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혁명에 단두대는 필요없다-7화 (7/258)

내전기 - 크리스틴 다키텐 (2)

우리 둘 모두 동의하자,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그녀가 백작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문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녀의 적대세력을 쳐낼 명분을 잡아야 한다.

우리 둘 모두 준비할 일이 아주 많고, 그 재료로 나나 그녀나 돈이 필요하다.

이번에야 미르보 백작가를 벗겨먹었다지만, 주변 영주들도 바보는 아니니 같은 일을 할 순 없지.

“아키텐 가문은 어비스 코퍼레이션과도 교역 중이죠, 레이디?”

내 질문을 받은 크리스틴은 눈을 깜빡이더니 주저하며 말을 끌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저는 그들과의 교역에 대해 무어라고 할 생각이 없으니까.

상단을 운영하면서 그들을 무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사과드리죠, 소후작님. 저 신성 교국 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지아 왕국의 기사들도 그들을 혐오하니 조심스러웠습니다.”

소위 ‘태양이 뜨지 않는 나라’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프랑지아 왕국의 북서쪽에 있는 거대한 섬에 자리하고 있다.

저들은 드워프들의 알프스 왕국, 엘프들의 동방 제국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의 나라다.

왕도 뭣도 없이 저들이 ‘기업’이라 부르는 7개의 거대한 조직이 연합한 형태라 저걸 나라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프랑지아 왕국은 저들을 하나의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소위 마족으로 총칭되는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흑마법과 마도공학에 우수하다.

당연하게도 빛의 신을 신봉하는 신성 교국이나 일단 입으로는 명예를 부르짖는 기사들의 나라 프랑지아 왕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다.

...앞에서는 그렇고, 뒤에서는 결국 저들의 뛰어난 물품을 탐내 어떤 식으로 든 교역하지만.

당장 프랑지아 왕국 최대의 항구 도시를 가진 아키텐 가문의 주요 상품 상당수는 저 어비스 코퍼레이션에서 나올 거다.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숨길 뿐이지.

“어비스 코퍼레이션을 구성하는 7개의 기업 중, ‘슬로스’ 사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기 직전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걸 대체 어떻게 알고 계시죠?”

크리스틴은 굉장히 궁금하다는 눈치였지만, 회귀를 설명할 수도 없으니 대충 둘러대는 수밖에.

“우연히요. 아키텐의 상단이라면 자체적으로 검증 가능할 테니 문제도 없겠죠?”

크리스틴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선선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가능합니다. ...사실이라면요.”

“저도 그들이 개발한 기술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노예를 활용하여 생산력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비스 코퍼레이션에서는 저 기술로 이루어진 생산력의 혁신을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그 기술의 도입 이후 어비스 코퍼레이션은 폭증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히 압도적인 생산력으로 물품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변화가 끼친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산력의 증대라. 감이 잘, 오지 않는데요.”

“저도 구체적인 원리까지는 모릅니다. 간단하게, 아주 손쉽게 무수히 많은 장인들을 동원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머리가 아파지려고 해요.”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는 크리스틴을 보며 쓴웃음을 흘려야 했다.

“제가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생산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현상과, 그 결과입니다.”

크리스틴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생산력이 크게 증가라. 그러면 간단하게 예상할 수 있는 건, 가공품의 공급이 크게 늘겠죠. 상품 가격도 조금은 저렴해지려나?”

“단순히 저렴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폭락할 겁니다.”

산업 혁명의 여파로 정교한 장인들의 기술을 요하는 고가품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간단한 가공만을 필요로 하는 옷감이나 생필품의 가격은 엄청나게 폭락했다.

“대신, 저들도 재료는 있어야 생산을 하니 옷감의 재료가 되는 목화나 목재, 광물 등 원자재의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겠죠.”

그쯤 되자 크리스틴도 얼굴이 조금씩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거, 정말인가요? 기술 하나로 그런 일이 가능해요?”

“알아보실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제 말을 의심하기보다, 머릿속에 담아두시는 정도로만 들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요,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제가 직접 저쪽에 검증해보면 되겠죠. ...소후작님이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거면 좋겠는걸요. 만약 말씀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프랑지아 왕국은 날벼락을 맞는 셈이니까.”

“그렇게 되겠죠.”

원재료의 가격은 폭등하고, 가공품의 가격은 폭락한다.

어비스 코퍼레이션 입장에서야 잔뜩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어쨌든 이득이지만, 수공업에나 의존하던 프랑지아의 경제는 그야말로 파국을 맞이했다.

국왕이라도 있어서 국가 차원에서 무역을 봉쇄했다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을 테지만, 1왕자파와 2왕자파로 갈려 내전 중인 프랑지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소위 명예로운 기사라는 프랑지아의 왕족과 귀족들이 경쟁적으로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저렴한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내전에서 이기기 위해.

“그러니, 레이디. 저들의 기술이 사실로 파악되면, 가능한 모든 여력을 동원해 원자재를 매입해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상단이 비축해둔 가공품을 되도록 처분해두는 것도 함께. 최선은 저들의 기술을 우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훔치는 거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아마 프랑지아 내에서도 유사한 기술 발전이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기대치는 낮다.

크리스틴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게 다 꿈이면 좋겠네요. 일어났더니 제 안락한 침대고, 망할 가족에게 뒤통수 맞은 것도 꿈이고, 소후작님이 말해준 얘기도 다 개꿈이라면 좋겠어요.”

크리스틴의 허탈한 말에 나도 쓴웃음을 짓자, 그녀는 이내 양 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소리 나게 치곤 심호흡을 했다.

“후우, 좋아요. 그러면 바로 확인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소후작님. 이게 만약 소후작님의 망상이 아니라면, 저는 단번에 상단을 휘어잡을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 정보의 대가로 원하시는 건요?”

“자금을 빌리고 싶습니다. 아키텐 백작가의 상단을 동원할 수 있는 당신과 다르게, 저는 후작께 보내는 군비에도 허덕이는 처지라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활용할 수가 없거든요.”

“좋아요. 가문도 돈만 나가는 동맹을 끊고 싶은 거지, 후작가와 완전히 적으로 돌아서는 건 조금 껄끄러울 테고. 마침 미르보 백작가에서 뜯어낸 조세권도 있겠다, 보상 차원으로 융통해보겠습니다. 여차하면 제 개인 재산을 조금 보태드리죠. 대신....”

“가스통 경을 레이디의 호위로 파견해드리겠습니다.”

크리스틴은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진하게 미소 지었다.

“대화가 빨라서 좋네요.”

상단에 대한 영향력과 그걸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지혜를 가진 그녀지만 무력은 전무하다.

명분은 어디까지나 라파예트 후작가와 미르보 백작가의 분쟁으로 인한 사고였다지만, 크리스틴을 간접적으로 살해하려던 일이 틀어졌으니 백작부인과 추종자들도 그녀를 더욱 경계하고 있겠지.

그런 상황에 크리스틴이 가문과 상단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하면 다급해진 백작부인과 추종자들이 일을 칠 수도 있으니까, 나로서도 그녀를 지켜야 한다.

“그럼... 약혼도 곧 파기될 판에 부끄럽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소후작님. 저도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죠.”

“새삼스럽지만, 저도 잘 부탁드리도록 하죠. 아. 잠시, 실례....”

나는 크리스틴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과 세트에 있던 은제 티스푼을 집어 들었다.

회귀 전, 그녀는 병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혼 관계였던 후작가에서도 사실관계는 확인했지만, 그 외에 별다른 소문 같은 것은 없었다.

최소한 백작부인과 추종자들이 그녀를 제거한 수단이 수상해 보이도록 급사시킨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병으로 죽은 것처럼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죽어가게 만드는 수단을 썼겠지.

“...레이디에게 줄 선물치곤 좀, 성의가 부족한 것 아닌가요?”

“하하, 곧 전 약혼자가 될 몸이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크리스틴은 내가 건네준 은제 티스푼을 받아들고 눈을 흘기더니, 그것을 잠시 동안 들여다보았다.

독에 닿으면 변색되는, 귀족가라면 으레 독살 방지용으로 구비해두는 물건이다.

모든 독을 검증할 수 있는 건 아닐 테고,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지만 그녀라면 알아듣겠지.

이내, 크리스틴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제, 동생이 건네주는 다과 하나도 마음껏 못 먹겠네요.”

-

크리스틴이 아키텐 백작령으로 돌아가고, 바로 얼마 뒤 아키텐 백작가와의 약혼이 파기되었다.

전선의 후작은 진노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추궁했지만, 미르보에서 뜯어낸 배상금과 몸값으로 두둑한 군비를 조달해 보내자 넘어가 주었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다.

회귀 전이라면 이미 도착했을, 크리스틴의 부고는 날아들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크리스틴이 융통해준 자금으로 가능한 만큼 원자재를 매입해두고 후작령에 남은 군대를 정비했다.

이건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기 위한 힘이 되어줄 테지.

나는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며 수련 중이었다.

예전, 후작이 죽은 후 혁명군과 수차례 격돌하며 쌓은 경험과 검술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미르보의 차남이 걸어온 결투를 피하지 않은 것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영지에 머무르며 실전 경험도 얼마 해보지 않은 귀족보다, 혁명군에 맞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쪽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

내가 그동안 소심하게 영지에 틀어박혀 있어서 몸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는 것이 흠이었지만, 그건 최근 몇 달 동안 맹렬히 단련하여 어느정도 따라잡았다.

어쩌다 보니 귀족의 수치 취급을 당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청기사’의 아들이다. 아비가 물려준 몸은 꽤 긴 시간 썩혔어도 그럭저럭 훌륭하다.

그 후작에게 감사할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이지.

열심히 땀을 쏟으며 단련에 힘쓰고 있자, 집사가 다가와서 고했다.

“소후작님. 아키텐 백작 영애가 보낸 서신과 물품이 도착했습니다.”

“알겠네, 마르코. 곧 가지.”

집사가 허리를 숙여 보이며 물러나자, 제시가 다가와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

땀을 닦아내고 집무실로 향하자, 자연스럽게 제시가 따라붙었다.

간간히 마주치는 사용인들이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 외엔 발소리만이 복도에 공허하게 울려서, 어색한 침묵을 깨려고 입을 열었다.

“이젠 좀 익숙해졌나?”

“소후작님의 배려 덕분입니다.”

답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저택의 일개 하녀였던 제시를 전속 시종으로 들였을 때, 그녀는 내 의도를 어떻게 이해한 건지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그녀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갑작스럽게 전속 시종이 되었는데, 나 때문에 다른 이들과 껄끄러워진 건 아닐까 걱정돼.”

“아닙니다, 소후작님. 오히려 제가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답.

조금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변덕이다. 보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재판정과 단두대로 끌려가기 직전, 그 광기의 공화국에서 옛 주인이 먹을 빵을 건네주는 것조차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터다.

회귀 전에는 이름조차 몰랐던 그녀는 공손하게 눈을 내리깔고, 나를 따르고 있다.

내가 좋은 주인이었는지, 부패한 다른 귀족과는 다르다고 느껴서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쩌면 단순히 그녀가 마음이 약하고 선량해서, 전 주인에 대한 얄팍한 동정심에서 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라고 해도,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답이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집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내가 영민들과 내 사람들을 아낀다 한들,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한들 그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어디까지나 귀족으로서의 의무를 지는 것에 불과하다.

혁명이 터질 것을 알고 있고, 내가 귀족인 이상 혁명은 그 자체로 위협이다.

그러나 동시에, 혁명이 아니어도 이 부패하고 타락한 왕국은 파멸하고야 말것을 안다.

그저 허울만 남아 빛바랜 명예와 기사도를 추구하는 위선자들의, 시대에 뒤쳐진 왕국이 파멸한 형태가 혁명이었을 뿐.

그것을 저지한들 왕국은 더 많은 이들을 희생으로 몰아넣으며, 더욱 추악하게 추락했을 터다.

그러니 차라리 혁명에 투신하여 그들의 폭주를 막고자 계획을 세웠고,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후작, 그러니 그대들 귀족이 푸른 피라는 거요.

그럼에도 단두대에서 들었던, 비웃음에 찬 목소리는 지금도 환청처럼 들려온다.

내가 진정으로 저들을 대등한 인간으로서 대하고, 저들도 나를 인정하여 함께 할 수 있을까.

확신은 아직도 서지 않는다.

상념에 빠져 집무실에 들어서자, 크리스틴이 보낸 서신과 뭔지 모를 구체가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었다.

나는 물러가는 제시에게 가볍게 끄덕여준 후 서신을 개봉했다.

[피에르 드 라파예트 소후작님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 기쁘군요.

보내주신 기사의 귀감, 가스통 경의 역할이 크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일전에 소후작님께서 궁금해하신 부분에 대해 알아본 결과, 상대 쪽에서도 소후작님께 관심을 보여 물건을 동봉해서 보냅니다.

마력을 주입하고, 우리가 만난 귀여운 아이의 이름을 대면 작동할 거랍니다.

그러면 이만 줄이며, 언제나 소후작님과 라파예트 가문이 평안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크리스틴 다키텐]

나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크리스틴의 가문 장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 같고, 암살 시도가 있었던 모양인데 가스통이 막아준 모양이군.

내가 궁금해 한 부분이라면, 아마도....

저 어비스 코퍼레이션의 신기술 같은데, 상대가 관심을 보였다고?

나는 절로 가늘어지는 눈으로, 내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구체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만난 귀여운 아이라니. 내가 그녀와 함께 아이를 만난 적이 있었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반신반의하며 구체에 손을 대고 입을 열었다.

“...데미앙 드 미르보.”

그러자 구체가 마력을 빨아들이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귀여운 아이라니.

아무리 암호라지만 그 백작의 차남이 크리스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건가.

“악취미야....”

절로 헛웃음을 흘리고 있자, 빛나던 구체가 투명해지며 안에 누군가의 형상을 비치기 시작했다.

수정구 안에 비친 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에 화려한 보라색의 드레스와, 그에 대조되는 흰 가운 같은 것을 겉옷으로 입고 있었다.

그 자의 머리에 난 뿔로 마족임을 확신할 수 있을 뿐.

그, 또는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이쪽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고-

수정구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현혹할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 같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파예트 소후작님.]

수정구 안의 악마가 미소 짓는다.

[어비스 코퍼레이션 산하 ‘슬로스’ 사. 그대들의 언어로는 ‘태만’의 대표이사, 파이몬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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