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총재 정부 - 밀실 회담 (2)
“……파이몬.”
수정구 안의 기록이 아니라 실물을 보는 일은 결코 원하지 않았는데.
“기억해 주신다니 기쁘군요, 라파예트 후작님.”
파이몬은 눈을 휘며 진하게 웃었다.
나는 그 요사스러운 얼굴을 노려보며 속으로 판단을 했다.
무기는 없다.
어째서인지 굉장히 만만해 보이던 서큐버스와 달리 이쪽은 전력을 가늠할 수가 없는데, 1:2의 상황에서 덤벼들어도 되나?
“여긴 또 어디지?”
내 질문을 받은 파이몬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응접실을 재현한 환상이랍니다, 후작님.”
환상이라. 서큐버스는 이곳이 내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 꿈속에서 서큐버스의 힘으로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서큐버스의 말대로 여기서 싸운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까?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의심해야 하는 거지.
천천히 마나를 운용해보자, 내 몸속뿐 아니라 이 공간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났다.
이거, 제대로 하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레모리가 반응했다.
“어, 어, 어! 그러면 안 되는 것입니다!”
허공에 떠있던 그레모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더니, 파이몬이 앉아있던 소파 옆자리에 털썩 착지해선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슬로스 사 대표이사의 요청으로 회담 자리를 마련한, 평화를 사랑하는 서큐버스! 당신에게 해를 입힐 생각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악마들은 회담 자리를 마련한답시고 약혼녀인 척하며 접근하는 문화가 있나?”
내 물음에 파이몬이 고개를 돌려 그레모리를 바라보았고, 그레모리는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기왕 하는 김에 맛만 좀 보려고…….”
“그레모리.”
“후작님. 엄청나게 고급진 라벨이 붙은 와인병이 방금 막 눈앞에서 개봉되었는데, 그걸 맛도 안 보고 참으실 수 있나요?”
어이가 없어서 대답하지 않자, 그레모리는 팔짱을 끼며 헛소리를 지껄였다.
“서큐버스가 너무너무 맛있어 보이는 사람의 꿈에 숨어들었는데 맛도 안 본다니, 그런 자는 서큐버스라고 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말장난하자고 불렀나?”
파이몬은 싱긋 웃으며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물론 아닙니다, 후작님.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록 환상이지만, 편히 앉아주신다면 좋겠군요.”
회담, 회담이라.
어비스 코퍼레이션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보 정도는 들어두어서 나쁠 것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파이몬이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리 앞에 놓인 테이블에 찻잔과 주전자가 생겨났다.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특상품 홍차인 것입니다! 환상이지만, 맛과 향은 거의 그대로 구현한 것입니다!”
그레모리는 제법 친절해 보이는 접대용 미소를 지은 채 홍차를 따라서 내게 건네주었지만, 나는 당연히 입도 대지 않았다.
뭘 믿고 악마가 권하는 차를 마셔?
“이것도 다 마력을 써가며 공들여 만들어 드리는 건데 그렇게 매몰차게 거부하시다니, 이곳은 꿈이니까 물리적인 위해 같은 건 의미 없는 것입니다…….”
“악마가 내뱉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서.”
“러스트 사의 모토는 Love and Peace! 사랑과 평화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서큐버스를 이렇게 의심하시다니, 너무하시는 것입니다…….”
그레모리는 울상을 지었다.
서큐버스 아니랄까 봐 모양새만 보면 무해하고 상처받은 여인으로만 보이는데……
애초에 저렇게 허당처럼 보이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서큐버스가 크록스의 진중 한가운데 있던 내 꿈에 침투해서 이렇게 실감 나는 환상을 펼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쪽에선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으니 긴장될 수밖에.
나는 아까부터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는 그레모리에게서 시선을 돌려, 파이몬을 쏘아보았다.
“용건.”
“정보만으로는 이렇게 까칠하실 줄은 몰랐는데, 이건 이것대로 매력적이시군요.”
파이몬은 어째 얼굴을 붉히면서 다리를 바꿔 꼬았다.
이쪽도 정상은 아닌데. 내가 혀를 차려는데, 그레모리가 충격적인 소리를 했다.
“후작님. 속으면 안 됩니다. 슬로스 사의 파이몬은 남자인 것입니다.”
……뭐?
나는 파이몬의 얼굴과, 백의 아래 입은 보라색 드레스의 모양새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게 어딜 어떻게 봐야 남자야.
놀리는 건가?
“그레모리, 쓸데없는 소리를.”
“교태 부리는 건 러스트 사의 전매특허인 것입니다! 자꾸 월권을 행사하는 파이몬이 나쁜 것입니다! 서큐버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변태는 싫은 것입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에 반응하여 우리가 앉은 응접실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환상이 내 꿈에 마력으로 덧씌워진 거라면, 이곳의 주인인 내가 마력으로 깰 수도 있는 거겠지.
“앗, 아앗! 죄송! 죄송합니다! 그레모리는 이제부터 입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레모리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덮어버리곤, 금빛의 눈동자로 내 눈치를 살폈다.
“실례했습니다, 후작님. 중요한 회담인데, 아시다시피 저희가 악마들이라 인간 기준으로 별로 정상인들은 아니라서요.”
“……알고는 있으니 다행이군. 용건.”
나는 마력을 갈무리하며 남자……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파이몬을 쏘아보았다.
파이몬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싱긋 웃고는 입을 열었다.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프랑지아 공화국과의 수교를 원합니다.”
절로 조소가 서렸다.
루이 왕이 악마들에게 국민들을 팔아치우다가 촉발된 것이 프랑지아의 혁명인데, 수교?
어이가 없군.
“우리 혁명이 왜 터졌는지 모르진 않겠고, 지나치게 뻔뻔하지 않나?”
“그것은 오해로군요, 후작님.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루이 왕이 요구한 군자금을 대출해 주었고, 그것을 상환하는 수단으로 노예 판매를 선택한 것은 루이 왕입니다.”
파이몬은 아주 느긋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간다.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잘못은 프랑지아 내부에서 저질렀는데, 애꿎은 우리의 프랑지아 지부가 혁명군에게 피해를 입은 셈이죠.”
“나는 그대들의 궤변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수교를 원하면 정식으로 프랑지아 외교부에 넣도록.”
파이몬은 싱긋 웃었다.
“후작님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국민의회의 누가 우리와의 수교를 회복하자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요? 우리 제품으로 아키텐 백작을 살해하려던 자들이 어떤 꼴-”
파이몬은 말하다가, 내가 뻗은 손에 목이 잡혀서 그대로 말을 멈췄다.
“여기서 죽여도 아무 소용도 없다고?”
놀란 듯 금빛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그레모리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실험해볼까?”
팔에 마력을 두르자 그대로 환상이 떨리기 시작하고-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파이몬의 목이 그대로 꺾였다.
“흐음, 너무 과격하시네.”
파이몬은 꺾여버린 목으로 느긋하게 입을 열었고, 나는 얼굴을 구기며 손을 뗐다.
“검증은 되셨나요, 후작님?”
파이몬은 눈을 빛내며 웃었다.
“……그래, 빌어먹게도 그렇군.”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파이몬의 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정상으로 돌아갔다.
짜증 나네.
나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내가 네놈들을 증오할 이유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딴 회담을 마련한 이유가 뭐지?”
“아, 그야 뭐. ‘파이몬’과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입장은 조금 다르니까요.”
파이몬은 손으로 붉고 긴 머리칼을 쓸어넘기곤 그렇게 답하며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네놈은 내가 이런 제안을 받지 않을 걸 알지만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프랑지아와의 수교를 원한다?
“그래도 전달은 해야 하니, 말이라도 꺼내 보겠습니다. 요구는 크록스 왕과의 수교와 무역협정의 파기, 그리고 어비스 코퍼레이션과의 수교와 무역협정 체결.”
나는 어이가 없을 노릇이었지만-
“이 조건을 받아들여 주신다면 우리는 선금으로 머스킷 총 1만 정과, 10만 발의 탄약을 지급하도록 하죠.”
따라붙은 조건을 듣고는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후하네. 이 정도면 솔깃하게 듣는 자들이 있을지도.
파이몬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이건 제 개인 의견으로 붙이는 조건입니다만. 프랑지아와의 정식 거래가 아닌 내부 세력과의 별도 거래를 금지해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물론, 라파예트 후작님과 아키텐 백작님은 예외로 두고.”
나나 크리스틴에게 어비스의 제품을 써서 위해를 가하는 일을 막아주시겠다?
파이몬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제안을 내가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하는 건가?
아니, 그보다는.
내 반응을 기대하고 있나?
왜?
“조건이 꽤 괜찮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나는 거절이다.”
분명히 거부당했는데, 파이몬은 재미있다는 얼굴이 되었다.
“사유를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국방을 잠재적 적국에게 의존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반면 크록스 왕은 그대들에게 맞서기 위한 우리의 우방이다.”
“어째서 어비스 코퍼레이션을 잠재적 적국으로 단정 지으시는지…….”
“내가 할파스를 어떻게 처분했는지 알고 있을 텐데? 루이 왕 탓을 하지만 애초부터 혁명을 유도하고 혼란을 일으켜서 재미 보려고 한 것이 네놈들 아닌가?”
파이몬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 진해졌다.
“그렇다면 저는 더 의아하군요, 후작님. 프랑지아의 혁명이 어떤 식으로 촉발되었는지 잘 아셨을 텐데, 애초부터 왜곡된 혁명으로 탄생한 공화국에 충성하신다니.”
“네놈들이 전능하다고 생각하나?”
내 말을 들은 파이몬은 멈칫했다.
“네놈들이 부추기고, 네놈들이 주입한 사상으로 만든 혁명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틀렸어. 결국 그걸 통제하지 못해서 네놈들도 피 본 것 아닌가?”
시작은 저들이 주입한 것에 영향받았다 해도, 결국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이들이 갈망하여 터진 형태가 혁명이었을 뿐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격하던 병사들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끝까지 저항하다 쓰러진 정치인이 악마들에게 영향받았을까? 천만에.
“이건 프랑지아가 일으킨 혁명이고, 우리가 구축한 공화국이다. 네놈들이 한 건 거기 불순물을 집어넣고 가속 시킨 것뿐이지, 그 부패한 왕국에선 늦든 빠르든 일어날 일이었다. 그곳에 너희 악마들이 차지할 자리는 없어.”
파이몬의 눈이 휘고,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후작님과 프랑지아를 위해 조언 드리자면, 프랑지아에 맞서기 위해 어비스 코퍼레이션에서 대량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는 국가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신다면, 상당히 큰 문제에 직면하실 수도 있는데요?”
게르마니아 제국에 무기를 팔고 계시다?
“그럼 더더욱 크록스 왕과의 거래를 이어가야겠군. 그래야 네놈들이 아니라 드워프들과 거래를 해서 무기를 충당할 수 있을 테니.”
파이몬은 점점 더 즐거워하는 기색이다.
왜지? 악마를 논리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할파스는 이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오, 후작님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 하지만 드워프들 장인들이 대단하다 한들 어비스 코퍼레이션만큼 많은 무기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네놈들은 프랑지아가 멸망할 만큼 많은 무기를 한 번에 풀지 않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래야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네놈들의 이득이 늘어나니까. 게르마니아에만 지나치게 힘을 실어주면 전쟁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테고, 그 이후엔 네놈들이 통제 못 할 변수가 되어 날뛸 테니 알아서 조절하겠지.”
“하핫.”
파이몬은 결국 유쾌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레모리, 우리를 이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 있던가요?”
그레모리는 여전히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만 가로저어 보였다.
“오, 후작님. 후작님은 정말 어비스 코퍼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하고 계시네요. 그런 후작님께 더더욱, 진심을 담아 조언해드리고 싶군요. 후작님의 모든 계획은 크록스 왕과의 수교가 계속 이어져야 성립이 가능하죠.”
파이몬은 도발적으로 웃었다.
“그런데 저희는 크록스 왕과 그 추종자들을 완전히 무너뜨릴 작정이랍니다. 여차하면 무력 동원도-”
“해봐.”
“예?”
“네놈들이 대륙에 직접 발을 디디지 않고, 배후에 숨어서 대륙에 혼란을 일으키고 간접적으로만 개입하는 이유는 그쪽이 더 이득이라서 아닌가? 악마들이 대륙에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낸다면, 예전에 멸망한 판데모니움처럼 대륙의 공적이 될 테니까.”
“…….”
“네놈 말처럼 단번에 크록스와 그 형제들을 멸망시킬 수준의 개입이 가능했다면, 어비스 코퍼레이션이 크록스와 프랑지아의 거래 따위에 신경 쓰며 이런 회담 자리를 마련할 필요도 없었겠지.”
결국 프랑지아를 떼어내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크록스를 쓰러트리고, 이베리카 반도에서 산업혁명의 재료들을 수급하겠다.
그렇게 만든 무기를 프랑지아와 게르마니아 양쪽에 팔며 재미나 보고 싶으시다, 그거잖아?
“네놈들은 하나의 권력자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라, 7개 이익 집단의 연합체니까 쉽게 전쟁을 벌일 수 없어. 전쟁으로 얻을 이득보다 대륙과의 거래가 끊겨서 입을 손실이 더 크니까. 아닌가?”
“하핫, 하하하!”
파이몬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예 어깨를 들썩이며 폭소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검이 절실한데.
나는 고개를 돌려 그레모리에게 물었다.
“……저자가 왜 저러나?”
그제야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잽싸게 내린 그레모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레모리도 모르겠는 것입니다- 후작님의 말씀은 완전히 어비스 코퍼레이션에 엿 먹이는 내용인데, 어디가 재밌을까? 변태라서 그런가? 사랑과 평화를 좋아하는 서큐버스는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거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그때쯤에야 웃음을 멈춘 파이몬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근사하게 재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실로 놀랍군요, 후작님. 구구절절이 다 옳으십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우리를 이해한 채 작정하고 방해하는 후작님은, 다소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제거해야 할 만한 위험 요소가 아닐까요?”
“네놈들은 이미 나를 공격하고 있었지 않나?”
내전 당시 루이 왕은 굳이 병력을 쪼개서까지 1왕자파의 수장도 아닌 라파예트를 노리는 이상한 짓을 했었다.
원래라면 가벼운 국내 분쟁에 그쳤을 과격파의 크리스틴 암살 기도를 어비스가 지원해, 그녀가 죽을 뻔하게 만들었다.
할파스를 심문해서 얻은 정보, 그리고 그 이후 이들의 행적.
뭘 봐도 저들은 이미 나를 위협요소로 여기고 적대 활동을 시도해왔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리고 실패했지.
저들은 확실히 미지의 적이고, 까다롭다. 그러나 결코 전능하지 않다.
저런 놈들을 두려워하며 그 꼭두각시로서 얻는 안온함을 누리느니, 나는 차라리 내가 얻어낸 내 사람들과 우방을 믿고 저들에 맞서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뒤에 숨어서 열심히 시도해보도록. 전부 실패할 테니.”
“후후, 후후후. 교섭 결렬이군요. 기대하겠습니다, 라파예트 후작님. 아, 크록스 왕을 무너트리겠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니, 어디 한번 잘 막아보시죠.”
“회담 수고하신 것입니다, 라파예트 후작님. 근데, 혹시라도 근사한 시간 보내실 생각 없으신 것입니까? 그레모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서큐버스로서 정기를 받으면 확실한 서비스를 해드리는 것입니다! 욕구불만이신 것 같은데 제가 뿅 가게- 아, 아닙니닷!”
응접실의 모습을 하고 있던 환상에 금이 간다.
환상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응원해드리죠, 후작님.”
잠에서 깨기 직전, 마치 귀에서 속삭이는 것 같은 파이몬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저 망할 악마 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