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 - 씨앗
레오폴트 대공이 철수한 뒤, 나와 미르보의 군세가 합류하여 남부군을 재편하고 재정비하며 한 달이 지난 시점.
나는 북부군의 주둔지인 바후아로 향했다.
원래 로렌 공작의 영지 중 하나였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공화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고지와 농장을 끼고 아예 방어전으로 일관했던 미르보와 달리, 발리앙은 아예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 로렌 공작령을 직접 공격했다 한다.
당연하게도 영지가 공격받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로렌 공작은 적극적으로 방어하려 들었지만, 하인리히 공작의 게르마니아 제국군과 군힐드 공작의 노던 연합 왕국군은 미적거리며 대응했다.
그러다 결국 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발리앙의 기동과 기습 끝에 각개격파 당하고, 바후아를 내주고 후퇴하게 된 거다.
나를 알아본 북부군에게 경례를 받아 가며 말을 달린 끝에, 오랜만에 보는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라파예트 장군님! 이곳에서 뵐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발리앙의 모습에 은근히 심사가 뒤틀린다.
그래, 남부군을 레오폴트 대공에게 던져주고 세운 전공으로 아주 기쁘신가 보군.
“저도 승리를 축하드릴 수 있어 기쁘군요, 발리앙 장군님. 로렌 공작과 루이 왕도 정신이 번쩍 들었겠지요. ...남부군도 레오폴트 대공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만.”
“하하하, 물론 북부군의 활약은 남부군이 레오폴트 대공을 막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저도 레오폴트 대공이 물러나게 한 남부군과 장군님의 활약은 전해 들었습니다.”
발리앙은 여전히 능글맞게 웃으면서 안내하듯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우선,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느긋하고 심도 있는 대화가 필요할 것 같군요.”
심도 있는 대화라. 거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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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리앙의 지휘 막사로 안내받았고, 수행원과 휘하 지휘관들을 전부 물린채 그와 독대하게 되었다.
“...부하들과 꽤 편하게 지내시는 모양입니다?”
은근히 허물없어 보이던 발리앙과 휘하 지휘관들의 태도를 떠올리며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핫, 굳이 격식 같은 걸 차리지 않아도 능력 있는 자에겐 알아서 권위가 생기는 법이죠.”
대단한 자신감이야.
내가 슬며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자, 발리앙은 두 손을 모으며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장군님.”
“...사과라?”
발리앙은 모았던 두 손을 내리며 나에게 눈웃음을 쳤다.
...뭔가 기분 나쁜데.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지원 없이 남부군 단독으로 레오폴트 대공에게 맞서게 한 건을 사과드리는 겁니다.”
얼씨구?
절로 썩은 미소가 지어졌다.
“문제 있는 행동인지 자각은 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자칫하면 남부군이 심각한 패배를 당할 뻔했다.
결과적으로는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부군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덕분에 지나지 않는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필요하다면 지원할 의향이 있었지요. 하지만 미르보 백작님이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셨는데, 제가 직접 나서서 지원을 보내겠다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 이런 씨.
그 머저리 같은 놈.
나는 괜스레 이 자리에 없는 데미앙 드 미르보를 욕했다.
그 멍청한 친구, 발리앙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맡겨달라고 하고 나왔다고 했지.
본인은 애써 숨기려고 했지만, 당시 작전회의에 참석했던 남부군 지휘관들의 증언이 대부분 일치했다.
전투에서도 못 싸웠다면 아예 모가지를 날려버렸을 텐데, 정작 전투 당시에는 신중하게 잘 버텨준 탓에 목은 붙여뒀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전투에서 북부군이 활약한 끝에 바후아 지역을 점령해낸 것은 남부군이 단독으로 레오폴트 대공을 막아준 덕분입니다.”
발리앙은 헛기침을 하며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러니 북부군이 남부군에게 빚을 진 것으로 해두겠습니다. 적어도 한 번, 남부군에게 이에 상응하는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괘씸한 짓을 해서 전공은 세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입을 씻지는 않겠다?
얄밉게도 이득을 취할 수 있을 때는 취하되, 미워하기에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앞으로도 남부군과의 협조는 이어나가고 싶다 이거지.
나는 얄미운 발리앙의 얼굴을 쏘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북부군의 호의는 감사히 받도록 하죠.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군요.”
“아, 예. 물론입니다. 장군님. 편히 물으셔도 됩니다! 하하!”
“만약 단독으로 레오폴트 대공을 막으러 간 남부군이 대패했다면, 북부군의 공세도 결국 실패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동부 전역을 상실한 채 물러나 수도 뤼미에르가 최전선이 되었을 텐데, 이에 대해 대책은 있었습니까?”
발리앙의 입가에서 천천히 미소가 지워진다.
저건 꽤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데미앙은 북부군에게 협조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것이 문제긴 했어도, 전투에서는 충분히 분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남부군은 그대로 궤멸당할 뻔했다.
그것도 내가 리오넬 백작과 결투를 해가면서까지 저들을 빠르게 굴복시키고, 군사들에게 무리한 강행군을 시키고서야 간신히 제때 맞출 수 있었다.
“해낸 제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저나 미르보 백작 둘 중 한 명의 능력이 조금만 부족했어도 남부군은 치명타를 입었을 겁니다.”
나는 발리앙과 눈을 마주치며 덧붙였다.
“발리앙 장군이 그런 사실을 모를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발리앙은 웃음기라곤 하나도 남지 않은 심각한 얼굴로 침묵하더니, 싱긋 웃으며 물었다.
“정치적인 답을 드릴까요, 진심을 말해드릴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진심으로.”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발리앙은 입가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저는 레오폴트 대공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걸 기대했습니다. 게르마니아제국에게 이 전쟁은 굳이 의욕적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발리앙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덧붙였다.
“예, 맞습니다. 장군, 아니 후작님의 말씀대로 만약 대공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남부군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긴, 라파엘 발리앙 정도 되는 군재를 지닌 자가 그런 것도 모르고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북부군이 활약한다고 해도 남부군이 패퇴하면 결국 전황은 불리하게 돌아갈 텐데, 거기서 왜 그런-
“제 판단을 이해할 수 없으신 것 같군요, 후작님.”
발리앙은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에서 프랑지아 공화국의 영토를 손으로 감싸는 시늉을 해 보였다.
“자, 이게 후작님의 시야입니다. 이 나라 전체를 보고 계시죠. 귀족으로서, 군사령관으로서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발리앙은 지도를 손으로 덮어버렸다.
겹쳐진 그의 두 손 사이에서 보이는 것은 원래 북부군의 거점이었던 랭스뿐.
“하지만 제 시야는 이랬습니다, 후작님. 남부군이 무너지면, 그야 별 수 없이 북부군도 후퇴해야 했을 겁니다.”
내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발리앙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북부군은 어쨌든 활약을 했는데, 남부군이 무너져서 물러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전황이야 어쨌든 북부군과 제 입지는 크게 올랐겠지요?”
“...그래서 남부군이 무너지고 전황이 불리해지더라도 북부군이 손해볼 일은 없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판단을 한 겁니까?”
“고작이라니요, 후작님. 저는 용병 출신입니다. 용병에게 애국심이나 희생정신을 기대하시는 겁니까? 저는 제 명성을 드높이고, 권력을 잡기 위해 공화국에 투신했는데요. 만약 남부군도 제 부대였다면, 판단도 달라졌을 겁니다.”
발리앙은 지극히 당당하다는 태도였다.
“저는 능력에 자신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지적인 손실에 연연하는 것보다 제가 확실하게 군권을 잡고, 국민의회에서도 감히 저에게 왈가왈부할 수 없게 되는 쪽이 전쟁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
어이가 없지만 말하는 자가 하필이면 그 라파엘 발리앙이라서 반박이 나오지 않는다.
내 불쾌감은 차치하더라도, 단순히 전략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오히려 저는 후작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절로 눈살을 찌푸리자, 발리앙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를 비정하다고 여기는 자들도 있겠습니다만, 최소한 제가 그렇게 함으로써 저 자신과 부하들이 더 많은 것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저를 추종하는 자들을 책임지는 셈이죠.”
“....”
“후작님의 태도는 물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족임에도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공화국에 투신하여, 이 나라를 지키려고 하고 계십니다. 서 부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져가면서까지 자칫하면 반란군으로 몰려 죽을 뻔한 자들을 변호하셨지요.”
발리앙은 잠시 나를 보다가 덧붙였다.
“공화국에 투신한 거까지야 상황을 잘 알고 계셔서 그랬다 쳐도, 서부지역과의 타협을 위해 중요한 전투를 놓치실 뻔하셨습니다.”
“...만약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서부와 리오넬이 손잡고 공화국에 반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진압해야....”
“맞습니다, 후작님. 지극히 훌륭한 판단이십니다만, 그게 왜 후작님의 문제입니까? 공화국의 문제입니다.”
나는 아까부터 느껴지던 불쾌한 기분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굳이 후작님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진압했을 겁니다. 뭐 그쪽에서 피가 좀 흘렀을 수도 있겠지만, 후작님께서 처음부터 레오폴트 대공과의 전투에 합류하셨다면 남부군이 위험에 처할 일도 없었겠죠.”
“그러면, 빤히 막을 수 있는 학살을 내버려 두었어야 했다?”
“후작님께서 어떤 대의를 품고 그러시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후작님에겐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유, 이유라.
빌어먹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 거지?
“군사적인 관점에서 저는 머저리 세 놈의 허수아비 군대를 물리친 북부군보다, 큰 병력 손실 없이 저 대공의 병력을 물러나게 만든 남부군의 승리가 훨씬 값지다는 것을 압니다. 솔직히, 저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의 위업입니다.”
발리앙은 그의 앞으로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결과를 보십시오. 저와 북부군은 3개국의 군대를 상대로 승리하여 뤼미에르에서 공화국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부군은 레오폴트대공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뿐입니다. 저 민중들은 후작님과 남부군이 해낸 일의 가치를 전혀 모릅니다.”
그의 눈은 내 속을 뚫어보려고 하는 양, 빈틈없이 나를 살피고 있다.
“...진심을 말하라고 한 건 나지만, 왜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내가 본 발리앙 장군, 그대는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걸로 보였는데?”
이미 공화국의 영웅으로 한껏 떠오르고 있는 발리앙을 근거도 없이 나 혼자 국민 의회에서 규탄해봐야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굳이 내 심기를 긁을 필요가 있나?
발리앙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후작님을 높게 평가합니다. 비록 입장 상 경쟁관계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후작님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싶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후작님, 저 국민의회와 공화정부는 딱 그 정도 수준입니다. 후작님이 뭘 희생하고 어떻게 헌신하는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발목을 잡는 집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발리앙의 말은 마치 내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내가 저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단순히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많은 것을 대가로 치러가면서까지 저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한 순간은 숱하게 많다.
“저들은 후작님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들만의 이상론에 잠식되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자들에게 바치기에, 후작님의 충성과 헌신은 지나치게 값집니다.”
“...나는 저들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충성하는 것은 프랑지아 그 자체-”
“정말로 그렇습니까?”
발리앙은 바로 반문했다.
“귀족 출신인 당신이, 영지를 버려가면서까지 애국심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헌신한다? 실로 위대한 영웅이십니다. 하지만 당신의 헌신에 기대어 기생하는 곰팡이들을 위해, 후작님 자신과 추종자들이 치른 희생에 어떤 보상이 있습니까?”
희생.
눈물을 쏟으면서도, 내 뜻을 따르겠다며 영지를 포기해 준 봉신들.
죽어가면서까지 선조로부터 이은 명예를 부르짖던 리오넬 백작의 피.
나로 인해 가족들의 피를 보고, 마치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이는 크리스틴.
나름대로 받아낼 수 있는 보상은 주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진정으로 합당한 보상이 있었나? 그런 보답을 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과연, 후작님이 저 공화정부와 함께 추구한 대의가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는 했습니까?”
발리앙의 질문에, 나는 힘주어 주먹을 쥐었다.
그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 감옥에서의 비참함을, 단두대 앞의 법정에서 모든 것을 부정당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 위선적인 귀족을 보시오! 소위 자신이 부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자조차, 우리를 대등한 인간이 아니라 가축이라 여겨온 것이 분명하지 않소?
회귀 전,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의 고발. 나만은 부패한 귀족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하찮은 위선을 자각하게 만든 말은 영원히 잊을 수 없도록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국의 방식으로, 저들의 국민 의회를 통해 반란군으로 몰려 헛되이 죽어나갈 뻔한 자들과의 타협을 이끌어 냈다.
크리스틴과 귀족파 의원들은 지금도 국민의회에서 활약하고 있고, 그간 육성한 군대와 서부 사람들의 합류 덕분에 레오폴트 대공이라는 강적을 물러가게 만들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내가 아는 미래를 최대한 이용해가며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하기 위해 한 노력들은 분명한 성과를 냈다.
최소한 내가 죽는 순간, 내가 해온 일이 전부 무가치했노라고 절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발리앙 장군의 관점에서는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렇습니까, 후작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발리앙은 조금 뒤로 물러나더니, 나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사죄드립니다, 후작님. 제가 주제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못 들은 걸로 해두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발리앙이 한 말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길었군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뤼미에르로 돌아가시지요?”
“예. 저들은 지난 전투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군세를 재정비할 시간을 필요로 할 테니까요. 공화국도 병력을 증강할 시간을 벌었으니, 그걸 감독하고 국민의회에서의 일도 처리해야 합니다.”
발리앙은 싱긋 웃었다.
“부럽군요. 저도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자격이 없는지라, 하하. 그래도 후작님이시니까, 북부군에 대해서도 지원은 아끼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뻔뻔하시긴.”
“하핫, 제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도 남부군 사령관 대리는 미르보 백작입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이번엔 제대로 된 보좌가 붙어 있으니 제가 없는 사이 재미 보려고 들진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하하하....”
루이 드제. 그 근위병 출신 친구라면 최소한 데미앙을 보좌해 내가 없는 사이의 임무 정도는 제대로 수행하겠지.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지요, 발리앙 장군님.”
“하하, 라파예트 후작님께서 하시는 일이 결실을 보기를 바라겠습니다.”
나는 발리앙과 악수하고 돌아섰다.
“...뭐, 이건 진심입니다.”
뒤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지만, 나는 그를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