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크라프테 전쟁 - 전쟁의 끝
크라프테 왕국의 수도 미텔마르크 인근의 구릉지대.
크라프테 왕국의 수도를 점령한다.
크라프테의 통치에 반기를 들어 독립을 쟁취하려는 작센과 바르샤바의 공작, 그리고 크라프테 왕국의 북부 해안가를 점령하고자 하는 노던 연합 왕국.
연합국의 세 군주 모두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하인리히 왕세자의 크라프테군과 맞서는 중이었다.
병력은 노던 연합 왕국이 3만, 작센과 바르샤바 공작이 각각 1만.
반면 이에 맞서는 하인리히 왕세자의 병력은 상비군 2만과 다급하게 징집한 5천에 불과하다.
연합군은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적의 부대를 감싸듯 공격하며 측면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전투가 시작되자 크라프테군은 쉴 새 없이 기동하며 측면을 내어주지 않았고, 작전 계획대로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계속 추격하던 연합군은 완전히 진형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일국의 군대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진형을 유지하기 힘든데, 하물며 서로 보조를 제대로 맞춰본 적도 없는 연합국이어서야 뻔한 결과였다.
“제기랄, 거리가 너무 벌려졌잖아! 노던 놈들은 왜 따라오질 못해!”
작센 공작은 엉망이 되어버린 진형을 보며 역정을 냈고, 그의 휘하 장군은 창백한 얼굴로 진언했다.
“소, 송구하나 공작 각하! 우리가 너무 돌출되어 있습니다! 여기선 물러나서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적들이 겁쟁이처럼 계속 도망치고 있잖아! 작전회의 당시 우리 임무는 적의 주력군을 상대하는 것이었을 텐데, 그랬다가 동선이 꼬이면 어쩌려고!”
“하오나 공작 각하, 자칫하면 아군이 지나치게 돌출되어 집중 공격을-”
“공작 각하! 적의 총공세입니다!”
“무, 뭐? 잠깐만, 도망치고 있었잖아!”
“반전했습니다!”
실제로 방금까지만 해도 물러나기만 하던 적 병력이 어느새 일사불란하게 전진해오는 광경에, 작센 공작은 비명처럼 소리쳤다.
“으, 응전해! 바르샤바 공작과 노던 국왕에게 빨리 와서 도우라고 하고!”
작센 공작은 당황하며 응전을 명령했지만, 애초부터 부대 간 간격부터 멋대로 늘어진 데다 뒤엉켜 명령 체계부터 흔들리는 군대가 집중된 크라프테군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라프테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작센군은 제일 먼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고, 연합군이 전투에 가담할 때쯤엔 이미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 도망친 뒤였다.
중군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는 사이, 측면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거대한 야망을 품고 친정에 나선 노던 연합 왕국의 국왕, 구스타프 12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전장을 보고 있었다.
“지, 지금 짐이 보고 있는 것이 정녕 현실이더냐?”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구스타프 12세는 완전히 무너져 내려 도망치고 있는 그의 연대들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허탈하게 읊조렸다.
“짐의 12개 연대가 고작 3개의 연대에게 패퇴하고 있다고?”
작센과 바르샤바의 공작은 기껏해야 반란군, 상비군의 비율은 적고 징집병이 많다.
그러니 적을 감싸듯 공격하는, 소위 크라프테나 프랑지아의 세련된 형태의 전술적 교전은 상비군이 많은 노던 연합 왕국이 펼쳐야 옳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전투에서 가장 영웅적인 활약을 가져가고 싶어서 그가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물러나는 크라프테군의 기동에 휘말린 노던 연합 왕국군은 제각각 다른 속도와 위치로 진군하며 진형이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아군이 공격받기 시작하자, 자연히 그들도 측면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인리히 왕세자는 압도적인 병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측면에는 단 3개의 연대만을 배치했고, 구스타프 12세는 측면에 투입한 그의 12개 연대가 능히 승리할 거라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엉망이 된 진형 탓에 12개 연대가 축차투입 된 끝에, 3개 연대의 집중 공격에 각개격파당하며 전부 패주하는 추태였다.
“구, 국왕 폐하! 작센 공작의 군대가 패퇴하고 있습니다!”
“엔더슨 공작이 퇴각 허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폐하!”
“이, 이게 아닌데.”
구스타프 12세는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크라프테의 왕이 제국을 격파하며 대왕이라 칭송받는 광경을 보았다.
프랑지아의 젊은 후작이 전 시대의 영웅들을 쓰러트리는 걸 보고,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여겼건만.
그러나 현실은 쓰디 쓰다.
제대로 된 전투 경험도 없이 단기간 훈련시킨 병사들이 그런 활약을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지나친 망상이었다.
크라프테군에게 완전히 휘둘리고 있는 연합군을 보는 구스타프 12세가 떠올린 것은 프랑지아의 두 사절이었다.
혀에 독을 품은 노련한 남자와, 달콤한 이득을 속삭이던 검은 마녀.
“폐하! 중군이 무너졌습니다!”
“위험합니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폐하!”
구스타프 12세는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는 그의 군대를 보며 한탄했다.
“지, 짐이 속았어, 짐이 속았어! 처음부터 크라프테군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거늘……!”
* * *
노던 연합 왕국과 작센-바르샤바 공작의 연합군은 크라프테 왕국의 수도 미텔마르크 함락을 눈앞에 두고 전투에서 대패하여 물러났다.
“왕세자 전하 만세!”
“미텔마르크는 안전합니다!”
2배가 넘는 적의 연합군에게 대승을 거둔 하인리히 왕세자는 그를 찬양하는 군사들의 환성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대왕의 자식도 아닌 조카로서, 잠정적 왕위 계승자라는 애매한 신분 때문에 항상 처신을 조심했다.
늘 대왕을 찬양하며, 그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은 대왕과는 다르며, 그로서는 도저히 대왕이나 저 라파예트 후작을 따라갈 수 없다고 인정하고서야 그에게로 향하던 칭송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줄이야.
아이러니로군.
하인리히는 자조적으로 미소를 흘렸다.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왕세자 전하.”
하인리히는 그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비교적 젊은 장군들을 바라보았다.
대왕과 영광과 승리를 함께 나눈 나이 든 장군들은 여전히 그의 곁에 남아 있으나, 비교적 기회가 적었던 젊은 장군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수고했네, 샤른호르스트 장군. 그래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이야 충격 받았겠지만, 저들도 아직 여력이 전부 소멸한 건 아닐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만, 대왕 폐하께서 끝내 바후아에서 패하셨습니다. 노던 연합 왕국과 반란군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까지는 할 수 있다고 해도, 프랑지아군이 본국까지 온다면 그걸 막기는…….”
샤른호르스트의 우려를 들은 하인리히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왕은 놀라운 능력자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지아와 크라프테의 국력에서 그 격차가 크다.
크라프테군의 주력인 상비군이 대거 희생된 이상, 이제 제아무리 대왕이라 해도 승기를 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저들의 전쟁 의지에 달렸을 뿐인가.”
저들이 노던 연합 왕국과 작센, 그리고 바르샤바 공작을 돕겠다고 본국으로 진격해온다면 막을 수가 없는 상황.
하인리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크라프테의 국운은 그의 손에 달려있지 않다.
그와 동년배에 대왕을 꺾은 라파예트 후작. 그리고 그가 섬기는 젊은 성녀왕. 그들의 판단에 크라프테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건가.
대승에도 불구하고 자괴감을 곱씹고 있는 하인리히 왕세자에게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왕세자 전하.”
“뭔가, 그나이제나우 장군?”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근방에 와서 전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손님? 무슨 손님?”
그나이제나우가 다가와서 귓속말을 하자, 하인리히 왕세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거의 달리는 걸음으로 손님이 있다는 막사까지 가서, 근처에서야 발걸음을 늦추며 평정을 가장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그가 호위들을 지나쳐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로브를 입은 채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던 여성이 천천히 후드를 벗어 내렸다.
“승전을 축하합니다, 하인리히 왕세자. 이 승리로, 그대는 명실공히 크라프테를 대표할 자격을 얻었군요.”
“……카이제린 체칠리아.”
게르마니아 제국의 황후, 체칠리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협상을 해볼까요, 크라프테 왕국의 차기 국왕.”
* * *
프랑지아 바후아, 혁명군 거점.
나는 크리스틴이 떠나고 하루를 더 요양한 끝에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후작님.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에리스가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는데, 어째 장군들도 실실 웃는 것이 묘하게 불쾌하다.
“……여왕 폐하의 덕분입니다.”
잔뜩 화가 난 크리스틴의 심술에 시달리며 풀어주는 시간이 이들 생각만큼 좋기만 한 건 아니었는데.
……아니, 좋았긴 했나?
아무튼.
나는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도 총사령관 없는 사령부에서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부라리자, 순식간에 모든 장성들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았다.
이것들이 여왕이 하지 말란다고 정말로 요양 중에 보고 한번 안 올 줄이야.
“잘 못 지냈어요.”
에리스의 답은 의외로 뚱했다.
“예?”
그러자 에리스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후작님이 쉬시는 동안 결혼 제안만 7개쯤 받았거든요.”
“아.”
그렇군.
지금까지는 어차피 곧 제국이나 크라프테에게 패배해 폐위 될, 국민의회의 꼭두각시 취급이었다면 이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당당하게 프랑지아의 여왕으로 인정받게 될 거니까.
심지어 프랑지아라는 강대국의 왕관을 가진, 젊고 아름다운 미혼의 성녀라.
국민의회에 의해 루이 왕의 목이 단두대에서 잘린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달콤한 과실이지.
타국 귀족이나 왕족들 눈에는 중앙당이나 내가 에리스의 친위세력으로 보일 테고.
“불순한 의도를 숨길 생각조차 없어서 꽤 화나네요.”
“하하, 원래 귀족과 왕족들에게 결혼이란 정략적인 겁니다.”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에리스가 샐쭉하게 덧붙였다.
“참고로 3개는 중앙당에서 주선한 거예요.”
“……송구합니다, 여왕 폐하.”
거 할 말 없네.
생각해 보니 앙쥬 백작을 비롯한 중앙당의 주요 의원들도 소위 그런 옛 귀족이었지...
그들 생각에 후사 없는 미혼의 여왕이라는 건 말이 안 될 테니.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수도를 비운 사이 그런 말이 오갔을 줄이야.
에리스는 빤히 나를 바라보는 듯하더니 이내 씩 웃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후작님의 입김이 닿은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러면 괜찮아요. 지금은 한가롭게 이런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니까요.”
나도 에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여왕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장군들을 바라보았다.
“보고.”
알렉상드르 베르테르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난 전투의 사상자는 총 67,382명입니다.”
각오는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데.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걸 간신히 억눌렀다.
“이 중 여왕 폐하와 사제들의 도움으로 회복했거나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인원이 34,179명입니다.”
그럼 나머진 전사거나 더는 군에서 복무할 수 없게 된 거겠지.
“그래. ……여왕 폐하께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제 일이니까.”
에리스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평소처럼 가볍게 구는 태도 때문에 잘 몰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에리스도 얼굴에 피로가 묻어 있다.
잠깐 쉬는 김에 회의에 참석한 건가.
이전처럼 쓰러질 때까지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대견해보이면서도, 또 미안한 기분이 든다.
“크라프테군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사상자만 대략 8만 가량으로 보입니다.”
“……처절하군.”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 손실을 입도록 싸운 끝에 패주했으니, 제아무리 대왕이라도 사실상 공세역량은 상실했다고 봐야지.
“좋아, 크라프테군을 프랑지아에서 몰아내는 것도 시간문제겠어. 문제는 그 다음인데.”
크라프테군을 알자스에서 쫓아내면 저들은 결국 평화협정에 나서려고 하겠지. 그 이상은 저들의 본국이 공격받을 테니까.
그런데 우리가 노던 연합 왕국과 작센-바르샤바 공작을 끌어들여 놨으니…….
“크라프테 본국 상황은?”
“그게…….”
베르테르가 말을 끌어서 내가 슬며시 눈썹을 틀어 올리자, 루이 드제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신 답해주었다.
“저들의 연합군 5만 병력은 하인리히 왕세자가 이끄는 2만 5천의 병력에 대패했다고 합니다.”
“대패? 그걸?”
“송구하나 그렇습니다. 하인리히 왕세자는 지금 크라프테에서 대왕 못지 않게 칭송받는 모양이고, 노던 연합 왕국에서는 빨리 크라프테 본국으로 진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 어이가 없네…….”
저들이 뭐 크라프테 왕국을 멸망 위기로 몰아넣지는 못해도 드잡이질 정돈 할 줄 알았는데.
하인리히 왕세자의 상비군 일부가 저들 덕분에 빠진 것만으로도 우리로서는 얻을 걸 다 얻은 건데, 여기서 저놈들 먹을 땅 뺏어주자고 크라프테 본토까지 진격해야해?
국민의회는 모르겠고, 최소한 에리스는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전령이 들어왔다.
“회의 중에 송구합니다, 라파예트 후작 각하. 급보가 있어서.”
“여기서 급보? 뭔가?”
“게르마니아 제국이 동원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반란 진압하느라 바쁘다고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그게, 바후아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사이 진압이 완료된 모양입니다. 세실리아 황후와 황태자의 앞에서 제후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의식을 치렀다는 소식도 같이 왔습니다.”
“허.”
그 개판이 된 제국에서 빚 떼어먹은 거 뱉으라는 제후들을 무력으로 진압해버렸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데미앙 드 미르보를 보았다.
“어찌 생각하나?”
그래도 나름 혁명군의 2인자로 명성이 높은 장군이신데, 의견은 들어봐야지.
그러나 정작 데미앙은 매우 한심천만하게 굴었다.
“예, 예? 제, 제가요? 뭘요?”
아, 이런 걸 방어의 명장이라고 진짜.
나는 당황하는 데미앙 드 미르보를 흘겨보다가, 루이 드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전쟁하고 싶은 건 아닐 겁니다. 당장 반란은 진압했다고 해도 내부야 엉망이겠죠. 그럼에도 나섰다는 건, 우리가 제국의 일부인 크라프테 왕국 영내로 진입하는 걸 견제하려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라프테로부터 뭔가를 받기로 약조 받았을 가능성이 높군? 아마도 대왕이 아니라, 하인리히 왕세자에게.”
내가 말하자, 참모장 베르테르가 답했다.
“예. 아마도, 선제후로서의 황태자 지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크라프테 왕국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사실상 포기했던 차기 제위를 다시 손에 넣으려는 거겠죠. 추가로, 만약 크라프테 왕국이 우리에게 분할되면 제국 내에 프랑지아의 영향력이 강대해질 테니 그것도 막고 싶은 것 아닐지.”
“후…….”
세실리아, 아니 카이제린 체칠리아였지.
대단하긴 대단하네. 이 개판 난 전쟁에서도 결국 최소선은 지켜내시겠다?
우리가 크라프테까지 밀고 들어가면 솔직히 엉망인 크라프테나 제국군을 깨부숴버리고, 노던 연합왕국과 작센-바르샤바 공국을 이끌고 크라프테를 분할 내버리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겠지.
하지만 동시에 그건 결국 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되고, 무엇보다 우리도 희생을 더 감수해야 한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에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답은 정해져 있지.
“……이 전쟁 이만 끝내요, 후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