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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59화 (59/248)

# 59

#59.

화르륵!

시작은 검붉은 망토의 변화였다.

망토가 찬영의 흉근과 복근을 중심으로 넝쿨처럼 휘감았다.

순식간에 턱, 눈과 코까지 범위를 확장한 망토가 상, 하체, 발목까지 모든 곳을 둘러싼다.

지직.

그러자 망토 위로 돌연 붉은 화염이 솟구쳐 번져갔다.

불길은 마치 찬영의 전신을 태워 버릴 듯 눈 깜짝할 새 그를 휘감아 버렸다.

휘이이익!

하나 그것도 잠시, 불길이 잦아든 찬영의 전신은 휴머노이드형 슈트로 둘러져 있었다.

공진의 특수기술.

광화.

그것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형태는 한때 애용했던 여왕의 총체와 비슷하다면 비슷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들이 있다.

우선 색이 달랐다. 또한 날개가 없고 목과 코, 그리고 입술을 전부 덮은 마스크가 헬멧을 대신하며, 여왕의 총체보다 훨씬 더 인체 형태에 가까웠다.

급소 부위들의 착용감이 다른 부위보다 좀 더 두텁게 설계된 것만 봐도 인체를 고려한 설계란 게 느껴질 정도.

더불어 외관상 보기에도 그랬다. 마치 사람의 피부를 벗긴 인체 위에 검붉은 색을 덧씌워 놓은 듯 했으니까.

하나 외관상 인체와 다른 게 있다면 그건 어깨와 등을 한꺼번에 두른 볼록한 형태의 두터운 견갑과 등갑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있는 부위 강화가 아니다.

이유가 있음을 플레이 체험을 통해 알아낸 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워밍업은 충분히 끝났다.

휘이이잉!

몸속에서 쭉쭉 사라지는 마나 소모가 느껴졌다. 광화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마나들이다. 하지만 그 전에 끝내면 그만.

화르륵!

등과 어깨에 부착된 갑각-甲殼에서 마나가 연소되기 시작하며, 찬영이 눈을 들었다.

타깃은 몰려오는 섀도 헌터를 포함한 그 뒤에 킬킬거리는 난쟁이들.

‘라비.’

등판을 통해 마나와 기압이 뒤섞였다.

퍼어엉!

뒤따라 슈트의 등판에서 마나 불길이 치솟았다.

쐐앵!

마나 터보와 같다.

이를 통해 섬뢰보, 에어펀치 그것들 이상의 속도를 낸다.

명시된 기술은 아니지만 찬영이 찾아낸 광화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

쾅!

찬영이 디디고 서 있던 자리에 발자국이 뚜렷이 남으며.

쐐액!

몰려든 섀도 헌터에게 쇄도했다.

쾅! 쾅!

부딪치는 섀도 헌터들은 트럭에라도 치인 듯.

종이 인형처럼 몸이 찌그러져 날아갔다.

이 순간,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찬영 스스로뿐.

쐐액!

때마침 시야 한쪽에 킬킬거리는 라비들이 들어왔다.

“키키킬!”

“불! 불이다!”

두려움에 흩어지려는 라비.

하나 모든 스텟의 300% 증가까지 시작된 마당에 느려터진 이동속도론 그저 허망한 반항일 뿐이었다.

콱!

손을 뻗은 광화 위에 불길이 치솟았다.

쭉쭉 줄어드는 마나 소모.

분명 오래 지속하진 못한다. 하나 주위에 있는 라비를 쓸어버리는 덴 충분.

“용의 발톱.”

쇄도하는 찬영의 팔위에 화염이 또 다시 치솟는다.

마나 700이 쑥 빠진 이 순간.

찬영의 두 눈에 붉은 안광이 일렁였다.

파괴의 열망이 깃든다.

놈들을 다, 태워 버릴 것이다.

쐐애애액!

발톱 형태의 불길이 눈을 감았다 뜨기도 전에 두 팔과 양 어깨, 그리고 등을 감싸는 것도 모자라 찬영의 팔보다 열 배는 커졌다.

쐐액!

그리고…….

콰악!

두 발톱이 마치 라비들을 끌어 안 듯 단박에 일거에 휩쓸어버렸다.

콰콰콰!

그야말로 불길의 파도.

이는 라비뿐 아니라 섀도 헌터들까지 집어삼켜 버렸다.

그 안에선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발톱이 그것들을 움켜쥔 순간, 검은 재조차 되지 못하고 타 버렸으니까.

팟.

동시에 광화 위로 타올랐던 불길이 ‘탁’ 하고 꺼져 버렸다. 그리고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삽시간에 사라진 화염의 파도, 하지만 지나간 흔적은 분명했다.

라비, 섀도 헌터 등 몬스터 군단 대부분이 단 4초 만에 소멸된 것이다.

살아남은 병력의 사기 상승은 당연했다.

“전투를 끝내자!”

“헤일로를 위해!”

“그들의 안식을 위해 싸우자!”

한순간에 전세가 뒤바뀌었다.

라비는 전멸했으며 남아 있는 섀도 헌터는 해 봐야 스물 정도.

몇 안 되던 레드 스컬까지 뒤늦게 가세한 카일과 도레인 그리고 벡에 의해 전멸했다.

이제 병력은 몬스터보다 월등히 앞서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가운데 벡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카슬라의 믿기지 않는 배신을 전투로 풀어 버리려는 듯 섀도 헌터들을 거침없이 베어 나갔다.

툭, 툭.

허망하게 죽어가는 섀도 헌터.

헤일로 전선의 운명을 걸었던 전투가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 * *

전장이 서서히 정리되어 가는 동안.

카일은 고베이와 함께 조금 여유를 찾았다.

동시에 그의 눈에 찬영을 향한 경외, 감탄, 놀라움 등이 서렸다.

“믿기 힘들군…….”

항상 짓던 무표정조차 유지하기 힘든 지경.

“하…….”

대신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제껏 찬영의 활약은 넝쿨 성채에서 질리도록 봤다. 빙결 효과가 있는 그 거대한 칼을 통해 일으킨 마법인지 검술인지 모를 그 힘.

하지만 레이븐을 단번에 얼어붙게 만들 때 깨달았다.

‘넝쿨성채에서 사용한 힘은 십 분지 일의 힘도 아니었구나.’

하지만 지금은 또 다시 생각을 정정해야 했다.

“다 틀렸던 거다, 내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카일. 그만큼 방금 전 찬영이 일으킨 불길의 파도는 상상 못한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마치 6, 7서클 대마법사의 힘이라도 보유한 것 같다.

실제로 그만한 힘을 가진 대마법사를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만약 본다면 ‘이 정도 힘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카일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고베이조차 입을 벌리고 감탄 했다.

“오래토록 알폰에 머무르며 이만한 규모의 마나 파동은 평생 처음일세. 이런 게 갓피스의 힘이라면……. 한때 왕국, 제국들이 그들에게 운명을 걸었던 게 이제야 납득되는군.”

“예, 납득이 되고도 남는 것 같군요.”

대답하는 카일의 눈에 홀로 서 있는 찬영이 들어왔다.

* * *

하나 정작 모든 경외를 받고 있는 찬영은 전투가 끝났다는 걸 깨닫고 쉴 틈 없이 다른 일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바로 새롭게 나타난 창들.

물론 그중엔 몬스터 제거 업적 달성과 그에 따른 아이템 획득 창이 가장 많았다. 몬스터와 연이어 전투를 벌이는 동안 자동 루팅, 자동 파밍이 원활히 이루어진 덕택이다.

100칸의 인벤토리가 금세 가득 차 버렸다.

온 힘을 다한 데다 수많은 목숨까지 구한 결과물인 것 같아 더욱 뿌듯하다.

다만….

인벤토리가 가득 찬 뒤부턴 동일한 창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인벤토리가 가득 찼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장하세요. 인벤토리를 확장하려면 대륙 복원을 진행해야 합니다.

대륙 복원.

그래, 잘 아는 얘기였다.

이미 베아트리체 또한 얘기했듯이, 갓피스인 자신은 대륙 복원을 위해 힘써야 했다.

인벤토리 또한 그에 맞게 확장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찬영의 주의가 집중된 이유는 인벤토리의 확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넝쿨성채를 수복한 것도 모자라 목책 전선의 방어까지 완료한 순간, 이제껏 못 보던 형식의 퀘스트 창이 나타난 탓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히든 퀘스트 발생

-히든 퀘스트는 일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 발생합니다. 퀘스트 완수 시 보상이 주어집니다.

-히든 퀘스트 : 헤일로 전선을 구원하라.

-넝쿨 성채의 수복과 헤일로 전선의 수비를 도운 당신에게 그들의 존경심이 상승합니다.

-오슬로 구릉의 레인저 존경심 + 40

-헤일로 골짜기의 엘프 존경심 + 40

-단, 현재 헤일로 전선의 운명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헤일로 전선의 전력을 강화하세요.

-퀘스트 완료 조건

-목책 재건 -0%를 100% 로 완성하세요.

-망루 재축조 -0개를 다섯 개 늘리세요.

-부상자 14명을 회복시킨 후 다양한 방법을 택해 성장시키세요. 가치 측정 시 평균 5000이 되어야 합니다.

-현황 평균 : 3520

한동안 띄워진 창을 차분히 읽어갔다.

이윽고.

‘……후.’

짧은 한숨.

분명 쉽지 않은 퀘스트였다.

물론 목책과 망루를 세우는 건 그리 어려울이 아닐 거다.

썩지 않은 나무를 골라내 다시 무너진 것들을 재건하는 건 헤일로 전선의 병력이 가장 잘하는 일일 터였다. 거기다 앞으로 밀려올 몬스터까지 생각해야 했다.

지금 같은 수준이라면 혼자서도 막아 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력 강화.

가지고 있는 심법들이라도 가르쳐 줘서 성장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지고 있는 심법과 이와 관련한 로이크, 프라이의 이네이트는 모조리 일인 귀속이다.

그럼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이동 계열 스킬 트리가 전부.

물론 이 세 개만 완벽히 가르쳐 줄 수만 있다면 전력 상승이야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은 동작을 하나, 하나 나눠서 가르쳐 준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동작들로 가득하다. 목책부터 망루까지 헤일로 전선을 다시 재건해야 하는 이들에게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고 하기는…….

‘힘들지.’

더구나 이 기술들은 전부 마나가 기반에 깔린 이네이트.

마나 제어들이 결합되어야 더욱 위력 있게 발휘되는 것들이다. 레인저들 중엔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도 많다.

한때 지구에서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게 각성자뿐이었듯이, 시드 대륙에서도 마나를 느끼고 다룰 줄 아는 이들은 대다수가 아니다.

그럼 이 두 개의 이네이트를 전수 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갈릴 거다.

‘괜한 짓이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엔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찬영은 만약을 가정하고 미련 없이 이네이트 전수를 접었다.

딱히 분쟁이 날거라 확신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결속력을 의심해서도 아니다. 그저 만약을 대비할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찬영은 다시 본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처음 생각했던 계획대로 가야겠어.’

따지고 보면 이네이트는 또 다른 방법을 궁리하면서 떠올린 것일 뿐이었다.

찬영은 이 퀘스트를 받자마자 본래부터 계획했던 일이 이 일에 영향을 미칠 거란 걸 깨달았다.

그가 계획한 건 바로…….

‘장비 제작을 시작해야겠다.’

아슬란 획득 이후 목책으로 귀환하면서 생각했던 큰 그림이 바로 이것이었다.

‘대륙 복원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힘들어.’

개인이 전 대륙을 오고 가며 몬스터와의 싸움으로부터 모두를 지켜 줄 순 없다.

제이나와 같은 갓피스들이 늘어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먼 얘기다.

그럼?

결국, 각 전선마다 스스로를 지켜야 한단 말이었다.

그리하여 생각한 게 바로 제작 도구, 이전에 획득한 빌의 초급 제작 도구와 오렌의 절구다.

하지만 빌의 경우 4백 정도의 제한이, 오렌의 절구는 7백 이상의 가치 제한이 걸려 있다.

이젠 개인 성장에 쓰이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하지만 헤일로 전선에 자리 잡은 엘프, 레인저들은 다르다.

이곳은 영주성과 달리 이곳은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전장 한가운데다.

대장장이든 목수든 인적 자원의 이주가 위험한 지역이라 그들의 보급을 원활히 뒷받침해 줄 보조 지원이 없다.

카일에 의하면, 그나마 버틴 것도 인력이 무척 부족한 영주성에서 인력을 짜내고 짜내 매달 1회 보급 부대를 보내 줬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그만 하면 할 말 다 한 셈이었다.

그러니 제작 도구를 통해 그들의 장비를 새로 채워주는 거다.

“제작 도구에서 뭐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그들의 전력을 상승하는데 큰 도움 되는 게 나올 거다.

물론 당장이야 개인 이익 면에서 보자면 일부 손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영주에게 팔아도 될 만한 물건들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다. 이 일이 선순환이 될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장비를 갖춘 병력들이 새 무장을 하고 헤일로 협곡을 넘나들고 고향을 수복한다면…….

‘이곳은 영주성 다음으로 안전한 베이스캠프가 되겠지.’

또 다른 던전 구획을 토벌하기 위한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다. 앞으로 헤일로 전선에 인접한 또 다른 던전으로 떠날 찬영에게도 분명히 득이 될 일이다.

히든 퀘스트는 그런 큰 틀에서 보자면, 어차피 해야 할 일에 대한 부차적인 보상일 뿐이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곧 이것들을 얻을 수 있겠지.’

이어서 찬영이 보상 항목을 보았다.

-히든 퀘스트 완료시 획득할 보상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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