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7 [EP14.회귀]―
[EP14.회귀]
[현재 사용자의 신체가 최적화 진행 중입니다.]
[진행단계 64쩜1프로]
얼마 전부터 헤스티아가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다 한 달이 넘어가자 재준도 참지 못하고 단군에게 물었다.
‘...헤스티아는 별일 없는 거죠?’
“비만용?
잘 지내지.
왜 그러냐?”
‘..아닙니다.’
“아.
맞다.
비만용은 지금 3차 성장기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빠른 성장이야.
네놈한테 말해달라고 했었는데 까먹고 있었군.”
단군은 대수롭지 않게 까먹었단 사실을 털어놨다.
재준은 순간 속에서부터 단군에 대한 욕이 나올뻔했지만 겨우 마음을 다스렸다.
“흐음.
들릴 듯 말 듯 한단 말이야.
마음 다스리는 법을 괜히 알려줬나 싶어.”
단군은 말과 달리 말투에서 재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재준도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단군이 자신과 헤스티아를 진짜 손자처럼,때로는 제자처럼 보살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얼마나 걸립니까?’
“비만용?
아마 네놈이 다시 몸을 움직일 때쯤이면 가능할 거다.”
진행단계를 비추자면 아직 1년 안되게 남았다.
확실히 3차 성장기다 보니 그 기간도 대폭 늘어난 듯했다.
‘권속이었다면 시스템 창만으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직도 그 시스템에 미련을 못 버리겠냐?”
‘그건 아닙니다.
단지 연결되었던 뭔가가 끊어진 느낌이랄까요?’
“시스템으로 맺어진 연결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지.
진정함 맺음이란 끊음에서 시작하는 거다.”
‘네.
네.’
또 귀찮은 설교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에 재준은 자기도 모르게 대충대충 대답했다.
“요놈이?
지금까지 겨우겨우 가르쳐놨더니.
참나.
손오공보다 더한 놈일세.”
‘...그건 아니죠.’
“...그건 아닌가?”
최근.
헤스티아가 재준을 찾아오지 않자 새롭게 찾아오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손오공이었다.
손오공의 자유분방함은 정말 재준의 모든 상식과 궤를 뛰어넘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재준이 고민하고 있던 화두에 대해 제법 잘 대답해주고 이끌어주나 싶더니.
벽을 허물고 형 동생 하면서 친해지자 시도 때도 없이 재준을 찾아왔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재준으로서는 피하지도 못하는 귀찮은 형일 뿐이었다.
“아우!
나왔어.
할아버지 때문에 귀찮아 죽는 줄 알았지?”
‘형님보다야...’
재준은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스렸다.
“뭐?
방금 뭐라 한 거 같은데.”
‘아닙니다.’
손오공은 단군과 마찬가지로 참회동을 자유롭게 출입했다.
언젠가 손오공이 말하길 자신도 이곳에 꽤 많이 갇혀있었다고 했다.
재준과 다르게 각종 사건을 일으킨 벌이었지만 말이다.
“아.
오늘은 아우한테 줄게 있어.”
‘...저 아무것도 못 먹는 거 아시죠?’
“그래그래.
저번에는 내가 실수였다니까.”
재준은 겨우 손가락을 꿈틀거리거나 눈동자를 살짝씩 움직이는 정도로 밖에 못 움직였다.
그런 재준에게 귀한 보물이라며 1000년 묶은 백사의 내단을 먹이려던 게 바로 엊그제였다.
덕분에 재준은 목이 막혀서 죽을뻔하다가 겨우 살아났었다.
단군이 마침 나타나서 재준의 목에서 빼냈기에 망정이지.
그 후로 손오공이 주는 건 가능하면 전부 거절하는 중이었다.
“흐흐흐.
이번에는 씹어 삼키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손오공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가 꺼내자 손에 분홍빛의 뭔가가 들려있었다.
동시에 참회동 안에는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천계의 복숭아야.
이제 겨우 딱 하나 남은 건데.
내 아우니까 주는 거야.
저번에 내가 험험.
실수한 것도 있고 말이야.”
꿀꺽.
손오공은 말을 하는 중간에도 군침을 삼켰다.
‘저는 괜찮습니다.’
“자.
사양하지 말라고.
아우가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만 년마다 1그루에 한 개씩뿐이 안 열리는 천계의 반도라고.
서왕모가 힘겹게 기르던걸 내가 전부 훔쳐서 이제 겨우 1개 남은 거야!
이것만 먹으면 아우도 불로장생할 수 있어.”
재준은 순간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겨우 복숭아 하나 먹었다고 불로장생이 말이 되기나 하나.
손오공이 평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장하고 과대하는 버릇이 있어 보였다.
저번에는 천계에 올라서 옥황상제도 때려 패고 왔다 했었나?
재준은 마음속으로나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래도 제가 씹지 못한다는 건 분명히 기억하시는 거죠?’
“그렇다니까.
아우 나만 믿어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손오공은 흥분한 기색으로 재준의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재준의 입을 살짝 벌리더니 천도를 손으로 조금씩 쥐어짰다.
주르르륵
달콤한 과즙이 방울방울 맺혀 살짝 벌어진 재준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으음!’
코에서 느껴지는 복숭아의 아찔한 향과 혀에서 느껴지는 단맛에 재준이 자기도 모르게 신음성을 토해냈다.
“하하.
맛있지?”
주르르르르륵!
손오공은 재준이 좋아하는 듯 하자 좀 더 많이 천도를 짜냈다.
꿀꺽!
뿌드드득
손오공은 손아귀에서 천도는 과즙을 전부 짜내고 모자라서 씨앗도 으스러뜨렸다.
과즙이 다 나오자 남은 피륙은 손오공이 입으로 넣고 우물거리더니 삼켰다.
“맛있지?
하하”
‘...너무 아쉬울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이 천도를 또 먹으려면 앞으로 9천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야.
쩝.”
띠링―
[천계의 복숭아 천도를 섭취했습니다.]
‘응?’
재준은 갑작스럽게 울리는 신호음에 깜짝 놀랐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울린 적 없던 신호음이었다.
[불로불사 효과를 획득합니다!]
‘뭐라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천도를 흡수한 효과로 최적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뱃속에서 뭔가 찌르르르한 느낌이 들더니 곧바로 사지 백해로 뻗어 나갔다.
처음에는 전신을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그 느낌은 개미가 뜯어먹는 듯한 고통으로 바뀌었다.
부르르르르―
잘게 떨리던 몸이 곧 들썩이며 격렬하게 바뀌었다.
‘끄으으윽!’
“어라?
아우 왜 이래?”
손오공은 당황했다.
자신이 천도를 훔쳐먹을 때는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잠깐 기다려 아우!
내가 할아버지를 불러올 테니!”
손오공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참회동 안에 혼자 남은 재준은 정신이 희어지게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도 천천히 올라가는 최적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사용자의 신체가 최적화 진행 중입니다.]
[진행단계 64쩜7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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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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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단계 66쩜8프로]
꿈틀!
‘으윽!’
찌르르했던 감각인 이제 조금씩 더 강해져서 대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변했다.
꿈틀!
재준은 통증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놀랍게도 재준의 몸이 조금이나마 들썩였다.
[진행단계 66쩜9프로]
슈우욱!
잠시 어디론가 갔던 손오공이 단군과 함께 참회동으로 돌아왔다.
단군은 고통스러워하는 재준의 몸을 이곳저곳 살피기 시작했다.
“오공이 이놈아!
또 재준이에게 뭔가를 먹였구나?”
단군은 재준을 살피자마자 왜 이런 사달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아챘다.
몸에서 꿈틀거리며 넘치는 기운은 드래곤의 심장에 담겨있던 자신의 기운도 아니었고.
드래곤의 마나도 아니었다.
‘지극히 순수하면서 정제된 기운.’
“...그,그게!
에잇!
아우 미안하네!”
손오공은 재준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자 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단군은 손오공이 사라지자 혀를 찼다.
“쯔쯔쯔.
어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철이 없어지는 것 같지.”
단군의 손이 재준의 몸을 가볍게 쓸자 난동을 피우던 기운이 기세를 가라앉혔다.
“저놈이 너한테 뭘 맥인 거냐?
또 영물의 내단 이라도 먹였든?”
‘...후우.
아닙니다.
천도라고 했습니다.’
“천도?”
좀처럼 놀라지 않는 단군이 목소리를 높이며 오공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허.
그 욕심쟁이 놈이 너를 끔찍이 아끼긴 하나 보구나.
나한테도 절대 주지 않던 마지막 천도를 너한테 주다니.”
‘...그게 그렇게 귀한 겁니까?’
“귀한 거냐고?
예전에 동방삭이라는 인간이 있었다.
다 늙어가던 노인이었는데 우연히 옥황상제에게 진상되던 천도 중에 3개를 훔쳐먹었지.
그리고 천계에서 300갑자를 무병장수하다 죽었다.”
300갑자?
1갑자는 60년을 말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300갑자는 18000년을 말했다.
“천계의 기운을 받아 열리는 천고의 가장 영험한 과일이다.
이제 다시는 맛볼 수 없게 된 과일이지만.”
단군은 그렇게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오공 형님 말로는 9천 년을 기다리면 다시 열린다고 했습니다.’
“그놈이 그렇게 말했냐?”
단군이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허 거리며 웃었다.
“오공이 그놈이 천계에 올라가 깽판 칠 때 천도복숭아 밭에서 360개의 천도를 모조리 따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나무까지 전부다 박살을 내놨지.
니 형님이라는 놈이 얼마나 무식한 놈인지 좀 알겠냐?”
재준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뭐.
덕분에 네놈의 회복속도는 빨라졌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늙어 죽을 일도 없어졌구나.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소 특별한 하루가 지나가도 또 다시 1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현재 사용자의 신체가 최적화 진행 중입니다.]
[진행단계 99쩜9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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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단계 100프로]
최적화가 완료되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