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7화 (137/143)

00137 [EP16.내가없는그곳]―

[EP16.내가 없는 그곳]

우우웅―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온 곳은 놀랍게도 재준의 집이었다.

길드 사무실로 새롭게 이사한 곳이 아닌 예전의 낡은 아파트 집이었다.

‘응?’

재준은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지구에 있는 다양한 기운들을 온 기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재준의 집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마기서부터 여러 곳에서 요동치는 마력.

그리고 제법 떨어진 곳에서 흔들리는 마나의 파동.

그때 아파트를 비롯해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집 안에 있던 재준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환호성이었다.

“이겼어!

이겼다고!”

“그 놈들이 전부 쓰러졌어!”

재준의 귓가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재준은 그제야 지금이 대충 언제 인지를 알 수 있었다.

띠익―

TV를 켜자 방송국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진행 중이었다.

화면에서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쓰러진 데스나이트와 함께 클로즈업되었다.

‘지금이랑 완전히 다르네.’

지금보다 훨씬 마른 체형의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은 왠지 기분이 묘했다.

‘이제 곧 쿠라다 싱고의 공격으로 마계로 떨어지겠지?’

재준의 예상대로 쿠라다 싱고와 실랑이를 벌이는가 싶더니 게이트 뒤로 넘어갔다.

‘완전한 죽음의 단검.’

아직도 저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오싹했다.

‘꼼짝없이 죽을 뻔했으니.’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화위복인 샘이었다.

루시퍼의 영혼을 본인의 것으로 흡수 할 수 있었고 나아가 다른 권속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재준은 잠시 타라사와 미노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을 떠올렸다.

‘잘들 지내려나.’

재준과의 피의 연결이 끊기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재준도 확실히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마계를 지금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절대 과거의 일에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했으니.’

재준의 눈에 황망한 표정의 아나운서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완전한 죽음의 단검에 베었다는 것과 용기사가 죽었을 거라 예측하는 전문가의 말 때문이었다.

‘내가 사라진 이후에는 사람들이 전부 이렇게나 슬퍼해 줬구나.’

재준은 갑자기 혜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혼자 지내려면 힘들겠지?’

그리고 그 걱정은 저녁이 되고 혜선이 돌아오자 더 심해졌다.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혜선이 집으로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밖에서 기다렸다.

“동생분!

지금 기분이 어때요?”

“오빠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어요?”

혜선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황해하다가 집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왔다.몇몇 기자들은 그런데도 문을 두드리며 혜선을 불렀다.

“..오빠.”

혜선은 문에 등을 기댄 채 무너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떨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흐느꼈다.

‘후우.’

재준은 이 광경을 모두 지켜만 봐야 했다.

‘내가 혜선의 앞에 나타났다가는 미래가 틀어져 버리는 수가 있어.’

그랬다가는 현재의 재준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몰랐다.

적어도 현재의 재준이 마계에서 돌아와 다시 선계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이 세계에 간섭을 하면 안되었다.

“흐윽.

오빠.

죽은 거 아니지?”

‘미안하다.’

흐느끼는 혜선을 바로 눈앞 두고도 재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헤스티아가 앞으로 나섰다.

헤스티아는 혜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웅―

재준만 들을 수 있는 미세한 진동음과 함께 헤스티아의 손길에서 선기가 뿜어져 나왔다.

선기는 혜선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흐느끼던 혜선은 서서히 어린 아이처럼 잠들었다.

헤스티아는 혜선을 들고 방으로 향했다.

“오빠.

우선 여기 있는 마기부터 다 정화해줄래?”

“알겠어.”

재준은 미약하게 선기를 뿜어서 마기들을 전부 없앴다.

바로 전에까지 미약한 불쾌감마저 주던 마기들은 순수한 선기로 가득 찼다.

헤스티아는 혜선을 침대에 눕히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악몽 같은 것도 없이 푹 자고 일어날 거야.”

“..고맙다.”

헤스티아가 살포시 웃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한다?’

재준이 마계에서 돌아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재준이 더 고민하기 전에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리면서 퀘스트가 생겨났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색욕의 마왕 아스모데우스를 처치하라.]

[아스모데우스는 강력한 최면과 정신간섭으로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며 세력을 모으고 있다.

아스모데우스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그를 처치하라.]

[보상 : 천둔검법 3초식]

[실패 : 또 다른 재준의 죽음]

‘미국이라고?’

재준이 마계에서 돌아왔을 때는 아스모데우스란 마왕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이유가 미래의 내가 먼저 처치했기 때문인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미국이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후우.’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헤스티아에게 재준은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헤스티아에게 혜선의 곁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

‘헤스티아라면 안심이 되겠지.’

그리고 재준은 바로 집 밖으로 나섰다.

재준의 몸이 하늘 높이까지 떠올랐다.

해가 지고 어두운 도시의 풍경이 눅눅하게 가슴속에 내려앉았다.

‘미국이면...서쪽으로 가야 하나?’

머리를 한차례 긁적인 재준인 곧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마기를 쫓아가면 되겠지.’

눈을 감고 마기를 느껴보니 자잘한 마기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4곳에서 느껴졌다.

한국에서 느껴지는 마기는 서울에서 2곳 아래쪽에서 1곳.

그리고 상당히 먼 곳에서 느껴지는 마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제일 멀리서 느껴지는 마기가 마왕 아스모데우스의 기운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 마기가 있는 곳에 아스데모우스가 있겠지.’

재준의 몸이 두둥실 구름 위까지 떠올랐다.

그리고 단숨에 쏘아진 투포환처럼 허공을 가르며 한곳으로 날아갔다.

미국의 S급 헌터이자 성기사 에드워드.

그는 현재 최후의 성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크르르르르르!

그의 성검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며 눈앞의 악마를 그어버렸다.

스걱!

끼이이이익!

‘지미!

미안하다’

검은 동자만 떠 있는 악마의 얼굴은 흉포한 살기만 가득 담긴 채 에드워드를 노려봤다.

목이 잘리며 불타 들어가는 순간에도 눈에 담긴 광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목이 잘린 채 죽어가는 악마들은 전부 에드워드와 함께 생사를 함께하던 성기사들이었다.

“아스모데우스!”

에드워드가 지독한 것을 씹어뱉듯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성 프란체 성당의 지하였다.

옛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숨어있었던 거대한 카타콤 중의 하나였다.

벽으로 만들어진 해골들이 입을 달그락 거리며 눈에서 붉은 안광을 비췄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이것이 모두환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 형제들을 모두 속이고 죽인 것일 테지!’

아스모데우스가 처음 나타난건 불과 1달전.

그 1달 동안 수많은 성기사들이 세뇌를 당하고 아스모데우스의 편에 서게 되었다.

유일하게 남은 성기사는 단 하나 에드워드 뿐이었다.

‘나까지 쓰러지면.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어져!’

이미 미국의 모든 S급 헌터들은 아스모데우스에게 세뇌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상태였다.

스걱!

끼이이이익!

에드워드가 천장에서 뚝 떨어진 다른 악마를 베어내며 속으로 외쳤다.

‘신이시여.

제게 이 시련을 이겨낼 힘을!’

에드워드의 성검에서 기도에 답하듯 흰 빛이 쏟아져 내렸다.

우우우우웅!

키이이익!

키에엑!

사방에서 덜그럭 거리던 해골들이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질러댔다.

“에드워드!

나의 사랑 에드워드!”

“...리나?”

에드워드의 단호했던 얼굴이 순간 흔들렸다.

바로 앞에 나타난 사람은 그의 연인이자,또 다른 S급 헌터였던 리나였다.

리나는 짙은 검은색의 원피스에 유난히 흰 피부를 가진 여자였다.

“왜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만들어요?

그냥 제 곁에 머물러 줘요.

응?”

리나는 천천히 에드워드 곁으로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예전과 똑같이.

하지만.

에드워드의 얼굴은 슬픈 듯 일그러졌다.

‘...이건 리나가 아니야.’

리나는 마왕 아마데우스에게 제일 먼저 죽은 헌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에드워드가 이렇게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아마데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말이다.

잠시 흐릿한 눈으로 과거를 회상하던 에드워드가 성검을 치켜 들었다.

“에드워드.

그러지 말아요.

나와 함께하면 평생 행복하게 같이 있을 수 있어요.”

“...그만.”

에드워드는 성검을 쥔 두 손이 희게 변할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리나는.”

우우우우웅!

”이미 죽었어!“

스걱!

끼이이이이익!

목이 잘린 리나가 괴성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에드워드는 그새 최면에 걸렸던 것인지 최면이 깨지며 나타난 리나의 모습은 온몸이 썩은 언데드의 모습이었다.

”더는 죽은 자를 이용해 산자를 모욕하지 마라!

아마데우스!“

우우우우우웅!

성검에서 터져 나온 푸른 빛은 주변의 해골을 비추더니 순식간에 주변을 불태웠다.

에드워드의 앞으로 기다란 길과 커다란 방이 하나 나타났다.

‘...저 방에서 지독한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에드워드는 천천히 그 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일 눈앞에 보인 것은 머리가 머리를 치켜 들어야 그 끝을 볼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악마였다.

“..리나?”

그 커다란 악마는 죽은 에드워드의 연인 리나와 꼭 닮아 있었다.

“왔느냐.

성기사여.”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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