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자동보상-43화 (43/248)

#43

눈앞에 있는 띄워진 창을 보며 찬영은 충분히 만족했다.

-최초 약초 채집 업적 보상으로 병아리를 획득하였습니다. 병아리는 영계와 종계를 거쳐 노계가 됩니다. 종계에 이르면 부화 속도가 빨라 알을 자주 낳습니다.

창에서 시선을 떼자, 보상으로 획득한 병아리가 찬영의 발끝에서 삐약거리며 서성거렸다.

새삼 웃음이 나왔다. 병아리까지 키우게 생겼으니까.

한동안 병아리를 귀엽게 보던 찬영은 몸을 낮춰 병아리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도타를 쳐다보았다.

“도타.”

“예, 딱, 딱. 주인님.”

“병아리를 키우는 것도 도타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까?”

농장의 성장은 도타와 관련 있다. 찬영은 병아리를 키우는 것도 도타의 성장과 관련이 있을 거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딱. 농장의 관련된 모든 것은 도타의 성장과 함께 합니다.”

“그래요?”

“예, 딱.”

도타의 말을 듣고 나니, 찬영은 앞으로도 병아리 키우기와 같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긴. 농사도 재능이란 얘기가 있는 걸 보면 스텟 농장을 잘 키우는 게 마냥 쉬운 일이 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고된 농사 뒤에 달콤한 수확물이 있는 것처럼.

‘잘만 키우면 스텟의 높은 상승을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어떤 부차적인 이득을 획득할 지도 모르고…….’

그래, 윈윈 게임을 추구한다.

도타의 성장도, 농장의 발전도, 그리고 자신의 성장까지. 물론 그 전에 이 농장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미지의 땅에 있는 몬스터들은 어디서 왔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의아하긴 했지만…….

‘그런 것들은 땅이 확장될수록 차차 알게 되겠지.’

지금은 먼 곳에 있을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성장이 없으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생각을 정리한 찬영이 도타에게 말했다.

“도타. 다음 채집으로 넘어가죠.”

아직 채집은 끝나지 않았다.

* * *

그 직후 도타는 두 번의 채집을 더 했다.

총 3회.

물론 그러는 동안 역시나 약초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덤벼왔다. 하지만 건틀릿의 위력이 워낙 강해서, 단숨에 그래비티 필드 안에 가둬서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다. 이전보다 늘어 버린 마나가 그 힘을 탄탄히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는 중에 신기한 사실도 알아냈다.

약초를 발견해 캐지 않으면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놈들은 약초 냄새에 흥분해 덤벼드는 몬스터들인 것 같았다. 결국 약초 캐는 도타가 없으면 놈들과 싸우지 않는단 얘기.

그건 반대로 도타가 끊임없이 채집한다면 놈들을 계속 만난단 얘기이기도 했다. 물론 위험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도움이 된다. 플레이 체험은 해 봤어도 직접 타깃을 놓고 건틀릿을 활용해 보긴 또 처음이라 좋은 실전 경험이 된 것이다.

추가로…….

‘업적 보상들도 얻고 있으니.’

보상도 충분했다.

특히 가치 측정으로 확인해도 미지의 땅에 있는 몬스터들 역시, 뉴 게이트를 통해 넘어왔었던 놈들에 비해 약할 것 같진 않았다.

‘계속 한다면 이것 또한 좋은 훈련이 될 거야.’

스텟 상승과 실전 훈련의 추가 경험까지, 이쯤하면 미지의 땅이야말로 맞춤형 훈련장이라 해도 무방했다.

다만…….

채집을 무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긴 했다. 알고 보니 도타에게도 체력이란 게 있어서, 채집을 하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도 모두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둘은 총 3회의 채집을 끝으로 오두막으로 돌아오게 됐다.

“도타.”

약초가 남긴 포대자루를 내려놓은 도타가 찬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 딱, 딱. 주인님.”

찬영은 먼저 인벤토리에 있던 잡템들을 꺼내 뒀다.

방금 전 몬스터를 잡으며 자동 파밍된 아이템들이었다.

그 외, 찬영이 이제껏 남겨 둔 잡템들도 섞여 있었다.

“이것들 한번 볼래요?”

찬영이 꺼내든 건 그릿트의 다리, 그릿트의 팔, 그릿트의 뿌리, 등이었다. 그러자 도타가 그 아이템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말했다.

“딱, 딱. 이것들은 전부, 농장 발전에 쓰일 수 있습니다. 떠돌이 상인에게 팔아도 됩니다. 제가 보관할까요? 딱.”

“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잡템의 가치들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농장의 발전에 쓰이는 게 나을 것같아 꺼내 봤는데 그 생각이 유효했던 모양이었다.

찬영은 마지막으로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병아리를 꺼내 넘겼다.

“여기…….”

병아리를 소중히 받아든 도타가 찬영을 쳐다보자 찬영이 덧붙였다.

“잘 부탁해요.”

“딱, 딱. 도타는 모든 가축을 잘 키웁니다.”

도타가 병아리를 안고 오두막 안으로 향했다.

체력 자체 회복을 위해 사라진 그를 두고, 찬영은 슬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아직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염왕권을 플레이 체험을 통해 훈련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염왕권, 플레이 체험.’

곧 오두막이 보였던 찬영의 시야가 삽시간에 플레이 체험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 * *

철썩, 철썩.

‘이번엔 바다인가?’

바뀐 풍경을 둘러보며 찬영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았다.

플레이 체험의 좋은 점은 매번 장소가 바뀐다는 것이다. 찬영의 인생에 한 번쯤 경험해 본 곳, 혹은 TV, 지도를 통해서 보았던 곳들 모두……. 기억 속 모든 장소가 플레이 체험의 장소가 된다.

찬영은 부드러운 모래 사이에 두 발을 깊숙이 넣은 채 염왕권을 떠올렸다.

염왕권.

열 세 번째 별 중 하나이자, 잊혀진 전승자 로이크의 유산. 그건 마나를 불길처럼 일으켜 활용하는 마치 마법과 무공의 연장선상 같았다. 눈앞에 있는 창을 쳐다보았다.

잊혀진 권법가의 염왕권(炎王拳)

-가치 : 2700

-숙련도: 2%

-화(火) 속성 친화력 30% 상승.

-선붕파(旋崩破) 발동. 1초당, 마나 30 소모.

-‘?’ : 스토리 체험 완료시 개방.

‘?’는 염왕초혼심법을 익혀야 개방되는 게 틀림없을 테고. 나머지 중엔…….

‘선붕파?’

찬영은 낯선 기술 명을 보고 난 후 직접 펼쳐보기로 했다.

머릿속에 각인되긴 했지만,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기술 사용법을 되새겼다. 천천히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스으으.

움직이는 몸짓에 따라, 거친 느낌의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파앗.

그리고 찬영의 양손이 힘 있게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일권을 뻗을 때마다 주먹 끝에 흩어지는 화염이 공기를 후끈 달궜다.

달궈진 공기는 찬영의 두 발, 두 손에 모두 휘말려간다.

펑! 펑!

반경 1m의 모든 것이 찬영의 손끝, 발끝에 모두 빨려 들어갔다. 빨려 들어가며 부딪치는 강한 압축력은 마찰을 일으키고, 마찰은 불길을 일으켰다. 그 불길이 손, 발에 닿는 모든 것을 부수고 태운다.

“후우…….”

한참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찬영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이게 가능하다고?’

너무 어마어마한 위력이라 웃음이 나왔다. 불길을 사용할 뿐 아니라 그 불길과 뒤섞여 창안된 초식들은 모든 것이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위력, 빠른 공수전환, 그리고 그로 인해 나올 수 있는 반격의 타이밍들, 다수를 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질 않는 기술이다.

방금 전 펼친 선붕파만 봐도 그랬다.

선붕파를 펼치는 데 뒷받침되는 모든 연결 동작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하나 아쉬운 건 이곳이 플레이 체험의 공간이라는 것.

보통 장비를 다루는 건 플레이 체험을 통해서 금방 능숙해진다. 장비의 경우엔 어떻게 사용하는지만 익혀도 현실에서도 사용하는 게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네이트의 경우엔 다르다.

사용 방법에 대해서 숙지한다고 한들 플레이 체험에서 능숙히 펼쳐 보았던 이네이트를 똑같이 현실에서도 능숙하게 펼칠 순 없다.

뒷받침되는 게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플레이 체험이야 무한에 가까운 마나에 어떤 동작을 펼쳐도 뒷받침해 주는 완벽한 신체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지.’

그래, 그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찬영은 이네이트의 경우엔 단순히 사용법만 익힐 뿐 아니라 현실에서의 목표점을 잡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목표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일 권, 일 권을 뻗을 때마다 체력 소모가 엄청날 것 같은 건 둘째 치고.

선붕파를 펼칠 시엔 1초당 소모되는 마나량도 신경 써야 한다.

그뿐일까?

강한 압력과 마찰 그리고 화염을 다루는 것도 세심한 제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로이크의 오만함이 사실은 그럴 만했다 싶다.

그렇다고 로이크가 호감이란 얘긴 아니지만.

‘그래도 놀라운 이네이트를 배우게 된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앞으로 수반되어야 할 훈련은 고단할지 몰라도 건틀릿을 착용한 새로운 공격 패턴이 생겼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 분명하다. 거기에다 아직 염왕초혼심법이 장착되지 않은 염왕권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장착된 후의 염왕권은 대체?’

어느 정도 위력일까?

새삼 혀를 내두른 찬영의 눈빛에 앞으로 맞이할 일들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 * *

플레이 체험까지 마무리 짓고 나온 찬영이 천천히 눈을 뜨자, 로그인 캘린더는 2회. 12회 차가 되어 있었다.

그새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온 것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현실 시간과 플레이 체험, 스텟 농장 등.

다른 공간에 있다는 느낌만 받을 뿐.

시간은 전부 동일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켜 침대를 빠져나오자 찬영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건 소파에 누워 있는 이규복이었다.

‘언제……?’

스텟 농장과 플레이 체험을 하는 사이에 온 모양이었다. 제대로 잠도 못 이뤘는지 그는 곤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찬영은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빼와 그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하지만 그게 그를 깨운 건지.

돌아서려 하던 순간 이규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으…… 그새 잠들었나 봅니다.”

기지개를 피며 말하는 이규복.

찬영이 다시 그를 돌아봤다.

“더 주무시지 그러세요.”

“하암, 아닙니다. 이만하면 많이 잔거예요. 요즘 정말 바쁘거든요.”

잔뜩 지친 기색의 그를 보니, 찬영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얼마나 바쁜지.

‘그나저나…….’

며칠 만에 본 이규복의 가치 측정을 보니 그의 성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7,300?’

놀라운 수치 상승이다. 이전의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준.

‘던전을 탐사하는 게, 그의 성장을 불러온 건가?’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이규복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찬영 씨를 보러 더 빨리 올 수는 있었습니다. 던전에서는 그제 복귀하긴 했거든요.”

“아, 그래요?”

“네, 그런데 수반되는 서류 처리가 워낙 많았어요. 진짜……. 서류들 때문에 죽을 맛이죠. 원래 과도기란 게 그렇잖아요?”

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금은 세상과 세상의 과도기다. 새로운 단계의 시대로 접어드는……. 그러니 이규복같이 그 중간에 있는 각성자들은 특히나 바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이야.’

프리랜서긴 해도 V.O. 소속이라, 이러한 서류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건 내심 다행인 부분이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찬영이 묻자 이규복이 그제야 할 일이 생각났다는 투로 ‘아’하고 가방을 꺼냈다.

“이건 최근 통합된 던전 매뉴얼이에요. V.O.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펌과 국가가 참여했죠. 살펴보시는 게 던전 진입 전에 많이 도움 될 겁니다. 물론 존경스러운 영주님의 협조 아래 이뤄진 거죠. 이 모든 게.”

“존경스러운……?”

그새 영주님이 종교라도 된 건가 싶어 농담 삼아 묻자 이규복이 얼른 대답했다.

“그냥 붙여 봤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이방인들을 이렇게 아무 제약 없이 받아 주는 영주가 세상 어디에 있겠어요? 물론 앞으로는 또 모르죠.”

“그건 그러네요.”

이규복 말이 맞다. 아직 대륙의 땅은 제대로 복원되지 않았다. 베이콥 영주는 그중 한 사람의 영주일 뿐 왕권을 가진 왕이 아니다. 긍정적 상황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사실.

이규복은 그걸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저희 쪽에서 걱정할 문제고. 찬영 씨에게 찾아온 건 그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어떤 문제 때문에?”

바쁜 그가 온 걸까?

찬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이규복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물론 그 내용은 그렇지 않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찬영 씨. 블루 게이트와 관련해 비공식 소환에 한 번 서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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