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심연의 성전 - 개전 준비 (2)
중앙 대륙 북동쪽이자, 동시에 동방 제국의 극서에 위치한 웅장한 해안 도시.
제국의 수도, 차르그라드.
쭉 뻗은 대로와 실로 웅장한 길을 따라, 프랑지아의 사치스러운 왕성조차 소박한 시골 귀족의 것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황궁이 있다.
혁명 프랑지아를 대표해서 온 모리스 탈레랑 총재는 급박한 상황이고 뭐고 알 바 없다는 듯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그를 안내하는 엘프의 뒤를 따라 궁을 거닐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빨리 좀 가자고 다그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좀 익숙해지고 이런 상황이 오니까 오히려 그의 마음이 느긋해진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 하여 주시옵소서-!”
탈레랑은 흐릿한 눈으로, 황궁의 앞에서 무릎 꿇은 채 울부짖는 동방 제국의 인간 신하들을 슥 보고는 저들이 저러고 있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움직이는 엘프 대신의 뒤를 따랐다.
동부가 초토화 당하는 와중에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해달라고 갈구하는 인간들과, 그러거나 말거나 별 위기감 없이 느긋하게 하던 대로 살려고 하는 엘프들의 간극.
그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감상하며 걸은 끝에, 탈레랑은 드높은 차르의 옥좌에 당도했다.
“모리스 탈레랑이 혁명 프랑지아 왕국을 대표하여 위대하시고 고결하시며 유일하신 대륙의 수호자 차르께 인사 올립니다.”
탈레랑은 정중히 인사하며 머리를 조아렸고, 차르는 그러기가 무섭게 손을 휘저었다.
“물러가라.”
“하오나 차르시여, 예법에 따르면…….”
“1,427년 전에 제정된 예법 아니오!”
“제국의 법도에 따라 예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아직 73년이 더 지나야...”
“에에잇, 듣기 싫소! 썩 물러가시오!”
“통촉-”
“그놈의 통촉, 통촉! 이 차르가 뒷목 잡고 넘어가는 꼴을 보아야 나갈 텐가!”
결국 엘프들이 죄다 물러가자, 차르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탈레랑에게로 다가왔다.
“어서 오게, 탈레랑, 제국의 신하여.”
“위대하시고 고결하시며 유일하신 대륙의 수호자께서 이토록 신을 반겨주시니 실로 영광입니다.”
차르는 미사여구 따위 상관없다는 듯 길고, 길고, 긴 옷을 질질 끌며 걸어와 손을 내밀었고, 탈레랑은 잽싸게 마카롱을 담아온 상자의 포장을 뜯고 차르가 먹기 좋게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차르는 가타부타 말도 하지 않고 하나를 집어 입에 넣더니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오, 오오. 이 맛이야, 바로 이 맛! 대체 왜 황궁 요리사는 이 맛을 낼 수가 없단 말인가! 무능한 놈 같으니!”
그야 레시피에서 늘 한둘씩 빼고 알려주니까.
탈레랑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르는 열심히 마카롱을 집어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탈레랑은 인내심을 가지고, 겉으로만 보면 과자나 빵을 좋아하는 10대 소년인 차르의 간식시간을 기다렸다.
어차피 너무 많으면 차르가 싫증 낼 테니, 딱 4개만 넣어왔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마침내 4개를 모두 먹어 치우고 살짝 아쉬운 듯 탄성을 내지른 차르는 이내 탈레랑의 팔을 덥석 잡았다.
“탈레랑.”
“예, 위대하시고 고결하시며-”
“좀 도와주게.”
아, 드디어.
탈레랑은 터져 나올 것 같은 미소를 참으며 물었다.
“위대하시고 고결하시며 유일하신 대륙의 수호자 차르시여, 신이 어리석어-”
“난 그냥 마카롱만 먹으며 편하게 살면 되는데 저 망할 놈들이 매일같이 통촉하라고 해대서 쉴 수가 없어! 난 이제 겨우 200살이라고! 왜 하필이면 내 대에 이런 일이!”
겉보기에는 10대 소년 외모인 200살의 차르는 보석과 금으로 번쩍번쩍하게 장식되어 무겁기 짝이 없어 보이는 제관을 양손으로 잡은 채 발광하더니, 눈을 번뜩이며 탈레랑의 어깨를 잡았다.
“일단 좀 도와주게. 저 망할 꼰대들이 하도 난리 쳐서 정식으로는 어렵다고 해도, 일단 도와만 준다면 내가 황실의 재산으로 달라는 대로 다 주겠네! 내 입장도 알지 않나! 그대처럼 충실한 신하라면 이 차르의 마음을 알아주겠지?”
탈레랑은 더없이 친절하게 웃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위대하시고 고결하시며 유일하신 대륙의 수호자시여. 그러면 우선…….”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온 협정서를 꺼내 들었다.
“신하로서의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신실한 맹세의 서약을 하고자 합니다.”
* * *
이베리카 반도 북부, 무역항 빌바오.
나는 배를 타고 꽤 오랜만에 들어서는 항구를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몰라보게 발전했군.”
처음 올 때만 해도 덩치가 큰 전열함 리브레로 입항하는 것조차 힘들던 항구는 큰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고, 많은 수의 상인과 고용자들이 모여 활기를 띠고 있다.
프랑지아의 교역항인 아키텐에서도 이런 활기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인간 뿐 아니라 오크와 고블린, 간혹가다 수인들까지 자연스럽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광경은 꽤 신선하다.
“아하하하, 오빠가 고생 좀 했다고 하던데.”
샨드라가 히죽거리며 말해서, 나도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오빠를 보겠군, 샨드라.”
샨드라는 슬며시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답했다.
“남편도 데리고요.”
“커흠, 커흠.”
가스통은 슬쩍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사실상의 외교관 겸 주재무관 역할을 하고 있던 샨드라는 올해 초에 정식으로 가스통과 결혼했다.
그러고 나서 이베리카 반도로 가는 건 이게 처음이니, 핫산은 처음으로 결혼한 동생과 재회하는 셈이다.
“그래, 훌륭한 기사도 되었고 주군도 성공시킨 데다, 레이디까지 얻었으니 성공한 인생이지, 가스통?”
“큼. 그걸 다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용병 아버지 밑에서 기사들의 이야기를 읽었다던 남자는 그 꿈을 이뤄내며 나이 먹은 몸이 되어서도 순수한 소년처럼 부끄러워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픽 웃고는 다시 항구로 시선을 돌렸다.
꽤 오랜만에 보는데도 머리에 터번을 두른 까무잡잡한 피부의 깡마른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은 눈에 안 띌 수가 없구만.
“그래. 그러면 처남을 만나보자고, 가스통.”
정박이 끝나고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핫산과 함께 나와 있던 수행원들이 우리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왕의 형제시여.”
“오랜만이군, 핫산. 그동안 잘 지냈나?”
“허허허허, 언제나 몸이 두 개만 더 있었으면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나는 핫산의 농담에 픽 웃으며 빌바오 항구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 그래. 확실히 그럴 것 같아. 내가 본 건 이곳뿐이지만, 제국과의 전쟁 도중에나 지어지기 시작한 항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걸. 이베리카 형제국의 발전은 몰라볼 정도라고 하던데, 그대의 공이겠지.”
핫산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답했다.
“과분한 평 감사드립니다. 허나 실제로는 모든 것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베리카 형제국은 아직까지 거의 프랑지아를 통한 중계무역만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이베리카의 모든 물자가 이곳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 이곳이 조금 예외적인 곳입니다.”
“흠, 그렇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물러나주자 핫산은 시선을 돌려 그의 누이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폈구나, 샨드라.”
“헤헹! 결혼했지롱!”
“저걸 누가 데려가나 싶었더니, 세상 말세로다…….”
핫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리더니, 가스통에게 손을 뻗었다.
악수를 청하는 줄 알고 잡으려던 가스통은 핫산이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덥썩 잡자 움찔했다.
“가스통 경, 어쩌다가 이런 답도 없는 녀석에게 코가 꿰이셨습니까…….”
핫산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측은함과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그게 더 웃겨.
웃으면 안 되는데, 이게…….
“그, 샤, 샨드라는 좋은 사람입니다.”
가스통이 머쓱하게 한 말은 핫산을 달래주지 못했다.
힘으로 붙으면 샨드라에게 1초 만에 당할 것 같은 오라비는 깡마른 몸으로 오히려 샨드라에게 삿대질을 하며 호통을 쳤다.
“이 악독한 녀석! 차라리 좀 때 탄 사람을 꼬실 것이지, 이렇게 순진하고 선량한 기사를 속여서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다!”
“아하하하하!”
“풋, 큭…….”
샨드라가 대놓고 웃어버리자 결국 나도 참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핫산의 가족관계는 들은 것이 없는데 설마 저 나이까지 결혼 못 한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다. 핫산이 생긴 것이 어떻게 봐도 40대는 되어 보여서 그렇지, 나이로는 나보다 겨우 3살 많긴 하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데 궁금하다.
나중에 샨드라에게 몰래 물어봐야지.
“그러면, 모시겠습니다. 왕의 형제시여. 불편함이 없으실 숙소를 준비해두었지요. 오늘은 먼저 여독을 푸시고, 내일 딜루스로 출발하면 될 듯합니다.”
“아아, 부탁하지.”
크리스틴이 매번 준비해주는 마탑제 멀미약이 썩 쓸 만하긴 한데, 그래도 역시 나는 배랑은 별로 안 친한 것 같단 말이야.
크리스틴은 배 위에서도 육지처럼 자연스럽게 생활하던데, 나는 그렇게는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사람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지.
나는 사절단 일행들과 함께 핫산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며 빌바오의 드넓은 시장거리를 흘긋 바라보았다.
기사로서 단련된 청각은 어렵지 않게 그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활기찬 대화를 잡아내 준다.
“프랑지아 쪽이 아니라 중앙 대륙의 다른 국가들의 억양도 많이 섞인 걸 보니, 상인들은 벌써 이곳까지 발을 넓힌 것 같은데? 이만하면 이베리카 형제국의 수교국을 늘리는 것도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이베리카 형제국은 반도를 통일하면서 제법 괜찮은 시장이 되었는데, 그놈의 종교가 발목을 잡아 아직까지는 프랑지아만이 이들의 수교국인 상황이다.
기실 저들의 왕인 크록스도, 저들도 그렇게까지 광신적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앙 대륙의 인간들은 아직까지도 이베리카에 대해 이교도 야만인들의 국가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으니까.
핫산은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빙긋 웃더니 천천히 답했다.
“상인들은 돈을 위해서는 기꺼이 관용과 존중을 베풀 수 있는 자들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이해득실에 따라 얼마든지 거두어들일 수 있는 호의이기도 합니다.”
흠, 과연.
“설사 실리가 있다고 해도 상인들이 개인적으로 이곳에 와서 거래를 하는 것과, 국가차원에서 수교를 하는 것에는 큰 거리가 있겠지요. 이득의 당사자인 상인들이나 국가에서 설사 원하더라도,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이 보기에 우리는 종족도 다른 이교도들이니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그래,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만 흘러가진 않겠지.
“그래도 핫산 그대가 있으니 형제국에겐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야. 신생국이라는 건 보통 행정력의 공백이나 경험 미비로 인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그대 덕분에 그게 많이 줄어드는 거겠지.”
당장 군사의 일이나 알지 저런 쪽은 잘 모르는 나만 해도 다른 나라의 상인들만 보고 희망적인 생각을 했는데, 핫산은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그리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하지만 형제국의 첫 수교와 반도 통일 전쟁의 승리까지, 왕의 형제께서 힘을 보태주지 않으셨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험난했겠지요. 저를 포함하여 이베리카의 모든 형제들은 라파예트 후작 각하께 깊은 감사를 품고 있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기는 했지.
“그래도 나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한 일은 아니야. 지금도 빚 받으러 왔지 않나?”
“허허허허.”
핫산은 노인네처럼 웃더니, 손으로 턱수염을 쓸어내리곤 덧붙였다.
“후작 각하와 프랑지아에게 갚아야 할 빚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저 악마들에게 되갚아 주어야 할 빚이기도 하지요.”
나도 웃었다.
“그래, 그렇지.”
이 이베리카 반도에서 악마 놈들이 벌인 짓은 명백하고, 이들에겐 복수할 명분이 있다.
아니, 애초에 악마들이 중앙 대륙에서 벌여놓은 거의 모든 짓들이 그렇다.
적어도 악마들이 그렇게 설치는 동안은 그들에게 대항할 여력이 없었으니 그래도 상관없었는지도 모르겠다만…….
저들은 그동안 쌓아 올린 원한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 * *
이베리카 반도, 중부.
척박한 황무지 한가운데 살풍경하게 솟아있던 거대한 성채.
한때는 어느 탐욕스러운 족장의 과시욕이 만든 물건이지만, 이제는 그 성채로도 다 덮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진 딜루스의 중심부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어 그대로 도시와 함께 녹아들어 있다.
“굉장한데. 빌바오를 보고 감탄했는데 이건 격이 다르군.”
이베리카 반도의 전쟁이 끝나고, 크라프테와의 전쟁을 치르고.
3년이 넘게 지나는 사이, 딜루스는 규모만으로는 어지간한 프랑지아의 대도시는 물론이고 뤼미에르와도 견줄 수 있을법한 거대한 도시가 되어 있었다.
핫산은 허허롭게 웃었다.
“아무래도 이베리카 반도가 척박하다 보니 더 집중되는 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골머리 좀 썩고 있지요.”
“……그래, 수고가 많군.”
프랑지아도 뤼미에르와 중북부에 집중된 인구 구조 때문에 문제가 있는데, 여긴 그보다도 더 한건가.
하긴, 이베리카 반도의 인구는 다양한 종족들을 다 합치고 잘 쳐줘도 프랑지아의 반이 안 될 텐데 뤼미에르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가 생기는 걸 보면 문제가 없을 리가 없겠지.
그렇게 드넓어진 시가지를 지나 성문을 지나 성채로 접어들자마자.
쿵.
초입에는 고블린.
쿵.
그다음에는 인간.
우리가 지나는 길마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형제국의 군대가 창대를 높이 들었다가 바닥을 내리찍으며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사절단 중 처음으로 이베리카 반도에 온 자들은 이 위압적인 소리에 놀라서 조금 겁을 먹은 것 같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들의 창이 일제히 바닥을 찍을 때마다, 북보다도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들의 행동은 우리를 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처음 이 도시에 들어서 크록스를 맞이할 때와 같이, 지면을 흔드는 진동이 말 위에서도 느껴진다.
2m도 넘는 큰 키의 오크들이 우락부락한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창으로 지면을 찍어대고 있다.
이 광경은 이들이 그때와 변함없는 경의를 보낸다는 표시.
마침내 도착한 요새의 중앙.
인간의 국가라면 흔할 거대한 왕성 따위는 없다.
그저 시가지의 주민이 사는 곳보다 조금 큰 집에, 이베리카 반도에서 그를 따라 싸운 부족들의 상징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을 뿐.
그럼에도 그 앞에 수행원도 없이 서 있는 오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어떤 거대한 옥좌에 오른 왕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여전히 왕관 따위 없이 가죽 장화와 바지만을 입고, 근육이 살아서 꿈틀대는 흉터투성이의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오크가 시가지를 다 뒤흔들 법한 소리로 선창한다.
“Al-ardho!”
“Akbar!”
형제국의 군사들이 일제히 창을 들어 올리며 화답해 울린 천둥 같은 소리가 지나가고.
언제까지고 변함없을 것 같은 저들의 왕에게.
“오랜만이다, 크록스. 이베리카 형제국의 왕.”
“오랜만이다, 라파예트. 나의 형제여!”
나는 웃으며 고했다.
“프랑지아를 대표하여, 그대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
크록스는 그 험상궂은 얼굴로 한껏 미소 지어, 그 흉악함에 사절들을 기겁하게 만들고는 시가지가 떠나가도록 소리쳤다.
“기다리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