든 퀘스트 : 바이런의 흔적을 찾아라
-섬뢰보의 초대 주인 바이런의 흔적을 찾으세요.
-퀘스트 완료 조건 : 바이런의 흔적 (1), (2), (3)
-히든 퀘스트 완료 시 획득할 보상 목록
-바이런의 흔적 (1) 찾을 시 : 바이런의 신속 부츠 (세트) 획득
-바이런의 흔적 (2) 찾을 시 : 바이런의 경량화 각반 (세트) 획득
-바이런의 흔적 (3) 찾을 시 : 바이런의 헬멧 (세트) 획득
‘그랬구나!’
어째서 섬뢰보의 완성과 함께 이 히든 퀘스트가 나타났는지 알겠다.
‘섬뢰보는 바이런의 흔적을 찾기 위한 시작점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장기적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기적 히든 퀘스트일 수도 있다. 흔적 3개가 같은 장소에 있으면 쉽게 끝날 퀘스트일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어.’
로이크나 프라이의 유산을 찾을 때도 그랬다.
나침반이었던 흔적 (1)을 따라 꽤 긴 시간을 추적했다. 그런데 이번 히든 퀘스트는 무려 흔적이 세 개나 된다. 쉽게 완료될 퀘스트처럼 보이진 않는다.
여러모로 시간을 두고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번에 별 다른 정보가 없다. 문구 어디를 봐도 그렇다. 프라이의 흔적을 찾을 땐 나침반이라도 있었지, 이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일 것 같은데?’
확실히 난이도 있는 장기전이 될 것 같다.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다. 뉴 빌드의 꼬리를 잡는 것도, 새로운 차원의 돌을 찾는 것도, 모두 막막했었다. 그렇지만 해냈다.
그에 수반되는 보상을 획득했고, 함께할 동료가 생겼다.
막막하지만 차분히 해결해가면 된다.
당장 아무 정보 없는 바이런의 흔적을 파보는 데 주력하는 것보다…….
-활동을 시작한 200명의 갓피스가 갓피스 앨범에 기록됩니다.
‘이들을 찾는 것에 목적을 두면 돼.’
이건 앨범의 목록이 가득 찬 직후부터 계속 생각하던 거였다.
-앞으로 조우하는 갓피스를 각성시킬 때마다 모든 아이템 ‘+1 영구 업그레이드권’을 획득합니다.
갓피스가 있는 곳을 찾아 헤매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는 단순히 ‘+1 영구 업그레이드권’ 때문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려 봤다.
‘내가 갓피스를 조우하면서 그들의 힘이 하나둘씩 각성하게 되면 가장 불편할 자들이 누굴까?’
당연히 뉴 빌드다. 그럼 갓피스 앨범에 기록된 인물들을 한 명씩 찾아가는 게, 곧 뉴 빌드와 조우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단 말이다.
그러다 보면 수많은 사람과 얽히게 될 테고.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들과 정보들을 받아들이게 되겠지.’
물론 그중에 바이런의 정보가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없으리란 보장도 못한다.
왕궁이 있는 수도를 포함한 10개의 지방. 이 지방 어딘가에 바이런의 정보가 만에 하나라도 드러나게 된다면?
이는 히든 퀘스트의 완수뿐 아니라 바이런의 유산을 확보하는 기회의 장이 될 거다. 찬영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그려졌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가야 할 길의 청사진이다.’
확실히 알겠다.
“이젠 뭘 해야 할지…….”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