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31화 (131/143)

00131 [EP15.뜻밖의소식]―

[EP15.뜻밖의소식]

재준은 헤스티아와 함께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았다.

헤스티아가 해온 정체불명의 음식도 함께였다.

‘...이건 대체 뭐지?’

평소에 손오공이 헤스티아의 맛있는 음식에 대해 말해왔었기 때문에 재준도 기대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재준의 손에 들린 나무 쟁반에 든 음식들은 뭔가 오묘했다.

‘왜 뱀이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걸까.’

그릇에 있는 건 뱀 한 마리와 희멀건 한 국물 뿐이었다.

그 흔한 채소도 없고 반찬도 없었다.

문제는 배를 내밀고 둥둥 떠 있는 이 뱀을 재준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군과 처음 만났을 때 오두막으로 가던 길에 풀숲에서 나타났던 삼각사였다.

‘아마 단군이 몇 만년을 키웠다던 애완동물이라고 그랬지?’

크기도 겨우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먹어도 되는 건가?’

재준이 멈칫거리며 고개를 들자 방긋 웃는 얼굴의 헤스티아와 눈이 마주쳤다.

“뭐해.

어서 먹어봐.

내가 온종일 끓인 거야.”

재준은 차마 못 먹겠다는 말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릇에 입을 가져다 대는데.

쉬이이이익!

배를 까고 국에 둥둥 떠 있던 삼각사가 몸을 헤까닥 뒤집더니 재준의 코를 물고 재빨리 풀숲으로 사라졌다.

“아앗!

내 뱀탕!”

헤스티아가 화들짝 놀라며 삼각사를 쫓았지만 이미 풀숲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빠 괜찮아?”

헤스티아가 재준에게 다가오더니 코를 살피면서 물었다.

“응.

괜찮아.

이정도야 뭐.”

특성 불굴의 신체 덕인지 뱀의 날카로운 이도 재준의 살갗을 뚫지 못했다.

“...온종일 끓는 물에 넣어놨었는데 어떻게 안 죽고 있었지?”

“...”

재준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나한테 방금 오빠라고 한 건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오빠와 아빠.

살짝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지금 헤스티아의 모습으로 아빠라고 한다면.

사실 좀 어색하긴 했다.

헤스티아는 계속해서 어떡하지란 얼굴로 풀숲과 재준을 번갈아 봤다.

재준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씨익 웃고는 희멀건 한 국물만 남아있는 그릇에 입에 대고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꿀꺽꿀꺽!

“하아.

맛있네.

영양분이 이 국물로만 다 몰렸나 봐.

하하.”

“정말?”

헤스티아가 배시시 웃으며 재준을 쳐다봤다.

사실 목구멍이 뜯어질 정도로 맛이 괴이했지만.

차마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손오공 형님은...어찌 이런 음식을 매일 맛있다고 드셨지?’

순간 손오공에 대한 존경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를 정도였다.

“아 맞다.

이거 할아버지가 오빠 호수에서 나오면 주라고 했어.”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분명 오빠라고 했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물건의 정체는 옷이었다.

단군이 입던 것과 같은 도포였지만 크기가 훨씬 컸다.

얼핏 보면 한복과 비슷했다.

현재 재준은 갈기갈기 찢어져서 핫팬츠처럼 변해버린 바지만 입은 상태였다.

커진 몸 때문에 옷을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응?’

도포 안에는 단군이 직접 새겨넣은 듯한 글이 적혀있었다.

[옳은 뜻을 정했으니 거칠게 없다.]

‘...단군은 내가 순행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도포를 손에 들고 있자 도포의 정보가 시스템창으로 떠올랐다,

[선인의 도포]

[선기를 북돋아 주는 선인의 도포이다.

천계의 아침을 알리는 금계의 어린 솜털로만 짜서 만들었다.

찢어지고 때가 타고 새벽이 되어 금계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능력 : 속성내성/상태회복/선기증진]

재준은 설명창을 읽고 나니 선인의 도포가 더 마음에 들었다.

몸에 걸치고 허리끈까지 동여매니 제법 태가 났다.

발등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옷이 걸리적거리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헤스티아가 입고 있는 옷도 비슷한 도포다.

다만.

색이 머리카락 색에 어울리는 붉게 물든 천이었다.

“단군 님은 어디 계셔?”

“단군 할아버지?

누구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잘 몰라.”

그때.

재준의 머리 위쪽의 하늘이 후욱 하고 갈라지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오공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 손에는 그의 성명 무기인 여의봉을 들고 있었다.

“아우!

큰일이야!”

“...왜 그러십니까?”

“단군 할아버지가 놈들에게 붙잡혔다!”

단군이 붙잡혔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8선 그놈들이!

단군 할아버지를 가뒀다는 말이야!

평소에도 어떻게든 단군의 여의주를 노리던 놈들이 드디어 칼을 뽑아 든 거지.

위선적인 놈들!

그럴 줄 알았어!”

손오공은 온 얼굴의 털이 바싹 설정도로 흥분한 기색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여의봉으로 땅을 두드렸다.

쿠웅!

단군의 여의주라면 단군이 용으로 변했을 때 본 적 있었다.

양손에 들고 있던 투명한 수정 같은 구슬이었다.

“지금 당장 단군 할아범을 구하러 가자!”

‘흐음.’

재준이 낮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정말로 단군이 붙잡힌 거라면.

겨우 자신과 헤스티아가 함께 간다고 그를 구할 수 있을까?

“..단군 님을 잡을 정도의 실력자들을 저희가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재준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인지 안 손오공이 머리 위로 여의봉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단 한번의 휘두름에 하늘에 있던 구름이 반으로 갈라졌다.

“나 투전불승!

제천대성 손오공과 함께인데 뭐가 두려워!

내가 그놈들을 상대할 동안 아우와 헤스티아가 단군 할아버지를 구해!”

그러면서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재준에게 던졌다.

‘응?’

재준의 천둔검이었다.

우우우웅

천둔검은 재준의 손에서 약하게 진동하며 선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응?’

동시에 천둔검의 정보창이 바뀌었다.

[각인된 천둔검]

[등급 : S급.( 전설)]

[능력 : 선기 플러스 1000]

[특수능력 : 부러지지 않는 신념/천둔검법]

[오래 전 선인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

심해 깊은 곳에서 몇만 년 동안 가라앉아있던 금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각인자의 선기가 주입되면서 새로 능력이 개방되었다.

천둔검에 새겨진 천둥검법이 사용가능하다.]

[부러지지 않는 신념 : 검의 무게가 상당하지만 그만큼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천둔검법 : 투선이 만들어낸 신선만 사용할 수 있는 검법이다.

모든 역행하는 것들을 불태우고 사그라뜨리는 기운을 내뿜는다.]

‘이,이건?’

천둔검에서 신비로운 힘이 느껴졌다.

방금 손오공이 한 것처럼 자신도 하늘을 향해 힘을 떨치면 하늘을 가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태양마저 가를 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재준은 힘을 최대한 갈무리하며 손오공을 쳐다봤다.

“형님.

어디로 가면 됩니까?”

원래 대로라면 단군에게 바로 인사하고 다시 인간계로 내려 가볼 생각이었지만.

단군이 위기에 빠졌다는데 그냥 가버릴 순 없었다.

‘되든 안 되든 노력은 해봐야지.’

손오공은 길 안내는 자신에게 맡기라며 당차게 앞장섰다.

재준과 헤스티아는 손오공을 뒤따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손오공은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우!

그렇게 뛰는 게 아니라니까!”

하늘을 날 듯 움직이는 헤스티아와 손오공과 달리 재준은 오직 힘으로만 뛰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느려지게 되고 손오공이 답답해했다.

“온몸에 선기를 두르고 앞으로 나아가라니까 이렇게!”

손오공의 몸이 쑤욱하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다시 내려왔다.

재준도 손오공을 따라 온몸에 선기를 둘렀다.

도포가 펄럭이며 재준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콰앙!

재준의 몸은 손오공처럼 떠오르지 않고 대신 바로 밑에 있는 땅을 산산조각으로 부셔 뜨렷다.

쩌저적!

누군가 억지로 쇠공으로 찍어누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헤스티아도 보자마자 따라 하는걸 왜 아우가 못하는 거지?

선기도 넘치는데 이해가 안되는군.”

손오공은 마치 힘만 센 바보를 보는 듯한 눈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머쓱해진 재준은 머리만 긁적였다.

'스킬이 있다면 편하게 사용할 텐데.쩝.'

재준은 선기가 쌓이면서 이제 스킬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선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단련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재준은 선기를 다루는데 그다지 재능이 있지 않았다.

단순히 선기를 뿜어내고 육체를 강화하는 데만 특출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내게 업혀.”

재준은 뻘쭘하게 손오공의 등에 업혀서 이동했다.

몸이 커져서 2M 가까이 커진 재준이 손오공에 안기자 마치 성인 어른이 초등학생에게 안긴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손오공은 너무나도 쉽게 재준을 업고 날았다.

‘...치.

나도 업을 수 있는데.’

헤스티아가 옆에서 남몰래 손오공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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