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자동보상-76화 (76/248)

#76

토끼 사람을 통해 르리에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손에 넣고 돌아오자마자 찬영은 도타에게 다시 들렀다.

우선 수집한 아이템을 모두 떠돌이 상인에게 판매하라고 일러둔 뒤 인벤토리에 있던 수량 50 제한의 짐마차를 보여 줬다.

대형 사륜마차였다.

그러나 마차를 끌 만한 말들이 있는 게 아니어서 아무래도 말을 구하기 전까진 마차를 끄는 건 타우린에게 부탁해야 할 거 같았다.

‘닭, 소까지 나오는 마당에 말이라고 안 나올까?’

아무튼 당장 사용하는 건 좀 그래도 마차 그 자체로는 훌륭했다.

도타 또한 말했다.

“마차 딱, 딱. 뛰어납니다. 딱.”

주로 도타가 자주 사용하게 될 테니 그가 만족하면 됐다 싶다.

하나,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오두막 업그레이드권이 남아 있다.

“도타, 오두막도 업그레이드해 줄게요.”

곧이어 업그레이드를 사용하자, 오두막이 환한 빛과 함께 2배 이상 커지고 둘러 있는 벽면들이 회색빛의 석벽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오두막이긴 한데 벽만 석조 건물처럼 바뀐 셈이었다.

-오두막 Lv. 2로 업그레이드 완료하였습니다.

-오두막에서 구입할 수 있는 보조 아이템이 30종 늘었습니다.

-최초 오두막 업적 보상으로 초급 경계 포탑 제작도가 주어집니다. 단, 제작도는 도타만 사용 가능합니다.

-오두막 Lv. 3 진행 시, 초보자 결계가 소멸됩니다. 초보자 결계 소멸 시 약초 냄새를 맡은 몬스터와의 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져 나온 창들. 하지만 한 번씩만 읽었을 뿐 크게 눈여겨보진 않았다.

앞선 두 개의 창 같은 경우야 그냥 확인 차 나오는 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창은 달랐다.

‘이건……?’

경계 포탑의 개방과 초보자 결계의 ‘소멸’을 알리는 문구였기 때문이다.

‘변화인 건가?’

그래, 맞다.

포탑 설치가 가능해진 것도 모자라, 몰랐던 결계의 존재가 드러난 거다.

‘그럼 이제껏 몬스터의 침입이 따로 없었던 건?’

농장을 보호하기 위한 결계의 안배가 있었기 때문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돕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니면.

‘이 모든 게 시스템의 안배라면…….’

토끼 사람의 조상들이 끝까지 지켰다는 그 안배라는 것이 정말 엄청난 유산이었던 모양이다. 토끼 사람이 아직 느끼지 못했을 뿐. 유산은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안배를 통해.

그리고.

‘내가 다른 갓피스와는 달리 그들의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면…….’

그럼 모든 게 설명 된다.

토끼 사람이 갓피스를 처음 만났다는 것도, 자신이 제이나를 갓피스로 각성시켰다는 것도.

‘결국 나의 성장은 곧, 토끼 사람이 말했던 모든 유산을 회복하는 중심축이 된다.’

그 말은 즉, 찬영 자신은 전쟁을 시작한 적들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

‘앞으로의 싸움은 갈수록 힘들어지겠지’

보나마나 뻔하다.

아마 적들 또한 방해하고 대비하려 들 것이다, 자신의 성장에 발맞춰서.

하면 그들과의 싸움을 위해 계속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브루들의 위협을 막아 내려면…….

‘움직여야 해.’

그 기반은 스텟 농장 방어부터다.

먼저 도타를 불러 인벤토리에 획득된 경계 포탑 제작도를 넘겼다.

이어서, 제작도를 받아 든 도타와 함께.

-도타가 초급 경계 포탑 제작도를 습득하였습니다.

-초급 경계 포탑의 포문은 1개이며 높이 또한 포탑 중 가장 낮습니다.

-최초 제작도 습득 업적 보상으로 인해 도타의 가치가 1,500 상승합니다. 3,000 이상 달성으로 인해 도타가 2차 진화를 시작합니다.

-2차 진화로 인해…….

마주 보고 있던 도타의 골격이 환한 빛을 뿜어냈다.

지켜보던 찬영의 눈빛에 이채가 흘렀다.

* * *

펄럭.

바깥 천막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리며.

지잉!

나무문이 사라졌다.

동시에 찬영을 반기는 건 은은한 빛을 흘리고 있는 ‘2차 캘린더, 30회 차 보상받기’.

지하 수로 탐사 역시 내일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내일이면 출발하겠군.’

그렇게 되면 한동안 르리에를 들를 시간이 없을 거다.

하지만 결계가 있어 농장에 큰 걱정을 둘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걱정이 있다면 역시나…….

토끼 사람.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기다려 봐야겠지.’

어차피 그의 선택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니까.

그렇게 되면 당장 신경 써야 하는 건 ‘글라투’ 그리고 ‘뉴 빌드’ 이 두 적과의 싸움이다.

하나 글라투는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뉴 빌드.

‘가지고 있는 것들을 훈련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그들과의 싸움에 주력한다.’

지금은 그래야 한다.

어차피 글라투와의 싸움도 준비해야 하니, 그들과 본격적인 싸움이 될 이 지하 수로에서 많은 성장을 해야 한다.

‘그게 좋은 선순환을 가져올 거다.’

동시에 번잡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히 고요해졌다.

이젠 성장을 위해 움직일 차례.

찬영이 시선을 옮겨 2차 로그인 캘린더의 정점, 30회 보상받기에 응했다.

-2차 로그인 캘린더 30회 보상받기가 완료되었습니다.

-30회 보상으로…….

매번 이 순간이 오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 받는 느낌이라 무심결에 마음이 설렌다.

그사이.

-아쿤다의 표창

-가치 : 4,400

-효과 A : 투척 시. 일시적으로 근력 80% 상승

-효과 B : 리턴 블레이드 사용 시. 주인에게 되돌아오며 일시적으로 관통력 150% 상승.

-효과 C : ? (강화 시 개방)

고대하던 보상이 나왔다.

투척용 장비였다.

‘표창이네?’

인벤토리에 획득한 장비를 손에 꺼내 보자, 노이즈와 함께 손안을 가득 채운 표창 한 개가 나타났다.

곧 일렁이는 실루엣과 함께 등장한 표창은 칼날부터 중심축을 이루는 둥근 쇠뭉치까지 모두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색이나 형태면에선 굉장히 매혹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성.

일단 가치 면에선 여타 퀘스트를 거치지 않고 나올 만한 장비들 중 최상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나, 가치 말고 직접 실전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사용해 봐야 아는 법이다. 특히 이제껏 표창 같은 건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 장비로 새로운 공격 패턴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찬영은 곧.

‘플레이 체험 ON.’

사방이 일렁이며 공간이 뒤집혔다.

그리고 사방을 가득 메운 소규모 양궁장이 찬영의 눈앞에 펼쳐졌다. 예전이야 공간이 바뀌는 것에 꽤나 놀라워했으나 이젠 이 정도야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냥 하던 일에 집중할 뿐.

저벅저벅.

차분한 마음으로 활을 쏘는 자리에 선 다음, 저 멀리 300m 쯤 떨어져 있는 과녁들을 쳐다봤다.

‘음, 이렇게 사용한다는 거지?’

플레이 체험의 시작과 함께 표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습득은 충분히 머릿속에 각인됐다.

문제는 늘 그렇듯 숙달이다.

찬영의 손끝이 익숙하게 표창을 쥐고 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표창을 던졌다.

그 순간, 찬영의 눈에 놀람이 스쳤다.

‘파공음이 없어!’

던지는 순간 빼고는 날아가며 내는 소음 따윈 공기와 함께 갈라 버린 것 같다.

지잉!

그리고 과녁에 꽂히는 표창.

하지만…….

콰직, 콰직! 콰직!

표창의 날은 과녁을 뚫은 것도 모자라 그 뒤의 벽까지 뚫어 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 석벽 안에 박혀버린 표창.

‘그럼 이쯤에서…….’

“리턴 블레이드.”

효과 B를 불러일으켰다.

지이이잉!

이어서, 박혀 있던 표창이 꿈틀거리다가 곧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주인을 향해 날아가려 준비하는 듯이 보였다.

지잉!

표창이 방금 전 날아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찬영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저걸 다시 잡을 자신이 없다.

날아오는 가속도에다가 관통력까지 150% 상승했는데.

‘피해야 하나?’

스치듯 지나간 고민. 하지만 손을 뻗어 가만히 기다렸다.

머릿속에 각인된 사용 방법대로라면.

‘별 탈 없이 내 손에 돌아온다.’

그리고…….

툭.

찬영의 지척까지 다가온 표창이 한순간에 작동을 멈추고 ‘툭’ 하고 추락했다.

눈 크게 뜨고 지켜보던 찬영이 떨어지던 표창을 낚아채 다시 내려다봤다.

이거…… 제대로다!

우선 소비해야 하는 마나가 ‘0’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마나 없이 주인을 인식하고 돌아오는 기술인 거다.

뿐만 아니라 돌아올 때의 물리적 가속 같은 건 가뿐히 무시하는 것 같다.

리턴 블레이드만 잘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이 녀석을 활용한 변칙적인 공격 패턴이 가능해진다.

‘각만 잘 재면…….’

상대방에게 기습적인 한 수가 될 거다. 다만 이를 잘 다루기 위해선 역시나.

‘숙달이 필수겠어.’

플레이 체험의 장점은 아이템이나 이네이트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끊임없는 연습이 가능하단 것에 있다.

시작이다.

* * *

그때부터 찬영은 표창을 날리고, 받아 내고, 이동계열 이네이트들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훈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처음엔 진짜 과녁들을 부쉈다. 그다음엔 시야에 걸리는 모든 게 과녁이었다.

같은 곳을 맞추는 연습, 되돌아오는 방향을 예측해 미리 가 있는 연습, 아슬란과 스툼, 여러 장비들을 함께 사용해 보는 패턴까지 개발해 봤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찬영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31회 차 보상받기를 뜬 눈으로 맞이하게 됐다.

‘긴장되는군.’

천막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은 찬영의 눈앞에 1차 캘린더 당시 보았던 창이 똑같이 나타났다.

-출석 보상 31회 달성으로 인해 2차 캘린더를 완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소울카드를 고르세요.

촤라락.

카드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1차 로그인 31회 보상이 그랬듯,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의 카드가 나타났다.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 모두 매혹적인 카드처럼 보였다.

‘저들은 대체 누굴까? 어떤 갓피스였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예전에는 아무 기반 정보도 없으니 이 중 마음에 드는 색을 뽑았다면 이젠 다르다.

이번 카드의 선택이 향후 발전의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져온다.

베아트리체의 경우는…….

‘독의 중화였지.’

그리고 그건 오디로부터 살아남는데 큰 영향을 줬다.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비장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단 거다, 이번 선택이.

‘그럼 어떤 카드를 골라야 할까?’

찬영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러다 문득 베아트리체와의 대화들이 떠올랐다.

혹시 하얀색을 다시 뽑으면 그녀와의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때부터였다. 찬영은 다른 색들보다도 본래 뽑았던 하얀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추측이 맞다면?’ 하는 ‘만약.’이란 가정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내 생각이 맞게 된다면…….’

그건 분명 럭키다.

그녀와의 첫 대화만 해도 갓피스에 대해서, 올드 원이란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하나 그 땐 어떤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에 그녀를 만난다면,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할 수 있다. ‘브루’와 ‘올드 원’에 대해서.

그래서 뽑았다.

‘하얀색으로.’

의지가 실리자 나머지 카드가 사라지고 하얀빛의 카드가 발광하며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순간 찬영은 직감했다.

‘베아트리체가 아니야.’

그건 그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명료한 직감 같은 거였다. 굳이 설명하자면 빛의 차이였다.

베아트리체가 나왔던 카드에서 흘러나왔던 빛은 분명 따스하고 아늑했었다. 눈이 하나도 부시지 않아 카드가 뒤집히는 순간을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아니다. 확연히 다르다.

그녀의 카드가 뿜어내던 빛이 따뜻하고 평온해지는 빛이었다면.

이 카드는…….

‘강렬하다!’

그 어떤 빛조차 자신의 빛보다 밝을 수 없다는 듯 과시하듯 강하고 맹렬했다.

그리고 그 빛이 온전히 찬영을 향했다. 마치 스스로를 각인하라며 소리치는 것 같다.

‘분명해. 베아트리체가 아니야.’

빛이 강렬해질수록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고요함과 맹렬함.

이 두 가지가 같은 사람일 리 없다.

‘대체…….’

이 카드의 주인은 누굴까?

누구기에 이런 날카로운 빛을 보이며 등장한 걸까?

설렘과 걱정이 깃든 채 빛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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