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5화 (135/143)

00135 [EP15.뜻밖의소식]―

[EP15.뜻밖의소식]

재준은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던전 들어온 기분이네.’

지금 재준과 일행들은 정적 속에서 탈출구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중이었다.

지네가 일부러 그곳에 자리를 잡은 것인지 하필이면 출구의 바로 옆에 위치했다.

초록색의 외피와 얼굴에 돋아난 집게가 무척이나 위험스러워 보였다,

꿈틀꿈틀.

그때 지네의 몸이 한차례 꿈틀거리더니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몸을 쭈욱 폈다.

출구의 절반 정도가 지네의 몸으로 막히게 되었다.

‘제길.’

순간 지네가 깨어난 줄 알고 천둔검을 뽑아 들었던 재준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살금살금 움직였다.

초록색의 연무 안에 계속 있다 보니 손과 발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빨리 나가야겠어.’

재준의 시선이 헤스티아에게로 향했다.

먼저 헤스티아부터 안쪽으로 들여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장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했다.

재준은 이장부터 번쩍 들어 올려서 출구 안쪽으로 넣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요괴가 다가오더니 재준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래.

묶여있으니까.’

재준은 요괴도 번쩍 들어서 출구 쪽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고의인지 아니면 실수인지 독지네의 몸을 발로 툭 쳤다.

꿈틀!

재준이 몸을 움찔할 정도 놀라면서 독지네를 쳐다봤다.

하지만 독지네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반대편에서 이장이 요괴를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후우.’

재준은 이번에 헤스티아를 안아 반대편으로 옮겼다.

그리고 재준도 넘어가려던 때.

지네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뭐야?’

지네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반대편에서 요괴가 지네의 몸을 발로 차고 있었다.

퍼억!

퍼억!

재준을 포함한 일행이 벙쪄서 요괴를 쳐다보는데 놈은 씨익 웃더니 출구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멍청한 선인 놈들!

여기서 다 죽어라!

하하하하하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지네에게로 향했다.

깨어나지마.

하지만 일렁이는 독연무의 움직임 만으로도 지네가 이미 깨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 같은 요괴 놈.’

이장은 몸을 일으키는 독지네를 보면서 얼굴이 하얀색으로 변해 갔다.

핏기가 싹 가신 창백한 얼굴이었다.

재준이 지네를 향해 돌아섰다.

쿠구구구궁!

단단한 외피에 몸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불쾌한 액체는 땅에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땅을 녹였다.

치이이이익!

“으으..”

이장이 신음을 흘렸다.

“모두 뒤편으로 피해 있어.”

재준이 침착한 얼굴로 천둔검을 꾹 움켜쥐었다.

네시때와 다르게 지네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재준을 노려보는 독지네의 두 눈에서는 흉측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키이이이익!

독지네는 입을 바르르 떨면서 흉포한 괴성이 내질렀다.

동시에 진한 녹색의 연기가 재준의 얼굴을 향해 훅하고 불어왔다.

‘흐읍!’

재준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천둔검을 크게 휘둘렀다.

공격이 목표였다기 보다는 시야를 가리는 연무를 흘러버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후우우욱!

치직치직!

천둔검에 연기가 닿자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뿐만 아니라 연기는 천둔검에 닿자마자 사그러 들었다.

삿된 것을 모두 파괴하는 천둔검과 선기가 지네의 독기를 없애는 중이었다.

재준은 몸에서 선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어두운 굴 안이 재준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밝은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키이이이이익!

독지네는 선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몸을 커다랗게 부풀리며 독을 내뿜었다.

하지만 독기는 역시나 재준의 선기에 막히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걱정한 것에 비해 별거 아니군.’

재준은 천둔검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독지네는 재준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발악하듯 몸부림치며 꼬리를 휘둘렀다.

쿠구구궁!

구멍이 얕게 울리며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얕게나마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키이이이이익!

‘제길!’

같이 수장당하자는 건가?

재준은 모르겠지만 독지네는 끔찍이도 선기를 싫어했다.

자신을 이곳에 가둬둔 나타가 뿜던 기운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독기가 선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콰앙!

콰앙!

독지네의 꼬리가 사방의 벽을 후려쳤다.

재준은 천검을 사용하려다가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천검을 사용했다가는 이 공간이 버티질 못할 것 같았다.

‘흐읍!’

재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출구 쪽으로 질주했다.

동시에 출구 쪽을 틀어막고 있는 지네의 몸통을 향해 천둔검을 내리그었다.

스걱!

키이이이이익!

독지네의 몸통이 손쉽게 잘려나가며 독기를 품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재준의 온몸에 피가 튀면서 순식간에 울퉁불퉁하게 몸이 부어올랐다.

하지만 재준은 멈추지 않았다.

눈두덩이도 부어오르면서 시야가 좁아졌다.

독기를 없애는 선기와 지네의 피가 서로 경쟁하듯 재준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콰드득!

키이이이익!

재준이 마침 지네의 몸통을 뚫고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헤스티아와 이장이 재준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헤스티아는 무너지는 굴을 선기로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재준은 재빨리 밖을 향해 뛰었다.

헤스티아가 힘을 푸는 순간 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드드드드득!

콰앙!

달리는 재준의 뒤로 굴이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다.

재준은 필사적으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으윽!”

이장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재준은 재빨리 이장을 옆구리에 끼고 달려나갔다.

쿠우웅!

가끔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돌들은 무시했다.

어차피 재준의 불굴의 신체 특성 탓인지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헤스티아는 재준보다 여유롭게 앞장서서 뛰는 중이었다.

재준처럼 근육만 앞세워서 뛰는 게 아니라 선기를 이용해 허공을 유영하듯 날아갔다.

“저,저 앞에!

빛이 보입니다!”

이장이 재준의 옆구리에 매달려서 손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이장의 말대로 동굴의 저편으로 환한 빛이 보였다.

재준은 양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돌진했다.

콰앙!

재준의 몸이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처럼 쏟아져 나갔다.

등 뒤로 돌덩어리들이 어깨나 다리를 때렸지만 재준의 속도는 늦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환한 빛이 재준을 감쌌다.

그리고 동시에 재준의 몸도 원래 크기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살,살았습니다!”

이장이 아직도 재준의 옆구리에 들린 채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털썩

재준이 손에 힘을 풀면서 이장이 땅바닥에 툭 떨어졌지만 그런데도 이장은 벌떡 일어더니 땅에 입을 맞추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게 다 옥황상제님이 저희를 보살펴 주신 덕입니다!”

재준은 이장이 뭐라 하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띠링―

[퀘스트 ‘독지네를 피해 자미궁으로 출입하라.’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천둔검법 2초식을 획득합니다!]

들려오는 신호음만으로도 이곳이 원래 재준이 목표하던 자미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신선들과 신들이 산다는 자미궁?’

“...선기가 넘쳐흘러.”

헤스티아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옅게 깔리 하얀 운무 위로 높게 솟은 나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끝도 없이 하늘로 뻗은 마천루 같은 건물들이 보였다.

“대단하군.”

한눈에는 모두 둘러볼 수도 없을 정도로 광대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어디지?”

“...으음.

아마도 자미궁의 정원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와본 적은 없지만요.

하하하하”

이장은 처음 와보는 자미궁에 들뜬 모습이었다.

‘응?

누군가 온다.’

헤스티아도 느꼈는지 하늘 어딘가를 쳐다봤다.

자미궁이라 그런가.

태양이 엄청 커다랗게 보였다.

크게 일렁이는 태양이 점점 더 커지더니 재준에게 쏟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태양이 아니라 진짜 불덩이다!”

재준이 순간 뜨거운 열기에 깨닫고 앞으로 나서면서 천둔검을 휘둘렀다.

화르르르르륵!

불덩이는 두동강이 나면서 양옆으로 퉁겨졌다.

나무에 불덩이가 튀었지만 불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멋대로 침입을 해!”

불덩이가 쏟아진 하늘아래서 뚝 떨어지듯 병사들이 나타났다.

번쩍거리는 금빛 갑옷과 언월도를 든 화려한 모습이었다.

병사들은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싸며 언월도를 들어 올렸다.

차악!

“방금 전 잡힌 요괴 놈과 한패렸다?”

“우리는 그저 누군가를 찾으러 왔을 뿐입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허연 수염의 남자가 재준을 향해 언월도를 겨누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닥쳐라!

이미 그 요괴 놈이 실토했다.

감히 옥황상제를 시해하려고 해?”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재준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제 형님을 불러주시겠습니까?”

“형님이 누구냐?”

“..손오공입니다.”

재준의 말을 들은 허연 수염의 장수는 두 눈에 불똥을 튀길 듯 분노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재준에게 언월도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놈들을 당장 붙잡아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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