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4화 (134/143)

00134 [EP15.뜻밖의소식]―

[EP15.뜻밖의소식]

이장이 앉아있던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응?

너는 그 요괴 놈?”

“요괴?”

“...

손오공이 바다 앞에 풀어놨다던 그 요괴입니다!”

재준은 요괴의 모습을 살폈다.

길게 자란 덥수룩한 머리에 희멀건 한 피부.

빼빼 마른 몸과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은데?’

결정적으로 요괴의 양손에는 금색의 재질로 보이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요괴는 두 발을 질질 끌면서 재준에게 기어왔다.

가까이 다가오자 훅하고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생선비린내?’

“...그때 일은 죄,죄송합니다!

저도 누군가한테 속아서 그런 겁니다!”

“그때 네놈이 잡아먹은 우리 주민이 몇이나 되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정말 반성 많이 했습니다!”

이장은 이때다 싶었는지 냅다 달려들어서 요괴를 말로 밟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이놈 잘 만났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다 이거지?”

“아악!

숨어있던 게 아니라!

갇혀있던 겁니다!

아아악!

절 속인 선인 놈이 저를 여기에 가둬둔 겁니다!”

“선인이 뭐가 아쉬워서 너 같은 요괴 놈을 속이고 가둬두기까지 한단 말이냐!”

퍼억!

퍼억!

이장은 무차별적으로 요괴를 두들겨 팼다.

요괴의 얼굴이 망가지고 반항을 거의 못할 지경이 되자 재준이 옆으로 다가가서 말렸다.

“우선은 이야기부터 더 들어보죠.”

“...쩝.”

이장이 애초에 놈을 죽이려던 생각이었는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물러섰다.

“너 요괴 새끼.

이 선인님이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죽을 목숨이었어!”

“끄으으으윽.”

요괴는 알아듣는 것인지 아닌지 신음만 내뱉었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에서는 피가 쏟아졌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대화하기도 힘들겠는걸?’

재준은 요괴를 속였다던 선인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치유할 수 있어.”

“그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만 회복시켜줘.”

헤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요괴의 얼굴에 선기를 흩날렸다.

그러자 바로 전에까지 빵빵한 호떡처럼 부어있던 요괴의 얼굴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정상으로 돌아왔다.

“끄으으으.

감,감사합니다!

자비롭고,자애로우신 분들 으허허엉.”

요괴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헤스티아에게 기어가려고 했지만.

재준이 그 앞을 가로막아 섰다.

“너를 속였다던 선인에 대해서 말해봐.”

“...선인 말입니까?”

요괴의 두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면서 바르르 떨렸다.

“...그,그러니까.”

“어쭈?

대답 똑바로 안하지?”

이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겨우 요괴의 앉은키밖에 안되는 이장이었지만.

요괴는 겁을 먹고 바로 대답했다.

“이,이름은 정확히 모르고 모습만 기억합니다!

그...발에서 이상한 불을 내뿜는 신발을 신었고,두 개의 무기를 쥐고 있었습니다!”

이장은 요괴의 말에 또다시 버럭 하며 자리에서 성을 냈다.

“이상한 불을 내뿜어?

두 개의 무기?

선인님.

아무래도 이놈이 정신을 놨나 봅니다.”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불을 내뿜는 신발은 화륜아일테고,두 개의 무기이면 요괴를 베는 감요도와 참요검일텐데.

그것들이라면 여래님의 곁을 지키는 나타님의 보물들이라는 것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나타?’

이장은 결국 못 참겠는지 요괴에게 달려들어서 발로 얼굴을 걷어찼다.

퍼억!

“끄아아악!”

요괴의 양쪽 코에서 피가 주르륵 터졌다.

“다른 신선들이면 몰라도 나타님을 모욕하다니 도저히 못 참겠다!”

“으윽!

진,진짜입니다!

진짜라고요!”

그때 헤스티아가 재준을 불렀다.

“오빠.

이것 좀 봐바.”

“응?

이게 뭐야?”

헤스티아가 가리킨 것은 동굴 안쪽에 있는 돌무더기였다.

얼핏 봤을 때는 평범한 돌덩어리들 같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건 뭐지?”

일부러 조각했다기에는 하나같이 어디가 부서지거나 끔찍한 절규를 하는 모양이었다.

의외로 대답은 이장에게서 나왔다.

“바닷속에 빠진 자들이 결국 못 빠져나가고 돌이 되어 버린 겁니다.

저희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잠깐.”

이장이 고개를 획 돌리더니 요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왜 네놈은 돌이 되지 않았지?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저,저도 잘”

재준은 왜 그런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철컥

요괴가 손목에 묶여있는 금빛의 수갑 때문이었다.

수갑에서는 계속해서 선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음.”

재준이 수갑을 자세히 살피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나타의 박요삭]

[등급 : S급.( 전설)]

[능력 : 없음]

[특수능력 : 봉인]

[상대의 모든 능력을 일시적으로 봉인시키는 물건이다.

나타의 보물 중에 하나로 무기로도 사용된다.

수갑이 몹시 날카로워서 몸을 무턱대고 움직이다가는 손목이나 몸이 두동강 나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나타라는 선인이 가둬둔 건 사실인가 보군.’

“혹시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알고 있나?”

“...나,나가는 방법 말입니까?

저를 가뒀던 그 선인이 빠져나갔던 통로가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야?”

요괴는 무릎을 꿇고 엉금엉금 기어서 동굴의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까 찾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조그만 구멍이 보였다.

겨우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이었다.

“...여길 어떻게 들어가?”

‘내가 개미도 아니고 말이야.’

그때 이장의 몸이 순식간에 작아지면서 손톱 크기로 변했다.

“선인님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장은 작은 몸으로 소리치더니 폴짝폴짝 뛰어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재준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오빠는 선기를 얻은 방법이 특이해서 도술이나 선술을 습득하기 어려울거랬어.”

“그래?”

“응.

그래도 내가 쓸 줄 아니까 걱정마.”

재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장이 구멍에서 쏙 빠져나오더니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헥헥.

저 요괴 놈 말대로 길이 있어요.

다만.

길목을 독지네가 지키고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독기가 심해서 중간에 돌아왔어야 했어요.”

‘독지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독지네를 피해 자미궁으로 출입하라.]

[수중동굴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을 찾았다.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나타의 독지네를 피해 자미궁으로 들어가라!]

[보상 : 천둔검법 2초식]

[실패 : 석화]

‘천둔검법 2초식?’

재준은 퀘스트 보상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1초식인 천검뿐이 없었지만.

해일마저 뚫어내는 그 위력을 생각하면 2초식도 엄청날 거라 생각이 들었다.

“헤스티아.

들어가자!”

재준은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헤스티아가 재준의 어깨를 붙잡자 선기가 온몸을 감싸더니 서서히 세상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니,내가 작아지는 거군.’

마침내 재준도 손톱 정도의 크기가 되었을 때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선,선인님들 저도!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요괴는 구멍에 바싹 달라붙더니 애걸복걸하며 소리쳤다.

작아진 재준의 귓가에 요괴의 음성이 마치 천둥처럼 메아리쳤다.

‘으윽!’

“선인님 어떻게 할까요?”

“이장이 재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우우우우웅!

“안 데려가면 구멍의 입구를 물로 가득 채워버릴 겁니다!”

그러더니 요괴 놈이 입에 가득 물을 품고 와서 뿌릴 듯 위협했다.

“저,저!

미친놈이!”

이장이 소리치며 놈에게 삿대질을 했지만 요괴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발자국이라도 더 들어가면 물을 뿜어낼 듯한 모습이었다.

“후우.

데려가죠.”

굳이 데려가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뒤에서 귀찮게 구는 것보단 옆에 두고 있는 게 나을 듯싶었다.

“크흠.”

이장은 잽싸게 놈의 몸을 조그맣게 만들더니 또다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퍼억!

“살려준 것도 은혜로 알아야지!

이 천하의 못 배워먹은 놈!”

퍼억!

퍼억!

놈은 이장의 주먹과 발길질에 채이면서도 재준에게 고개를 굽실거렸다.

“헤헤.

감,감사합니다!”

이장은 그 모습에 질린 표정으로 물러섰다.

“이놈아.

방해되면 가차 없이 죽일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네!

물론입니다!”

재준은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은 재준의 작아져서 인지 또 다른 동굴처럼 느껴졌다.

스으으으윽!

“선인님 바로 여기입니다.

저기만 지나면 독지네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장의 말대로 독지네의 영역이 맞는 듯 바닥에서 초록색의 연무가 농밀하게 피어올랐다.

연무를 맡자 매콤한 느낌과 함께 눈과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독인가 보군.’

재준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안쪽으로 호리병 모양처럼 넓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초록색의 외피를 가진 지내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독지네는 잠을 자는 모양인지 재준이 나타나도 별 반응을 안 보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