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자동보상-3화 (3/248)

# 3

#3.

‘일단 모습은 악어 사무라이인가?’

정찰한 사람의 말대로 놈들은 딱 악어의 생김새였다.

하지만 얼굴만 그럴 뿐 몸체는 사람의 형태와 동일했다. 마치 일본의 에도 시대에 있을 법한 사무라이들 같다.

찬영은 녀석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 오오쿠라의 수하3

별 두 개짜리였다. 수하3뿐만 아니라 달려오는 녀석들 모두 수하5, 수하6, 수하8이란 이름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난전.

첫 원거리 공격은 기세 좋게 휴거들에게 날아갔지만, 몇 마리 맞히지 못했다. 원거리 공격 방법은 마법, 총, 활 등 별게 다 있었지만 다들 소환된 지 몇 번 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민첩한 휴거를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녀석들은 더 가까이 접근해 왔다.

장검을 제외한 나머지 초보자 장비들을 착용한 찬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몇 마리 안 죽고 개체 수가 거의 유지되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근접전을 해야 할 사람들의 책임이 커질 것이다.’

철컥.

근접이라면 소총보다는 산탄총이 나았다. 산탄은 확산력이 좋아서 지금과 같이 근접전인 녀석들에게 효과적이었다.

초보자 장검은 마나총에 비해 효율성이 적었다. 그래서 산탄총 A-9를 들고, A-9의 잔여 탄을 계산해 두었다.

이전에 남은 마나탄까지 계산해서 총 스물두 발. 하지만 스물두 발이라고 해 봐야 산탄총은 두 발씩 들어간다. 열한 번을 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신중하게 쏴야 한다.

쐐액!

“부딪친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근접전에 능한 각성자들이 달려 나갔다.

채챙, 쾅!

온갖 곳에서 비명 소리 혹은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중간에 찬영이 있었다.

난전으로 인해 더 이상 김종두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찬영은 익숙한 광경 속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그건 찬영의 재능이기도 했다. 스스로의 침착함을 유지하는 호흡.

한때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면서 생겨난 버릇 같은 것이었다. 급박하거나 중요한 기점에는 항상 이 작은 호흡을 한다.

두 번 툭툭. 한 번 길게.

그 호흡은 신기하게도 긴장으로 경직된 몸을 한결 이완시켜 준다.

탕!

총성과 동시에 날아가는 마나 산탄은 정확히 휴거 두 마리에게 꽂혔다.

찬영은 바로 옆에서 위기에 처한 원거리 타입의 각성자를 보았다. 그를 살려야 원거리에서의 지원 사격을 다시금 받을 기회가 생긴다. 재빨리 그의 어깨를 꽉 눌렀다.

“숙여요!”

날아오는 검날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발사.

탕!

두 번째 산탄이 일본도처럼 기다란 도를 내리찍던 휴거의 얼굴에 정면으로 관통했다. 하지만 아직 안도할 수 없었다. 오른편에 달려온 녀석까지 함께 맞힐 생각이었지만 오른편 휴거에게는 빗나갔던 것이다.

‘젠장, 안 맞은 건가!’

오른편 휴거는 훌쩍 뛰어 산탄 범위를 벗어났다.

그 때 아까워하는 찬영의 등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서렸다.

그 그림자를 먼저 본 사람은 찬영이 구한 원거리 타입의 각성자였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질려 말해 줄 타이밍을 놓쳤다. 그리고 찬영의 정수리 위로 휴거의 도가 떨어졌다.

쐐액!

기어코 떨어진 칼날.

기기긱!

어금니를 꽉 깨문 찬영이 허리를 베이면서도 다급히 A-9로 막아섰다.

뚝뚝.

힐끗 보니 피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초보자 장비를 꼈는데도 녀석의 칼이 찬영의 방어구를 뚫은 것이다.

자잘한 부상을 제외하면, 처음 입은 큰 부상이다.

허리춤에 화끈거림을 무시하고 휴거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휴거의 완력은 상상 초월이다.

도가 찬영을 밀어내자 버텨 내던 찬영이 붕 날아올랐다가 바닥을 몇 바퀴 굴렀다. 하지만 이것도 네 번째 로그인 당시 마셨던 브론즈 9급 로그인 보상인 알페힘이 만든 근력 비약을 복용했기에 잠깐이라도 버틴 것이었다.

‘나흘 간 근력 증가 80%라더니. 괜한 소리가 아니었어!’

소환되기 전 배 점장과의 일도 아마 알페힘의 근력 비약이 가져온 결과물이 틀림없었다.

그야말로 건강한 사람 두 명 근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해야 하는 건 배 점장 같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 이 정도 근력은 잠깐 버티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 새 휴거의 일본도가 겁먹은 원거리 각성자를 다시 노렸다.

찬영도 그것을 보았다.

‘어림없지……. 쉽게는 못 죽일 거다.’

철컥.

남은 마나탄을 계산하며 장전했다.

‘하지만 산탄이라 자칫하면…… 저 사람도 맞는다. 맞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은 하나뿐이다.

‘좀 더 접근해야 해!’

찬영이 땅을 박찼다. 근육은 전신에 두루두루 있다. 근력은 그 근육들의 총체적인 힘을 뜻한다. 그러니까 근육을 쓰는 달리기도 비약의 효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순간, 힘껏 당겨진 종아리 근육이 툭 하고 찬영을 밀었다. 몸이 잠깐 붕 떠오르며 삽시간에 휴거에게 가까워졌다.

그동안 휴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휴거가 휘두른 칼날이 원거리 각성자를 내리꽂았다.

쐐액!

찬영은 그 중간에 끼어드는 대신, 원거리 각성자의 옷 덜미를 낚아챘다.

탁!

“으핫!”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원거리 각성자를 옆으로 날려 버렸다. 그러자 휴거의 칼날이 헛된 땅만 내리찍었다. 찰나 간 휴거의 이지 없는 검은색 동공이 목표 대상을 바꿨다, 다시 찬영으로. 이는 찬영이 바라던 바였다.

철컥.

휴거가 칼을 다시 들기 전에 미리 장전된 A-9를 치켜들었다.

‘끝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그 뒤편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물체가 아니라 공기가 울리는 것 같았다.

주저하지 않고 사격을 하는 대신 몸을 옆으로 날렸다. 몇 번의 전투 끝에 얻은 건 이런 자잘한 경험들이다. 직감을 무시하지 않는 것.

몸을 피하자마자 날아온 충격파가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휴거의 가슴을 관통했다.

‘분명…….’

공기를 울리는 식의 기술.

그런 기술을 활용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김종두.’

그 녀석이다.

욕을 내뱉는 대신 녀석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멀찍이서 김종두가 고개를 막 돌리고 있었다. 녀석은 흠칫하긴 했지만 태연한 얼굴로 외쳤다.

“고마운 줄 아셔!”

그리고 다시 휴거를 잡는 데 몰입했다. 하지만 찬영은 녀석의 의도를 충분히 꿰뚫어 봤다. 그건 찬영 스스로가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표정, 행동을 살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건 살려 준 게 아니다.’

단언컨대 휴거를 죽이는 데 혈안이 되어 덤벼든 것이다.

‘같이 죽이려 들었어.’

현실에선 저런 녀석들을 사이코패스다, 뭐다 하며 규정하지만 이쪽에선 어떤 법도 내세울 수 없다.

약육강식.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자다.

‘……하나 그것도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계산이 있을 때 가능할 터. 그럼 녀석은 남아 있는 저 휴거들을 정리할 자신감이 넘친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적아를 구분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지?’

그 의문을 던진 순간. 찬영의 눈앞에 전자음이 들린다.

-★★ 오오쿠라의 수하 3을 제거하셨습니다. 쓸모없는 칼을 획득하시겠습니까?

그걸 보니 머릿속이 명료하게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래, 잊고 있었다.’

온갖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건 자신만의 독자적 능력이다. 거기다 휴거를 잡으면 잡을수록 쌓이는 여러 종류의 업적들은 다음 번 로그인 보상에 영향을 미친다.

알지만 너무 당연해서 새삼 깨닫지 못했었다. 이러한 일종의 보상들은…….

‘내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야.’

보상의 형태가 다를 뿐, 녀석들은 이네이트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 힘은 현실에 이어지고, 서먼 홀에 적응해 가는 녀석들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울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로그인 보상을 받는 나처럼, 휴거를 잡으면서 본인들의 실력을 상승시켜가겠지. 각자의 숙련 방법으로…….’

찬영은 잠깐 총을 늘어뜨리고 서서 싸우고 있는 녀석들을 돌아봤다.

‘여기 있는 녀석들 중 일부분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방금 김종두가 벌인 일처럼 말이다.

일방적인 소환은 각자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움직여야겠지.’

찬영은 방금 김종두와 같은 작자들의 욕심을 위해 괜한 희생 따위를 자처하며 뒤통수를 맞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자면 내가 성장해야 한다.’

돌아선 찬영이 아직 겁에 질린 원거리 타입의 각성자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

아까 휴거가 나타난 걸 말해 주지 못한 죄책감이 그에게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찬영이 고개를 저었다.

“살아 있으니 사과는 됐습니다. 다시 자리 잡고 원거리 지원 부탁해요.”

그 덕에 죽을 뻔 했으니 담담하게 대답해준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담담하지 않고 흥분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겁먹은 건 모두가 같다. 두려워도 버티고 선 것과 서지 않음이 다를 뿐.

“그, 그럴게요.”

“……그럼.”

찬영이 가볍게 인사하고 다시 휴거에게 돌아서려 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조, 조심하세요.”

고맙단 인사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이번엔 대답하지 않았다. 마냥 조심만 하고 살기에는, 성격이 그렇게 온순하지 못하다.

* * *

벌써 이번만 열 번이 넘게 소환당해 본 김종두는 잔뜩 신이 났다. 가지고 있는 음폭音爆 계열의 이네이트는 숙련도에 따라 점차 성장해 왔다.

김종두는 이 능력이 자기에게만 주어진 능력이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 휴거를 닥치는 대로 잡아댔다. 뜻대로 사람들이 움직여 준 덕택에 그 일은 더 수월해졌다.

휴거를 모조리 잡기는 힘들기에 일부 휴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최대한 독식하며 정리했다.

이제 남은 휴거는 이제 혼자서 충분히 휩쓸고도 남을 정도.

‘이야, 짭짤하네!’

이 휴거들을 다 잡고 나면 이제 숙련도가 더 쌓일 것이다.

그 숙련도는 다음, 그다음 전투에서 언젠가 빛을 보게 해 주리라. 그리고 여기에 있는 것들을…….

‘모두 수거해야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지금 이 바닥에 널린 휴거 시신들은 모두 돈이다.

그것도 많은 돈.

생존하기 급급한 사람들은 평생 모를지도 모를 테지만.

‘나는 다르지.’

후우!

생각을 끝내며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가 툭 하고 내뱉는다. 뱉은 음파에 연이어 두 번째 호흡을 보탠다.

날아간 음파가 휴거를 뒤흔들며 찢어 놓는다. 이 한 방이면 이 정도 휴거들은 그냥, 개미나 다름없는 것이다.

저벅, 저벅.

김종두의 걸음이 지나칠 때마다 머리가 깨지고, 어깨가 날아간 휴거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쿵. 쿵.

김종두의 눈빛에 욕심이 깃든다. 휴거만큼의 포악함, 내 세상이라는 의기양양한 표정. 하지만 난전 속 그의 오만함이 사람들에겐 여유로 비친 탓인지, 그는 어느새 희망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푸욱!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칼날에 찢기기 시작했다.

“커헉…….”

김종두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자기 가슴을 꿰뚫은 칼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근처엔 아무것도…… 쿨럭, 없, 었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종두를 꿰뚫었던 칼날이 뼈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김종두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칼을 든 휴거가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휴거.

김종두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픽 하고 쓰러졌다.

“안 돼!”

“종두야!”

캠코더를 들고 있던 VJ와 그의 동료 일부가 뒤늦게 다가왔지만, 이미 사라진 휴거를 쫓긴 힘들었다.

“어디야?”

“모, 모르겠어!”

투명화를 가진 휴거의 등장은 순식간에 장내를 혼란에 몰아넣었다.

급변한 분위기에 찬영의 눈빛도 한층 예민해졌다.

‘……투명화라니. 이런 휴거는 처음 본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소환되는 판에 이상하게 여길 것도 없다. 그저 나타날 게 나타난 것일 뿐. 의문보다 대응할 생각이 앞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엇으로 녀석에게 대응할까.

휙휙.

고개를 돌리던 찬영은 먼저 녀석이 나타나는 곳에 주시했다.

“끄악!”

투명한 녀석이 나타나는 곳엔 어김없이 각성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녀석이 등장했다. 하지만 혼란 섞인 사람들은 대응 방법은커녕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누군가 저 휴거를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그럴 만도 한 게 여기서 김종두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다.

상황이 악화되는 건 당연했다.

철컥.

그래서 찬영은 사용하지 않은 마나탄을 체크했다. 누구든 저 휴거를 죽여야 이 지옥이 끝나기에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남은 건 네 발, 두 번의 사격 기회 뿐.

하지만 녀석은 투명화를 쓰는 남다른 녀석이다.

얼핏 녀석의 이름이 보였다.

-★★★ LEADER 오오쿠라

리더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쉽게 말해 녀석은 네임드 휴거인 것이다. 확실히 남달랐다. 투명화를 취소시킬 때마다 언뜻 드러난 몸체는 이번에 만난 휴거들보다도 1.5배 커 보인다.

그 말은.

‘산탄 한 방에 죽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

오늘 만난 휴거들도, 대부분 정면으로 맞지 않으면 숨이 붙어 있었다. 그것만 봐도 보스 격인 녀석의 방어력은 다른 휴거들 이상일 것이다.

‘그럼, 가까이 붙는 게 먼저야……!’

어떻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자마자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다. 그리고 투명 휴거가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중이었다.

마침 녀석의 발치에 죽인 사람의 핏물이 묻어 있는 게 들어왔다.

……그래! 놈에게도 피는 묻는다!

아무리 투명화된 놈이라고 할지라도 핏자국을 계속 남기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하면 녀석의 몸체에 피를 묻힌다면 투명화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피가 묻은 몸체의 일부가 번들거릴 때마다, 녀석이 나타나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한 찬영이 사람들에게 외쳤다.

“……밑을 봐요! 놈의 발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

이제부턴 놈의 발자국을 발견한 다른 각성자들의 제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나머지 휴거와 싸우던 각성자들이 비명 대신 고함을 쳤다.

“이쪽이야!”

“아니! 내 옆에 있어!”

계속된 외침. 소리를 따라 달리던 찬영이 방향을 틀어 신호등 앞에 섰다.

그 순간, 투명 휴거가 다시 나타났다. 투명 휴거의 앞엔 미숙한 각성자가 있었다.

-쇄액! 쐐액!

“꺼, 꺼져, 꺼지란 말이야!”

각성자는 창을 흔들며 발악했다.

댕강.

하지만 투명 휴거가 한 번, 크게 칼을 휘두르자 창이 잘려나갔다.

창대만 남은 각성자가 놀라서 뒷걸음질했다.

툭.

각성자의 등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황급히 고개를 든 각성자의 눈에 담담한 표정의 남자가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찬영이 말했다.

“가만히 있어요.”

찬영의 A-9가 남자의 어깨 너머로 삐죽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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