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8 [EP16.내가없는그곳]―
[EP16.내가 없는 그곳]
리나의 모습을 한 마왕은 에드워드를 내려보며 고혹하게 미소지었다.
“너의 고통이 느껴지는구나.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지?
그냥 너도 나와 함께 하면 영원한 삶을 보장받을 텐데?”
“...닥쳐!
간악한 악마의 말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에드워드가 더는 리나의 얼굴을 보고 있기 힘든지 마왕에게 달려가며 검을 그었다.
“홀리 스트라이크!”
검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거대한 십자가의 형태로 마왕에게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홀리 스트라이크는 마왕의 가슴팍을 정확히 가격했다.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휘청거리자 에드워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2격을 노렸다.
파바밧!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심장은 있을 테지!’
에드워드는 마왕의 무릎을 밟고 순식간에 가슴께로 올라왔다.
그리고 상처가 난 마왕의 가슴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아니?’
에드워드는 순간 마왕과 눈을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
엉망이 된 가슴과 달리 마왕은 기쁘게 웃고 있었다.
‘타격이 전혀 없다고?’
오히려 망가진 몸으로 제 2격을 견뎌내며 에드워드를 양손으로 꽈악 움켜쥐었다.
“잡았다!”
으드드득!
마왕의 양손에서 쏟아지는 압력에 에드워드의 온 몸에서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끄으으윽!”
“어떠냐?
나와 함께 하겠느냐?
그렇다고 말하면 이 고통도 전부 사라진다!”
으드드득!
양 팔과 다리의 얇은 뼈들이 일제히 부러지며 살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마왕의 거대한 손에 핏물이 베어서 뚝뚝 떨어졌다.
크크크크크―
반대로 아스모데우스의 망가진 가슴은 순식간에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마왕의 웃음소리와 에드워드의 고통거린 신음이 카타콤에 울려 퍼졌다.
“어서 마왕님과 함께 하겠다고 말해!
어서!”
“우리와 함께 하자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
“에드워드.
제발!
응?”
에드워드의 동료이자 죽은 동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서 소리쳐댔다.
‘전,전부다 가짜야!
가짜라고!’
에드워드는 속으로 외쳤지만 그 모습이 마치 진짜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마음이 약해져 갔다.
혼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포기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다!”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때.
쿠그그그그그―
땅이 울리며 카타콤이 진동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마왕의 최면이 약해지면서 에드워드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다.
콰아아앙!
그리고 천장을 뚫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감히!
누구냐!”
하얀색의 천을 몸에 두른것만 같은 특이한 옷을 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인상을 썼다.
카타콤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가득찬 마기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남자는 한차례 카타콤 안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 있는걸 보니 잘 찾아왔군.
아스모데우스 맞지?”
“감히!
내 정체를 알면서도 그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남자는 아스모데우스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정체는 마왕을 찾아 한국에서 떠나온 재준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서 다행이야.'
이렇게 깊은 땅속에 있을 줄 몰랐지만 땅속에서 느껴진 마기와 거친 기의 파동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건방진 놈!"
마왕이 에드워드를 반대편으로 집어던지면서 재준을 향해 뼈 무더기를 흩뿌렸다.
뼛조각들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재준에게 날아들었다.
휘이이익!
하지만 재준은 아스모데우스가 느끼기도 전에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파앗!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마냥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에드워드가 벽에 부딪치기 직전에 그를 받은 것이다.
“괜찮습니까?”
사실 그러한 질문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이미 에드워드의 온 몸은 만신창이었다.
팔다리에서 뼈가 삐져나온 곳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이대로 두기에는 위험하겠는데?’
재준은 아스모데우스를 힐끗 쳐다봤다가 에드워드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뻗은 손에서 선기가 뭉클뭉클 새어 나왔다.
저번에 헤스티아가 했던 방식을 따라 해보는 것이었다.
‘..설마 상처가 터지거나 그러진 않겠지.’
다행히도 재준의 선기에 에드워드의 몸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부러진 뼈는 재준이 팔다리를 잡아당겨서 직접 맞춰줘야 했지만.
무리 없이 상처는 전부 치유되었다.
“당,당신은 누구?”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흐릿한 눈으로 재준을 쳐다보며 에드워드가 물었다.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말하려다가 혹시나 미래에 영향을 줄까 싶어서 신중하게 말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나가는 사람.”
에드워드가 알아들은 것인지 어찌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재준은 곧바로 뒤로 돌며 천둔검을 뽑아냈다.
“다 준비 됐어?”
“뭐라?”
재준은 바로 전에부터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의 권속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타콤에서 달그락 거리며 수백,수천의 해골들이 몸을 일으키며 재준에게 걸어왔다.
“건방진 놈!
이곳에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몰라도 뼈와 살을 발라서 ...!”
“아아.
그만하고 빨리 끝내자고.”
재준은 집에 혼자 있을 혜선이 걱정스러웠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마왕의 모든 말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기 귀찮았다.
‘선기를 익혀서 그런가.
확실히 마기가 스스로 물러나는 느낌이다.’
카타콤의 마기는 물을 피하는 기름처럼 재준의 선기에 다가오지 못했다.
조금씩 다가오는 기운이라고 하더라도 선기에 닿아 녹아 없어지듯 사라졌다.
“...인,인간이 아니구나?”
아스모데우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으면서 재준을 살폈다.
하지만 재준은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천검!’
[천둔검법 1초식 천검을 시전합니다!]
우우우우우웅!
재준의 검에 선기가 휘몰아치며 카타콤을 빛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끼이익!
약한 권속들은 선기에 쐬이는 것만으로도 몸이 불타며 사라졌다.
[뜻을 세웠으니 길이 보이고 의지를 세웠으니 거칠 것이 없도다.]
재준의 검에서 글자가 빛이 나며 떠올랐다.
나의 의지는!
이 곳의 모든 마기를 지우는 것!
휘몰아치던 선기가 소용돌이가 되어 쏟아져 나갔다.
콰아아아앙!
선기의 소용돌이는 폭발적으로 움직이며 마기를 품은 카타콤의 해골들과 아마데우스의 권속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냈다.
마지막에는 유일하게 서 있는 아스모데우스만 남아있었다.
“뭐,뭐냐?”
1초식인 천검으로 아스모데우스까지 처치하기에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몸이 반쯤 찢어진 상태로 재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네놈은 대체 뭐냐?”
찢긴 몸은 천천히 회복되는 중이었다.
시간을 끌어볼 요량인지 재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잠,잠깐!
멈춰라!
네놈에게 영생을 주겠다!”
“영생?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천계의 복숭아를 먹었기 때문에 재준의 몸은 더는 병들거나 늙지 않는 몸이 되었다.
그런 재준에게 영생을 미끼로 아스모데우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해도 소용없었다.
“황금의 산을 주겠다!”
“그것도 별로?”
재준이 두둥실 떠서 아스모데우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재준의 검은 다시 한번 은은한 서광처럼 선기가 맺혔다.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거냐!”
“...굳이 말로 해야 해?”
재준의 말에 아스모데우스가 발악하듯 손을 뻗었다.
아까부터 계속하던 정신간섭은 전혀 소용이 없고 남아있는 마기는 웬일인지 다 녹아 없어졌다.
아스모데우스는 절망에 빠져 손을 허우적대듯 흔들었다.
‘천벌!’
[천둔검법 2초식 천벌을 시전합니다!]
천벌은 재준도 처음 시전하는 것이었다.
우우우우웅!
천둔검의 검신에 새로운 글자가 빛나며 떠올랐다.
[하늘은 기운을 내리고 땅은 검을 도우니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천이 번개가 몰아치는도다!]
재준이 뚫고 들어온 땅의 구멍으로 으르렁 대는 하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어두운 하늘에서 눈부신 섬광과 함께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갔다.
콰아아아아앙!
번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아스모데우스에게 떨어졌다.
“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카타콤을 울렸다.
천벌은 아스모데우스의 뼛조각 하나 남김없이 불태우고 없앴다.
비명이 끝난 자리에는 불타 없어진 잿가루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후우.’
천둔검법의 2초식인 천벌도 역시나 엄청난 초식이었다.
재준은 아스모데우스가 머문 자리에 남은 마기마저 전부 선기로 없애고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에드워드는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있는 상태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