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 - 서전 (4)
리오넬 백작의 수하들은 백작의 명예를 존중해 항복을 선언했고, 우리는 현지 수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출발하여 강행군 끝에 알자스 전역 남부에 도달했다.
그러나 기대한 아군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우리 주변을 맴도는 불청객들만이 가득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저 멀리에서 우리를 관측하고 있는 적의 경기병들을 노려보았다.
실이 늘어진 멋들어진 코트를 입고 머리에는 가죽 모자를 쓴 자들. 게르마니 아 제국의 악명 높은 경기병대, 후사르들이다.
저들은 우리와 거리를 유지한 채, 우리 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측하는 듯이 움직이고 있다.
섣불리 덤벼들지 않고 실로 경기병다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쫓아낼 방법도 없는데, 이쪽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당하고 있다니.
찜찜하기 짝이 없군.
“괜찮겠습니까, 후작 각하? 우리 군은 쉬지도 않고 강행군을 해온 탓에 꽤 지쳐있습니다. 만약 적의 본대와 조우하기라도 하면....”
“흠....”
부관의 질문을 들은 나는 망원경을 꺼내서, 우리를 관찰 중인 후사르들의 규모를 파악한 뒤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아군과 전혀 조우하지 못했고, 단순한 정찰임무라기엔 적 경기병이 너무 많아.”
나는 망원경을 내리면서 덧붙였다.
“만약 아군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라면 오면서 패잔병이라도 만나야 했고, 무너졌거나 곧 무너질 상황이라면 저 경기병들은 추격 임무로 바빴겠지.”
“...확실히. 그러면 지금 대치중이거나 교전 중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오. 혁명 정부가 붙여준 부관이라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이 친구 쓸만한데?
“자네 이름이?”
“루이 드제입니다, 각하.”
루이 왕과 동명이인이라.
“원랜 뭐 했지?”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드제는 쓴웃음을 지었다.
“왕실 근위대에서 복무했습니다.”
“...용케 살아있네?”
“저항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항복을 명했더니, 면식이 있던 의원 한 분이 저를 좋게 말해주셔서요.”
“하하, 운이 좋은 친구군?”
이 친구를 중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자 드제는 싱긋 웃더니, 내 뒤 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랬지요. 그건 그렇고, 후작 각하의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군요.”
나도 고개를 돌려, 후사르들 사이로 백기를 든 일단의 무리가 나타난 것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런 것 같네.”
-
나도 드제와 기사 몇을 데리고 백기를 들고 나가, 적의 후사르들과 우리 군대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에서 상대와 마주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협상 역으로 적당히 고위 장교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선두에 나온 자의 계급장과 문장을 본 나는 곧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닫고 목례해 보였다.
“게르마니아 제국의 명망 높은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프랑지아 공화국 혁명군 남부 사령관, 피에르 드 라파예트 후작입니다.”
“합스부르크의 대공, 게르마니아 제국군 총사령관 레오폴트 요한이오. 제국까지 명성이 자자한 라파예트 후작을 만나게 되어 반갑소.”
레오폴트 대공은 노골적으로 호기심을 드러내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젊어서 선대 후작이 ‘청기사’의 위명을 얻은 전쟁에 직접 참여했고, 크라프테의 ‘대왕’에 맞서본 제국의 영웅이라....
“대공 전하의 위명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요.”
이것 참, 협상 가능성은 높게 봤지만 대공 장본인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대공은 여유로운 투로 입을 열었다.
“현재 미르보 백작이 이끄는 귀국의 남부군은 내 군세에 의해 포위당해 있소.”
“그렇습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귀군은 충분히 분투했소. 제법 감명 깊었지. 하여 양측 모두 피는 충분히 흘렸으니, 여기서 귀하가 현 지역을 단념하고 후퇴하겠다면 남부군이 퇴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까 하오.”
그렇게 말하는 대공의 눈은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장난치는 것 같은 짓궂음으로 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후사르들 때문에 길목이 차단된 상황에 데미앙과 남부군의 정확한 상황은 알수 없다.
프랑지아는 중기병 운용에 치중해온 나라라, 아직 저 정도로 체계 있는 경기 병 운용을 하지 못한다.
데미앙의 군세가 12,000, 대공의 군세가 20,000이었다.
뤼미에르에서 증원을 받긴 했지만, 내가 끌고 온 군대는 겨우 3,000.
저쪽도 전투를 벌이긴 했겠지만, 우리도 남부의 리오넬에서 여기까지의 강행군으로 지쳐있다.
정찰에서 밀리니 저들은 우리 패를 빤히 알고 있지만, 우리는 모르는 상황에서 양자택일이라.
데미앙의 군대가 이미 전투력을 잃었다면, 여기서 잘못 고르는 즉시 우리는 끝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그냥 내주면 발리앙의 북부군도 포위를 피하기 위해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물러나고 나면 지금껏 흘린 피는 전부 아무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수도 뤼미에르가 직접적으로 적에게 노출되겠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곤란하군요, 대공 전하. 오히려 제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게르마니아제국군이 교전을 중지하고 물러난다면, 전하의 군대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물러나게 해드리죠.”
“호오....”
대공은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내 군대에 맞서 이길 자신이 있는 거요, 후작?”
아니, 솔직히 없다.
미르보의 군세가 얼마나 멀쩡한 상태인지도 모르고, 멀쩡하더라도 내 군사들이 지쳐있다.
후방 기습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망할 후사르들 때문에 사전에 다 발각된 이상 대공이 들이받으면 그대로 끝이다.
젠장, 입이 바싹바싹 마르네.
“미르보 백작의 군대가 이미 무너져 내렸다면, 대공 전하께서 이렇게 저를 만나러 오시지도 않으셨겠지요. 그대로 군대를 몰아 공세를 취하면 그만이니.”
데미앙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전령에 따르면 그는 거점 방어에 집중한다고 했었다.
그가 경거망동하지 않고 전력을 온존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내 말을 들은 대공은 픽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하지만 도착한 시기로 미루어 보아 그대의 군대는 제법 강행군을 해온 것 같은데, 숫자도 적고 기진맥진한 군대로 전세를 역전시킬 자신은 있소?”
저 망할 대공이 내 패를 하나씩 하나씩 치워버리는 기분이다.
“그건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대공 전하가 걱정이군요.
제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쯤 로렌 전선에서는 꽤나 간절히 도움을 청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후작은 공화국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구려. 로렌에 있는 우리의 군세는 공화국 북부군의 2배에 달하는데, 그토록 자신이 있으시다니.”
저건 허세일까? 발리앙이 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건가?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려니 머리가 아프지만, 어차피 여기서 발리 앙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면 답도 없다.
“외람되나 대공 전하. 머리가 셋이고 의욕도 없는 적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나는 발리앙의 역량을 알고 있다.
대공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걷혔다.
“아무래도 그대의 자신감이 과한 것 같구려. 최선을 다해 항전한 적의 명예를 보아, 관대하게 예우해 주려 했거늘.”
실수한 걸까?
남부군 전체의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라는 중압감에, 손에 땀이 배어 나온다.
나는 되도록 태연하게 보이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대공 전하?”
“무엇이?”
군사적으로는 어차피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정찰에서도 압도당하는 상황에 그걸 속이려고 해도 통할 리가 없다.
“이곳은 프랑지아의 땅입니다, 대공 전하. 우리의 군대가 쓰러져도,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쉴 새 없이 병력을 징집해서 싸우겠지요.”
나는 대공의 냉막한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게르마니아 제국도 그렇습니까? 제국의 군대를 여기서 다 희생시켜가며 상처뿐인 승리를 거두셔도, 본국에서 기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유일한 활로는 정치적인 부분이다. 루이 왕을 위한 전쟁에서, 게르마니아 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은 어디까지지?
그래, 대공이 들이받으면 우린 패배한다. 하지만 그의 군대도 결코 무사할 수 없겠지. 그렇게까지 해서 피해를 감당할 이유가 그에게 있는가?
대공은 나를 뚫어버릴 기세로 한참 노려보았다.
속을 읽을 수 없는 백전노장과의 눈싸움을 한참 지속한 끝에, 대공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프흐흐. 날로 좀 먹어보려고 했더니, 이것 참 만만하지가 않구려.”
손으로 턱을 매만진 대공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정말로 나에게 맞서서 승리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시오?”
순수한 궁금증을 담아 묻는 대공에게, 나는 순순히 시인했다.
“아니요, 승리는 어렵겠지요. 남부군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테고, 공화국군의 주도권은 라파엘 발리앙 장군의 북부군에게로 완전히 넘어갈 겁니다. 하지만 대공 전하의 군대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이 전쟁의 주도권을 잃게 될 겁니다.”
대공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남부군 전체의 생명이 걸려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신경을 긁는다.
결국 정보가 제한적인 이상, 여기선 내 판단을 믿는 수밖에 없다.
대공은 이미 명성이 드높고, 자신의 명예에 전공 한 줄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제국의 전략을 더 우선할만한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둘 모두 피 흘려서 남 좋은 일만 해주게 되는, 상처뿐인 싸움입니다. 그러니 무승부로 끝내자는 겁니다, 대공 전하.”
어차피 공화국을 전복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일어난 전쟁이고, 게르마니아 제국은 루이 왕을 후원하여 그 대가로 프랑지아를 저들의 영향권 하에 두고자 참전했다.
남부군을 궤멸시킨다고 해도 제국군이 큰 피해를 입으면 루이 왕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면 또 루이 왕을 통제하기 위해 남의 나라 왕을 위한 전쟁에서 추가 징집을 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건 순전히 거기에 거는 도박이다.
내 말을 들은 대공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대, 단순히 전투 좀 하는 자가 아니군. 위험해.”
“...제안은 받아들이시는지요, 대공 전하.”
물어라, 제발 물어!
초조함 속에 꽤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대공이 픽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는 그러도록 하지. 현 시간부로 교전을 중지시키고, 우리 군은 철수하겠소. 귀하도 미르보 백작에게 교전 중지 명령을 내려주시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안도의 한숨을 참으며 싱긋 웃었다.
“기꺼이.”
“흠, 짧았지만 제법 흥미로운 대화였다오. 그러면 다음엔 그대와 마음껏 싸울 전장에서 보기를 바라겠소, 후작.”
흥미로웠다니,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한 번도 진땀 뺐는데 또 보자고?
“저는 가급적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내 답을 들은 레오폴트 대공은 픽 웃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
알자스 전선, 공화국 남부군 주둔지.
레오폴트 대공의 명령 아래 게르마니아 제국군이 질서정연하게 후퇴한 뒤, 우리는 데미앙이 요새화시켰던 진지로 향했다.
엉망진창이 된 방어선과 여기저기에서 시체와 부상자를 나르는 병사들은 이곳에서 있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후작님.”
“가 봐도 좋아. 부탁하지, 성녀님.”
“네.”
에리스는 바로 대열에서 이탈하여 부상병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보몽 경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뒤따랐다.
“어서 오십시오, 라파예트 후작 각하!”
우리가 입구에 도착하자 데미앙 드 미르보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입에서 침을 튀기며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저는 물론 후작 각하께서 꼭 와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이토록 빠르게 와주시다니 실로 감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군이 무사한 것은 전적으로 후작 각하의 덕분입니다!”
나는 데미앙의 뒤에서 언제나처럼 무뚝뚝하지만 정중하게 목례해 보이는 가스통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준 후, 데미앙을 치하했다.
“기만과 전술의 대가인 레오폴트 대공에 맞서 경거망동하지 않고 신중히 싸워, 전력을 온존한 그대의 활약 덕분이지요. 데미앙 드 미르보 백작.”
그가 레오폴트 대공에게 낚여서 섣불리 공세를 펼치려 했다간 정말 뼈도 못추렸을 테니,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워준 건 맞다.
데미앙은 감동했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노고를 알아주시니 진정으로 영광입니다, 후작 각하! 앞으로도 충성, 절대 충성을-”
그건 그거고.
“그런데 말입니다.”
“예?”
나는 데미앙에게 은근히 다가가 속삭였다.
“대체 왜 남부군이 북부군에게 어떤 병력 지원도 받지 않고, 단독으로 레오폴트 대공에게 맞섰는지는 좀 궁금하군요.”
데미앙은 딸꾹질을 했다.
발리앙이 남부군에게 맡기려 했다? 아마 그랬겠지. 애초에 그쪽하고 우리는 경쟁자 관계니까 이상할 것도 없다.
도리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조라도 하는 사이라 다행인 거고, 이건 아무 생각 없이 발리앙이 해달라는 대로 따른 남부군 쪽이 문제인 거다.
난 가급적 발리앙을 존중하라고 했지, 뇌 비우고 발리앙 명령대로 다 따르라고 한 기억이 없는데.
하다못해 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크리스틴에게 지휘를 맡겼어도 이런 식으로 호구 잡히진 않았을 거다.
“설마하니 미르보 백작이 아무 생각 없이 용병출신 장군이 시키는 대로 따른 걸리는 없을 테니, 나중에 차근차근 들어보도록 하죠.”
데미앙은 창백하게 질린 채,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이 인간. 적당한 사탕발림에 낚여서 내 사람들을 다 갈아버릴 뻔했다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우리가 진지에 입성하자, 군사들은 열렬하게 깃발을 흔들며 우리에게 환호했다.
“라파예트 후작 각하 만세!”
내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어도 이들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였겠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공과의 대화에서 자칫 일을 그르쳤어도 그대로 전투가 이어졌을 테고, 그러면 힘겹게 버티고 있던 이들은 물론이고 남부에서부터 여기까지 강행군해 온 이들까지 전부 희생되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해주면서, 방금 전 대공의 앞에서 내뱉지 못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내 앞에서 환호하고 있는 자들은 오랫동안 이어온 영지를 포기해서라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을 결심해 준 이들과 그 군사들이다.
지금 내 뒤를 따르고 있는 자들은 하마터면 반란군으로 몰려 토벌당할 뻔했던, 결국은 조금씩 양보하여 우리를 따르기로 한 자들이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군사들의 손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웃고 있는 이들을 눈에 새겼다.
회귀 후, 여러 차례의 전투를 겪었다.
전부 프랑지아인들끼리 피 흘리는 전장이었다.
그저 약탈을 방어하고 기반을 쌓기 위해 싸웠다.
제 추종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내전을 이어가는 왕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항전했다.
신념이 다르기에, 과거의 동맹과 검을 맞대야 했다.
내가 그리는 미래를 관철하기 위해 그저 입장이 다를 뿐인 프랑지아인들과 싸워 왔다.
그 먼 길을 돌아와서야 처음으로, 이들과 함께 한 뜻으로 외세에 맞서 사람들을 지켜냈다.
나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이들을 전장으로 이끌지 않겠다던 약속을, 이제야 이루었다.
보라, 청기사. 나의 아버지, 가장 위대한 기사를 자처한 남자여.
그 숱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며 피로 쌓아 올린 명예보다, 살아남은 저들이 품은 희망과 미래가 훨씬 가치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