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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140화 (140/143)

00140 [EP17.최후의일전]―

[EP17.최후의일전]

후우욱!

재준과 헤스티아는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익숙한 풍경과 마주쳤다.

바로 재준의 마왕성이었다.

‘저 동상은 좀 더 커진 것 같은데?’

늠름한 자태의 용을 탄 재준이 검을 들고 하늘을 가르는 모습의 동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밖의 대부분은 너무 많이 변해서 인지 조금은 낯설었다.

“....마왕님?”

누군가 두려워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로 재준을 불렀다.

현재 재준과 권속 계약을 맺지 않은 마족들이었다.

인원이 급격히 늘면서 권속 계약을 맺지 않은 마족들의 수도 상당했다.

“아아.

신경 쓰지 말고 일 봐.”

“네.

마왕이시여!”

마족은 재준의 외견을 보면서 복종의 자세를 취했지만,몸에서 느껴지는 선기에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선기에 두려움을 느끼며 도망치듯 물러났다.

마왕성은 재준이 처음 마왕 비네를 없애고 얻을 때와 천지 차이로 많이 변해있었다.

마족들의 수는 많이 보이지 않아도 거리거리 만들어진 도로와 건물들이 몹시 발전된 도시를 떠올렸다.

“...시트리가 고생 좀 했나 보네.”

재준이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데 마왕성의 상공 위에서 게이트가 생겨났다.

푸른색의 표면이 일렁거리는 게이트였다.

“드디어 인가?”

게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수만의 권속들이 다시 마왕성으로 돌아왔다.

대부분 실의와 절망에 빠진 얼굴이었다.

‘권속이 끊겼으니 그럴 만도 하지.’

‘후우.’

재준은 괜스레 이들에게 모두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열린 게이트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탐식의 마왕으로 변한 태성이었다.

권속들은 태성의 모습과 기운을 느끼며 또 다른 절망에 빠져들었다.

조금 전 전투로 대부분이 지치고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탐식의 마왕과 싸워서 어찌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이이이이잉!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탐식의 마왕은 인간계에 있을 때와 달랐다.

이미 온 몸은 레비트란의 피부처럼 비늘로 뒤덮였고 양쪽 눈은 사탄의 눈에 핏빛 날개가 등 뒤로 길게 뻗어있었다.

‘저 날개는 벨페고르에게서 흡수한 건가?’

한층 더 강해진 모습에도 탐식의 마왕은 불쾌한 표정이었다.

조금 전 단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이 게이트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크으으윽!]

검은 마기가 뭉클거리며 게이트에서 터져 나왔다.

재준은 탐식의 마왕이 다 빠져나오기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재빨리 허공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다.

“...마왕님?”

몇몇 권속들이 재준을 보고 외쳤다.

‘천검!’

[천둔검법 1초식 천검을 시전합니다!]

[뜻을 세웠으니 길이 보이고 의지를 세웠으니 거칠 것이 없도다!]

‘나의 의지는 탐식의 마왕의 소멸!’

천둔검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폭발적이고 광폭한 기운이 쏟아졌다.

우우우우웅!

탐식의 마왕은 게이트에 반쯤 걸쳐있는 상태라 재준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선기의 소용돌이가 탐식의 마왕을 중심으로 맹렬히 회전했다.

[끄아아아아악!]

콰드득!

콰드드드득!

탐식의 마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 방어구가 재준의 천검을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천검은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탐식의 마왕은 그새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광기가 어린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살피던 탐식의 마왕이 재준을 발견하고 으르렁대며 말했다.

“최재준?”

“허허.

이제 형이라고도 하지 않는구나?”

“다 죽어가던 새끼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아니,최재준이 맞긴 한 거냐?”

재준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탐식의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맞다!

이새끼야!”

탐식의 마왕이라도 선기는 직접 부딪치기에 꺼림칙했는지 뒤로 물러나더니 손을 뻗었다.

손에서는 벨페고르를 삼킬 때처럼 커다란 어둠의 장막이 펼쳐지며 재준을 삼키려 했다.

우우우웅

재준의 선기에 맞닿을 때마다 살이 타들어 갔지만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어둠의 장막은 더욱 짙게 다가왔다.

[뼛조각 하나 남김없이 삼켜주마!]

“욕심이 많구나!”

‘천벌!’

우우우웅

[천둔검법 2초식 천벌을 시전합니다!]

[하늘은 기운을 내리고 땅은 검을 도우니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천이 번개가 몰아치는도다!]

어둠 속에서도 천둔검에 새겨진 글이 밝게 빛나며 주변을 밝혔다.

하늘에서 뭉클뭉클 생겨난 먹구름에서 하얀 섬광과 함께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광!

번개는 그대로 탐식의 마왕을 집어 삼켰다.

재준을 감싸려던 어둠의 장막은 순식간에 찢어 발겨지며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아악!]

모든 마족들이 두 눈을 가리며 땅에 웅크렸다.

섬광 속의 탐식의 마왕이 불타며 타들어 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크아아아악!

이대로 끝내지 않는다!]

탐식의 마왕은 그 와중에도 재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벨페고르의 붉은 실타래와 똑같은 기술이 탐식의 마왕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촤아아아악!

재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붉은 실타래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재준을 추적하며 쫓아왔다.

‘흐읍!’

그 사이에 천벌이 끝나고 반쯤 불타 없어진 모습으로 떠 있는 탐식의 마왕의 모습이 보였다.

[크으윽!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씹어 먹어주겠다!

전부다!

전부다아아아!]

재준은 씁쓸하게 그 모습을 쳐다봤다.

‘나도 한때는 저런 모습이었다는 거지?’

헤스티아나 권속들이 어떻게 봤을지 상상이 안 갔다.

“쯔쯔.”

재준은 가볍게 혀를 차고 검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남은 초식을 사용할 차례였다.

천둔검에 자연스럽게 선기가 휘몰아치며 주변의 마기를 불태웠다.

재준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탐식의 마왕과 재준 사이에 기류가 일어났다.

파지지지직!

“...네 녀석만 무찌르면 이제 한동안 쉴 수 있겠지.”

탐식의 마왕은 이미 이긴 듯 중얼거리는 재준의 목소리를 듣고 더욱 광폭하게 몸을 흔들어댔다.

탐식의 마왕도 재준을 한방에 찢어발길 힘을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드드드드득!

탐심의 마왕의 벌어진 입에 파괴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파괴의 기운에 의해 박동하듯 떨려왔다.

하지만.

재준은 어떠한 두려움도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 건가?’

오히려 여유롭게 탐식의 마왕을 내려다 보다 그를 향해 천둔검을 뻗었다.

“끝이다.”

‘천멸!’

[천둔검법 3초식 천멸을 시전합니다!]

[세상을 움직여 천지의 악한 것을 물리치고,현묘한 도리로서 베어 바르게 하리라!]

천둔검이 바르르 떨리더니 선기가 주변을 점령하듯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아니,재준의 시간은 정말로 멈춘 듯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광폭한 파괴의 기운을 막 쏟아내려던 탐식의 마왕도.

머리를 땅에 웅크리고 기도하듯 공포에 떠는 마족들도.

그리고 저 멀리서 재준을 걱정하듯 쳐다보고 있는 헤스티아도.

재준은 천천히지만 멈춰진 세상에서 오롯이 걸음을 옮겨 탐식의 마왕에게로 걸어갔다.

재준의 눈에는 그제야 태성의 영혼과 그에게 엉겨 붙어있는 탐식의 마왕이 눈에 보였다.

얼핏 보면 작은 기생충과 같은 모습이었다.

“네놈이구나.”

재준의 음성이 공간을 울리자 기생충 같은 모습의 탐식의 마왕이 고개를 들어 재준을 쳐다봤다.

두 눈에는 공포와 떨림이 가득했다.

[크으으으윽!

다 먹어치울 거야!

모두 죽여서 내가 다 먹어치울거라고오오오!]

어린아이의 떼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그만 끝내자.”

재준이 천둔검을 들었다.

그리고 태성의 영혼을 제외한 탐식의 마왕만을 향해 천둔검을 뻗었다.

탐식의 마왕은 깨끗한 물에 씻겨 내려가는 더러운 먼지처럼 천둔검에 사라져갔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조금의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사라졌을 때.

멈춰진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탐식의 마왕이 떨어져 나간 태성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재준은 정신을 잃은 태성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어?”

“뭐지?

어떻게 된 거야?”

마족들의 눈에는 잠깐 눈 깜빡하기도 전에 탐식의 마왕이 사라지고 없어진 모습으로 보였다.

역시나 멈춰진 순간은 천멸의 힘이었던 것 같았다.

“시트리!”

“마,마왕님?”

몹시 피곤해 보이는 시트리가 재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시트리도 순식간에 변한 재준의 모습에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었다.

재준은 당황해하는 시트리의 모습에 가볍게 웃고는 말했다.

“그동안 수고했다.

마왕성이 많이 발전했더군.”

“감,감사합니다!”

“앞으로 마왕성은 시트리 네가 계속해서 관리하도록 해라.”

“마,마왕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지체없이 나를 찾아라.

그때면 언제든지 내가 다시 오겠다.”

“네.

마왕님이시여!”

시트리가 복종의 자세를 취하자 주변의 모든 마족들이 따라서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재준은 그들을 둘러보다가 눈이 마주친 권속이 있었다.

‘타라사.’

타라사는 복잡한 눈으로 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재준은 타라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라사.

같이 가자.”

타라사는 몸을 움찔 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가와서 재준의 손을 꾸욱 잡았다.

“나도!”

헤스티아도지지 않고 재준의 다른 쪽 팔을 꾸욱 움켜쥐었다.

타라사는 바뀔 헤스티아의 모습을 알아채고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헤스티아 어른이 된걸 축하해.]

어른이 된 헤스티아를 순수하게 축복했다.

그리고 재준은 마왕성을 한차례 훑어보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헤스티아가 차원의 문을 열자 셋은 그 안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갔다.

“...마왕님!

저는?”

뒤늦게 미노가 외쳤지만 재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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