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6화 (136/143)

00136 [EP15.뜻밖의소식]―

[EP15.뜻밖의소식]

재준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천둔검을 들었다.

“어허!

이놈이 감히 무기를 들어?”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목을 내밀고 있습니까?”

장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볼이 부풀어 올랐다.

‘왜 저래?’

그때 장수의 입이 열리며 불덩이 훅하고 재준에게 뿜어졌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던 그 불덩이였다.

화아아악!

재준은 이번에도 불덩이를 반으로 가르려고 했지만.

헤스티아가 그보다 빨리 둥근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콰아앙

불덩이는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겉면에서 잠시 타오르다가 사그라들었다.

“건방진 놈들!”

장수가 땅을 박차고 날 듯이 재준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병사들도 창을 뻗쳐왔다,

마치 한 몸이라도 되는듯한 동작이었다.

재준은 제자리에서 튕기듯 튀어 오르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카앙!

카앙!

재준의 천둔검이 묵직한 언월도의 일격을 튕겨냈다.

재준은 그 반동으로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헤스티아와 이장 앞에 멈춰 섰다.

“그만하고 대화 좀 하시죠?”

“대화?

대화는 눕고 나서나 해라!”

재준은 장수의 말에 피식 웃었다.

‘눕고 나서?

그렇게 하지.’

병사들은 이번에도 동시에 하늘 높이 뛰어오르더니 오로지 재준을 향해서 언월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흰 수염의 장수가 두 눈을 부릅뜨고 언월도를 내질렀다.

‘한번 해보자고!’

재준은 천둔검을 머리 위로 마주들었다.

우우우우웅!

선기가 검신에서 휘몰아치며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천검!’

[천검을 시전합니다!]

검신에서 글자가 밝게 빛났다.

[뜻을 세웠으니 길이 보이고 의지를 세웠으니 거칠 것이 없도다!]

‘나의 의지는 저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

재준은 선기를 흩뿌리듯 천둔검을 크게 휘둘렀다.

파아앙!

해일을 무참히 뚫어내고 터뜨릴 때와는 다르게 선기는 잔잔한 봄바람처럼 병사들과 장수를 휘감았다.

스걱!

그리고 병사들의 언월도와 갑옷들만 예리하게 잘라내며 스치듯 지나갔다.

철그럭!

바닥에 널브러진 병사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갑옷이 몸에서 흘러내리고 언월도의 손잡이 잘린 상태였다.

하지만 장수에게서는 그것보다 뭔가를 하나 더 잘라냈다.

“이..이익!”

고풍스럽게 자란 흰 수염이 바로 턱 밑으로 뎅강 잘려있었다.

조금만 더 깊게 베였다면 목까지 떨어질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물론 장수도 재준이 일부러 턱수염까지만 잘라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화가 난 상태였지만 이를 꾹 악물고 참았다.

“...제길!

기다려라!”

그러더니 바로 하늘로 선기를 뿜자 참새 한 마리가 생겨나더니 어디론가 재빠르게 날아갔다.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장은 헤스티아의 뒤에 숨어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다행히 저 늙은 선인이 약해서 다행입니다.”

장수가 그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홱 하고 돌리더니 이장을 노려봤다.

눈에서 금방이라도 불꽃이 터져 나올 듯한 분노가 느껴졌다.

이장이 화들짝 놀라며 재준의 뒤로 몸을 숨겼다.

“...선,선인님!

저 늙은이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봅니다!

이번에는 대,대머리로!”

“뭐라?”

장수가 분노에 찬 일갈을 지르자 그제야 이장이 조용해졌다.

재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장수에게 다가갔다.

“이제 대화 좀 가능하겠습니까?”

이장을 노려보던 장수가 다시 재준을 쳐다봤다.

“...말해라.”

재준은 손오공과 같이 자미궁까지 왔던 일부터 바닷속에서 요괴를 만나 이곳까지 오게 된 일을 전부다 설명했다.

그런데도 장수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 요괴가 뭐라고 말했는지 몰라도 저희는 정말 손오공 형님과 함께 단군 님을 찾으러 온 겁니다.”

“단군 님?”

장수의 얼굴에 유일하게 변화가 일었다.

“흐음.

단군 님이라면 옥황상제님과 계신다.

그 씹어먹을 원숭이도 거기에 있지.”

“그렇군요.”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구름을 타고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우!”

큰소리로 외치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손오공의 목소리를 듣고 장수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네놈.

내가 안타까워서 말하지만 절대 어디 가서든 저놈의 아우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

그럼 나처럼 무기 휘두르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을 선인들이 많을 테니!”

재준이 의문 어린 표정으로 장수를 쳐다봤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아우!

몸은 괜찮지?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기다렸잖아!”

“...형님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자미궁의 문은 왜 억지로 연다고 해가지고.”

“하하하하하.

결국 열었으니 됐지 뭐.

저 늙은이가 뭐라 한 거 아니지?”

“말조심해라 원숭이 녀석!”

“또 머리 뽑아줘?”

장수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흐음.’

아무래도 둘 사이에 약간의 악연이 있었던가 보군.

어쨌든.

재준은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단군 님은 어디에 계세요?”

“아아.

단군 할아버지?”

손오공이 어색하게 웃더니 같이 가자며 먼저 앞장서서 날아갔다.

재준은 헤스티아와 함께 손오공의 뒤를 따랐다.

이장은 따로 부르지 않았지만 장수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필사적으로 재준을 따라왔다.

“와아.

이쁘다.”

헤스티아가 올라가는 구름계단 위에서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재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에 대해 동의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오래된 목조건축의 건물들과 그것을 떠받드는 몽실거리는 구름은 신비로웠다.

“앞에 잘 보고와.

그러다 잘못 떨어지면 지옥으로 떨어질지도 몰라.”

구름계단을 모두 오르자 커다란 대전과 그 중앙에 앉아 있는 두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에 한 명은 재준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단군 님!”

“어어.

왔냐?”

단군은 바로 앞의 풍채 좋은 백발의 노인과 바둑을 두는 중이었다.

단군은 재준을 힐끗 쳐다보기만 하고 오히려 헤스티아를 보고 더 반가워했다.

“오공이 이놈아.

헤스티아까지 데려왔다는 소리는 안 했잖아!”

퍼억!

“아악!

머리 좀 때리지 마요!

아우랑 껌딱지니깐 당연히 같이 올 거라 생각한 줄 알았죠!”

퍼억!

“그걸 내가 어찌 알아!

헤스티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찌할 뻔했어!

저 무식한 몸덩이랑 가르게 헤스티아는 연약한 거 몰라?”

‘연약하다고?’

재준이 쳐다보자 살짝 흔들거리며 팔에 안기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어허!

바둑두는 사람 어디 갔나?”

그때

단군과 같이 바둑을 두던 사람이 낮게 소리쳤다.

목소리에 어린 위압감이 상당해서 재준을 비롯해 헤스티아와 손오공마저도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

따악!

그리고 한참이나 바둑두는 소리만 대전에 울려 퍼졌다.

“하아.

또 졌구먼.”

“나한테는 안된다니까.”

“쩝.”

단군 앞의 백발의 노인이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는 3점 더 깔고 하지.”

“그러든가.”

단군과의 대화가 끝난 후에서야 백발의 노인이 주변을 둘러봤다.

“근데 이 자들은 뭔가?

손오공이야 잘 안다지만.”

“아.

잠깐 내 집에 머물던 아이들이야.

그리고 자네는 자미궁 앞 어촌에 사는 주민 아닌가?”

“아!

네!

마,맞습니다!”

이장이 허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웬일이냐?”

손오공은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안 했다.

재준은 눈앞의 다른 노인을 힐끗 봤다가 입을 열었다.

“단군 님이 연락이 안된다고 걱정된다고 형님이 말씀하셔서 직접 뵈러 왔습니다.”

“그래?

저놈이 내 생각도 해줘?”

단군이 허허 거리며 웃었다.

“별건 아니고 저놈이 엉망으로 만든 반도원을 복구하는데 내 여의주가 필요해서 잠깐 있는 거다.”

손오공은 미리 들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었다.

‘그럼 결국 별일 없었다는 거네.’

재준이 속으로나마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고생만 한 기분이었다.

“뭐.

그래도 잘 왔다.

어차피 부르려던 참이었다.”

“저를 말입니까?”

단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인간계로 갈 생각이지?”

“...네 맞습니다.”

“그거에 대해 이 친구가 할 말이 있다는군.”

단군 바로 앞에 있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뭐,별건 아니고 자네가 돌아가야 하는 시간대에 대해서야.

아무래도 자네가 온 것보다는 좀 더 과거로 가줘야겠어.”

“..과거요?”

‘과거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

재준이 힐끗 헤스티아를 쳐다봤지만 헤스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과거로 가는 차원의 문은 내가 열어주지.

다만.

과거로 가더라도 절대 그 시간대의 자네와 마주쳐서는 안돼.

세상에 간섭해서도 안되고.”

“그럼 제가 과거로 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왜 없어.

그동안 놓친 일들은 전부 해내야지.”

‘놓친 일들?’

재준이 의문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노인은 더는 설명하기 귀찮은지 손을 휘휘 저었다.

“어차피.

탐식의 마왕을 네놈이 없애야 된다.

과거로 가기 싫으면 말고.”

“아닙니다.

과거로 가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노인은 역시나 심드렁한 눈으로 허공에 손을 그었다.

그러자 익숙한 푸른색의 게이트가 생겨났다.

‘바로 이렇게 가라고?’

“얼른 가봐라.”

재준은 단군과 손오공에게 인사를 하고 게이트로 향했다.

헤스티아와 함께였다.

재준은 게이트를 통과하기 바로 직전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단군을 향해 절을 크게 올렸다.

말로는 전하지 않아도.

단군은 이미 자신의 스승과 다름없었으니까.

재준은 후에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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