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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64화 (64/248)

# 64

#64.

“딱. 정령들께선 미지의 땅에서 수확한 작물들을 즐겨 드십니다.”

“그럼……?”

찬영이 도타가 재배한다고 했던 프린초가 떠올랐다.

본래라면 스텟 상승을 위한 초석이 되어야 했지만 지금은 녀석의 배고픔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프린초는 많이 자랐어요?”

“딱, 물론입니다.”

도타가 성큼성큼 황무지가 있던 자리로 찬영을 데려갔다.

그러자.

“음모오오!”

타우린이 흥분했다.

-Lv. 1 : 프린초 밭

-수확 가능 개수 : 15

최근 못 보던 사이 황무지는 프린초 밭이 되어 있었고 그 위엔 프린초 15개가 배꼼 솟아 있었다.

“놀랍네요, 이걸 그새 다 키운 겁니까?”

“딱, 딱. 저는 작물 재배를 잘합니다.”

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인정.”

정말 박수 한 번 쳐줄 만큼 도타는 찬영이 맡긴 일을 잘 해냈다.

‘섭취하면 이게 다 스텟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겠지.’

언젠가 이 밭이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커진다면 굳이 훈련 하지 않고 약초만 먹어도 육체, 혹은 모든 게 더욱 진화되어 갈 것이다.

막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타우린이 밭 위로 달려가 재배한 프린초를 하나 둘씩 우물거리며 정신없이 삼켜대기 시작했다.

-음모오!

그러고는 기분 좋게 소릴 내는 타우린.

하지만 딱히 스텟을 빼앗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약초야 또 재배하면 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타우린의 성장에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녀석이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거니까.’

플래티넘 박스에서 태어난 녀석인 만큼 그 잠재력도 무궁무진 할 거란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기분 나쁘기보단 오히려 배고파 하던 타우린이 행복해 하자 덩달아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왜 다른 사람들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 경우 반려우지만.’

그때쯤 도타가 재차 말을 걸어왔다.

“딱, 딱. 작물들을 더 심고 싶습니다. 저는 체력이 충만합니다.”

“그래요? 그럼 더 심지, 왜……?”

“새 약초를 키울 씨앗이 부족합니다, 딱. 밭을 확장하려면 큰 돌을 부술 곡괭이가 필요합니다. 딱.”

도타의 말을 듣고 나니, 황무지인 땅을 확장하려면 아무래도 보조 아이템이 필수인 것 같다.

하나 그러려면.

“코인이 필요할 텐데?”

이렇게 묻는 건 당연했다.

씨얏이야 함께 사냥 혹은 약초 수집을 하면서 획득되는 거라 쳐도 곡괭이 같은 보조 아이템은 코인을 통해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려면 작물을 떠돌이 상인에게 팔아 코인을 벌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찬영이 이어서 물었다.

“혹시 제 부재 동안 떠돌이 상인이 찾아온 적 없었습니까?”

“딱, 있었습니다. 제게 맡기신 물품은 모두 처리해 뒀습니다.”

“잘했어요. 얼마나 받았어요?”

“80브론즈 코인을 받았습니다.”

“80브론즈? 이곳에서 그 정도면 얼마나 값어치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도타, 코인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딱, 딱. 물론입니다. 브론즈 코인은 가장 하위 화폐입니다. 100브론즈가 모이면 1실버 코인이 100실버는 1골드가 됩니다. 골드 이상의 상위 화폐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찬영에게 도타가 80브론즈가 든 주머니를 건넸다.

“전해 받은 80브론즈입니다.”

“아녜요, 내게 줄 필요 없이 오두막에 가서 필요한 곡괭이부터 사요.”

하지만 대답 이후에도 도타는 반응 없이 코인 주머니를 계속 내밀고 있었다.

의아해진 찬영이 주머니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됐대두?”

“딱, 딱. 주인님.”

“네.”

“곡괭이를 사려면 코인이 모자랍니다.”

“진작 말하지…….”

찬영은 조금 겸연쩍게 코인을 회수해간 뒤 도타에게 재차 물었다.

“그럼, 곡괭이를 구입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합니까?”

“90브론즈가 더 필요합니다. 딱, 딱. 총 1실버 70 브론즈 코인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네.”

아무래도 오늘 사냥을 나가야 될 것 같단 생각이 스쳤다.

그즈음 들려오는 쩝쩝거리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찬영의 눈에 타우린이 프린초를 전부 먹어 치워 버린 게 들어왔다.

“허……어지간히 배고팠나보네.”

-Lv. 1 : 프린초 밭

-수확 가능 개수 : 0

휑해진 밭을 보며 찬영이 도타를 힐끗 쳐다봤다. 새삼 병아리부터 타우린까지 도타가 책임져야 할 식구가 늘어났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원래 가장의 삶이 다 그런 거랍디다.”

도타는 무슨 소린지 모를 테지만,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준 찬영이었다.

예상대로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도타의 시선를 마주하면서 엷게 미소 지었다.

“모르면 됐습니다. 그나저나, 병아리는 얼마나 컸어요?”

도타가 찬영을 쳐다보던 시선 그대로 대답했다.

“영계가 되었습니다. 딱, 딱.”

“예? 벌써요?”

깜짝 놀란 찬영은 도타를 따라가 직접 확인해 봤다.

그의 말대로 병아리는 어느새 붉은빛을 띠는 영계로 자라나 있었다.

‘이렇게나 빨리?’

미지의 땅이 가진 이점 덕분일까?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 속도였다.

놀라고 있는 와중. 도타가 영계가 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달해 줬다.

도타가 말하길, 병아리는 프린초를 개간하면서 생기는 파생되는 벌레들을 주식으로 먹으며 자랐고, 그로 인해 병아리와 프린초 둘 모두 잘 자라나는 선순환이 되었다고 한다.

거기다 앞으로 열흘 안에 알을 낳을 수 있는 시기까지 접어든다고 하는 걸 보면, 일석이조를 가지고 온 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로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대단하네요.”

찬영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의 구슬땀이 가져온 결과들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까닭이었다.

새삼 그의 가치가 1,500으로 급성장한 것만 봐도 그가 고생한 노력들이 충분히 피부에 와닿는 시간이었다.

병아리까지 돌아본 그 후, 찬영은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타우린의 배고픔을 해결하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창들을 되짚어 본 것이다. 먼저 확인 한 건 골드 8급 박스와 실버 1급 박스.

띵.

익숙한 소리와 함께 획득한 물건 창이 연달아 나타났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어.’

골드 8급 박스에선 가치 2,550의 도른의 검이 나왔고 실버 1급 박스에선 가치 1,400의 오드론 나무로 만들어진 방패가 나왔다. 직접 쓰기에는 쓸모가 없으나, 히든 퀘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이보다 좋은 아이템은 없다. 박스들은 이쯤 하면 됐고.

‘다음은…….’

소환수 도감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감은 하얀 바탕 화면에 정사각형의 액자가 열세 개 걸려 있는 형태였고, 그중 첫 번째엔 타우린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그 외 나머지 열 두 개의 액자엔 검은색 물음표가 자리 잡았다. 결국 타우린을 제외한 열 두 개의 소환수가 아직 남아 있단 얘기일 터였다.

찬영의 눈에 이채를 띠었다.

‘또 어떤 소환수일까?’

글쎄, 모를 일이다.

이번엔 검은 소가 나왔으니 다음엔 새? 사자? 호랑이 혹은 상상도 못할 녀석이 나올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녀석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전에 밭부터 확장해야겠어.’

타우린만 봐도 그렇다.

이 소환수들이 나중에 미지의 땅에 모두 머무는 걸 떠올려 봐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준비해야 할 일거리가 늘었다는 것.

언젠가 녀석들을 전부 부양하려면 지금 규모의 밭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앞으로 밭을 얼마나 늘려야 되나.’

새로운 고민거리가 늘어난 찬영이었다.

“도타.”

“딱. 예, 주인님.”

“나갈 채비하세요.”

더 시간을 끌 필요 없다 판단한 찬영.

당장 확장하기 위해선 여러 작물들을 캐오는 게 우선일 듯싶다.

“알겠습니다. 딱.”

대답을 마친 도타가 함께 있던 타우린을 내려다봤다.

“주인님. 딱.”

“네.”

“딱. 타우린님이 함께 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위험할 것 같은데…….”

찬영은 잠시 타우린을 쳐다봤다. 타우린은 어느새 찬영에게 다가와 이마를 비비는 중이었다.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품 안에만 지킨다고 성장할 것 같진 않다.

‘소환수의 성장이 나의 성장을 가져온다면…….’

타우린은 좋던 싫던 자신과 한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러자면 타우린을 여러 상황에 적응하게 훈련시키는 것도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일이었다.

찬영은 불가피한 일이라 판단한 뒤에야 결국 타우린의 합류를 승낙했다.

* * *

그렇게 오두막을 떠난 일행은 남쪽으로 노선을 정했다.

저번 탐험 시 진행했던 길은 북쪽 7km 정도.

이번엔 가보지 않은 방위를 택했다.

동시에 찬영은 말을 잘 듣는 도타와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타우린을 지키기 위해 직접 타우린을 어깨에 업고 나아가고 있었다. 워낙 근력이 성장한 탓인지 타우린 정도의 무게는 끄떡도 없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얌전히 어깨에 올라와 있던 타우린이 어깨에서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음모오…… 음모오!

녀석과 함께 도타가 눈을 돌려 어딘가를 쳐다봤다.

“딱, 딱. 타우린님이 브루초를 찾으셨군요!”

난생 처음 듣는 명칭에 찬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브루?”

“예. 딱, 딱. 브루초는 약 스무 개의 독을 밀어낼 항체를 가진 약초로써…… 딱, 딱.”

그쯤 들어도 알 만 했다.

“좋은 약초인가 보네요.”

“네. 딱. 그렇습니다.”

대답하는 도타와 함께 찬영은 어깨에 올라와 있는 타우린을 힐끗 쳐다봤다.

‘이 녀석, 약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구나.’

그래, 맞다. 약초를 캐는 데엔 시각만 이용되는 게 아니다.

타우린처럼 후각도 이용한다.

만약, 땅 밑에 숨어 있는 약초라면? 그래, 그 역시 타우린이라면 금세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녀석, 약초 레이더였네.’

찬영은 처음 자각하게 된 타우린의 능력에 감탄하며 녀석의 머리를 기특하게 쓰다듬었다. 타우린이 목을 쭉 빼며 혀를 날름거렸다. 배고프다는 무언의 시위다.

-타우린이 배고파합니다.

-타우린이 놔달라고 합니다.

또 다시 뜨는 창을 보니, 약초를 찾는 후각은 그야말로 녀석의 배고픔이 만들어 낸 집념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찬영은 결국 타우린을 손에서 놓아주었다.

‘약초를 찾아낸 상은 응당 줘야겠지.’

황급히 달려가 약초를 마구 캐먹기 시작하는 타우린.

그때였다.

-타우린이 약초를 뽑아 먹었습니다.

약초 냄새가 1분간 진동합니다.

진동하는 약초 냄새를 맡은 생명체들이 날뜁니다.

생명체들이 1분간 타우린만 노립니다. 타우린을 보호하세요.

‘하아…….’

도타나 이 녀석이나 도발 레이더인 건 마찬가지인 모양.

찬영은 손을 뻗어 아슬란을 쥐었다.

쿵쿵.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생명체들의 발걸음 소리.

한데.

-음모오!

타우린은 겁도 없이 찬영의 발 옆에 서서 경계 섞인 콧김을 뿜기 시작했다.

‘이런 게 자식 키우는 맛인건가.’

찬영은 타우린이 너무 기특해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사이 쿵쿵거리며 나타난 건 찬영의 허리까지 오는 크기의 거대한 들개들이었다. 아니, 딱히 들개라고 보기도 어렵다. 들개와 늑대 사이의 짐승인데 크기가 호랑이에 버금갔다.

저벅저벅.

하나 문제는 녀석들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

한 마리, 두 마리.

놈들은 점차 숫자가 늘리더니 찬영 일행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주위를 빼곡히 둘러쌌다.

-크르르릉.

곧 녀석들의 이름, 가치 측정이 전부 보였다.

명칭은 도울, 가치 1,800대의 몬스터였다.

이 정도면 아슬란만 몇 번 휘두르면 끝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타우린으로서는 상대하기 힘든 적들이었다. 찬영은 타우린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나서려 했다.

그 순간.

콧김을 뿜던 타우린의 검은빛 털들이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털들도 모자라, 털이 없는 다리 부위까지 전부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뒤따라 뜨기 시작한 창들.

-타우린이 적들을 경계합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첫 번째 소환수 스킬을 개방합니다.

-타우린의 스킬 최초 개방 업적으로 인해 추가로 실버 10급 박스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킬을 구현한 타우린은 분명 돌의 정령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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