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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74화 (74/248)

# 74

이때부터 타우린은 약초만 보면 신이 나서 코를 파묻었다.

그로 인해 시작된 몬스터들의 습격.

약초 캐먹는 타우린을 지키기 위해 찬영이 감당해야 할 일은 많았다. 곧 찬영의 공진 망토가 펄럭였다. 찬영은 오른손에 스툼, 왼손에 헬레를 착용한 채 달려 나갔다.

지잉!

이어진 그래비티 필드 위에서 발이 묶인 몬스터들.

고정된 타깃을 향해 건틀렛 헬레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펑!

‘서클 번’의 화염이 땅을 일직선으로 헤집고 뻗어져갔다.

화르륵!

그 후 남는 건 잿더미가 된 몬스터 시신이 전부.

그렇게 동쪽 6km 지점.

타우린의 행복지수가 완벽히 가득 찼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관둬야 하겠지.’

하지만 이웃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찬영은 이젠 거의 기어 다니는 수준의 도타를 보며 물었다.

“많이 힘듭니까?”

“예. 딱, 딱. 도타는 지쳤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헤어지죠. 도타, 타우린에게 물어볼래요? 등에 잠깐 올라타도 되겠냐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타와 타우린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도타 왈.

“딱. 딱. 괜찮다고 합니다.”

“그럼 돌아가요.”

“예, 알겠습니다. 딱. 주인님은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딱.”

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초 채집 횟수도 끝났고 우린이 식사도 끝났으니, 이웃 찾는 속력을 좀 내볼 생각이에요.”

관건은 그거였다. 바로 속도.

혼자 탐색을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빨리 이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겸사겸사 직선 달리기에 사용하는 섬뢰보의 숙련도 역시 상승할 테니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알겠습니다. 딱.”

도타는 지시에 따라 곧장 타우린의 등에 올라탔다.

하지만.

-음모오오!

타우린은 떨어지기 싫은지 계속 엉겨 붙어 왔다.

하지만 이마를 툭, 툭 두드리면서 머리 방향을 몇 차례 억지로 돌리게 하자, 그제야 방향을 잡고 오두막으로 떠났다.

‘휴, 이제야 보냈네.’

둘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어둠 장막으로 시선을 돌린 찬영.

웅웅.

이어서 다리에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최근…….

심득이 찢어진 섬뢰보閃雷步

-가치 : 1,020

-숙련도 : 43%

-습득 시 영구적으로 시속 35km 상승합니다.

-심득이 찢어져 가치 평가 절하 되었습니다. 찢어진 내용을 획득하면 복구가 가능합니다.

섬뢰보는 숙련도와 가치, 그리고 발동 즉시 일어나는 효과 면에서 높은 상승 폭이 있었다.

이는 다른 이동 계열 스킬트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은 바람, 진공나찰보 모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수준의 이네이트가 됐다.

이유는 열세 개의 별이 전해 준 두 개의 심법 덕분.

심법들의 습득 결과가 내부 마나를 활용해 사용하는 이동 계열 이네이트까지 영향을 준 거다.

땅을 박차는 찬영의 섬뢰보 속도가 이전보다 상승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쾅!

거기다 몸 안에 휘도는 마나 탱크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게 끊임없이 마나를 공급한다.

미니 맵의 동쪽 6km 바깥은 어둡게 표시되었지만, 섬뢰보를 사용하는 찬영의 발길에 미니 맵 동쪽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동쪽 25km 지점에 도착했을 때였다.

달리던 찬영의 눈앞에 창 하나가 덩그러니 나타났다.

띵!

이를 본 찬영이 달리던 속도를 한 번에 멈추지 못하고 조절해가며 속도를 줄여갔다.

타타탁!

곧 몇 차례의 발 구름과 함께 제자리에 멈춰선 찬영.

‘음…… 이건?’

창을 확인한 그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미지의 땅 동쪽 25km 지점을 돌파하였습니다. 25km 지점부터는 글라투의 영역입니다. 글라투는 언데드 종족을 지휘합니다. 언데드의 공격을 방어하세요.

‘언데드?’

그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땅 밑에서 회색 손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발목을 낚아채는 손, 하지만 찬영에게는 어림없다.

“그래비티 필드.”

중력으로 손을 옥죄어 버리려던 찬영.

한데…….

‘어떻게?’

여전히 발목을 낚아챈 손이 마음껏 움직이고 있다. 중력에 개의치 않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당황할 겨를이 없다. 찬영은 신속히 아슬란을 꺼내 땅 밑을 내리 찍었다.

콱!

머리가 절반쯤 튀어나온 언데드 한 마리가 나오다 말고 아슬란의 냉기에 얼어붙으며 ‘동강’ 베여 나갔다.

쿠쿠쿵!

하지만 한 마리가 아니다. 한 놈을 베자마자 땅 밑을 기어 나오는 언데드들.

-글라투의 리턴 데드

-가치 : 6,230.

이제껏 만난 리더 격 몬스터들보다 뛰어난 가치가 측정되는 몬스터다.

‘대체 몇 마리나?’

시야 한 쪽을 빼곡히 메우기 시작한 리턴 데드는 3m 신장의 인체 골격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건?’

놈 중 한 마리가 거쳐 간 발목 부근엔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점액이 가득했다.

그러나 점액은 놈들의 손에만 있는 게 아니다. 튀어나온 리턴 데드 전신에 그 점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쐐액!

-그그그극!

달려들기 시작한 녀석들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마치 육상 선수가 피칭하듯, 달려오면 달려올수록 그 속도가 증가했다.

리턴 데드 열 마리가 무섭게 달려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

하지만 찬영이 택한 건 정면돌파였다.

‘상황 파악은 놈들을 쓸어버리고 난 뒤 해야겠다.’

‘스툼.’

스툼의 중력 중첩은 찬영에게 새로운 공격 방식이 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그래비티 필드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중복 그래비티가 있다.

“그래비티 필드 연속 중첩重疊”

쾅, 쾅, 쾅!

중력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달려오던 리턴 데드 열 마리가 일제히 중력에 깔려 무릎을 꿇었다.

이를 향해 땅을 일직선으로 그으며 날아간 화염 초승달.

“서클 번.”

-그아앙!

놈들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게 리턴 데드의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살아 있다?’

서클 번으로도 쉽사리 정리되지 않은 리턴 데드.

놈들이 일어나지 못하게 다시.

“그래비티 필드 중첩.”

그다음 똑같이 서클 번을 일으켜 봤다.

쾅! 쾅!

화염 초승달은 분명 열 마리를 휩쓸며 지나갔다.

하나.

“그아아앙!”

여전히 놈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목숨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윽고 화염이 모두 연소되자, 새까맣게 탄 놈들이 외형이 드러났다. 잿빛이 된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화염과 중력에 저항한다…… 이건가?’

그래,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러 번의 서클 번을 감당해냈을 리 없다.

‘그럼?’

아까 단번에 잘려나갔던 리턴 데드 한 마리가 떠올랐다.

빙결 효과엔 쥐약인 게 틀림없다. 신속히 아슬란을 다시 고쳐 쥐었다.

출발은 섬뢰보.

타탁!

먼저 중력에 깔려 있던 놈들에게 접근했다.

쐐액!

시작된 얼음 난무!

북빙진기의 마나가 팔을 타고 아슬란에 흘러들어 가자, 커다란 대검이 강렬한 푸른빛에 둘러싸였다.

이는 프라이에게 계승받은 아슬란의 의지. 불어오는 얼음 바람이 바닥에 깔려 있는 적들을 쓸어버렸다.

십연격이 개방됐다.

“아이스 차징.”

쐐액!

콰콰칵!

아슬란에서 피어오른 얼음 파도.

1회엔 울부짖는 리턴 데드를 통째로 얼려 버렸고, 2회, 3회엔 달려오는 리턴 데드를, 4회에 이어 10회까지 쏟아진 얼음 파도가 땅 밑에서 솟아오르던 나머지 리턴 데드를 모두 휩쓸어 버렸다.

아이템 획득 창이 연신 띄워지며, 더 이상 주위엔 리턴데드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리턴 데드의 전멸이다.

콱!

찬영이 마지막으로 아슬란을 땅 위에 꽂으며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마나가 제법 소진됐다.

‘최근 이정도의 격전은 목책 이후로 처음인데.’

이제껏 오두막 중심 10km 반경까진 그래비티 필드와 서클 번, 혹은 에어 펀치만으로 정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25km의 구간부터 몬스터 수준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방어력과 화염 저항력 모두 뛰어난 녀석들이었어.’

“가면 갈수록 강해진다는 건가?”

추측이긴 하지만 확실히 근거가 있는 얘기다.

10km 지점에서 마주친 몬스터의 수준보다 25km 지점에서 마주친 몬스터 수준이 높아진 게 그 근거였다. 하지만 주목해야 될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오디와 같은 형태의 퀘스트가 또다시 개방됐다.’

-돌발 현상 수배 (D)

-글라투

-주의사항 : 글라투는 독물을 잘 다루고 언데드 소환에 능합니다.

-고정 보상 : 25km ~ 50km 구간 복속

전혀 예상 못한 일이다.

‘이제껏 돌발 현상 수배 퀘스트는 대륙 복원에만 관련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여기 미지의 땅도 대륙 복원과 연관이 있다는 걸까?

모르겠다.

‘전혀 감이 안 와.’

그래, 직접 글라투와 싸운 후에야 알 수 있을 일일 거다.

‘완전히 달라졌군.’

10km 때와는 달리 25km 지점부터 스텟 농장 주변의 모든 룰이 달라져 버렸다.

‘그럼 여긴…….’

그야말로 적진인 셈이다.

적진 한가운데에 혼자 놓이게 된 모양.

‘이런 건 예상 못했는데.’

새로운 산을 만난 기분이다.

* * *

그다음부터 찬영은 100m 앞으로 향할 때마다 계속해서 전투를 치러야 했다.

마치 지뢰처럼 놈들은 땅속에서 튀어나오고, 또 튀어나왔다.

그렇게 전투를 치르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정확히 동쪽 27.2km 지점에서 찬영의 앞에 두 개의 붉은 지붕을 가진 석조 집이 나타났다.

집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찬영의 오두막보다 두 배 정도 되는 크기로 보였다.

‘찾았다.’

그 순간.

-최초 이웃을 발견하였습니다.

-오두막 +1 영구 업그레이드권을 획득하였습니다.

-최초 이웃 발견 업적 달성으로 인해 실버 1급 박스 추가 획득하였습니다.

‘좋아, 새로운 업적이라 이거지?’

추가 보상 획득에 만족스러워하면서 빠르게 붉은 지붕 집으로 다가갔다.

그때 붉은 지붕 집에서 인기척이 났다.

“누, 누구시오?”

바깥의 기척을 느끼고 문을 여는 한 존재.

문 앞마당에 서 있던 찬영이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

‘토끼……잖아?’

귀는 길게 솟아올라 축 늘어져 있었고 코 주변에 듬성듬성 난 기다란 몇 가닥의 수염. 그 외 둥근 코부터 시작해 붉은 눈동자까지……. 굳이 말하자면 토끼 탈을 쓴 사람이었다.

“가, 갓피스?”

한데 토끼 사람이 찬영을 먼저 알아봤다.

‘아, 내 눈동자 때문인가?’

눈가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갓피스.”

대놓고 갓피스라며 홍보하는 꼴이 된 것 같아 조금 민망했으나. 이런 생각과 상관없이 토끼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드디어 우릴 해방하러 온 것이오?”

“해……방이요?”

무슨 말인지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 토끼 사람의 말은 부연 설명이 조금 필요해 보였다.

찬영은 그의 말이 의아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설마,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오?”

“모릅니다, 전혀.”

“하아.”

‘토끼 사람의 한숨, 그리고 아까 말한 ‘해방’의 의미.’

찬영은 짚이는 바가 있어 물었다.

“설마……글라투 때문입니까?”

토끼의 붉은 동공이 묘한 빛을 발했다.

처음과 달리 그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맞소. 글라투 그 때문이오. 모른다고 하더니?”

“얼추는 알고 있습니다. 그가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겁니까?”

“그렇소.”

“그럼 글라투는 어디 있습니까?”

“그건 모르오. 그의 영역은 정해진 바가 없소. 하지만 매 해마다 그는 자기 영역의 모든 농장을 돌아보지.”

“그래서요?”

“수확물의 96%를 가져간다오. 그놈 때문에 우리들은 자유를 잃고 늘 끼니에 허덕이지.”

토끼 사람에겐 이곳이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그가 이곳에 대해 잘 알 수도 있단 얘기다.’

미지의 땅, 이곳이 대체 어딘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찬영이 빠르게 물었다.

“그랬군요. 그럼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요?”

“대체 여긴 어딥니까?”

“수많은 차원 다리 중 하나요. 글라투는 이곳을 지키지. 당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난 이토록 무지한 갓피스를 대체 뭘 믿고…….”

답답해하던 토끼 사람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껏 내 조상들은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소. 갓피스가 오는 순간, 수많은 차원 다리들의 자유가 찾아올 거라고. 하지만!”

토끼 사람은 찬영을 보고 꽤나 실망한 투였다.

“내가 이제껏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아니, 우리 모두.”

토끼 사람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아섰다.

그러면서 문을 닫기 직전에 말했다.

“생명 부지하고 싶으면 그만 돌아가시오. 그동안 갓피스의 전설을 찾아 헤맨 건 우리들뿐이 아니오.”

“누가 또 있습니까?”

찬영이 물었다.

“글라투 역시 당신을 찾고 있소. 부디…….”

토끼 사람이 입술을 콱 깨물었다.

“내게 불똥 튀지 않게만 해 주시오.”

쾅!

그리고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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