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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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차 31회 이후 잠시 멈췄던 캘린더 적립.
하지만 글라투가 죽었던 날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 된 캘린더는 어느새 이틀째를 달리고 있다.
이게 다시 시작됐다는 건 많은 걸 의미한다.
‘새로운 차원의 다리’가 개방됐으며, 다음 대륙 복원을 위해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얘기.
즉.
‘글라투보다 더한 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이를 생각하자 손끝이 잘게 떨렸다.
두려워서가 아니다. 경험해 봤기에 기억하는 대치 상태의 긴장감, 그게 다시 마음에 솟았다.
아직 현상 수배 퀘스트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정확히 어떤 놈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글라투보다 더하겠지.’
결단코 안주해선 안 된다.
글라투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이 문구만 봐도 그렇다.
-50km 구간부터는 차원의 돌 수집 이후 개방됩니다.
계속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준비들은 글라투가 남겨 놓은 보상을 통해 이뤄질 테고.
-최초 신성 왕국 재건 업적 달성으로 인해 6등급 신성 마법, 홀리 스트라이크가 주어집니다.
글라투의 죽음은 많은 걸 줬다.
그 덕에 얻게 된 신성력 마법의 습득은 어떤 보상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6서클 마법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6등급 신성 마법.
제이나가 사용하는 5서클 마법조차 그토록 강력한데.
‘하물며 6서클 마법과 동등하다는 신성 마법이야…….’
굳이 뚜껑을 열어 보지 않아도 눈이 뜨일 효용성일 거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습득.’
-6등급 신성 마법, 홀리 스트라이크가 습득되었습니다.
-6등급 신성 마법 최초 습득 업적달성으로 인해 플래티넘 7급 박스가 획득되었습니다.
-6등급 신성 마법 습득으로 인해 신성력 4,000 이 확장되었습니다.
-신성력 5,000 업적 달성으로 인해 신성력과 연관 있는 소울카드의 영혼들이 5% 씩 상승하였습니다.
-라인쉐리어의…….
도미노처럼 이뤄진 연쇄 반응.
두근.
귓전에 심장 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빨리 뛰지?’
덩달아 흐려지기 시작한 시야. 너무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조금 더 눈을 뜨고 있다간 구역질이 치밀어오를 것 같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소멸하자. 그들이 승리했으니까. 그들은 우릴 이용하려 들 거야.
-아니, 소멸은 죄악이야. 우린 스스로 소멸을 자처할 수 없어.
-그럼 잊힘 속에 숨어들자. 우린 다시 모이게 될 거야.
-그들이 우릴 찾으면?
-다시 싸워야겠지.
-그때의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리에게 답이 있었던가?
-맞아, 우리는 늘 혼돈을 보고 있었지.
끊임없이 이뤄지는 대화.
두 사람의 대화 같지만 이 대화는 수십, 아니 수백, 수천 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본능적으로 두 귀를 막아 봤지만 아무 소용없다.
이대로라면 귀가 터질 것 같다.
“젠장……!”
밀려드는 어지러움과 감당할 수 없는 소음에 혼절하기 직전.
-신성력의 급성장으로 인해 ‘별들의 속삭임 (1/10)’을 들었습니다.
-별들의 속삭임을 들은 후 신체가 완전히 회복됩니다.
모든 게 끝났다.
“헉…….헉…….”
땅과 천막이 좌우사방 뒤집히고 흔들렸던 시야도 다시 본래 보던 대로 돌아왔다.
밀려들었던 고통이 거짓말 같다. 그러나 놀라운 건 방금 들은 대화가 하나하나 선명히 기억난다는 거다.
“대체 이것들은 뭐지?”
머릿속에 선명히 기억나는 수많은 목소리의 대화. 문구로 보면 신성력의 급성장이 이런 현상을 불러온 게 확실하다.
관건은 이 현상이 의미하는 게 무엇이냐는 건데…….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고통은 아냐.’
신성력 상승이 가져온 결과다. 이유가 없을 리 없다.
확실한 인과 관계를 자처하는 시스템이 불러온 이 대화내용은 분명 어떤 의미에서든 여신과 관련이 있는 내용일 게 분명하다.
‘그럼 방금 전 대화가 여신의 대화라고?’
아니,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이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유추할 수 있는 건 추격자와 쫓기는 자가 있다는 것.
‘만약 여신이 쫓기는 자라면?’
이를 떠올린 찬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이제까지 여신의 관망이 이해가 된다. 여신이 올드 원이란 존재에게 쫓겨 사라졌다면? 그로 인해 올드 원이 지구와 시드 대륙 두 행성을 모두 잠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라면?
‘아니야, 속단은 금물이야.’
찬영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이다. 추측은 진실이 될 수 없다.
만약, 반대로 여신이 추격자라면? 모든 얘기가 뒤바뀐다.
그러니…….
‘확신을 가지려면 별들의 속삭임을 채워야 해.’
남아 있는 아홉 개의 속삭임을 모두 들어 바야 진실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전에 베아트리체와의 대화를 더욱 원했던 것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였으니까.
진실에 접근할 또 다른 방법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곧…….
‘신성력 상승이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신성력 증가가 이뤄져야 이번처럼 별들의 속삭임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신성력의 수련법이 문제야…….’
신성력 마법을 배우며 새로 획득한 각인된 지식에서도 신성력 증가 수련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저 여신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며 신성력이 증가되길 기다리거나 혹은…….
‘신성 마법 주문서를 얻어 신성력을 늘려 가는 수밖에 없어.’
그도 그런 게 각인된 지식에 의하면 신성력 마법은 조금 독특한 데가 있다. 신성력 마법을 익힐 때마다 각 등급, 쓰임새에 따라 일정 신성력이 늘어난단다.
결국 다양한 아이템을 내주는 박스에서 신성 마법 주문서가 나오길 기대하거나, 업적 달성 보상에 주문서가 있길 기대해 봐야 한다.
‘기도는 영 취향에 안 맞아서…….’
막연하게 앉아 기도만 하는 건 이쪽에서 사양이다.
“후우.”
생각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찬영. 땀으로 흠뻑 젖은 상의를 탈의한 후 의자에 앉았다.
진짜 놀랍다.
“뜻밖의 수확인데……?”
주먹을 쥐었다 펴 보며 반복하며 몸 안에 충만하게 들어찬 마나와 완벽히 회복된 컨디션을 체감했다. 강한 일시적 통증으로 만능 회복제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마나, 신성력, 체력 등 회복되지 않은 게 없다. 권능이라고 말해도 될 지경이었다.
시스템이 가진 안배가 대체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지 무척 설렌다.
물론, 그 안배를 손에 쥐는 건.
‘내 노력이겠지만.’
아직 무수히 많이 남아 있는 창을 올려다봤다.
이번엔…….
‘마법.’
-랜덤 마법서 중 4서클 블링크 주문서를 획득하였습니다.
습득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링크라……?
이전에 제이나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순식간에 공간과 공간 사이를 이격하는 마법이다. 확실히 4서클이라 그런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나온다.
그나저나…….
‘이제 이걸 익히면.’
4서클 마법이 가능한 사람이 될 거다.
‘제이나 경이 놀라겠어.’
그냥 놀라는 것도 아니고 경악하게 될 거다.
당연하다. 마법에 겨우 첫걸음을 뗐었던 게 얼마 전인데, 갑자기 4서클 마법을 1개 구사한다는 건 단순히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특이 이걸 익히고 나면…….
-블링크 주문서 습득이 완료되었습니다.
-마나가 3,000 증가하였습니다.
-4서클 마법 주문서 최초 습득 업적 달성으로 인해 골드 1급 박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런 거였나?”
눈에 뜨인 새로운 세계에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낯설진 않다.
심법들을 통해 체감하고 직접 끌어내던 마나다. 친숙하다면 충분히 친숙하다. 하지만 외부 마나에 한해서는 다른 게 있다.
마치 전에는 손을 뻗었을 때, 그냥 물컹한 게 느껴진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느낌이 더 디테일해.’
네모, 세모 등 외부 마나를 더 잘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마법의 세계다. 특히 블링크 주문에 한해서는 주문을 완벽히 이해했다. 단, 실전에서의 숙련도 차이가 있을 뿐.
연습에 매진하면 점점 더 수월하게 주문을 구현시킬 수 있을 거다. 이 정도라면…….
‘공부할 수 있는 주문들만 있으면 하위 서클 마법 정도는 금방 익힐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말이 쉽지 각인된 마법이 아닌 이상, 주문 공부는 필수다. 마나 주문 등의 이해도가 늘었을 뿐이지, 하위 주문이라 해도 어떻게 주문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질 않나.
그러나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4서클 주문 각인 덕택에 여러 가지 주문 등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셈이니까.
거기다가…….
‘내겐 좋은 스승도 있지.’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이 환경 안에서 노력으로 얻어낼 성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훈련을 통해 여러 가지 성과가 생길수록, 업적 보상, 박스 보상 등 부차적 성장 기회들이 주어질 거다.
수많은 기회가 잡아달라며 손을 들고 있는 기분이다.
‘모두 잡아 주지.’
……하나도 빠짐없이.
곧 결연해진 찬영의 눈빛. 그건 성장을 향한 강한 집념이었다.
* * *
마법까지 배운 다음 돌아본 건 인벤토리였다.
‘한데 이거…….’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글라투와 격돌 이후 도타에게 모든 아이템을 다 넘겨주고 왔으면 인벤토리 수량이 쾌적했겠지만, 제이나 품에서 잠에 빠진 터라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인벤토리에 가득히 채워진 아이템들 중 당장 쓸모없는 아이템은 모조리 분해로 돌려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장비를 채울 만큼 많은 보석을 구비해 놓지 못했기에 기회가 생길 때 각 장비의 ‘홈’을 조금이라도 채울 생각이었다.
그 덕에…….
‘미완성 정수가 꽤나 많이 나왔네.’
수량은 420개 정도.
많아 보이나 막상 보석 합성에 들어가면 그리 높은 보석이 나올 수량이 아니다. 당연하다.
이제껏 분해를 돌려 본 결과.
‘미완성 정수는 아이템의 가치 측정에 따라 달라.’
보통 가치 0에서 2,500 사이의 아이템을 분해하면 미완성 정수가 1개가 나온다.
2,500일 경우.
1개가 나올 확률이 100%.
그 아래의 숫자일 경우엔 낮을수록 ‘꽝’이 나올 확률이 높다.
아무 성과가 없는 경우가 있는 거다.
그 이상은 2,500에서 5,000 사이.
이때 미완성 정수는 4개, 5개가 나온다.
대신 꽝은 없다.
1개에서 3개 사이의 미완성 정수가 나올 뿐.
어쨌든 이번 분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수량의 아이템이 들어갔고 보석도…….
-420개 미완성 정수가 10급 보석 42개로 합성되었습니다.
‘됐군.’
여러 옵션이 달린 보석들이 쭉 나열됐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42개의 10급 보석으로 가지고 있는 장비의 ‘홈’을 모두 채울지…….
아니면 9급 보석을 1개 만든 후 남은 10급 보석 12개만 각 장비에 채워 넣을지.
‘음…….’
어차피 ‘홈’에 박힌 보석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손으로 부착, 해제 등이 가능하다.
그 말은 당장 가지고 있는 보석들을 ‘홈’에 전부 사용해도, 후일 상급 보석으로 언제든 합성이 가능하단 얘기.
‘앞으로도 보석 합성은 계속 될 거야. 우선은 10급 보석들을 장비에 채워 넣자.’
다양한 적과 싸워야하는 판국이니, 여러 옵션을 추가시키는 편이 훨씬 나을 거다.
찬영은 이 중 마법 확산력이 달린 보석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보석을 자신의 장비에 장착시켰다.
확산력 옵션 달린 보석이 2개 정도이니, 현재 툴챠의 가치상…….
‘홈은 세 개야. 이번 두 개의 확산력 보석을 넣어 준다면…….’
그녀의 광범위 마법은 이전의 한계 이상의 효율을 낼 거다.
특히, 뇌전과 물 계열의 마법에 한해. 제이나가 좋아할 표정이 눈에 선했다.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웃기다 싶다.
장비의 강화를 선물로 주는 남자친구라…….
‘가지가지 한다, 양찬영.’
피식피식 웃음을 지어 가면서 인벤토리 목록에서 시선을 뗐다. 마법, 신성력, 거기에 인벤토리까지 전부 보상획득을 마쳤는데도 아직도 창이 수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엔 어떤 보상을 획득해 볼까?’
마침 그의 눈에 꽤나 특별한 아이템이 보였다.
글라투를 제거하고 획득한 완성형 아이템. 옵션을 확인하자 찬영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