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9화 (139/143)

00139 [EP16.내가없는그곳]―

[EP16.내가 없는 그곳]

에드워드를 살펴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 보였다.

‘이 곳에서 혼자서 나갈 수 있겠지?’

재준이 에드워드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에드워드가 갑자기 넙죽 엎드렸다.

‘응?

뭐 하는 거지?’

재준은 곧이어 에드워드가 하는 말로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안,안녕하십니까!

신님이시여!”

에드워드 입장에서는 재준은 갑자기 하늘을 뚫고 나타난 신이었다.

에드워드의 상처를 모두 치료해준 것뿐만 아니라 마왕인 아스모데우스를 단번에 처치하기까지 했다.

‘내 기도를 신께서 들어준 게 분명하다!’

옷차림은 뭔가 특이했지만.

불끈거리는 근육과 신비로운 기운.

에드워드를 굽어다 보는 자애로운 눈빛은 분명 신이 맞았다.

‘...흐음.’

자신은 신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재준은 차라리 이런 식의 오해가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앞으로도 착한 일 많이 하고.

난 이만 가보마.”

재준이 어색하게 인사하며 천장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려는데 에드워드가 급하게 일어나며 소리쳤다.

“신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이름이라...’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이름을 후회했다.

갑자기 떠올리려니 그 이름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

하여튼 난 간다!”

“잠,잠깐!”

재준은 더 들을 것도 없이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날아갔다.

에드워드는 멀어지는 재준의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라클래스..!

어쩐지 그래서 몸이!”

띠링―

[퀘스트 ‘색욕의 마왕 아스모데우스를 처치하라’ 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천둔검법 3초식 천멸을 습득하였습니다.]

‘천멸이라.’

왠지 멸이란 말이 들어가자 최종 기술 같은 느낌이 들었다.

휘이익!

재준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에 도착했다.

선기를 쓸수록 더 익숙해지는 느낌이었다.

헤스티아는 재준이 오는 것을 이미 알고 베란다로 나와 있었다.

“혜선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교 갔어.”

“...아직도 많이 우울해해?”

헤스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괜찮아졌어.

그나저나.”

헤스티아가 슬쩍 문가를 가리켰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재준의 귓가로 들려왔다.

재준은 날아오면서 봤지만.

기자들은 어떻게든 혜선의 인터뷰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가끔은 재준이 보기에도 화가 나서 확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카메라만 부숴버릴까?”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헤스티아가 손을 흔들자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파짓―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며 부서졌다.

“뭐,뭐야!”

“갑자기 왜 이래!”

“이거 500만 원 짜린데!”

기자들은 깜짝 놀라면서 카메라를 들고 당황해했다.

재준은 그런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이 시원했다.

“앞으로 계속 모여들 때마다 카메라를 부숴버리자.

그럼 자기들도 그만 오겠지.”

헤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재준과 헤스티아가 딱히 할만한 일은 없었다.

마왕들이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뿐 지켜보기만 했다.

그 밖의 재준의 선기 사용하는 숙련도를 위해서 헤스티아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는데 시간을 보냈다.

선기를 사용해서 빠르게 날거나 회복하는 법,나아가 모습을 바꾸는 변신술들 다양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레벨은 1에서 더는 변동이 없었다.

‘...퀘스트를 제외하면 시스템창의 사용도가 거의 없어졌다.’

선기라는 기운을 얻고 나서 일 테지만.

딱히 아쉬움 같은 건 없었다.

우우우우웅―

재준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상태였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빌딩들의 간판이 눈을 간지렷다.

‘저기인가?’

어나더 길드의 자리.

그곳에서 마왕 마몬의 기운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요즘에 뱀파이어들이 대놓고 이 근처에도 돌아다녔다.

몇몇은 혹시 몰라 재준이 아무도 모르게 잡아 죽였다.

휘이익

헤스티아가 날아와 옆에 멈춰 섰다.

“혜선이는 자?”

“응.

선기로 재웠어.”

대답한 헤스티아의 시선이 재준과 마찬가지로 어나더길드를 향했다.

“곧이지?”

“응.

그럴 거 같아.”

최근 들어 마기의 일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재준은 음침한 기운을 가진 남자가 아파트로 들어서는 모습을 전부 보고 지켜보고 있었다.

‘흐음.

저놈이 예전에 말한 그 암살자군.’

그렇다면 태성도 나타나야 하는데?

하지만 어디에서도 태성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집으로 들어온 암살자의 기척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설마?’

재준은 선기로 모습을 바꾸며 집으로 이동했다.

혜선을 향해 단검을 찌르는 암살자의 모습이 보였다.

‘죽일 놈!’

태성의 모습으로 변한 재준은 혜선의 앞으로 이동하면서 단검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스걱!

손이 만신창이가 되며 피가 흘러내렸다.

허연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어져 있었다.

“태성아?”

재준이 속으로 뜨끔 놀랐지만 애써 환하게 웃으며 혜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 지냈어?”

단검으로 베인 상처는 선기로 인해 곧 모두 회복되었다.

재준의 등장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던 암살자는 재준을 노려봤다.

그러다 곧 품속에서 갈고리를 꺼내 들었다.

날이 톱니처럼 되어 있어서 살점이고 내장이 모조리 찢어내는 잔혹한 무기였다.

“여기서 날 만날 널 탓해라!”

촤르륵!

갈고리가 재준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깟 허접한 공격이 재준에게 통할 리 없었다.

재준은 손을 뻗어 갈고리를 튕겨내면서 암살자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콰득!

최대한 태성처럼 보이기 위한 공격을 떠올렸다.

재준의 손이 암살자를 포함해 근처의 핏자국까지 남김없이 없앴다.

재준은 혜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더 하다 보면 재준의 모습이 나올 것 같아서 대충 재준은 아직 살아있다는 말만 넌지시 흘리고 집 밖으로 향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바싹 마른 혜선의 모습에 재준은 가슴이 아팠다.

‘후우.

좀만 참아.’

그리고 드디어.

서울 상공에 거대 게이트에서 재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모습이었다.

“큼!”

헤스티아가 뭔가 민망한지 헛기침을 냈다.

그 이후의 일은 재준이 기억하는 대로 흘러갔다.

재준은 권속들을 불러내 뱀파이어들과 마몬을 상대했다.

그러다 곧 소름 끼치는 기운의 탐식의 마왕으로 돌변하면 마몬을 집어 삼켰다.

‘저 모습이었군.’

재준은 쓴 웃음을 짓다가 뒤로 물러났다.

지금까지는 이곳에서 지내왔다지만.

현재의 재준이 돌아오면서 새로 지낼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러고 보니 돈도 없는데 말이지.’

“헤스티아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으음.”

헤스티아가 고민하는 듯싶더니 자연스럽게 재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옆?”

말하는 본인도 쑥스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재준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어디든 뭐가 중요하겠어.

같이 있으면 된 거지.”

재준은 발가는대로 헤스티아와 함께 걸어 나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쿠우우웅!

콰아아아앙!

거친 마기의 파동이 세상을 쩌릿하게 울렸다.

현재의 재준과 벨페고르의 싸움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편 재준은 싸움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협회장실이었다.

흐릿한 형체가 점점 뚜렷해지며 재준과 헤스티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곧 오겠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S급 헌터 강준용과 황동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하나같이 검게 죽은 우울한 표정이었다.

“아.

왔습니까?”

황동수는 소파에 앉아있는 거대한 체형의 남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하지만 곧 얼굴에서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해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재준 헌터님?”

“아.

맞습니다.

잘 지내셨죠?

하하”

황동수는 재준과 악수를 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아,아니 어떻게?”

“우선은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하시죠.”

재준은 강준용과도 악수를 나누며 마치 자기 사무실처럼 소파로 안내했다.

강준용도 황당한 표정은 마찬가지였다.

“분,분명 바로 전에까지 보고 왔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벨페고르와 현재 싸우고 있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용기사에서 마왕으로 돌변한 사람 치고는 재준은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아 역시!”

황동수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준의 손을 붙잡았다.

“모두!

재준님의 작전이었군요.

저 악마들을 모두 끌어내려고 하신 거 아닙니까?

재준님의 모습을 한 저 것도 사실은 악마 놈들 중의 하나인 거죠?”

황동수 옆의 강준용도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역시!

그런 거였군!”

재준은 별 말 없이 허허 거리며 웃었다.

“사실은 두 분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예.

헌터님.

말씀하세요.”

황동수가 과도하게 두 눈을 빛내며 말했지만 재준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저 싸움이 끝나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겁니다.

혜선이만 제외하면요.

그때 혜선이를 협회에서 잠깐만 보살펴 주시겠습니까?”

“...헌터님 동생분 말씀하시는 거죠?

하지만...동생분은..”

황동수가 말하기 불편한 듯 입을 우물거렸다.

재준은 황동수가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쯤이면...살아있을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황동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준은 실시간으로 보이는 핸드폰을 힐끗 쳐다봤다.

거대한 막이 생기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네.’

재준은 헤스티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헌터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잠깐 좀.

처리해야 될 놈이 있어서요.”

황동수와 강준용은 의문에 찬 얼굴이었지만 재준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헤스티아.

가자.”

헤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원의 문을 열었다.

지이이이이잉―

붉은색의 표면이 일렁이는 마계로 향하는 게이트였다.

재준과 헤스티아는 거칠 것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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