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혁명에 단두대는 필요없다-34화 (34/258)

혁명기 - 두 왕녀

막시밀리앙 이지도르와 니콜라 브리소를 비롯한 공화국 인사들과의 최초 협상후, 우리는 영지로 귀환했다.

원래부터 비공식 회담이었는데 저들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열린 협상이었고, 저들은 저들 말대로 의회의 동의를 받아내야 하니 바로 결론이 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크리스틴이 보내준 정보에 의하면, 막시밀리앙 이지도르는 수도 뤼미에르로 복귀하자마자 니콜라 브리소와 함께 대대적으로 브누아 레베리와 그 측근들을 규탄하여 실각시켰다고 한다.

‘부패할 수 없는 자’께선 같은 급진파여도 인간을 악마들에게 팔아치워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부도덕함을 참을 수 없으셨던 모양이지.

결과적으로 나와 크리스틴이 바라던 대로 온건파의 입김이 강해지긴 했으나, 그만큼 같은 파벌에도 엄격함을 발휘한 막시밀리앙 이지도르의 공정함이 시민들에게 칭송받아 우리가 당초 기대했던 목표는 반 정도만 이뤘다.

마침 크리스틴이 준비해둔 것도 있으니, 이제 뿌린 씨앗이 열매 맺기를 기대하며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공화국에 완전히 합류하기 전에 처리해두어야 할 일이 있었다.

-

나는 오랜만에 보는 제니와 보몽 경과 인사를 나누고, 에리스의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바로 등을 돌려 그녀의 방에서 빠져나와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다녀오셨나요~?”

침대에 엎드린 채 책을 보며, 맨발을 휙휙 흔들고 있는 에리스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기색이어서 관뒀지만.

“후, 에리스. 왕녀 전하의 체통은 어디에?”

“궁에서 탈출할 때 버려두고 나와서요.”

내가 터져 나오는 한숨을 내쉬자, 여유롭게 움직이던 에리스의 발이 뚝- 멈췄다.

“흑.”

...? 뭐야 갑자기?

“흐어어어엉!”

에리스가 밑도 끝도 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고민해 보려다가, 빠르게 포기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이야기가, 너무 슬퍼....”

아니, 이 왕녀님이 진짜.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가 손에 잡고 있던 책을 휙 들어 올렸다.

“악, 안 돼! 클라이맥스란 말이에요!”

이게 뭐야. ...로밀로와 줄리엔?

소설인가?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그 책을 에리스에게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이봐, 예술가씨. 감수성 넘치는 것도 좋은데, 잠깐 대화 좀 합시다.”

“...거의 다 읽었는데 마저 보고 하면 안 되나요?”

아, 내 뒷목.

다행히 에리스는 내 표정을 보더니 슬그머니 책을 덮고 일어났다.

그래봐야 침대에 걸터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지만, 이 자유분방하다 못해 영혼에 무게가 없는 왕녀님에게 많은 걸 바라면 안 되는 거겠지.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신성 교국에서 제안이 왔어.”

에리스는 대놓고 표정을 구겼다.

“슬슬 네 명성이 꽤 퍼진 모양이야. 너를 신성 교국으로 불러, 성녀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고 싶다네.”

“전 성녀 같은 게 아니에요.”

“전에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 신성 교국이 보기에 네 능력은 충분히 매력적인가 본데.”

에리스는 여태껏 본 중에 가장 질색이라는 표정을 지은 채 투덜거렸다.

“말이 좋아 성녀 인정이지, 교국의 손아귀에 넣고 제 신성력을 이용해 저들의 권위를 강화하는데 쓸 생각만 가득하겠죠.”

“맞아. 하지만 신성 교국에서 일단 성녀로 인정받는다면, 그 권위는 절대 무시할 수 없어.”

당장 성녀라는 종교적 권위는 서출인 그녀의 정통성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그리고 너도 이해하고 있겠지만, 근본도 모를 외국인 소녀의 성녀 자격을 시험하겠다는 건 저 거들먹거리는 성직자들 기준에선 꽤 파격적인 거야. 그만큼 네가 탐난다는 말이고, 그걸 거부하면 별로 좋게 반응하지는 않겠지.”

물론 교국 입장에선 근본도 모를 외국인 소녀니까 더 걱정 없이 탐내는 거다.

일단 교국의 품에 들여서 성녀로 삼아버리면 그대로 교국의 패로 쓸 수 있으니까.

저들에겐 불운하게도, 성녀로 삼아놓고 희희낙락하고 있으니 사실 숨겨진 왕족입니다- 라는 사태가 터지겠지만.

“...절 왕위에 올리겠다는 후작님의 계획은 아직 유효한 건가요?”

“맞아. 당장이야 귀족과 손잡는 것만으로도 경기하는 공화국에 그런 제안을 할 수 없으니 꺼내지 않았지. 하지만 루이 왕이 사라지고 나면, 인척 관계인 타국이 프랑지아 왕위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커. 그리고 그때 그들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 네가 나설 필요가 있어."

공화국과 타협한 후 우리도 혁명 정부 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에리스의 즉위는 외세의 침공명분 약화와 함께 제3신분과 우리를 아우르는 결속을 강화해 줄 거다.

"그 때를 위한 네 정통성 문제, 그리고 그 이전에 교국으로부터의 안전 확보를 위해 성녀의 지위는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교국이 관심을 보일 정도의 능력과 인망을 가진 소녀가 교국을 무시하며 신성력을 펑펑 쓰고 다닌다? 그건 그대로 교국의 권위 약화로 직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국이 제1신분인 성직자들을 약탈하고 다니는데 손가락 빨고 있느라 체면을 구긴 교국 입장에선 비교적 만만한 소녀 하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실제로 회귀 전에는 에리스가 왕녀라는 것을 까발리고 마녀로 몰아서 간접적으로 죽였다.

에리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나요?”

“얼마든지.”

“제 능력이 정말로 ‘신성력’이라면 그건 신이 내린 걸 텐데, 신의 종을 자처하는 저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걸 인정하고 말고 하는지 의문이에요.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에리스의 보랏빛 눈동자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설사 성녀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해도, 제가 도와야 할 프랑지아의 사람들이 당장 고통받고 있어요. 왕녀인 제가 이득을 위해 이 땅을 떠나, 교국의 비위를 맞추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요? 그렇게 얻은 성녀라는 명예가 이미 교국과 부패한 성직자들을 혐오하는 프랑지아 사람들에겐 어떻게 보일까요?”

성녀로 추앙받지만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소녀.

그녀는 아마도, 회귀 전에도 이렇게 말하며 교국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교국에 갈 필요는 없어, 에리스.”

에리스는 느리게 두 눈을 깜빡이더니, 완전히 의외라는 얼굴이 되었다.

“...네? 이렇게 간단히?”

“응, 대신 저쪽의 대주교가 직접 성녀 자격을 시험하러 온다면 괜찮지?”

“네, 네?”

에리스가 당황해서 우물쭈물하고 있지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고통받는 프랑지아 사람들을 내버려 둔 채 교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성녀시험을 받으러 가는 것이 싫은 거잖아? 그러니 여기서 성녀 자격을 받을 수 있다면 문제도 없고.”

“어, 아니....”

에리스는 당황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가능해요? 어떻게? 저 거만한 교국이 그런 일을 한다고요?”

그 거만한 교국의 고위 사제를 직접 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값진 선물을 준비해뒀으니까.

어비스 코퍼레이션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멍청한 고위 악마라던가.

“다 방법이 있지.”

“어, 어떻게, 아니, 언제?”

“일주일쯤 뒤?”

에리스는 당황한 듯 입을 벌렸다, 닫았다 했더니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뭐야, 이미 정해져 있던 거잖아요? 거짓말쟁이!”

“거짓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왕녀 전하. 교국이 성녀 자격시험을 위해 전하를 불러들이려 한 것은 사실이니까.”

에리스가 굉장한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와서,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처음부터 대주교가 올 테니 성녀 시험을 받으라고 했으면, 거절했을 거잖아.”

“윽....”

에리스는 차마 반박하지 못한 채,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내더니 툭 내뱉듯 한 마디 했다.

“...이 사기꾼.”

내가 웃으며 답했다.

“이제 와서 뭘 새삼.”

-

게르마니아 제국의 수도, 게르만부르크

게르마니아 제국의 황제, 카이저 오토 2세는 드높은 황궁의 발코니로 나갔다.

그의 생기 없는 피부와 눈 밑에 자리한 다크 서클은 화장으로도 미처 다 지워지지 않았지만, 저 아래에 자리한 이들에게 보이지는 않으리라.

카이저는 묵묵히 황궁의 앞에서 그에게 경례하는 장교들과, 그보다도 더 멀리서 황궁을 보며 도열한 병력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궁정 마도사의 지원을 받아, 마력으로 증폭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 모두 제국민에게 사랑받는 카이제린의 고국에서, 무도한 반역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으리라 여긴다.”

머스켓으로 무장한 보병대와 제국이 자랑하는 후사르를 비롯, 무수한 기병대가 그를 바라보고 있으나 카이저의 얼굴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서 명예로운 제국의 군대로서, 저 무도한 폭도들을 진압하라. 이것은 감히 우리 제국의 힘을 의심하는 자들에게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일 기회임을 잊지 말라. 짐은 그대들의 승전보를 기다리겠노라.”

“Heil Kaiser!”

군인들의 대답에, 오토 2세는 짧은 연설을 끝내고 발코니에서 등을 돌렸다.

“군사들도 폐하의 연설에 감복하였을 것입니다, 폐하.”

오토 2세는 그의 황후, 카이제린 체칠리아의 말을 듣고 피곤한 기색으로 손을 휘저어 주변을 물렸다.

모두가 물러나고 황후만이 남자 오토는 거추장스러운 황제의 망토를 대충 내팽개쳐버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3만, 고작 3만이라. 이 카이저의 명령에 제후들이 내어준 병력이 고작 3만.”

“폐하.”

체첼리아는 그런 오토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아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게 다 빌어먹을 크라프테 왕국의 그 작자 때문이오. 그자 때문에 제국의 위신이 엉망이 되었어.”

“폐하. 비록 지금은 제국이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한때 제국에 굴욕을 준 프랑지아를 제국의 영향력 아래 둔다면 오만하고 불충한 선제후들도 폐하의 위엄을 우러러보게 될 것입니다.”

“아아, 체칠리아. 그대의 고국이거늘, 그대는....”

“이 나라에 온 순간부터, 저는 프랑지아의 왕녀가 아니라 폐하와 제국의 여인입니다.”

오토의 말을 들은 체칠리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하자, 감격한 황제는 눈물을 글썽이며 체칠리아를 끌어안았다.

“오오, 사랑하는 나의 체칠리아. 오직 그대만이 나를 이해해 준다오. 나는 오직 그대에게만 기댈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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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의 남편을 달래준 체칠리아는 더없이 우아한 발걸음으로 복도로 나왔고,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장군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예를 갖추었다.

“카이제린을 뵙습니다.”

“레오폴트 대공.”

“하명하소서, 카이제린.”

역사적으로 숙적 관계였던 프랑지아 출신의 황후에게 갖추는 태도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한 모습에, 체칠리아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상황은 이해하고 있으리라 여깁니다, 대공.”

“물론입니다, 카이제린.”

“제국이 3만, 북부 연합 왕국이 1만. 구색만 맞추어 보낸 병력이지만, 루이 왕의 군대와 함께 한다면 긴 내전으로 피폐해지고 체계도 없는 프랑지아의 반란군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한 전력이지요.”

“카이제린의 말씀이 옳습니다.”

정중한 레오폴트 대공의 말을 들은 체칠리아는 눈을 곱게 휘며 우아하게 웃은 후, 말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대공께서는 적당히... 제국의 군대를 온존하며 루이 왕의 군대에 피해를 떠넘겨주세요. 양국 간의 묵은 원한 관계로 인한 불화... 정도면 명분은 충분하겠군요.”

레오폴트 대공은 잠시 체칠리아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카이제린의 분부대로.”

“그러면 낭보를 기다리겠습니다, 대공.”

레오폴트 대공은 체칠리아에게 예를 갖추고 등을 돌렸다.

그라면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그녀가 기대하는 낭보가 승전보가 아니라, 그의 무능하고 멍청한 오라비에 대한 비보라는 것을.

체칠리아, 프랑지아의 왕녀로서의 이름은 세실리아.

게르마니아 제국과 프랑지아 왕국의 전쟁은 명목상 프랑지아 왕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그녀의 아비는 그 승리로 ‘기사왕’이라 칭해지며 위대한 국왕으로서 칭송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 전쟁이야말로 기사들과 냉병기의 황금기가 저물어 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전쟁이었고, 청기사라는 단 한 명의 이레귤러에 의존해 간신히 승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국이 처음으로 제식 투입한 화약병기는 프랑지아 왕국의 기사들이 제국의 기사들과 맞붙는 사이, 마법사 전력마저 빈약한 프랑지아 왕국의 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청기사로 인해 제국의 기사들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전쟁의 승리는 제국의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나라 모두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워 전쟁을 끝내고자 했고, 당시 어린 1왕녀였던 그녀가 양국 간 평화의 의미로 제국의 황태자에게 시집온 것이다.

체칠리아는 천천히 복도를 걸으며, 그녀를 보자마자 지극히 정중하게 예를 갖추는 게르만인들에게 짐짓 자상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철천지원수 국가 출신인 그녀가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제국의 선제후국 중 하나인 크라프테 왕국에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는 대왕이 등장하여, 제국에 또다시 패배를 안겨주기까지 했다.

숱한 나날을 인내했다.

일개 선제후국의 도전에 만용이라며 비웃다가 처절하게 패배하여, 자신감을 잃고 피해의식에 찌들어 술에 기대는 삶을 사는 한심한 황제를 어르고 달랜끝에 신뢰를 얻었다.

프랑지아에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완전히 게르마니아 제국의 사람처럼 굴며 못난 황제를 보좌해온 그녀는 마침내 황제보다 존경받는 위치에 도달했으며, 사실상 황제를 대신해 제국을 좌지우지 해왔다.

체칠리아는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못난 오라비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나마 기사왕이라 칭송받아온 아비의 초상화는 그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고국에서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그 얼굴만큼은 확실히 떠올릴 수 있었다.

양국의 분쟁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어린 그녀를 적국의 심장부에 던져두고, 관심도 주지 않은 아비.

체칠리아는 입꼬리를 비틀어 조소를 흘렸다.

똑같은 전쟁을 보고 다른 국가들이 화약의 시대로 접어들 때, 화약 무기는 비효율적이며 기사를 더 많이 육성하면 된다고 주장해 조국의 미래를 암운으로 뒤덮은 암군이거늘.

그 어리석은 아비와 무능한 오라비들의 손에 놓인 끝에, 반란군에게 전복되기 직전에 놓인 고국.

그런 한심한 고국의 신민들은 차라리 그녀의 현명한 통치 아래 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저 너덜너덜한 왕국에 제국의 전력을 투사하는 것은 그녀의 무능한 오라비가 죽은 뒤여야 한다.

게르마니아 제국의 카이제린이자 프랑지아 왕국의 여왕.

체칠리아는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칭호를 입안에서 굴려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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