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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혁명에 단두대는 필요없다-123화 (123/258)

123화. 혁명 수호 전쟁 - 적수

크라프테 왕국 남부의 작은 마을.

군대는 마을 밖에 숙영지를 꾸려두고, 나는 대왕을 따라 촌장의 집에 와 있었다.

“귀, 귀족이신지요?”

“그래, 수고하는군. 잠시 머물다 감세.”

“고귀하신 분께서 머무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룻밤 머물고 바로 떠날 거니 너무 긴장하지 말게.”

대왕은 응대하는 촌장에게 건성으로 답했다.

왕이라고 밝히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도 이러고 다니는 양 행동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정작 동행하고 있는 나는 여러모로 불편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기세 좋게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주고받은 뒤 우리가 왜 이렇게 함께 다니고 있냐면.

-그런데 그대, 돌아갈 수단은 있나?

-아.

보통 외교협상이라는 건 조금 더 지지부진한 절차를 거치며 시간을 쓰는 일이다. 당장 알프스 왕국에서 제국과 했던 협상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나는 크라프테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대왕의 호출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협상이 끝나버렸다.

타고 온 리브레와 호위 함대는 탈레랑을 태우고 동방 제국으로 가버렸으니, 나는 졸지에 전쟁이 예고된 크라프테에 머물며 그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하는 민망한 신세가 되어버린 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여러모로 비범한 대왕은 나를 난처하게 머물도록 두지 않았다.

-2년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쁠 텐데 그대가 시간을 허비하게 둘 수는 없지. 프랑지아로 가세나.

-음, 크라프테의 배편을 빌려주시는 겁니까?

-아니? 육로로 갈 거네만.

……그리하여, 나는 졸지에 무려 대왕이 이끄는 크라프테군 1개 연대의 호위를 받으며 육로로 귀환 중이었다.

굳이 육로로 가는 건 대왕이 제국과의 정전협정을 주선하기 위함이라니, 내가 딱히 할 말은 없는데…….

프랑지아 혁명군 총사령관이 전쟁이 예정된 적국 대왕의 호위를 받으며 전쟁 중인 제국을 가로지른다라.

미친 것 같은데 이게 현실이라니, 현기증 나네.

……빨리 돌아가서 크리스틴이나 보고 싶다.

그녀에게 비텐펠트에 대해서도 언질해 줘야 하고.

이 정신 나간 대왕의 성향으로 볼 때, 그 망할 재상도 심심해서 크리스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요는, 그 재상도 나름의 선전포고를 한 거겠지.

프랑지아와 크라프테의 전쟁은 2년의 유예를 얻었지만, 전장이 아닌 그림자에서의 싸움은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뭘 그리 죽을 상을 하고 있나? 들게.”

정작 나를 심란하게 만든 장본인, 카를 2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감자나 권하고 앉았다.

강대국의 왕, 그것도 60 먹은 노인네가 그냥 시골 마을 촌장의 아내가 구워준 감자 같은 걸 잘도 받아먹는다.

이런 건 나도 익숙하긴 하다만.

내가 얌전히 감자를 하나 집어서 먹자, 대왕은 싱긋 웃었다.

“그래,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남자답군. 무릇 전쟁을 하는 남자란 그런 맛이 있어야지.”

……이 노인네의 머릿속엔 전쟁 밖에 안 들었나.

지금까지 오면서 보여준 바로, 대왕은 진짜 특이한 성격이다.

심지어 대왕이 온다는 소식을 주워들었는지, 간소한 군복 차림인 대왕을 알아보지 못한 시장과 이런 대화를 한 적도 있었다.

-대왕 폐하의 수행원이십니까?

-대왕은 나중에 올 걸세.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답하고 그냥 머물다가 떠나버리질 않나, 왕이랍시고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면서 보이는 크라프테 민중들의 삶은 썩 나쁘지 않아 보였다.

-결과적으로 저들이 짐을 계몽전제군주이자 대왕으로 부를 만큼, 짐은 국가에 충분히 헌신했노라. 그렇다면, 짐 또한 백성들에게 짐을 위해 헌신하라 명할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빈말은 확실히 아니었던 거지.

그놈의 전쟁광만 아니었다면 확실히 꽤 좋은 왕이었을 텐데.

크라프테군이 대왕에게 보여주던 광신적인 복종도 그렇고, 아무래도 제국과 달리 크라프테의 군대를 상대로는 에리스식의 포용 정책은 별 도움 안 될 것 같네.

대왕은 감자를 다 먹곤 소시지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더니, 우물거리다 삼킨 뒤 입을 열었다.

“정전 협정은 예정대로 이루어질 걸세.”

“……그렇습니까.”

오면서 전령이라도 받은 건가.

하여간 종잡을 수가 없군.

하긴 당장 혼란에 빠져 여력도 없을 제국의 입장에서는 라인란트를 반환하며 정전해 준다는데 안 받을 수도 없다.

저들의 황후야 크라프테가 바로 참전해서 프랑지아를 박살 내주길 기대했겠지만, 지금 결정권을 가진 건 크라프테지 제국이 아니니까.

식사를 대충 끝마친 대왕은 미지근해서 맛대가리 없는 맥주로 목을 축이더니 말했다.

“내일이면 크라프테의 국경을 벗어나네.”

“그렇군요.”

내가 대충 반응하자, 대왕은 씩 웃었다.

“반응이 미적지근하구먼?”

뭐, 여기까지 끌려와서 제국의 영역이라고 당황이라도 할 걸 기대하신 건가?

“대왕께서 직접 이끄는 군대와 함께 하는데 저를 해코지하려 드는 자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 전쟁기계들에게 밟히고 싶어서 안달 난 것이 아니라면 그런 미친놈은 없겠지.

“그래, 그대는 하루라도 빨리 프랑지아로 귀환하고 싶겠지?”

“이를 말이겠습니까.”

대왕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잠깐 시간 좀 내주게. 제국도 사절을 보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여기까지 온 김에 어디 좀 들렸다 가도록 하지.”

나는 절로 일그러질 것 같은 얼굴을 펴느라 애써야 했다.

아니, 어딜 또 가려고. 싶지만…….

“어차피 제가 뭐라고 해도 가실 것 아니십니까?”

애초부터 내 의사를 들을 거였다면 출발하기 전에 물어봤겠지.

그러자 대왕은 재밌다는 얼굴로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2년 대신이라고 해둠세.”

* * *

프랑지아로 향하기 전 들른 장소는 내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곳이었다.

게르마니아 제국 남부, 슈투트가르트.

……레오폴트 대공의 영지다.

크라프테 왕국의 깃발을 휘날리며 행군하는 군대 너머로, 적개심을 한껏 표출하고 있는 레오폴트 대공가의 가신들이 보인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정작 나를 이곳에 데려온 장본인인 대왕은 여유작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것 참.

최소한 귀국하는 길에는 이 전쟁기계들에게 밟히고 싶어 안달 난 놈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자가 있을지도 모를 이런 곳으로 날 데려올 줄이야.

여러모로 참 예측이 안 되는 작자네, 이 대왕은.

나는 건물에서 펄럭이는 레오폴트 대공가의 깃발을 흘긋 올려다보았다.

처음에 봤을 때는 공포의 상징이었지.

“크라프테의 대왕과 프랑지아의 혁명군 총사령관이 옛 적수로서 대공을 만나러 왔다 고하라.”

아주 당당하셔…….

대공가의 가신들은 꽤 황당한 기색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착실히 안내해 주었다.

애초부터 여기 올 생각으로 사전에 연락한 것이 맞나보군.

대공저의 분위기는 지극히 침잠해 있었다.

그 어두운 분위기를 헤치고 나아가, 당도한 방문 앞.

“……대공 전하, 크라프테의 대왕 폐하와 라파예트 후작께서 당도하셨습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안에 고한 가신은 문을 열며 우리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드시지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에 대한 적개심을 미처 다 숨기지 못하는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레오폴트 대공은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앉아서 우리를 맞이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척한 모습으로.

……마지막 전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는데.

나와 대면할 때마다 늘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오던 것은 제국의 영웅이자 명장으로서의 무게감이었을까.

이제야 비로소, 그가 대왕과 비슷한 연배의 노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자각했다.

“오랜만이네, 요한. 짐의 옛 적이자 전우여.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무척 반갑군.”

……아니, 이 대왕 뻔뻔한 거 봐라?

레오폴트 대공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오랜만입니다, 대왕 폐하.”

그리곤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라파예트 후작.”

“대공 전하.”

대공의 안색은 창백하고, 힘이라곤 없어 보인다.

겉으로만 본 대공의 시간은 알프스 왕국에서 만난 이후 10년은 지나기라도 한 것 같다.

나와 대공이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자, 대왕이 너스레를 떨었다.

“지칠 줄 모르고 짐을 막아서던 그대가 이런 모습이라니,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제국에서 짐이 적수로 인정할만한 유일한 자였거늘. 세월이 무상해.”

“……그러는 대왕께서는 세월이 피해 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짐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무대가 눈앞에 왔는데, 세월 따위에 진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대왕과 대공은 잠시 마주 보았고, 대왕은 손에 든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씩 웃었다.

“가치 있던 적에게 내리는, 짐 나름의 선물이니라, 대공.”

그리곤 내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럼 잠시 비켜주도록 하지. 짐은 대공과 풀 소회가 너무 많으니, 젊은 친구에게 먼저 양보하도록 하겠네.”

대왕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내려앉은 방에서, 대공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승리를 축하하오, 후작.”

나는 답하지 않았고, 잠시 뜸을 들인 대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유감을 표하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국에게는 승리했으나, 크라프테 왕국과의 전쟁이 기다린다.

직접 눈으로 크라프테의 군대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 대단하던 레오폴트 대공이 왜 저 대왕에게는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는지를.

저 대왕에 맞서야 할 미래가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

그와 같은 것을 대공 또한 감당했었겠지.

“……저 또한, 이렇게 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대공 전하.”

“……그렇군.”

대공은 어째 아련한 얼굴로 답했다.

대공가의 가신들과 달리, 그에게서 나에 대한 적개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것은 짙은 회한뿐.

잠시의 침묵이 흐른 끝에, 대공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처음 그대와 마주했을 때, 내 살을 깎아서라도 그대를 패배시켜야 했네.”

나도 슬며시 웃었다.

미르보 백작이 포위당한 상황에, 남부에서 헐레벌떡 뛰어온 나는 대공과 협상하여 그를 물러나게 했지.

그때 대공이 제국의 상황을 위해 물러나는 대신 작정하고 나를 패배시켰다면, 아마 나는 혁명군 총사령관이 아니라 발리앙 휘하의 장군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러지 않으셨지요.”

“그래, 그랬지.”

대공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그대의 뜻을 관철시켜 보였군.”

-잘못된 길임을 알고도 맹목적으로 따른다. 그것이 정녕 지키는 길입니까, 대공 전하.

-적국의 장군에게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구려, 후작. 군인에게는 군인에게 어울리는 대화가 있는 법이지. 그대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전장에서 관철시켜 보이시오.

나는 알프스 왕국에서 그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대공 전하 또한, 그리하셨습니다.”

비록 병력에서 열세긴 했지만, 이건 처음부터 우리가 유리한 전쟁이었다.

내가 이끈 혁명군은 에리스라는 이레귤러의 존재와 명분의 절대적인 우위에 힘입어 단결하여 싸웠다.

그에 반해 제국군은 명분 탓으로 사기도 저조한데 멋대로 움직이는 제후들의 군대가 다수였고, 크리스틴의 지원을 받는 나를 상대로 원정전을 치르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폴트 대공은 최선을 다했고, 실제로 나를 몇 번이고 궁지로 몰아넣었다.

대공은 픽 웃었다.

“패배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인가?”

“진심입니다, 대공 전하.”

내가 레오폴트 대공의 입장이었고 그가 내 입장이었다고 하면, 나는 그 정도로 해낼 수 있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으니까.

대공은 가만히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죄인이야. 카이저께서 거신 기대를 실망시킨 죄인이자, 나를 믿고 따른 부하들을 책임지지 못한 죄인.”

“…….”

“시작부터 잘못된 길. 그래, 그렇더군. 내 부하들이 그대의 선동에 무너져 내린 순간에야, 비로소 내 눈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어.”

대공은 헛웃음을 흘렸다.

“나는 카이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네. 그러나, 백성들을 굽어살피셔야 할 카이저께서 외국인인 카이제린만큼의 책임도 지지 않으신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대공은 천천히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서, 허탈하게 웃었다.

“그것조차 모른 채, 나는 루이 왕에게 명예와 나라의 백성을 지키는 길에 대해 떠들었지.”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는 대공의 얼굴에 자괴감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온 지금에 이르러서 숙고해보아도, 나는 같은 길을 걸었을 거라는 결론만이 나오더군. 그게 나, 요한 레오폴트가 걸어온 삶인 것을.”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의 흐릿한 얼굴로, 그가 웃으며 물었다.

“주군이 그릇된 길을 걷는 자라고 확신하고 등을 돌려, 혁명군을 이끌고 있는 그대는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

“말씀하신 대로, 저는 대공 전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결국 최후까지 나에게 반대했으나, 가신들에게 항복을 명하고 영주로서 죽은 리오넬 백작처럼.

“대공 전하께서는 카이저의 신하로서, 제국군의 장군으로서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그것이 무가치하다고 폄하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패배자이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모든 것을 부정하며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회귀 전에 겪은 광기의 공화국으로 충분하다.

“……적어도 저는, 대공 전하께 맞서는 매 순간 경의를 품고 싸웠습니다. 전하께서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적이었습니다.”

대공은 희미하게 웃었다.

“후작.”

“말씀하시지요, 대공 전하.”

“이제 그대가 맞이할 위협은 나보다도 훨씬 거대할 걸세.”

“……알고 있습니다.”

대공은 잠시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대왕에 맞설 때, 미래나 전략은 고려하지 말게. 그런 걸 고려하고 다음 패를 예비하며 싸우는 순간 그 자의 앞에서 부러지고 말 것이니, 매 순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모든 걸 쏟아부어서 저항하게.”

“……기억해두지요, 대공 전하.”

대공은 천천히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대왕에게 어울리느라 피곤했을 텐데, 숙소는 각별히 신경 쓰라 명했으니 이만 가서 쉬게. 나도 대왕을 상대할 힘 정도는 남겨둬야 하지 않겠나?”

“하하, 이런 곳에서 전하께 동병상련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대공은 피식 웃었다가, 잠시 뒤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내 가신들이 그대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기는 하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내 뜻을 거스를 만큼 불충한 자들은 없으니 머무는 동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전하. 그러면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등을 돌려 방에서 나서는데,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 마지막 적수가 그대여서 다행이었네.”

나도 천천히 돌아서, 그에게 목례하며 답했다.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대공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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