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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0화 (10/248)

# 10

#10.

곧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딱딱한 등껍데기 대신 온갖 촉수가 기생하는 트럭 다섯 대를 합쳐 놓은 것 같은 크기의 거대 거북이었다.

이를 본 이규복도 혀를 내둘렀다.

‘이거야 원…….’

생각보다 판이 커진 모양새였다.

알고 보니 서 있던 곳이 거북이 등껍데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유 있게 웃었다. 아직 생존자가 많았고 더욱이 찬영의 합류가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결과는 승리.

상황은 예상보다 깔끔히 정리됐다.

물론 거북이는 컸다. 하지만 공격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일전의 기습이 녀석의 최선이었던 모양이었다. 만약 기습이 통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뒤집혔을지 모르지만 거북이 휴거는 선공 기습을 실패했다.

휴거 움직임을 미리 파악한 찬영 덕택에 인력 손실이 전무했던 것이다. 더구나 찬영은 애초 1그룹 계획과는 무관한 변수였기에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움직였다.

근접에 취약한 원거리 각성자가 재정비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 주기도 하고 직접 타격을 주기도 했다.

더블 피니시의 절삭력은 촉수 달린 거북이 휴거의 등껍데기까지 베어 버릴 정도였다.

찬영 한 사람의 합류로 전투에 가담한 1, 2그룹의 각성자들은 훨씬 높은 생존률을 보장받게 된 셈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찬영의 공헌을 인정했다.

그렇게 사태가 진정되자 모래밭에 쥐죽은 듯 널브러진 휴거 시신들 사이로 살아남은 각성자들은 너도나도 줄을 섰다.

“자, 자, 한 분씩 명함 받아 가시면 됩니다.”

이규복의 실력을 직접 확인한 각성자들이 부하 직원에게 서로 명함을 받아 가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이건 생존했기에 가능한 여유임을.

찬영 또한 그랬다.

* * *

찬영은 지친 몸도 쉬고 사색도 할 겸, 각성자들의 틈바구니를 빠져나왔다. 각성자가 현실에 되돌아가는 것은 정해진 순서가 없다.

돌아가는 대기 시간이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있다.

이번엔 눈앞에 타이머가 생겼다. 십 분 뒤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사이 사람들이 활약 잘 봤다며, 덕분에 살았다는 등의 호의를 보였지만 그들의 칭찬을 받고자 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모래사장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아예 자리를 잡은 찬영은 눈앞에 깜빡이는 글씨를 보고 있었다.

기여도 창이었다.

3그룹에 속해 휴거를 한 마리도 못 잡을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휴거를 잡을 수 있었고, 리더 휴거를 쓰러뜨린 것까지 한몫하게 된 것이다.

-무리에서 벗어난 별주부, 제거 업적 달성. 기여치 : 7. 1%

-별주부의 흠집 난 방패를 획득하였습니다.

-가치 : 100

나쁘지 않은 기여도와 완성된 아이템 하나. 그 외에 피다일을 잡으며 얻게 된 몇 가지 여러 다양한 잡템들, 피다일의 조각난 이빨, 피다일의 혈흔이 묻은 껍데기 등이 보였다.

하지만 의외인 부분도 있었다. 흠집난 방패의 경우 분명 리더 오오쿠라보다 강한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은 이전 오오쿠라의 칼의 가치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뻔했다.

‘……기여도 7%.’

100%였던 기여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수치였다.

별 다른 차이점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으니 기여도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나쁜 성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서 잡긴 힘든 네임드 휴거인 데다가, 이로 인해 추가된 내용이 찬영을 고무시키는 중이었다. 찬영의 시선은 새로 생성된 창으로 향했다.

-2회 기여치 획득으로 인해 봉인된 로그인 캘린더가 열렸습니다. 소환 시, 비소환 시 모두 적용됩니다.

‘로그인 캘린더라니…….’

찬영은 달력과 동일한 화면을 보며 넋을 잃었다.

캘린더의 형태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의 달력이었다.

옛날 목욕탕에 가면 자주 보던 달력과 동일한 사이즈다.

추가로 왼쪽에서부터 차례대로 1회에서 10회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었고 10회마다 보상 받기가 쓰여 있었다.

현재 나온 건 30회까지였다.

그다음 회 차는 30회를 모두 채우면 나타나는 식인 모양이었다. 결국 어릴 때 보았던 출석 보상과 동일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10회마다 박스 보상이라…….’

현재 달력에 기록된 건 8회 차, 그리고 매 10회 차마다 보상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그 외에 신경 쓰이는 건, 아무래도…….

‘비소환 시.’

비소환 시라면 현실 세계의 날짜를 뜻하는 것일 테고, 소환되지 않는 하루 또한 캘린더 1회 차로 인정해 준다는 것 같은데…….

그건 이틀간 소환되지 않는다면, 공짜로 박스를 획득할 수 있단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찬영은 설마 소환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생각을 지웠다.

어쨌건 2회가 더 추가된다면 10회 달성이다.

자신의 성장을 따라와 주듯 로그인 보상 역시 계속 진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모든 건 내 노력에 달려 있어.’

아무리 좋은 장비가 나와도, 그 장비를 사용하는 건 자신이다.

‘더욱 더 성장해야 한다.’

찬영은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다졌다.

로그인 캘린더 10회 보상은 과연 뭘 안겨 줄까?

* * *

그 생각을 끝으로 마음을 정리하면서 조용히 현실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찬영의 등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풍경 좋네요. 같이 좀……?”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규복이었다.

마침 생각이 정리된 터라 괜찮았다.

“앉으세요.”

찬영이 허락하며 옆으로 비켜 앉아 주었다.

‘이번엔 또 뭘까?’

찬영이 보기에 그는 할 일 없는 사람이 아니다. 뭔가 용건이 있을 것이다.

찬영이 동의하자 그는 찬영의 옆에 칼을 칼집에 꽂아 넣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악수를 건네는 그.

찬영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규복 씨 덕분입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규복 그의 진두지휘는 물론 메인 활약이 없었다면? 휴거들을 쓰러뜨리더라도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죽었을지도 모르고.

“제 덕분이라니, 기분 좋네요. 하긴, 제가 좀 하죠?”

찬영은 순순히 감탄했다.

“네.”

그 대답에 이규복이 조금, 겸연쩍어했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으시면…… 좀.”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감명 많이 받았습니다.”

감명이란 말에 이규복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감명이요? 어떤?”

“스텝이요. 스텝에 따라 가지고 계신 칼의 궤적이 달라지더라고요.”

이규복의 미소가 짙어져 간다. 소환은 무작위여도. 오래 살아남는 자들은 무작위가 아니다. 그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설명 못할 무언가가.

이규복은 장담컨대 찬영이 오래 살아남을 것에 뭐든 걸 수 있었다. 긴박한 순간마다 누군가의 장점 혹은 단점을 파악하고 분석한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재능이다. 그럴 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이규복은 찬영과 흡사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찬영에게 구구절절이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니 칭찬은 당연했다.

“잘 보셨네요.”

동시에 이규복은 찬영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스텝을 얘기하며 찬영이 보인 모습은 분명 호기심. 그리고 호기심이 충족되지 못하면 당연히 아쉽다.

이규복은 그래도 찬영이 더 다가오지 못할 걸 알았다.

다가오려면 회사에 소속되어야 했고, 자신과 교류해야 할 테니까.

‘흐음, 회사 내규상 몇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하지만…….’

그럴 때는 둘 다 ‘윈윈(Win Win)할 수 있는’ 차선책이 있기는 하다.

회사 즉, 펌에서 알게 되면 잔소리 좀 듣겠지만 뭐.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생각을 정리한 이규복이 찬영에게 먼저 다가갔다.

“휴거는 계속 나타날 거예요. 그리고 다양해지겠죠.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에 맞게 대처 방법을 세우고, 강해져야하는 거겠죠.”

“펌에 들어오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래, 거절이다.’

단호히 말하려던 찬영에게 이규복이 진심으로 충고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펌, 굳이 안 들어오셔도 돼요.”

“……?”

찬영이 되물었다.

“펌에 소속되신 분 아니었습니까?”

“맞죠, 근데 꼭 펌에 정직원만 있겠습니까? 계약직도 있고, 무기 계약직도 있고, 거기다가…….”

빙긋 웃는 그가 덧붙였다.

“프리랜서도 있죠.”

“프리랜서……?”

“네,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프리랜서죠.”

하지만 여전히 찬영은 회의적이었다.

‘프리랜서라고는 해도 결국 펌에 족쇄에 잡혀 움직여야 한단 이야기…….’

뭘 하든,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규복도 예상한 부분.

“걱정 마세요. 계약이라고는 해도 실질적으로 저희 펌에 구애 받는 일은 없으니까요. 회사와 계약하는 게 아니라 저랑 하시는 겁니다.”

“그러셔도 됩니까?”

“안 되죠. 그러니까 비밀이고요.”

‘비밀이라…….’

그것은 서로에 대한 족쇄, 혹은 신뢰에 대한 대가.

찬영은 이제 그가 이렇게까지 해서 자신을 왜 프리랜서로 두려는지 궁금했다.

‘대체, 왜 나를?’

“왜 하필 저입니까?”

“방금 전에 보여 주신 활약 때문이죠. 추가로 방금 제 스텝에 대한 견해까지요.”

이규복이 이어서 자신이 느낀 바를 대놓고 말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빠른 적응력. 그건 천부적인 거죠. 스텝이요? 스텝이야 누구든 평가하고 호기심을 가지죠. 하지만 자기 이네이트를 성장시키기 바쁘지, 타인의 이네이트까지 주의 깊게 보진 않죠.”

사실이다. 부정하기 힘들어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찬영의 내심을 살핀 이규복이 씩 웃었다.

“아마 돌아가시면 제 스텝에 대해 연구하시게 되시겠죠, 그렇죠?”

“…….”

굳이 입 밖으로 동의하진 않았지만…….

‘귀신이네.’

이 정도면 이규복, 이 사람은 돗자리 깔아도 될 것 같다.

침묵이 긍정이란 걸 눈치 챈 이규복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 보세요. 그러니까 제가 선생님과 협업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여기 있는 누구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걸 선생님께서는 하시려 하잖아요.”

미소 지은 그가 품안에서 작은 큐브를 꺼내 들었다.

얼핏 유리처럼 보였다. 손바닥 안에 담길 정도의 크기였다.

뜬금없이 그가 그걸 건넸다.

“괜찮다면 한번 들어 보실래요?”

“이건 뭐죠?”

찬영이 큐브를 들어 보면서 물었다.

“휴거의 일부 채취물이나 녀석들의 시신 조직을 담는 밀폐 용기로 보시면 돼요. 웬만한 충격엔 깨지지 않게 설계됐죠.”

이규복이 뒤에 있는 별주부 시신을 힐끗 보며 덧붙였다.

“놈들을 통째로 가져가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여러 복합 연구가 더 진행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거든요. 서먼 홀과 현실 두 공간을 오고 다니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 무게는 50kg 이내니까요.”

50kg이라고? 찬영은 처음 듣는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이규복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실험으로 알아낸 정보 중 하나예요. 특별히 드리는 겁니다, 아시죠?”

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수 없이 특별한 정보가 맞다.

‘내 인벤토리는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편이구나.’

그들은 50kg 이내이나 자신의 인벤토리는 무게 대신 수량에 의해 정해진다.

현재 인벤토리는 100칸.

이것만 봐도 자신의 독자적 능력의 쓰임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질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이 차이점을 추가로 깨닫게 된 건 역시.

‘이규복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가능했다.’

어쩌면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 정보 공유는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제가 만나는 휴거의 일부, 조직을 채취해 드리면 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걸, 제게 소환 이후에 전해 주시면 되죠.”

“그러니까 저를 펌과 관련 없는 독자적인 프리랜서로 쓰고 싶으시다는……?”

“네, 비선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이제 들을 만한 것은 다 들었다. 하지만 찬영은 확답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물을 것이 남았다.

“이 일을 해 드리면,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뭡니까……?”

이규복이 두 팔을 벌렸다.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지요.”

찬영의 눈이 빛났다.

원하는 게 무엇이든지라고?

그렇다면 당장 가지고 싶은 게 있다.

“그럼 이런 것도 가능 합니까……?”

찬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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