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 - 라파엘 발리앙
프랑지아 공화국, 로렌 주 수도 낭시.
한때 로렌 공작의 저택이었으나, 혁명군 임시사령부로 쓰이고 있는 건물.
비록 '자업자득인 사고'에 휘말리긴 했지만, 로렌 공작이 루이 왕을 넘기고 항복을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프랑지아 전역이 혁명정부의 손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고도 전후처리로 바빴다.
먼저 확보한 알자스와 로렌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국경을 수비할 병력을 나누고, 나머지 부대는 수도로 귀환하며 어떤 식으로 개선식을 할지를 조율해야 했다.
“그럼 부탁하지, 가스통 경.”
“명을 받듭니다, 각하.”
가스통은 북부군의 니콜라 네와 함께 우리보다 앞서 출발해, 루이 왕을 수도로 호송하게 되었다.
로렌 공작 일파가 해외로 들고 가려던 재산 중 일부를 약속대로 현지에 나누어 줬으니, 남은 것도 혁명 정부에게 전달해야 하고.
“그래, 내가 누구보다 믿는 사람이니 잘 해줄 거라 기대하지.”
가스통이 절도 있게 허리를 숙여 보이고,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언제나처럼 하얀 로브차림에 후드를 쓴 에리스가 약간 가라앉은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루이 왕의 턱을 회복시켜줄 수 있냐는 물음에, 에리스는 조금 힘들겠지만 아마 가능은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미 말했지만, 굳이 턱을 재생시켜줄 필요까지는 없어.”
하지만 루이 왕이 그걸 원할까? 차라리 죽여주길 원할 걸.
기껏 고생해서 치료해주면 루이 왕이 내뱉을 첫 마디는 아마도 에리스에 대한 저주가 아닐까.
생각 같아선 나도 에리스가 괜히 마음고생 하느니 죽든 말든 내버려 두라고 하고 싶지만, 수도의 혁명 정부는 루이 왕을 재판정에 세워 처형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있다.
그런데 호송 중에 죽어버리면 빤히 성녀도 있는데 뭐 했냐는 소리 들을 게 뻔하지.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을 정도로만 유지해줘. 그거면 충분해.”
“...알겠어요, 후작님.”
간단하게 답한 에리스는 가스통과 함께 나가려다, 내 쪽을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루이 왕이 아무리 인간쓰레기라도 에리스에겐 친족이니 내심 신경 쓰였는데, 그게 티가 난 건가.
“...고마워. 그러면 수도에서 보자.”
그 배려에 살짝이라도 웃어보이자, 에리스도 마주 웃어주곤 등을 돌렸다.
성녀인 에리스와 함께 남부군 대표로 루이 왕을 호송해 수도로 입성하면, 가스통도 나름대로 인지도가 생기겠지.
가스통과 에리스가 나가는 것을 본 나는 남아있는 드제와 데미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드제 경은 이곳에서 북부군과 협의하여 부대를 재편하는 걸 도와주면 되네.
그 다음 나와 함께 수도로 귀환할 부대를 이끌고 개선식에 참석하지.”
내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정말 여러모로 수고해준 드제 경이니까, 이 정도는 배려해준다.
“하핫, 그건 영광이군요. 후작 각하.”
루이 드제도 내 의도를 알았는지 서글서글하게 웃었고, 그 옆에서 데미앙이 웃는 얼굴로 물어왔다.
“저는요, 후작님?”
웃음이 어째 좀 뻣뻣한 것이, 대충 예상은 하는 것 같은데?
“백작님은 수하들과 여기 남을 치안군과 국경수비군을 맡아주면 됩니다.”
“예, 예? 저만요?”
“부하를 잃은 슬픔을 추스르며 푹 쉬지 않으셨습니까. 그동안은 드제 경이 수고해주었으니, 이젠 백작님께 부탁드려야죠.”
“그, 그럴 수가...”
데미앙은 세상을 다 잃은 얼굴이 되어 좌절했다.
...만, 내가 알 바인가.
부하 핑계 대고 쉴 때는 좋았지?
그러게 평소에 좀 성실하게 잘 하던가.
-
며칠 뒤.
북부군과 혁명군의 잔류부대 지정 및 철수 과정에 대해 협의하는 회의가 끝나고, 나는 라파엘 발리앙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와주셨는데, 건물을 빌려 쓰는 입장이라 제대로 된 응접실이 아닌 것이 죄송하군요.”
발리앙이 여간 너스레를 떨어서, 나도 픽 웃었다.
“어차피 같은 건물 같이 빌려 쓰는 입장인데,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하하, 후작님께서는 고위 귀족이신데도 격식에 연연하지 않으셔서 좋습니다.
저녁 시간이라기엔 아직 이르니 간편하게 준비했습니다.”
발리앙이 손짓하자, 주방장이 구운 감자를 썰어놓은 것과 와인을 준비해주었다.
소박한 안주지만 야전활동에 익숙한 우리 모두 이런 쪽이 차라리 편한지도 모르지.
“그러면, 혁명군과 라파예트 후작님의 승리를 기념하며 건배하도록 하지요.”
“혁명군과 발리앙 장군의 승리를 기념하며.”
부딪힌 두 잔에서 소리가 울리고, 나와 발리앙 모두 가볍게 와인을 한 모금씩 마셨다.
지난 전투와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오가고 와인을 조금씩 음미하고 감자를 맛보며 시간이 흐르고, 미약한 취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발리앙이 입을 열었다.
“외세가 개입해올 때만 해도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도 전쟁이 생각보다는 쉽게 끝났군요.”
쉬웠나?
발리앙의 말을 들은 나는 내 명령에 따라 돌격하면서 죽어나가던 이들을 떠올렸다.
나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던 전장에 끓어오르던 열기와, 엄청난 희생을 쌓아가며 폭풍의 마녀를 향한 길을 뚫는 순간 모두가 공유하던 처절함까지.
뭐, 생각보다는 인가.
과정이 아닌 손실과 전쟁 기간만 보자면 그럴 수도 있지.
“...그렇군요. 하지만 이대로 끝은 아니겠죠.”
폭풍의 마녀를 잃긴 했지만, 그게 게르마니아 제국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피해를 입힌 건 아니다.
폭풍의 마녀는 어디까지나 개인으로서의 이레귤러.
대단한 전력이긴 했고 그 대마법이 우리에게 상상도 못 해본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게르마니아 제국이 이번 전쟁에서 입은 손실은 1만 명 정도다.
남의 나라 전쟁에서 흘리기엔 아까운 피고 위신의 타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제국이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 기준에서는 코웃음 칠 수 있는 수준이겠지.
역설적이게도 제국의 빠른 철수는 그만큼 제국이 이번 전쟁에 별 힘을 들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발리앙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역시, 후작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국력은 멀쩡한데 체면만 구겼다면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고려하는 것이 소위 군주들의 심리니까요. 명분만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쳐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 명분은 제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황후 본인이다. 저들은 무조건 온다.
“하핫, 전쟁은 왕들의 게임이니까요.”
발리앙은 그리 말하며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시더니, 손에 든 잔을 빙빙 돌리며 물었다.
“후작님께서 수도로 올라가시기 전에 저와 한 대화, 기억하고 계십니까?”
입에 머금은 와인이 쓰게 느껴졌다.
공화국에 바치기에 내 충성과 헌신은 지나치게 값지다고 했던가.
나와 내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에 합당한 보상 따위는 없다고.
-과연, 후작님이 저 공화정부와 함께 추구한 대의가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는 했습니까?
-성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발리앙 장군의 관점에서는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발리앙과 주고받은 문답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기보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간 수도에서 마주한 것은 죽기 직전의 크리스틴이었고.
“우리 모두 당장 전쟁 수행에 바빠서 이제야 말씀드리자니 좀 민망하지만, 저는 후작님이 수도에서 겪으신 일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발리앙은 나와 헤어지기 전에, 진심으로 내가 하는 일이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그렇습니까.”
내가 간단하게만 답하고 다 비운 와인 잔을 내려놓자, 발리앙은 와인 병을 들어 잔을 채워주었다.
“후작님께서도 아시겠지만, 프랑지아는 제국이 다시 우리를 위협해오기 전에 빠르게 국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평화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겠죠.”
그러지 않아도 그걸 위해 크리스틴이 수도에서 우리 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테고, 수도에 올라가면 나도 본격적으로 정치활동과 군대 육성에 집중해야 하겠지.
지금까지는 발생할 상황을 알고 있으니 그에 대비하는 식으로 움직였지만, 혁명은 성공했고 외세와의 전초전도 끝났다.
이제부터는 내가 내 사람들과 함께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발리앙은 싱긋 웃더니 물어왔다.
“그래서 말이지만, 후작님께 이 나라를 바꾸고자 하는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 나라를 바꾼다라?”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미인데.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발리앙은 와인 잔을 빙빙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구체제가 무너지고 소위 국민의회가 들어섰습니다만, 기대만큼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지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와인만을 마셨다.
그래, 나는 최악을 대신할 차악으로서 공화국을 선택했다.
애초부터 선택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귀 전에도, 후에도 공화국이 도저히 이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자유, 평등, 박애. 굉장히 아름다운 말들이지만, 과연 저 가치들이 국민의회의 현실에 들어맞는 단어들이긴 한지 의심스럽군요.”
“혁명군의 절반을 지휘하는 장군께서 입에 담기엔 지나치게 불온한 발언 같습니다만.”
발리앙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
“후작님께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발리앙의 말에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 픽 웃었다.
“글쎄요, 최소한 구체제로부터 자유를 쟁취해내긴 했죠.”
발리앙은 웃는 얼굴인 채로 다시 물었다.
“하핫,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평등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단한 장군이자 기사인 후작님의 의견이 전부터 궁금했습니다만.”
“...더 강한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제아무리 날고기어도 단신으로 국가를 상대할 수는 없고, 국가를 구성하고 인간이 삶을 이 어가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것이 필요하니까.”
당장 크리스틴은 무력으로 따지면 일개 병사보다 약하지만, 그녀가 사람들과 이 나라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나보다 부족한가?
평민 중에도 법에 대해 나보다 더 박식한 이들이 많을 테고, 전문적인 기술자들은 나는 이해도 하지 못할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발리앙은 씩 웃었다.
“확실히 후작님은 귀족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유연하십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글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변변한 지식도 쌓지 못한 자들도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혁명당의 주장이군요. 과연, 그건 무리겠죠.”
그런 권한을 준다고 해서 뭐가 뭔지도 모를 자들이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용하기 쉬운 선동의 대상일 뿐이겠지.
정작 저렇게 주장하던 자들이 처음에 크리스틴에겐 참정권을 줄 수 없다고 나왔었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능력도, 영향력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에게 평등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자신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줄 자들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뿐 아닌가?
발리앙은 내 답에 만족스럽게 웃었지만, 나는 그에게 상반되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장 저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평등이라는 기치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저들이 저 수준에 그쳐있는 건 저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도, 필요한 교육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평민임에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기회를 쟁취해낸 가스통은 어지간한 귀족들보다 낫지 않나?
애초부터 기회 따위 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 우월한 힘을 가졌으니 너희는 열등하다는 주장이야말로 구체제의 부패한 논리 아닌가.
“하다못해 용병대장 출신이면서, 혁명군의 절반을 지휘하게 된 장군이야 말로 평등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왕국의 구체제에선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인간이 완전히 동등할 수는 없어도, 기회나마 조금이라도 평등하게 준다면 빛을 보지 못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발리앙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런, 후작님께 말로는 못 당하겠군요. 박애는, 뭐. 굳이 논할 가치가 없겠고.”
이번에는 나도 쓴웃음을 흘리며 반박하지 않았다.
발리앙은 자신의 빈 잔에 다시 와인을 따르더니, 잔을 빙빙 돌리다가 입을 열었다.
“후작님께서도 알고 계시리라 여깁니다만...”
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발리앙은 진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후작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결국, 공화국과 프랑지아 인민들의 가치입니다. 국민의회가 아니라.”
“......”
자유, 평등, 박애. 실현될 수만 있다면 이상적인 가치들이다.
프랑지아의 인민들은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직접 혁명을 일으켜 구체제를 전복시켰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싸웠다.
나를 믿어주고 자신들을 박해하려던 혁명 정부와 타협하여 혁명군에 투신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회는?
저들에게 품었던 기대가 배신당한 끝에, 저들이 내건 가치가 위선이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이 나다.
“공화국은 이제 막 태동한 참입니다. 전쟁이 다가올 테고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국가를 정비하고 개혁해야 하는데, 각 당의 총재들이 서로 견제하기 바쁜 지금의 국민의회로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저도 중앙당원이자 국민의회의 의원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봐야겠죠.”
“글쎄요, 더 편한 길이 있는데 굳이 그래야만 할까요?”
나는 발리앙의 말을 듣고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발리앙은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이쯤 되면 못 알아듣는 쪽이 문제지. 그러니까, 국민의회를 치우자?
“당신은 저들이 준비하고 후원한 사람입니다. ...저를 견제하라고.”
발리앙은 양 손을 들어올렸다.
“오, 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국가 상황은 안중에도 없고 안일함과 이상주의에 빠진 국민의회보다는 후작님 쪽이 훨씬 끌리는 군요.”
“...당신의 목적은 뭡니까?”
“저는 이 공화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의 중기병들이 제국의 기사들에게 맞서 싸워 승리하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공화국 만세를 부르짖으며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병사들도.”
발리앙은 전장의 모습을 연상하기라도 하는 듯하더니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외국에선 권력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평민들의 마력 사용을 탄압하는 동안, 후작님은 중기병들에게 마력을 가르쳤죠. 내전 중 다급하게 한 것만으로도 그 정도의 성과를 냈는데, 만약 우리가 모든 병사들에게 그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수도에 귀환하면 군사교육과정을 개편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나는 말하면서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발리앙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니겠지.
“예, 그래야죠. 정치의 비효율성만 타파하고 빠르게 움직인다면 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력까지 다루는, 대륙을 진동하게 만들 최강의 군대가 탄생할 겁니다. 대육군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그런 군대가 말입니다.”
발리앙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저 게르마니아 제국의 침략을 방어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대륙으로 진격해 저들을 무너트리고, 우리가 진정한 제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 선제후들의 눈치나 보는 이름뿐인 제국이 아니라, 고대 제국처럼 절대적인 대륙의 패자가 말입니다.”
발리앙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떤 가능성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자신의 손에 있는 보물을 썩히고 있는 자들과 달리, 저와 후작님이 함께 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라파예트후작님, 저와 함께 역사에 가장 위대하게 남을 신화를 써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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