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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65화 (65/248)

# 65

#65.

“이건…….”

찬영은 나직이 읊조리며 타우린을 내려다봤다.

뒤이어 나타난 창.

-타우린-돌의 정령.

-가치 : 1,800 (성장형)

-설명 : 타우린은 잊힌 정령의 화신입니다. 성장시키세요. 타우린이 성장할수록 타우린의 주인 역시 강해집니다.

-행복지수 : 6

-배부름 상태가 유지될수록 행복지수는 상승합니다. 행복지수가 높을수록 성장 발육이 좋아집니다.

-Lv. 1 스톤 엣지 : 발동시 온몸이 돌이 된다.

‘그새 성장했어!’

스킬 개방 한 번으로 가치가 600이 성장한 것이다.

믿기지 않는 상승 수치.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코앞에서 타우린의 변화가 시작된 걸 지켜보고 있으니까.

-음모오오!

온몸이 회색빛의 돌이 된 타우린.

타우린은 당장 도울에게 달려가려는지 오른쪽 앞발을 툭툭 거칠게 파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 나갈 기세였다.

찬영이 그 옆에 나란히 섰다.

그가 흐뭇한 눈으로 타우린을 내려 보다 말고…….

타닷!

땅을 박찼다.

쐐액!

그걸 시작으로 일제히 달려드는 도울, 하나 놈들의 타깃은 찬영이 아니다. 놈들의 맹렬한 적의는 오로지 타우린을 향한 것이었다.

-크앙!

순식간에 타우린을 향해 도울 떼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크아앙!

그 때 밀려들던 도울 떼의 귀퉁이가 순식간에 갈라졌다.

쩌적!

그 틈으로 삐죽 솟아오르는 아슬란의 가르기.

쩌저적!

도울의 방어력 수준으로 아슬란의 날과 빙결 효과를 막기엔 어림없는 일이었다.

칼날에 닿는 도울들이 도망치거나 달려드는 등 갖가지 자세로 얼어붙어 버렸다.

이 때 무언가가 찬영의 옆을 지나갔다.

두두두!

얼어붙은 도울들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한 마리의 회색빛 소.

-음모오!

찬영이 섬뢰보를 펼쳤을 때의 빠르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가속도였다.

‘꽤나 빠른데?’

찬영은 그런 타우린의 활약을 보며 놀라워했다. 포식자가 도울에서 타우린으로 바뀐 것이다.

펑! 펑! 펑!

뛰어든 타우린의 몸통이 얼어붙은 도울에게 부딪칠 때마다 도울들은 하나같이 산산조각 나며 생명을 잃어버렸다.

돌이 된 데다 달리는 가속도까지 붙으니 타우린의 몸통 박치기는 생체병기가 따로 없다.

녀석의 활약에 흥이 오르자 찬영의 어깨가 더욱 거세게 들썩였다. 이런 식으로 빠르게 호흡을 맞춰가는 타우린과 찬영.

아슬란이 도울을 얼리면, 얼어붙은 도울의 생명을 끊는 건 타우린의 몫이 되었다.

그사이 1분이 훌쩍 지났다. 어느새 둘의 주위엔 도울의 시신이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 지천에 깔리게 됐다.

한데…….

“너…….”

다시 타우린을 내려다본 찬영은 깜짝 놀랐다.

스킬이 해제된 타우린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던 것이다. 황급히 쥐고 있던 아슬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타우린에게 다가갔다.

“음모오오…….”

이어서 픽, 쓰러지려는 타우린.

찬영이 빠르게 두 손을 뻗어 타우린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이마를 비비며 더욱 품속으로 파고드는 녀석.

‘이 녀석, 왜 이러지? 어디가 아픈 것 같은데. 방금 전의 싸움이 상처를 입게 한 건가?’

찬영은 타우린의 털 구석구석을 손으로 헤집으며 상처가 나 있는 걸 찾아보았다.

하지만 웬걸, 타우린은 다친 데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아 도타를 불렀다.

‘그래, 도타라면 알겠지.’

“도타! 타우린에게 물어봐요. 어디가 아픈 거냐고.”

다가온 도타가 말했다.

“딱딱. 아픈 것이 아닙니다. 딱. 타우린님은 지치신 겁니다. 주인님.”

예상 못한 대답.

찬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쳤다고?”

“예, 제가 체력이 소진되면 더는 약초를 캘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딱딱.”

“그래요?”

찬영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네.”

괜히 호들갑 떠는 부모라도 된 것 같아 겸연쩍어진 찬영.

콧등을 긁적이며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안아달라며 칭얼대는 녀석.

-음모오.

“기다려.”

녀석의 배를 툭툭 두드려주며 일어났다. 녀석의 기력이 빠졌다고 하니 좋은 생각이 난 탓이다.

찬영이 도타를 보며 물었다.

“그럼 몸보신 시켜주면 되는 문제겠네. 안 그래요?”

몸보신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도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이후 찬영은 둘을 데리고 계속 사냥에 나섰다. 또 다른 약초 채집을 통해 타우린의 기력을 회복시켜 줄 참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기력 문제라면, 타우린이가 기력을 차리게끔 약초를 잔뜩 먹이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타우린이 약초밭에서 먹은 약초 개수까지 포함해 총 20개의 약초를 섭취 후에 배부름을 호소하기 전까진 말이다.

찬영은 그즈음 명확히 깨달았다.

전투로 인해 지친 건 배부르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게 첫 번째였고, 배부름이 행복 지수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행복지수가 타우린의 배부름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두 번째였다.

체력 제한이 있기에 약초를 무한정 채집할 수 없는 도타처럼, 타우린 역시 행복 지수가 10이 되자 더 이상의 약초 섭취가 불가능했던 것.

그 말은 즉.

배부름 = 행복지수 = 약초 20개 (가) 모두 동일한 수치라는 거다.

물론 일정 부분이 아쉽기야 했다.

‘20개가 한계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약초를 먹여 녀석의 발육 속도가 좋아지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나 타우린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소환수.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스킬 개방으로 인해 가치 수치가 대폭 늘어난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러니 행복지수건 무엇이건 타우린의 피지컬은 계속해서 고속 성장을 보일 터였다. 필요한 건 시간뿐이다.

해서 찬영은 조급해 하지 않기로 생각을 정리하며, 금세 다른 일에 몰두했다. 타우린 육성을 위해 한동안 대기하고 있던 도타에게 약초 채집을 시작하게 한 것이다.

당연히 채집 즉시 몬스터가 떼를 지어 몰려왔다.

놈들의 타깃은 도타였다. 하지만 가치 2,000 ~ 4,000 정도의 몬스터들이 찬영의 공세를 막아 낼 리 만무했다. 찬영은 몰려드는 몬스터들이 도타에게 손도 못 대게 원천 봉쇄해 버렸다.

그로 인해 도타는 이전보다 2회가 늘어난 총 5회의 채집을 성공리에 완료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동안 농장 관리를 통해 성장한 가치가 체력 증가에도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채집 횟수가 무려 2회나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겨우 2회라고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찬영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도타는 여기 미지의 땅에서 셋 중 유일하게 약초 채집과 재배가 가능한 특별한 존재이며 찬영이 방문하지 않았던 그동안, 프린초를 15개나 재배한 능력자였다.

당시 3회 채집만으로 이 정도 성과를 일궈 낸 도타이니 5회 채집을 통해 회수하게 될 작물의 개수는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면 늘었지,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둘 모두 내게 다양한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 될 거야.’

찬영은 확신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스킬 강화라……?”

바로 도타의 스킬 개방 이후 스킬 강화가 가능하다는 창이 등장한 덕분이다.

나타난 창을 살펴봤다.

-타우린의 스킬 개방으로 인해 타우린의 영혼 조각을 스킬 강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우린 잔여 조각 : 13

13번의 스킬 강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거듭 놀라운 일이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할 추가 환경이 갖춰진 거다.

“좋아, 그럼…….”

찬영은 시간 끌 것 없이 곧장 스톤 엣지의 스킬 강화를 시작했다.

-스톤 엣지가 +1 강화되었습니다.

동시에 햇볕 받는 강아지처럼 옆으로 누워 있던 타우린의 몸이 한 번씩 웅웅거리며 하얀 빛으로 물들어갔다.

외형적으로 달라진 건 없었다. 대신 가치 측정 수치가 300 늘어났다.

찬영은 이로 인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킬 개방이 600이고 강화가 300 상승이구나.’

겉모습은 차이가 없으나, 앞으로 스킬 위력 면에선 큰 차이가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찬영은 남은 12번 강화 후 더욱 더 성장한 타우린을 기대하면서 계속 강화를 진행했다.

-스톤 엣지가 +1 강화되었습니다.

-스톤 엣지가 +1 강화되었습니다.

-스톤 엣지가 +1 강화…….

연달아 업그레이드 창이 뜨던 그때, 갑자기 누워 있던 타우린이 하늘을 보면서 강하게 울기 시작했다.

-음모오오!

스킬 강화가 정확히 아홉 번째 이뤄진 시점이자, 스톤 엣지의 레벨 10 달성 완료인 그 순간이었다. 녀석이 갑자기 기력이라도 치솟았는지 벌떡 일어나며 온몸을 좌우로 비틀기 시작했다.

콰드득!

그러자 타우린이 디디고 있는 땅 밑에서 커다란 손 형태의 돌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찬영의 몸을 한 번에 움켜쥘 정도로 큰 크기였다. 그런 게 무려 열 개나 튀어나와 타우린의 다리, 몸 할 것 없이 온몸을 낚아채 땅 밑으로 끌고 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콰드득!

너무 찰나 간에 벌어진 일이라 뭘 할 새도 없었다. 거기에 더욱 놀라웠던 건, 타우린이 끌려들어간 땅은 움푹 파인 곳도 없이 여전히 평평한 땅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돌이 튀어나왔던 부분도 타우린이 끌려들어간 땅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만큼 멀쩡했다.

놀라운 건 둘째 치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때, 잠자코 있던 도타가 안광을 빛냈다.

“주인님. 딱. 타우린님의 2차 성장이 시작됐습니다. 딱.”

도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가로 나타난 창이 도타의 말에 설득력을 실어 줬다.

-첫 번째 스킬의 Lv. 10 강화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그로 인해 타우린이 1차 형태에서 2차 형태로 성장합니다.

-2차 형태로 인해 두 번째 스킬 개방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 개방 스킬은 엑시스 퀘이크입니다.

-두 번째 스킬 개방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로 인해 실버 1급 박스 획득하였습니다.

동시에 방금 전 타우린이 끌려들어갔던 땅속에서 커다란 돌들이 또 다시 땅을 통과해, 하나 둘씩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리 법칙을 거스른 광경이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찬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담담히 지켜보는 게 최선이었다.

그사이, 솟아오른 돌들이 서로 강한 이끌림을 가지고 있는지 빈틈없이 붙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진 건,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아치형의 문이었다.

그 문 뒤 편의 어둠 속에서 콧김을 뿜는 존재가 있었다.

‘타우린!’

어둠에 일렁이는 형체는 이전의 타우린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터벅터벅.

이어서 위엄 있게 어둠을 걸어 나오는 검은빛 털을 지닌 소. 하지만 찬영이 이제껏 알던 타우린이 아닌 건 확실하다.

먼저 보인 건 발굽이었다. 다른 소와 별 다를 것 없던 네 개의 발에는 이제 돌의 정령인 걸 증명하듯 회색빛 돌이 발 주변에 덮여 있었다. 좌우로 흔들리는 짧은 꼬리 역시 돌에 덮여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회색 뿔이다. 색만 회색이 아니다. 생긴 것만 봐도 돌로 만들어진 뿔이 확실해 보였다.

변화 이전만 해도 뿔 하나 없던 검은 송아지는 이제 강력한 소가 되어 나선형 형태로 생긴 뿔을 지니고 나타난 것이다.

쿵쿵.

타우린이 한 걸음씩 내딛으며 다가오자 땅이 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 만큼, 타우린의 몸무게는 이제 대격마大格馬 수준의 크기가 되었다.

더 이상 찬영이 업고 다닐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몸길이만 해도 2m가 넘어 보이니까.

쿵쿵쿵.

이어서 타우린이 돌의 문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덩달아 그 문도 땅 밑으로 사라졌다.

쉬힉.

그리고 남은 건 할 말을 잃은 찬영과 그를 그윽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타우린. 스킬 9개 강화로 인해 생긴 변화라곤 믿기지 않았다.

-타우린-돌의 정령.

-가치 : 5,400 (성장형)

-설명 : 타우린은 잊힌 정령의 화신입니다. 성장시키세요. 타우린이 성장할수록 타우린의 주인 역시 강해집니다.

-행복지수 : 10 -배부름 상태가 유지될수록 행복지수는 상승합니다. 행복지수가 높을수록 성장 발육이 좋아집니다.

-Lv. 11 스톤 엣지 : 발동 시 온몸이 돌이 된다.

-Lv. 1 엑시스퀘이크 : 반경 15m 의 돌들이 타우린의 제어 아래 놓인다.

이제 녀석은 웬만한 몬스터조차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강해졌다.

찬영도 그제야 깨달았다. 소환수와 함께 강해진다는 게…….

“이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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