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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69화 (69/248)

# 69

#69.

“저도 배울 수 있습니까?”

뒤이은 질문.

제이나의 얼굴이 굳었다.

“마법을요?”

“예.”

“불가능해요. 마법은 도서관에서 설명했다시피 쉽게 익힐 수 있는 그런 게…….”

말을 잇고 있는 그녀 앞에 찬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손끝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마나, 이는 염왕초혼심법의 정수였다.

화르륵.

곧이어 손 안에 몰아친 마나가 작은 불꽃으로 화했다.

“지금은요?”

찬영의 질문을 들은 제이나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찬영은 묻고 있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지금도 그렇게 어려운 거냐고.

“마나…… 심법?”

그녀는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하긴, 마나 주입 이후 이렇게 완벽히 마나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나 심법을 익혔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당연했다.

제이나가 말했다.

“베이콥 가문의 기사들이 익히는 심법과는 마나의 흐름과 형태가 다르군요.”

“예, 다릅니다.”

찬영은 대답과 함께 전부는 아니지만 짧게나마 프라이의 무덤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줬다. 잊힌 고대의 심법으로써 전수 불가능한 심법이라는 점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제이나.

“어쩐지 여기 헤일로 전선에 도착했을 때 알게 된 소문들은 쉽게 믿기 힘든 구석들이 많았었죠.”

그럴 만도 한 게 하나같이 찬영이 6서클 이상에 버금가는 마법을 찬영이 구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과장됨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마나 심법을 익혔기에 가능했으리라곤 믿지 않았다.

찬영이 가진 갓피스로서의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

하지만 이건 분명 마나 심법이다.

“대체 어떻게?”

찬영도 그 점에선 동의했다.

‘분명 믿지 못할 일이겠지.’

“영주성을 떠날 때만 해도 마나조차 제대로 이해 못했었는데.”

제이나도 동의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성장 폭이다.

이만하면 천재라고 해도 무방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심법을 완벽히 구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이는 어느 종족이건 본 적이 없어요. 사료에서조차…….”

말끝을 흐린 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게 갓피스의 자격이란 건가?’

아니, 아니다. 자신 역시 갓피스이질 않나. 찬영의 성장 속도는 단순히 갓피스이기에 가능한 게 아니다. 찬영이란 사람이 독보적인 거다.

경악하는 그녀에게 찬영이 대답 대신 지팡이를 가리켰다.

“들고 계신 지팡이 역시 설명할 수 없는 아티팩트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완벽히 설명 할 수 없는 일은 굉장히 많죠.”

제이나가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일전에 이야기했듯, 마법사들은 마나 심법을 마나가 거쳐 가는 과정으로만 사용해요. 몸 안에 마나를 저장해서 사용하는 기사들과는 다르죠.”

이번엔 그녀가 주문과 함께 마나로 이루어진 불덩이 하나를 이뤄 냈다.

파이어볼이다.

“이를 ‘주문’이라고 하죠. 하나 보기와 달리 주문 하나를 구현시키기 위해서 수십 혹은 수백 개의 주문 수식을 공부하고 익혀야 해요.”

이어서 그녀가 현실을 꼬집었다.

“그럴 시간에 이미 익히고 있는 심법에 투자하는 편이 효율 면에서 훨씬 낫죠.”

그녀의 말도 일리 있다. 막말로 박스에서 마법 주문서가 나와 마법 주문이 단숨에 각인되는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는 이상, 새로운 공부에 투자하는 건 효율성 있는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나온다면?’

그럴 경우, 늘 그래 왔듯 주문과 그에 수반되는 지식이 단숨에 각인된다. 만약 기존의 마법 공부를 오랫동안 해 왔다면 최초 숙련도 또한 높게 측정될 것이다.

‘만약을 준비해 두는 거지.’

특히 가면 갈수록 적과 몬스터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대항하려면 전투 패턴이 다양해질수록 효율성이 뛰어나다.

그간의 전투만 봐도 그랬으니까.

거기다가 이점은 전투 패턴뿐이 아니다.

‘여러 모로 쓸모가 많아 보여.’

그래, 히든 퀘스트만 해도 그렇다.

제이나의 도움이긴 하지만 인챈트라는 것을 통해 퀘스트를 좀 더 빨리 완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말은 제이나가 아니었다면 간과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단 말.

결국…….

‘배우지 않으면 무지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까지 이르자 그간의 고민들은 무의미했다.

더 시간 끌지 않고 결정했다.

“그래도 배우고 싶습니다.”

“제 뜻을 제대로 이해하신 게 맞나요?”

“아주 잘요.”

“그런데도 이런 결정을 내리신 연유가 있나요?”

“단기적으로 볼 땐 비효율적으로 보여도 장기적으로 볼 땐 이보다 효율적인 배움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요? 제 생각은 달라요. 고위 기사들은 평생 하나의 마나 심법에만 매달립니다. 그럼에도 모자라다 생각하죠.”

“그렇군요…….”

대답이야 찰떡같이 잘하는 찬영.

하지만 생각을 접진 않는다.

제이나도 더 이상 설득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후회하실 거예요.”

“그럼 직접 해 본 다음에 후회하겠습니다.”

이쯤 되니 그녀도 더 이상 찬영을 말리지 않았다.

“도와드리죠.”

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충고했다.

“길이 아니라면 언제든 포기하셔도 됩니다.”

찬영이 대답 대신 웃었다.

다른 길은 이미 이전부터 걷기 시작했다.

“왜 웃으시죠?”

그로 인해 제이나가 묻자 찬영이 반대편 손에 푸른빛을 일으켰다.

북풍을 몰고 올 아슬란의 주인, 프라이가 전해 준 북빙진기의 마나 흐름, 그 기운이 찬영의 오른손에 펼쳐졌다.

잇달아 작은 얼음 조각들이 손아귀 위에 둥둥 떠다녔다.

“이미 한 길만 파기엔 늦었다 싶어서요.”

마나 흐름이 확연히 달라진 걸 바라보는 제이나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말도 안 돼!’

믿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던 지라 찬영의 눈에 의아함이 실렸다.

“왜 그리 놀라십니까?”

“기사들의 마나 심법은 기회만 된다면야 여러 개를 익힐 수는 있어요.”

“그런데요?”

되묻는 찬영은 점점 더 의아해졌다.

‘그럼 이렇게 놀랄 일이 아닐 텐데?’

하지만 찬영의 표정이 바뀐 건 제이나의 다음 이야기부터였다.

“그렇지만 익혀두는 것과 활용하는 건 별개의 문제죠. 종족을 떠나서 마나 심법 두 가지를 한 번에 다루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어째서요?”

“동시에 다루는 순간 ‘엑스’라는 마나 충돌이 일어나요.”

그녀가 이때부터 엑스 관련 얘기를 전해 주었다.

그녀에 따르면, 마법의 주문이야 마나 심법과 근본 체계가 다르니 동시 운용이 상관없다.

하지만 체계가 같은 마나 심법은 동시 운용 시, 마나의 충돌을 일으켜 다신 마나를 모으지도, 사용하지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찬영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칫 두 가지 기운이 충돌했다면?’

심법을 다신 익힐 수 없는데다 마나를 다신 다루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사라지고 장비에만 유지했어야 하는 거다.

이 때 드는 생각.

‘그럼…… 난 어떻게 된 거지?’

돌이켜보면 두 가지 심법의 조화로운 움직임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어떤 힘겨움도, 고통도 없었다. 그저 원래 하나였다는 듯 서로 얽혀가며 찬영 안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제이나도, 자신도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없다.

답은 오로지.

‘나만 알아낼 수 있어.’

그러니 답은 하나, 계속 발전해 가면서 끝을 보는 수밖에 없다.

그사이 제이나가 넌지시 물어왔다.

“이제껏 괜찮으셨나요?”

“예, 아직까진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아뇨,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이제껏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대신.”

고민을 마친 찬영이 대답했다.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직접.”

제이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엑스를 두고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무모하시네요, 늘.”

“예, 어느 정도는…….”

찬영이 미소 지었다.

“인정합니다.”

어쨌든 그의 결론이 이렇게 났다면 그녀가 도와줄 수 있는 건 하나.

“이후 조짐이 좋질 않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마나 이해도 면에서 훨씬 많은 공부를 해 왔으니 언제든 도와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고맙습니다, 늘.”

“뛰어난 아군을 잃는 것만큼 큰 손해는 없으니까요.”

“네, 압니다.”

“알면 조심하세요.”

그녀의 타박 섞인 걱정을 들은 후.

“그럼..”

제이나가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찬영이 그녀가 가는 걸 붙잡았다.

“가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찬영은 곧이어 영주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녀에게 들려줬다. 곧 얘기를 듣는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 * *

찬영이 제이나와 긴히 얘기를 나누던 그 시각.

영주가 카일과 독대를 했다.

“부대장들에게 알리시게. 돌의 관한 정보를 공식화한다고.”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까?”

“심사숙고했네.”

“그럼 지하수로 계획은?”

“강행할 걸세.”

카일이 단호히 말했다.

“위험합니다.”

“알고 있다네.”

“그럼에도 강행하시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라. 이유라면…… 찬영, 그가 강력이 주장하더군.”

“흐음.”

카일이 복잡한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실력은 이미 확인했다. 분명 그는 강력하다.

하지만 변수로 인한 위험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다. 약점은 늘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혹시 그가 그걸 간과한 걸까?

그때 영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카일, 내 오랜 우방이여.”

“예.”

“내 결정은 변함없을 걸세.”

영주의 결정에 카일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 * *

제이나와 긴밀한 이야기를 마친 찬영은 어느새 그녀와 함께 자신의 천막에 도착해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당장 인챈트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그녀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시작하죠.”

제이나가 말했다.

“예.”

찬영이 준비해 둔 장비를 보여 줬다.

개수는 9종. 기존의 가치가 1천이 넘는 완성형 장비를 제외하면 네 종의 장비 아이템이 추가된 셈이었다. 27개의 아이템을 5개씩 합성으로 돌린 것 중, 4개가 장비 아이템으로 합성된 것이다.

1개는 임의 스텟 하나를 영구적으로 2 상승시키는 옵션이 달린 포션 아이템이라 보자마자 곧장 복용했다.

그로 인해 민첩성이 2 늘어났다.

흡족할 만큼의 결과물이다.

합성은 늘 랜덤이기에 추가 장비가 4종이나 될 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데 만족스러운 건 찬영만이 아니었나보다.

“이건……?”

아이템을 하나 집어든 그녀가 찬영을 다시 돌아봤다.

가치 620 정도의 롱소드였다.

이름 하여 ‘브롱의 검.’

날의 예기가 날카로운 것이 웬만한 롱소드 저리가라다. 그리고 그 외 700이하의 장비들 역시 브롱의 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좋은 품질의 장비가 됐다.

합성 전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거다.

이로 인해 찬영은 합성의 룰에 대해 명확히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게 고민의 산물이었다.

“놀랍네요.”

칭찬을 덧붙이는 그녀.

“그런가요.”

담담한 듯 입을 뗐지만 찬영의 입가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흘렀다. 직접 제작한 장비라서 그런지 애착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래, 그런 기분이었다.

그사이 또 다른 장비를 집어든 그녀가 연신 감탄했다.

“아티팩트로 제작할 만큼 분명 가치 있는 장비네요.”

“고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아녜요.”

그녀는 마법사이기 전에 오랫동안 몬스터와 싸워온 전사다. 좋은 무기들을 못 알아볼 리 없다. 그녀의 칭찬엔 조금도 과장이 없었다.

“그럼…….”

이윽고 장비들을 모두 돌아본 그녀가 인챈트를 준비했다. 곧 제작한 장비들을 아까보다 면밀히 살펴보던 제이나는 이를 인챈트를 시작하기 전 수반되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겸사겸사 찬영에게 마법 기초 수업을 시작했다.

제이나가 입을 열었다.

“마법을 구현할 땐 그 중심 원소가 있어요. 불, 물, 바람, 흙 등 다양하죠. 인챈트 역시 이 이론이 근간이 됩니다.”

그녀가 도른의 검을 집었다.

“이 검은 마나 스캔 결과, 바람 속성이 강해요. 그럼 깃드는 마법 역시 바람 마법이여야 아티팩트 제작의 성공 확률이 높죠. 같은 원소끼린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었나보네요.”

실패는 처음 듣는 얘기에 찬영이 조금 놀랐다.

“실패도 있습니까?”

“물론이죠. 어떤 물건에 마법을 새겨 넣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찬영은 그녀의 말에 충분히 동의했다. 몸 안에 마나를 다루는 것도 어려운데, 차가운 쇠뭉치 위에 마법을 덧입힌다니.

쉽지 않은 일인 건 마법을 잘 몰라도 알 수 있었다.

그때, 그녀가 도른의 검 앞에서 마법 주문을 되뇌기 시작했다.

“시작할게요.”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작업. 찬영은 잠자코 기다렸고 곧 도른의 검 위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게 바람의 마나구나…….’

이젠 찬영 역시 마나 심법을 통해 마나의 기류를 느낀다.

마나의 흐름과 속성을 강하게 느낄 줄 알았다.

한데 그 순간,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최초 인챈트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장비의 ‘홈’개방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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