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혁명에 단두대는 필요없다-59화 (59/258)

혁명기 - 내전의 끝

프랑지아 공화국 수도 뤼미에르.

국민의회에는 각 당 의원들이 모여, 전선에서 라파예트 후작이 전달한 로렌공작의 제안에 대해 토론이 한창이었다.

“내전에서 무수한 자들을 희생시킨 귀족 놈들을 그대로 곱게 보내주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태생이 급진파들인 혁명당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끝난 전쟁에서 더 이상의 피를 흘릴 필요가 있소이까? 저쪽이 국왕을 넘긴다면 이 지긋지긋한 내전을 끝내고 공화국이 프랑지 아 전역을 수복할 수 있소.”

하지만 혁명당의 의원들도 자유당 총재 니콜라 브리소의 말에는 침음을 흘렸다.

왕자들이 왕위를 노리며 시작해 혁명까지 이어진 프랑지아의 내전은 너무도 길었고, 딱 그만큼 무수한 피를 흘렸다.

혁명당 의원들이 주저하고 있자, 막시밀리앙 이지도르가 입을 열었다.

“로렌 공작과 루이 왕은 어차피 저항할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을 겁니다. 게 르마니아 제국과 노던 연합 왕국이 철수한 이상 패배는 이미 결정되었고, 휘하 군사들의 사기도 극히 저조하겠지요.”

이지도르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덧붙였다.

“반면 저들은 재산을 가지고 망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은 그나마 내전의 변방이었으니, 저들이 처분하고 가져갈 재산도 상당하겠지요.”

거기까지 듣자 의원들도 마른침을 삼켰다.

현재 공화국의 재정 상황은 딱 파산 직전에서 위태위태하게 줄타기를 하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아키텐 상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파산했다.

“피는 어느 정도 흐를 수 있으나, 어차피 적들의 사기도 낮으니 심각한 저항을 하지는 않겠지요. 내전의 변방을 지키며 민중을 착취해 쌓은 부를 그대로 해외로 가지고 나가게 하느니, 약간의 피를 감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으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

이지도르의 발언에 이번엔 니콜라 브리소가 내키지 않아 하자, 이번엔 혁명당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다.

“차라리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영지를 접수한 다음, 저들을 구속하여 처형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오, 차라리 그쪽이 나을 수도 있겠구려! 저 비열한 귀족 놈들은 반드시 피를 봐야 하오!”

“그래, 애초에 저들은 왕을 배신하겠다는 것 아니오? 그대로 되갚아 줘도 문제는 없겠지!”

의원들이 동조하는 듯하자 막시밀리앙 이지도르와 니콜라 브리소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중앙당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중앙당의 총재, 앙쥬 백작은 다시 그의 오른 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명목상은 중앙당의 일개 의원이지만, 사실상 수도의 중앙당을 통솔하고 있는 크리스틴 다키텐은 앙쥬 백작과 시선이 마주치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유일한 여성 의원에 상복처럼 검은 드레스 탓에 눈에 띄는 그녀가 발언권을 얻자, 자연히 시선이 집중되었다.

“내전의 종식을 앞둔 지금, 종전협정을 체결해놓고 바로 깨자는 의견은 현명한 판단이 아닌 것 같군요.”

“크흠, 반군과의 약속이 정식 종전협정이요?”

“외람되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외국에서 우리 공화국의 공식 지위는 반란군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내전을 끝내고 일부 국가라도 국교를 정상화해야 하는 데, 굳이 저들에게 빌미를 줄 이유가 있나요?”

말을 마친 크리스틴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공화국이 언제까지고 아키텐 상단과 신성 교국의 독점 무역에만 의존하고 있어서야, 국민들이 기꺼워할 것 같지는 않군요.”

저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크리스틴이 그런 뒷말을 굳이 입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의원들 모두가 알아듣고 얼굴을 굳혔다.

결국 내전으로 피폐해진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안정시키려면, 일부 국가의 무역제재라도 풀어야 한다.

“그러면 중앙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보내 주자는 겁니까? 아니면 전쟁을 이어서 하자는 겁니까?”

크리스틴이 앙쥬 백작에게 가까이 붙어 무언가 속삭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절충안으로 하는 것이 어떻소?”

-

야심한 시각의 로렌 공작령.

루이 왕은 화려한 침실에 누워 있었다.

침대는 푹신하고, 이불 또한 따스하다.

공작씩이나 되는 고위 귀족이 왕을 위해 준비한 침실은 왕성의 그것에는 비할 바 아니어도 충분히 편안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가을의 끝물인데도, 루이 왕은 오한에 몸을 떨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지아의 국왕 폐하.

차갑고, 경멸하는 눈초리.

기사왕이라 칭송받았던 그의 아버지와 같은 전장에서 싸웠던, 게르마니아 제국의 늙은 군인의 얼굴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감히 짐에게...”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한 루이 왕이 핏발 선 눈으로 분노를 토해내었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한때 촉망받던 기사였던 그는 발소리가 하나나 둘이 아니라, 여럿임을 깨닫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잠옷 차림으로 일어나 다급하게 벽 귀퉁이에 세워둔 검을 잡았다.

그 순간 문밖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멈췄고, 루이 왕이 검을 뽑아 들자마자 문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조용하게.

어둠 속에서 방으로 들어선 자들이 복면을 하고, 손에는 검과 총 따위를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루이 왕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감히 이 프랑지아의 국왕에게!

하찮은 버러지들 따위가!

격노한 루이 왕은 검을 높이 들며 암살자에게 뛰어들었다.

“허, 헉?”

“으아앗!”

당황한 암살자들은 어설픈 티를 내며 총을 쏘고 검을 휘둘렀지만, 그대로 마력의 보호를 받는 루이 왕에게 도륙당했다.

잠옷과 드러난 맨살에 피가 튀고, 루이 왕은 눈앞에 보이는 자들을 전부 죽인 후 복도로 뛰어나갔다.

루이 왕은 맨발에 닿는 차가운 복도의 감촉에 움찔했지만, 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위병! 암살자다! 암살자들이 짐을 노리고 있노라! 당장 짐을 보호-”

그 순간 루이 왕의 눈에, 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그를 향해 검을 뽑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루이 왕은 저들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검을 빼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로렌 공작, 저 옛 반역자는 믿을 수 없소.

레오폴트 대공에게 그 자신이 내뱉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루이 왕은 허겁지겁 다시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맨발이 이미 고이기 시작한 암살자들의 피를 철퍽 거리며 밟아, 피가 튀었다.

문을 잠근 루이 왕은 발코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카펫으로 장식된 방바닥에, 루이 왕의 움직임에 따라 그를 뒤쫓는 핏빛 발자국이 새겨졌다.

정신없이 달려가 발코니의 문을 열자 가슴을 다 드러낸 실크 잠옷 사이로 가을바람이 파고들어, 루이 왕의 몸이 덜덜 떨렸다.

발코니 아래로, 저택을 둘러싼 횃불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절대 죽여서도, 놓쳐서도 안 된다!”

한때 그에게 굽신거리던 로렌 공작의 외침이 들려와, 루이 왕은 쫓기듯이 방안으로 돌아왔다.

문밖에서, 무수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비열한 배신자 놈들.

-폐하께서 진정으로 명예로운 기사 왕국의 주인이시라면.

반역자 놈들.

-이 땅의 백성들의 주인이시라면.

정당한 왕좌의 주인인 나에게 감히.

-영광스러운 게르마니아 제국의 동맹국을 이끄는 분이시라면.

덜덜 떨리는 몸에, 당혹감으로 새하얗게 변해버린 뇌리에, 되새기고 싶지 않은 차가운 음성만이 울렸다.

쾅, 쾅 소리 내며 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이 왕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무릎 앞에, 암살자가 떨어트린 권총이 놓여 있다.

-차라리 지금 목숨을 끊으시는 것이, 폐하의 명예와 이 나라 백성을 지키는 길입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레오폴트 대공이 남긴 말만이 번뜩였다.

로렌 공작이 배신했다.

저만 살겠다고, 저 천한 것들의 반란군에게 그를 넘기기 위해.

루이 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들어 올렸다.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죽을 때는 죽더라도, 기사 왕국의 국왕답게 죽고 싶다.

비참하게 천한 것들에게 야유당하고, 유린당하고 싶지 않다.

천천히 들어 올린 권총을 턱에 대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루이 왕에게 섬뜩한 감각을 안겼다.

마침내 수차례 걷어 차인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뛰어 들어온 로렌 공작의 군사들은 루이 왕을 보고 기겁했다.

“지, 짐은 국왕, 으로서, 죽노, 라.”

형편없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방을 울리고-

“헉, 아, 안 돼!”

비명 같은 군사들의 목소리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

국민의회에서의 회의 결과, 우리는 로렌 공작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식으로 종전협정을 체결했다.

로렌 공작은 루이 왕의 신병과 영지를 양도하고, 혁명군은 로렌 공작과 그 파벌이 재산을 가지고 망명하도록 허용하며 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한다.

로렌 공작령의 수도 낭시에 백기가 내걸리고, 우리는 피 흘리는 일 없이 도시에 입성했다.

나와 발리앙은 혁명군 대열의 선두에 서서 도시를 둘러보았다.

삼삼오오 몰려나와 혁명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비쩍 말라서 한눈에 보기에도 궁핍해 보였다.

나는 그들을 둘러보다가, 등 뒤에 있는 루이 드제와 시선을 마주쳤다.

드제는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대열에서 이탈했다.

마침내 혁명군의 행렬이 도시 내부의 로렌 공작저에 도달하자, 로렌 공작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예 저택 앞에 온갖 짐마차의 행렬이 가득한 것이, 우리 마음이 변하기 전에 떠날 생각이 가득하시군.

“어서 오시오, 라파예트 후작. 그리고, 흠...”

“라파엘 발리앙입니다, 로렌 공작.”

“아, 발리앙 장군! 장군의 위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소이다!”

발리앙은 지극히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나는 로렌 공작에게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을 물었다.

“그러면 로렌 공작님, 확보하셨다던 루이 왕을 확인해볼 수 있겠습니까?”

“아, 그렇소. 확보는 되었는데, 직접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소.”

로렌 공작의 기색이 묘해서, 나와 발리앙은 의아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의 뒤를 따라가서야, 우리는 그가 왜 이런 반응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의자에 묶인 채 우리와 마주한 루이 왕은 비명이나 고함, 어느 쪽도 아닌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다. 그의 얼굴 아래에는 원래 있어야 할 아래턱이 없고, 흉물스러운 상처를 피로 물든 붕대로 대충 가려둔 참이었으니까.

이래서야, 루이 왕은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없다.

“음, 그. 권총으로 자살하려다가 이렇게 되었다오.”

로렌 공작이 머쓱해하며 그렇게 말하자, 루이 왕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절규를 내질렀다.

권총을 당기는 순간 공포를 못 이겨서, 고개를 젖혀버린 건가.

한때 용맹한 왕족으로서 젊은 기사들의 지지를 받던 왕의 모습치고는, 지나치게 비참하군.

“음, 이거 뤼미에르로 데려갈 때까지 살아는 있겠습니까? 성녀님께 치료를 요청하는 것이...”

나는 슬며시 미간을 구기며 루이 왕의 끔찍한 몰골을 보았다.

배는 다르지만 그래도 오라비인데, 그 선량한 에리스가 이런 몰골을 보면 가슴 아파하지 않을까.

“그러면, 조약은 다 준수되었다고 봐도 되겠소?”

한창 고민 중인데 눈치 없는 로렌 공작이 물어 와서,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예, 확실하군요. 가보셔도 좋습니다, 로렌 공작님. 혁명군은 그대들에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오, 과연 명예를 아는 귀족이시오, 라파예트 후작. 비록 길은 갈렸어도, 폭도들 속에서 빛나던 그대의 명예를 기억하리다!”

로렌 공작은 잽싸게 떠났고, 발리앙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저래도 됩니까? 솔직히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그건...”

나는 로렌 공작이 나간 문 쪽을 흘긋 보며 중얼거렸다.

“이 땅의 사람들이 정하겠죠.”

-

입성하는 혁명군을 보기 위해 거리마다 삼삼오오 모여 나와 있던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로렌 공작이 이끄는 행렬이 도시의 출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배부르게 잘 먹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들이 그동안 모아들인 사치품과 재산을 처분한 것들을 가득 실은 마차를 끌고 나가는 광경을, 피골이 상접한 주민들이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흐흐흐, 아주 잘 해주었소, 펠포드 백작.”

“이게 다 라파예트 후작의 명예를 알아보신 공작 각하의 혜안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하하!”

로렌 공작은 펠포드 백작과 함께 웃으며,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내전 중이라며 가혹한 전쟁세를 걷고, 어차피 포기할 영지라는 이유로 항복협상 체결 전날까지 가혹하게 수탈하여 긁어모은 재산이다.

비록 영지를 잃고 망명하는 것은 뼈아프지만, 이만한 재산이면 어딜 가서도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

리오넬 백작 그 멍청이를 보라지. 영지를 지키겠다고 끝까지 싸워봐야 남는 건 아무것도 없거늘.

그렇게 생각하던 로렌 공작은 그가 탄 마차가 멈춰 서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자 미간을 좁혔다.

로렌 공작은 마차의 창을 열었다.

“이봐, 무슨 일인가?”

“소, 송구합니다, 공작 각하. 시장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쯧, 뭐 하나! 때려죽이든 쫓아내든 하지 않고!”

“낭시의 시민들이여!”

그러나 시장의 외침이 더 빨랐다.

“우리가 굶주림과 추위를 참으며 저자에게 낸 세금은 저자가 영주로서 우리에게 의무를 다 할 것이라 믿고 바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들을 보라! 우리를 착취해 쌓은 부를 들고 도망치고 있지 않은가!”

“저, 저 버러지 같은 놈을 당장 죽여라!”

로렌 공작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그에게로 다가가려 했지만, 도시의 위병들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공작을 따르는 자들은 들어라! 저 배부른 돼지가 해외에 가서도 그대들을 챙겨줄 것 같은가? 지금 우리를 버렸듯 그대들 또한 버려질 것이다! 시민들이여! 우리의 것을 되찾자!”

무력하게 공작의 행렬을 보던 시민들의 눈에 순식간에 열기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로렌 공작과 펠포드 백작은 섬뜩함을 느꼈다.

로렌 공작은 마차의 창을 통해 모여 있는 군중들 속에서 혁명군의 장교복을 입은 남자를 찾아, 다급하게 외쳤다.

“이, 이보게! 혁명군을 불러주게. 이 폭도들에게서 우리를 보호해 주게!”

그 남자, 루이 드제는 로렌 공작을 빤히 보더니 답했다.

“송구하나, 로렌 공작 각하. 각하께서 라파예트 후작 각하와 체결하신 조약문에는 분명히, 혁명군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적혀 있지 않았는지요?”

-혁명군은 로렌 공작과 그 파벌이 재산을 가지고 망명하도록 허용하며 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한다.

로렌 공작은 그것을 혁명군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자들은 혁명군이 아니다.

로렌 공작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가,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어 펠포드 백작의 멱살을 잡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소, 송구합니다, 공작 각하! 무언가 착오, 착오가.”

성난 군중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마차 행렬을 지키던 자들은 이 내 무기를 내던지고 항복하거나 도망쳐버렸다.

“라, 라파예트 후작을 불러주시오! 라파예트-”

로렌 공작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군중들이 그가 탄마차로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처참한 단말마가 애도도 받지 못한 채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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