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총재 정부 - 히든카드였던 것
다음 날 아침.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있었다.
무슨 수단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큐버스가 꿈에 숨어 들어서 상당히 신경 쓰였는데, 그런 것치고는 별로 피로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맛만 봤다고 했던가, 그 그레모리인가 하는 서큐버스.
그 맛이 뭐였는지를 떠올린 나는 바로 생각을 차단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실례합니다, 후작님!”
그렇게 생각하다가 누군가 천막으로 들어와서 움찔할 뻔했지만, 들어선 장본인은 언제나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샨드라, 무슨 일이지?”
“딜루스의 사절단이 수령한 후작님의 서신을 보내와서요.”
“아, 고맙네.”
“하하, 그럼 물러가보겠습니다.”
샨드라는 어째 싱글싱글 웃으며 잽싸게 물러갔고, 나는 건네받은 서신을 살펴보고야 이유를 알았다.
서신은 아키텐의 문장이 찍혀, 마력 봉인으로 봉해져 있다.
샨드라는 뤼미에르에 머물 때 아주 노골적으로 내가 크리스틴의 부상에 분노해서 그걸 사주한 자들을 몰살시킨 것이 진짜였냐고 캐물었지…….
마력으로 봉인된 걸 보니, 중요한 내용인가 본데.
나는 크리스틴이 보낸 서신을 잡은 채, 슬며시 마력을 운용해보았다.
세계가 흔들리는 기색 같은 건 전혀 없고 마력이 몸 안에서 맴도는 감각만이 전해진다.
또 망할 서큐버스의 수작은 아닌 것 같군.
살다 살다 크리스틴에게 받은 편지도 의심하게 되는 신세가 될 줄이야…….
마력을 주입하고 봉인을 뜯자, 그녀가 보내온 수도의 소식이 들어 있었다.
중앙당에 추가로 가입시킨 인사들의 리스트와 간략한 정보, 이지도르의 사망으로 인해 뒤숭숭했던 혁명당을 탈레랑이 성공적으로 수습해냈다는 소식 등의 정계 근황 보고.
아키텐 상단이 어비스 코퍼레이션 프랑지아 지부의 시설들과 아키텐에 버금가던 옛 브르타뉴 공작령의 조선 시설을 인수하여, 공화국 해군 양성에서 중요한 축이 되었다는 정보.
마땅한 거래처가 없던 곡물이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 국내 사정과, 게르마니아 제국에서 전쟁을 준비 중임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여럿 포착되었다는 내용까지.
크리스틴은 각 항목별로 세심하게 분류하고 정리된 보고로 내가 이베리카에 있는 동안에 변화한 국내외 정세에 대해 빈틈없이 전달해 주었다.
나는 긴 보고서들을 확인하고, 마지막 장으로 넘겼다.
[성녀님이 당신이 준 아티팩트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며 고맙다고 전해달라더군요.
이베리카 반도의 여름은 굉장히 덥다고 하던데,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당신이니까,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도 역시 조금은 허전해서, 빨리 돌아와 주시면 좋겠네요.
당신의 크리스틴.]
나는 조용히 마지막 장에 입을 맞추었다.
기밀 사항이라 전부 소각해야 하는 내용과 내가 가지고 있어 줬으면 하는 내용을 서로 다른 편지지에 쓴 것이 무척이나 크리스틴답다.
나도 빨리 돌아가서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몽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던 크리스틴의 얼굴을 떠올려 버렸다.
아, 망할 서큐버스.
크리스틴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 * *
크록스의 군대는 드넓은 구릉지로 이동해, 적군과 조우하여 대치한 채 진영을 꾸렸다.
당장에라도 뤼미에르로 돌아가고 싶지만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대놓고 게르마니아 제국에 무기를 판매 중이고, 그 제국은 프랑지아를 노리며 전쟁을 준비 중이다.
에리스가 저들의 명분을 막기 위한 보험이지만 전력 차가 너무 명백하면 명분이고 뭐고 없이 밀고 들어올 가능성도 무시 못 하니, 돌아가려면 이베리카 반도의 정세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게 해두고 난 뒤다.
사절단이 조사한 결과 이들의 광산은 제법 괜찮은 채산성을 가졌음이 증명되었고, 이들이 캐는 미스릴은 인간이나 오크의 기술로는 다루지 못하지만 드워프들에겐 아주 유용한 금속이니까.
무엇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파이몬의 언급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저들도 크록스의 전력은 알고 있을 텐데, 꽤나 자신감이 넘치셨지. 분명히 무언가 있다.
그런 생각으로 참석한 작전 회의에서, 나는 완전히 처음 보는 그림을 보고 있었다.
“이게, 뭐지?”
내 물음에, 크록스가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그대도 모르나?”
“완전히 처음 보는데.”
형태만 보면 긴 장대 끝에 약간 두꺼운 것이 달린, 창 비슷한 모양새인데 아무리 봐도 날이 아닌데?
“제대로 그린 것 맞나?”
내 의문을 샨드라가 전해주자 표범의 얼굴을 한 수인, 크록스의 5번째 심복 오스텔은 슬며시 미간을 구기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본 것을 최대한 자세하게 그린 거고, 이걸 그린 병사는 그림 솜씨도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흠.”
나는 샨드라의 통역을 듣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수인 정찰대가 관측한 적들의 무기다. 문제는 저게 뭐 하는 물건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지만.
“어비스 코퍼레이션에서 만든 신병기……로 보이긴 하는데.”
신병기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뭐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데 대처를 어떻게 해?
정찰조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껏해야 형태를 볼 뿐이니…….
“어찌 생각하나?”
크록스는 손으로 송곳니를 매만지며 물어왔다.
이곳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호쾌하기 그지없던 크록스지만, 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어서인지 신중한 태도다.
이건 확실히 고맙군.
어비스 코퍼레이션이 준비한 게 분명히 있는데 무작정 싸우다가 피를 보면 큰일이니.
“솔직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사를 통틀어 확실한 진리가 하나 있지.
“아무튼 적의 무기인 이상, 부숴버리면 되는 거겠지.”
* * *
야심한 밤.
나는 일단의 무리와 함께 그림자 속에 숨어 움직였다.
야습을 저들만 하란 법은 없지, 안 그래?
아니, 오히려 혼란을 유도하고 본대로 치는 작전은 감행하는 쪽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지만…….
지금 구릉지와 어둠 속에 숨어 이동 중인 우리는 다 합쳐도 100명이 안 되는 숫자다.
이런 숫자면 쉽게 발각되지는 않지.
그건 그렇고…….
나는 나름대로 마력을 운용하며 이동 중인데도 빠르게 앞서나가는 수인들을 보며 꽤 감탄하는 중이었다.
수인들이 정찰대로서 우수하다더니, 빈말이 아니었군.
저들은 단순히 빠를 뿐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눈을 빛내며 대낮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나가는 수인들의 뒤를 나와 가스통, 그리고…….
“그런데, 왕이 이런 작전에 나서도 되는 건가?”
“외국 사절단 대표이자 내 형제가 가는데, 나만 진지를 지키라고?”
우리와 함께 수인들을 따르던 크록스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이 호쾌한 형제에게도 외국 사절단 대표를 전장에 끌고 나왔다는 자각이 있기는 했군…….
“후작님도 직접 참여하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으니까요. 저야 가스통 경과 같은 작전에 참여해서 좋습니다만.”
샨드라가 어둠 속에서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가스통은 헛기침을 했다.
이걸 어쩌나. 저 쾌활한 이교도 전사님께는 미안하게도 가스통은 그녀에게 영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직접 입안한 작전이니까.”
나는 간단하게만 답했다.
가스통도 있겠다, 내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이방인인 내가 주장해서 시도한 작전이 나 없이 실패해 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크록스가 나를 신뢰해 주느냐와 별개로, 양국 관계를 위해 와 있는 나로선 중요한 부분이지.
앞서가던 표범 수인 오스텔이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고, 모두가 자세를 낮추며 멈춰 섰다.
나와 크록스가 잽싸게 앞으로 나서자, 구릉 너머로 적의 진지가 보였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침번을 서고 있는 자들까지 훤히 보이는군.
오기 전에 정찰대가 그려준 그림에는 적 주둔지의 구조를 대략적으로 그린 지도와, 그 신병기로 보이는 물건이 있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급한 대로 외웠지만 이 어두운 밤중에 정확히 찾아낼 수 있으려나.
내가 흘긋 고개를 돌리자, 크록스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에 따라 내가 등에 맨 활을 꺼내 시위를 걸자, 정찰대의 수인들 중 몇 명도 따라서 활시위를 걸었다.
나와 수인들이 빠르게 불침번들을 하나씩 가리키고, 동시에 화살을 뽑아 시위를 당겼다.
3.
2.
1.
핑-
시위를 놓으며 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화살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날았다.
우리가 있는 쪽을 지키던 적 병사들이 연달아 화살을 맞고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쓰러진다.
모두가 그걸 보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머리띠를 두르고 꽂아둔 깃털이 흔들린다.
어둠 속에서도 아군을 식별하기 위한 표시, 이 깃털이 없는 자들은 모조리 베어버려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나는 열심히 달리면서, 크록스의 입가에 흉포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
하여간, 왕 주제에 날뛰기 좋아한다니까.
우리가 적의 진지에 거의 가까워진 순간,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당한 불침번의 시체를 목격한 놈이 있나 본데.
수인들이 네 발로 땅을 달리며 빠르게 적진으로 달려들고, 나도 검을 뽑아 들었다.
가스통과 샨드라가 검을 뽑아들고 내 뒤를 따르는 가운데,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리던 크록스가 무릎을 굽히고-그대로 날아올랐다.
아니, 미친?
야심한 밤하늘을 가른 크록스는 그대로 적진에 떨어져, 바로 옆에 있던 천막에 도끼를 휘둘렀다.
무식한 힘에 덮쳐진 그 천막은 안에 있었을 불운한 누군가의 피를 뿜으며 통째로 두 동강 나버렸다.
“Al-ardho!”
천막을 두 동강 낸 크록스가 포효하듯 울부짖고-
“Akbar!”
크록스의 선창을 그의 뒤를 따라 적진으로 뛰어들고 있는 부하들이 받으며, 고요하던 적진은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나는 냅다 내달려, 이제 막 천막에서 나와 혼비백산 중이던 오크의 목을 날려버렸다.
“하, 야습은 이렇게 하는 거지!”
직후, 옆 천막에서 기어 나온 인간의 미간에 단도를 박아버리자 가스통이 기합성과 함께 대검을 휘둘러 거구의 오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나는 공중으로 뛰어오른 샨드라가 다른 오크의 정수리에 단도를 찍어버리는 걸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쪽 방향이 맞는 것 같은데.
저 멀리서 파괴적인 괴성과 함께 거대한 도끼를 질풍처럼 휘두르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다 분쇄하고 있는 크록스가 보였다.
와중에 다급하게 천막에서 튀어나온 인간이 나를 보고 기겁해서 반대편으로 도주하려고 했지만-
“크아아앙!”
네 다리로 질주해서 달려간 수인이 뛰어올라 그대로 목덜미를 물고 정신없이 흔들자, 살점이 찢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피를 튀기며 바닥에 쓰러졌다.
“크르르르…….”
그 수인, 오스텔은 입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나를 흘긋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음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
아군인데도 무서울 지경인데?
주변을 둘러보자 적진은 아예 아비규환의 지경에 이르렀다.
적들은 적과 아군도 분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아주 패닉에 빠졌고, 깃털을 꼽은 아군들은 그 야만성과 용맹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눈에 보이는 건 다 때려 부수는 중이다.
나는 쓸데없이 적들을 베어 넘기는 건 멈추고, 외웠던 지도를 열심히 머릿속에 되새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다 비슷하게 생긴 천막이라 영 헷갈리는데. 무기를 보관할 정도로 큰 천막이…….
“[email protected]#!#”
제대로 무장한 병사들 셋이 지키는 큰 천막. 찾았다!
나는 나를 가리키며 무어라 외치는 병사의 미간에 단도를 박아주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오크가 검을 휘두른다.
검을 비스듬히 세워 그것을 흘려버리자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거리에 오크가 눈을 크게 뜨고-나는 허리춤에서 뽑아낸 단도를 오크의 목에 찔러 넣고, 그대로 비틀어 뽑았다.
피가 쏟아지며 바람 새는 소리를 내던 오크가 천천히 쓰러지고, 다른 한 놈은 아예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한다.
나는 바로 방금 오크를 죽인 단도를 내던져 도망치는 놈의 뒤통수에 박아버리고, 천막의 입구를 걷었다.
있다.
긴 장대에 헝겊이나 가죽으로 보이는 것이 씌워진, 두꺼운 무언가가 달린 것들이 잔뜩 있다.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문자로 뭐라고 써져있는데.
Ro…… Rocket?
“후작 각하!”
“가스통, 근처 모닥불에서 불 좀 가져와.”
“분부대로!”
뭔진 모르겠지만 목재 장대에 헝겊이나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니까, 타겠지.
가스통은 어디서 구했는지 제법 그럴싸한 횃불을 들고 왔다.
“가져왔습니다!”
“수고했어, 가스통. 크록스 왕 찾아서 철수할 준비하라고 해.”
“옛!”
나는 가스통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R 뭐시기들에 횃불을 내던졌다.
불은 이내 번지고, 쉽게 붙는다.
“흠. 어비스 코퍼레이션 제품치고 뭐 별거 없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피이이잉-
기묘한 소리가 났다.
어?
내가 처음 횃불을 던진 자리에 있던 R 뭐시기, 로켓은 그대로 장대에서 튀어나가 천막을 뚫어버렸다.
어……어어?
이내, 폭음과 함께 저 멀리서 불꽃이 튀었다.
나는 떨리는 시선을 돌려 다른 로켓들에 불이 옮겨붙는 광경을 보고, 그대로 냅다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내가 정신없이 달리고 있자, 익숙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크록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으하하, 형제! 성공했다고?”
“크록스, 뛰어, 뛰어! 전부 다 도망치라고 해!”
“뭐?”
직후, 피유웅- 소리와 함께 우리 반대편에서 성대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근처의 천막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형제, 대체 뭘 한 건가?”
“나도 몰라! 아무튼 뛰어! 저런 게 한가득이니까!”
크록스가 바로 가슴 근육을 부풀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것을 본 나는 바로 귀를 틀어막았고-
“Tarajue-!”
귀를 막았는데도 안까지 울릴 정도의 엄청난 성량이 진지 전체를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이만하면 알아서들 다 빠지기 시작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피유우우웅-
“이런, X발!”
그 기묘한, 로켓이 날아드는 굉음이 가깝다.
나는 반사적으로 온몸에 마력을 둘렀고,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간 로켓은 조금 앞에 있던 천막에 적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앗!”
무수한 파편과 불씨가 흩어지며 나와 크록스의 마력 장벽을 강타한다.
나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마력 장벽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오오, 이거 화끈하구만!”
“저게 그대 형제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으면 그런 말 안 나왔을걸!”
“으하하하, 그렇군!”
우리가 죽어라 달리는 동안에도 뒤에선 쉴 새 없이 기묘한 굉음이 나고, 중간중간 폭음까지 터졌다.
심지어 같은 현상이 처음 내가 불을 지른 곳만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파이몬, 그 미친 작자가 대체 저딴 걸 얼마나 가져다 둔거야!
“왕이시여!”
“후작 각하!”
다행히 기습이 성공적이어서, 기지에서 빠져나와 합류한 인원은 왔을 때와 크게 변화 없어 보였다.
실력들 하난 대단하군.
“으하하, 다들 무사하군. 이만하면 충분하니 돌아가도록 하지!”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적진 한쪽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내가 멍하니 타오르고 있는 적진을 보고 있자, 샨드라가 가까이 와서 입을 열었다.
“과연 라파예트 후작님, 신기에 가까운 전술이군요. 이 정도 인원으로 적진을 한 번에 초토화시켜버리다니, 두려울 지경입니다.”
샨드라는 아주 존경에 찬 눈이고 다른 자들도 그래 보였지만, 애석하게도 내 입에서 나온 답은 이랬다.
“……나도 좀 무섭거든? 저건 또 뭔데.”
이 미친 악마 놈들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고 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