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기 - 선혈의 여백작(삽화)
궁지에 몰린 백작부인, 이본느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떨다가 소리쳤다.
“저, 전부 저 계집이 꾸며낸 함정이야! 뭣들 하느냐! 각하를 살해한 저 여자를 체포하지 않고!”
문이 열리고, 백작 부인의 호위들이 뛰어들어 왔다.
크리스틴이 명령을 하기도 전에, 카론 남작과 다른 가신들이 검을 뽑아들고 그들을 막았다.
침실에서 비명과 고함,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 찬 가운데 크리스틴은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가, 잠들어 있는 그녀의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크리스틴은 조용히 그의 손가락에서 백작의 인장 반지를 빼내어, 자신의 손가락에 끼었다.
그녀가 돌아선 순간, 백작부인의 호위를 모두 처치한 봉신들은 한 눈에 그 인장 반지의 의미를 깨닫고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대들 중 누군가는 이 일을 몰랐을 테고, 누군가는 묵인했음을 안다.”
죽음과 같은 침묵 속에, 크리스틴의 차가운 음성만이 울려 퍼졌다.
“그러니 그대들의 충성을 증명하라. 백작가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고 도망친 죄인들을, 그대들의 손으로 잡아들여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일제히 소리 친 봉신과 가신들이 썰물처럼 백작의 침실에서 빠져 나갔다.
“이거, 백작 각하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레이디 아키텐이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태평한 음성에, 크리스틴은 고개를 돌려 가프를 노려보았다.
“본래라면 방문 검증 서비스의 비용을 백작부인, 아니, 레이디 듀나께 청구해야 했는데 보아하니 청구가 좀 어려워 보여서 말입니다. 어쨌든 어비스 코퍼레이션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아키텐 백작가이니....”
크리스틴은 악마의 입을 잡아 찢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당장 어비스 코퍼레이션과 척질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대금은 지급하겠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라도 이 일의 해결에 그대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니.”
“아아, 감사드립니다. 아키텐 백작 각하. 어비스 코퍼레이션과 ‘엔비’사는 앞으로도 훌륭한-”
“그대들.”
“예?”
크리스틴은 잠시 감정을 억누른 뒤, 냉정하게 말했다.
“이런 식의 사업을 계속 벌인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를 날을 경계해야 할 텐데요.”
악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유쾌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기대 되는군요. ‘라스’사의 함대를 뚫고 해가 뜨지 않는 땅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겠습니다만.”
그 말을 끝으로, 축객령을 받은 악마는 물러났다.
-
드디어 고요해진 백작의 침실.
크리스틴은 벽에 걸린 어머니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백작은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어머니 또한 그러했다. 그러니, 어린 자신을 두고 죽어가면서도 백작을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겠지.
백작은 아마도, 어머니의 딸인 자신 또한 사랑했다.
크리스틴 또한 부모님을 사랑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상단의 일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아버지를 돕겠다고 했을 때 백작은 크게 기꺼워했다.
크리스틴은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고, 백작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지나쳤다.
세상 물정 모르고 어머니를 일찍 잃어, 아버지를 돕겠다는 열망에만 차 있던 소녀는 지나치게 우수했다.
백작이 사랑하던 아내를 잊어가고 정신을 차릴 때쯤, 크리스틴의 손에 의해 완전히 재구축되고 최적화된 상단은 이미 그녀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달해있었다.
아버지를 돕겠다던 사랑스럽고 귀엽던 딸이, 평생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린 괴물로 변하는 것은 순간이었다.
크리스틴은 고개를 돌려, 침대로 다가가 그녀의 아버지를 내려다 보았다.
-백작 각하께서도 알고 계셨습니다.
상단의 심복이 고했던 말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찔러, 크리스틴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백작은 백작부인이 어비스 코퍼레이션에서 독살을 위한 재료를 사들이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피에르가 보낸 경고를 이본느가 묵살하고, 그 상단을 크리스틴에게 맡겨 보낸 것 또한 알고 있었으리라.
얹은 손에는 심장이 뛰는 고동만이 느껴진다.
가슴의 통증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통에 불과하다.
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백작을 내려다보았다.
고통 따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죽어간다는 마족의 설명은 사실인 듯, 아버지는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누워 있다.
원래라면, 저 독을 먹는 것은 그녀였을 터다.
다름 아닌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며, 친우로 여겼던 옛 시녀에 의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누구에게도 배신당하지 않고, 누구의 피도 흐르게 하지 않고.
그녀 자신만이 홀로, 저 독이 보여주는 행복한 환상에 잠겨 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이들은 행복했을까?
의미 없는 생각이다.
다시 등을 돌려, 문을 향해 걸으면서.
크리스틴은 어머니의 초상화를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그래도 최소한, 후처를 들이고 그 여자의 아이를 귀애하면서도.
어머니의 초상화만큼은 남겨둔 아버지의 사랑은 진짜였으리라.
최소한, 그녀의 어머니가 기억하는 백작은 그런 남편이었다는 것이 크리스틴에게는 약간의 구원이었다.
그렇게 침실에서 빠져나오기 직전.
크리스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독이 보여주는 환상 속에 잠든 아버지의 입은 움직이지 않는다.
환상 속에서는 그녀가 아직 사랑스러운 딸이어서 아버지가 흘린 음성인지, 아니면 그녀가 갈구했기에 들려온 환청이었는지.
크리스틴은 끝내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틴은 백작의 침실을 나서, 백작부인의 잔당들이 도망치고 봉신과 가신들이 그를 추격하느라 난장판이 된 저택의 복도로 나왔다.
완전히 해가 떨어져, 어둠이 짙게 깔린 건물에 그녀의 걸음에 맞추어 또각-또각- 하고 구두가 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천천히, 백작 부인의 방 앞을 지났다.
아버지가 대단한 가문도 아닌 몰락한 남작가의 여식을 아내로 맞이했을 때, 크리스틴은 좌절했다.
차라리 정략혼이라면 위안이라도 삼았을 것을, 젊음과 아름다움 외에 아무것도 없는 여자를 맞이한 것은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어머니를 잊었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럼에도, 의도치 않게 아버지에게 좌절감을 준 자신을 자책하던 크리스틴은 웃는 얼굴로 몇 살 차이 나지도 않는 새어머니를 반겨주었다.
-저를 의지하셔도 좋아요, 아가씨. 나이 차가 그리 나지 않으니, 언니라고 여겨주시면 고맙겠어요.
이본느가 속삭이던 부드러운 말들이 처음부터 기만이었는지, 아니면 아들을 낳고 난 뒤에 마음이 변한 것인지 그녀는 모른다.
백작 부인의 방을 지난 크리스틴은 계단의 난간을 잡고 천천히 아래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누나!
계단 아래에 그녀를 퍽이나 따르던, 배다른 어린 동생의 모습이 보인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계단을 내려오자 어둠 속에 잠긴 식당에 긴 테이블이 을씨년스럽게 놓인 것이 보였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살아있고 아버지 또한 따스하던 그리운 시절,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천천히 먹으렴, 크리스틴.
-하하하.
어두운 식당에서는 결코 들릴 리 없는, 환청에 지나지 않는 착각.
-누나! 이거 맛있어!
-천천히 먹으렴, 루이스.
-둘이 사이가 좋아서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리고 그 어머니를 따라 하며 배다른 동생을 돌보던 자신과, 그 모습을 기쁜듯이 지켜보던 이본느의 모습도 떠올랐다.
크리스틴은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저택의 정문으로 향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녀의 추억과 따스한 기억이 깃든 장소에 피비린내가 덧씌워졌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추억도, 따스함도, 그녀의 착각에 불과했는 지도 모르겠다.
눈을 내리감은 채 감상에 잠겨 있던 그녀가 저택의 정문 밖으로 발을 내딛고, 눈을 뜨자.
“살려주십시오, 아가씨!”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아가씨,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아키텐 가문의 봉신과 가신들, 그리고 라파예트의 기사와 군사들이 둘러싼 가운데, 백작부인과 듀나 가문, 그리고 그 수하들이 붙잡혀 묶여 있는 광경이 보였다.
이제 겨우 8살 먹어, 영문도 모른 채 겁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그녀의 배다른 동생도.
그녀를 본 봉신과 가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명을 기다리는 것에 조금은 어색한 기분을 느끼며, 크리스틴은 천천히 그녀의 동생에게로 다가갔다.
“크리스틴! 모든 건 내가 한 일이야! 그, 그 애는 아무것도 몰라! 정말이야!
루이스만은 살려다오! 네 동생이지 않니!”
드레스고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이본느가 눈물을 쏟으며 애원하는 목소리가, 더없이 무가치하게 들렸다.
크리스틴이 앞으로 발을 내딛자, 루이스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누나가 자신을 아끼는 줄은 알아서, 퍽 애교도 부리고 영악하게 굴던 소년이 겁을 먹고 물러나는 모습이 크리스틴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제야 상복의 의미로 입은 자신의 검은 드레스가 피범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크리스틴은 꽃처럼 미소 지으며 두 손을 뻗어, 움찔하며 물러나려는 루이스의 양어깨를 잡았다.
“루이스, 내 동생.”
크리스틴은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던 동생이 그녀의 음성에 흠칫 떠는 것에 생경함을 느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그렇지?”
정신없이 흔들리던 소년의 눈동자는 잘 따르던 누나 대신, 눈물로 범벅이 된 어머니를 찾았다.
그 어머니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직 어린 네게 뭐라고 설명해야 이해가 될지 잘 모르겠구나.”
크리스틴이 생각에 잠겼지만, 루이스의 입이 열리는 것이 더 빨랐다.
“어, 어, 어머,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소년의 말에 이본느가 눈물을 쏟는 것을 본 크리스틴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아, 이 얼마나.
잔혹한 천진난만함이람.
순수한 사랑으로 애정을 갈구하며 아버지의 자긍심을 짓밟은 딸.
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아버지마저 죽여 버린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청하는 순수한 아이.
그것이 너무나 지독하게 닮아 있어서, 그 지독함에 몸서리가 쳐져서.
크리스틴은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쏟아내듯 고했다.
“루이스, 나는 네 어머니를 살려줄 수 없어. 하지만 그저 휘말려버렸을 뿐인 너를 죽이지도 않을 거야. 나는 너를, 살려두겠어. 살려두고, 아키텐의 아이로 기르겠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벅찬 아이가 혹시나 잊어버릴 수 없도록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각인하듯 새겨 넣는다.
“나를 원망해도 좋아. 그래도 넌 내 동생일 테니까. 얼마든지 보살펴주고, 길러줄게. 언젠가 복수하려고 해도 좋아. 그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나를 죽여 보렴. 나도 그럴 테니, 사랑하는 나의 동생.”
평소에 좋아라고 따라다니던 누나의 저주에 가까운 폭언에, 아이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그러나 누이는 그대로 꼿꼿이 서서 선언했다.
“아키텐 가문의 영주 대리로서 고한다. 이본느 다키텐. 백작가에 대한 반역죄로 사형에 처한다. 공범자인 듀나 남작의 작위를 박탈하고, 그 식솔과 수하들 또한 사형에 처한다.”
“아, 안 돼!”
“살려주십시오, 아가씨!”
“제발, 제발 자비를!”
애걸과 비명소리 속에서, 끌려나온 백작부인이 아들에게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기사의 검이 번뜩였다.
어머니의 피가 튀고 그 몸이 고꾸라지는 광경을 본 아들의 절규를 들으며, 크리스틴은 조용히 등을 돌렸다.
걸음마다 추억을 지우며 지나온 복도의 빈자리에, 절규와 비명이 채워졌다.
크리스틴은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그녀 자신도 몰랐지만, 정신을 차리자 동생의 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방 한구석에서 익숙한 오르골을 찾아낸 크리스틴은 천천히 다가가, 그것을 들어 올렸다.
[사랑하는 루이스에게, 크리스틴이.]
크리스틴은 멍하니 오르골에 새겨진 문구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방 입구에 피에르가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시선이 마주치고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피에르가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가 괜찮냐고 물을까?
그렇게 예상했던 크리스틴은 픽 웃었다.
예상과 다른 말은 생각보다 더 위안이 되어주었다.
크리스틴은 슬며시 오르골을 작동시켰다.
그녀의 마음에 제법 들어, 아끼던 동생에게 선물했던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크리스틴은 오늘 하루 그녀의 기사인 남자에게 물었다.
“한 곡 추실까요?”
크리스틴은 표정관리에 제법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그리고 있을 미소가 어떻게 보일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녀의 제안을 받은 피에르가 다가와서 정중히 허리를 숙여 보이며, 손을 내 민다.
“레이디께 감히 춤을 청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다면.”
“기꺼이.”
피로 물든 옷을 입은 기사와 레이디가, 제대로 된 조명과 춤곡 대신 달빛과 오르골의 음악소리에 맞추어 추는 춤은 제법 엉망이었다.
제법 엉망이었을 터인데, 피에르는 기사 아니랄까 봐 썩 훌륭하게 그녀를 커버했다.
오기가 발동한 크리스틴이 그의 발을 밟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쯤, 오르골의 음악이 뚝 끊겼다.
자연스럽게 멈춰버린 춤에 미약한 아쉬움을 느끼며, 크리스틴이 입을 열었다.
“소후작님은 약속을 지키셨으니, 이제 제가 소후작님을 도울 차례군요.”
“기억해주신다니 기쁘군요, 백작님.”
크리스틴은 백작이라는 말에 슬며시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이제 뭘 해드리면 될까요?”
“우선은 아키텐 백작가와 연이 있는 도시 세력들과의 공조를 강화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력이 되는 한 지원하죠.”
“음, 어렵지 않겠네요.”
“그리고 봄에, 역병이 돌기 시작할 겁니다.”
크리스틴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고, 고민 끝에 나간 말은 이랬다.
“소후작님, 혹시 예언자신가요?”
“음, 좀 다른데. 한시적으로는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틴은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미친 소리 같은데, 내심 그의 말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아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으...래서요? 역병에 대비하려면 준비해야 할 물품이-”
“그쪽도 부탁드리고 싶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거?”
“역병이 돌고 조금 뒤에, 병자들을 치료하고 다니는 성녀의 소문이 돌 겁니다. 아마도 왕국 남부일 텐데,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확 의심스럽네요.”
그 말에는 피에르도 웃어버려서, 둘이 마주 웃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 성녀의 소문을 들으면 바로 알려주십시오.”
“음, 도시 세력과 성녀라. 대체 뭘 하시려는 건가요? 망할 왕국에서 독립이라도 하시게요?”
크리스틴 딴에는 농담이라고 던져본 말에, 피에르가 답했다.
“아니요, 혁명에서 살아남으려고요.”
사본 -크리스틴 다키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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