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22화 (122/143)

00122 [EP14.회귀]―

[EP14.회귀]

마족이 분쇄되어 떨어지는 순간.

그것이 신호였다.

모든 권속들이 재준과 벨페고르의 주위를 둥글게 에워쌌다.

재준의 넘치는 마나를 받는 권속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절대 곱게 죽이지 않으마.”

재준이 아현의 얼굴을 금방이라도 씹어먹을 듯이 노려봤다.

두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반면에 아현은 재밌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웃었다.

“생각보다 권속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

얼핏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목소리였다.

“그래봤자.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들이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스으으으으으

아현이 숨결을 토해 내자 순식간에 지독한 마기가 바닥에 깔리며 주변으로 퍼져갔다.

꿈틀꿈틀.

일순간 마기들은 무언가의 형체를 만들어내며 불쑥 솟아올랐다.

퍼져가는 형체들에 의해 재준의 권속들도 연신 뒤로 물러났다.

‘흐음.’

재준은 저것들의 정체가 벨페고르의 권속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기의 형체들은 곧 두꺼운 피부를 가진 악마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재준이 상대했던 외눈밖이 악마부터 그것보다 훨씬 더 진화한 모습의 악마들도 보였다.

“나도 그 정도의 병력은 가지고 있는데.

안 그래 아몬?”

아현의 바로 옆에서 유난히 두껍고 강력한 기운을 가진 마족이 치솟았다.

염소 머리에 제 몸만 한 배틀엑스를 든 마족 아몬이었다.

“음메에에에에”

아몬은 붉은 염소의 눈으로 재준을 살폈다.

“왜?

네가 상대하겠다고?

안돼.

꼴이 저래도 마왕이란 말이야.”

“음메에에에에”

아몬은 자신 있다는 듯이 배틀엑스를 앞으로 내밀며 재준에게 다가갔다.

쿠웅!

그때 재준 측에서도 꿈틀거리는 근육을 과시하며 나오는 마족이 있었다.

[염소새끼는 나로도 충분하지.]

소머리를 한 마족.

미노였다.

그 밖에도 마기에서 쏟아져나오는 악마의 수는 많았다.

국회의사당 밖을 넘어 도로변을 가득 메우고도 마족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현이 양손을 들어 올리자 국회 의사당의 지붕이 박살이 나며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아현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재준도 그녀를 따라 몸의 띄었다.

국회의사당 밖으로 수만 마리의 악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인간들을 죽이고 다녔겠어?”

그동안 마기에 감염되거나 죽어서 악마가 된 것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재준의 권속들과 벨페고르의 악마들이 섞여서 아비규환을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긴장감이 극에 이르렀을 때.

꽈드드득.

재준의 신형이 빛살처럼 아현에게 돌진했다.

천둔검이 호선을 그리며 벨페고르의 목을 향했다.

휘이익!

벨페고르는 발레라도 하듯 몸을 허리를 비틀었다.

동시에 손톱에서 뽑혀 나오는 붉은 실들이 천둔검을 휘감았다.

‘응?‘

벨페고르와 재준은 동시에 깜짝 놀라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재준은 갈라지지 않는 붉은 실에 놀랐고,벨페고르는 검을 가볍게 잘라낼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해서 당황했다.

‘이 검은 뭐지?’

벨페고르가 검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할 때 재준이 공간 베기를 시전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지이이이이잉!

천둔검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검신에 묶여있던 실들도 강하게 진동했다.

벨페고르의 신형이 잠깐 흔들리나 싶더니 사라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검은 번개!’

[검은 번개를 시전합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벨페고르에게 번개가 쏟아졌다.

벨페고르는 뻗어오는 번개를 보고 기도하듯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바닥에서 검고 음침한 기운이 맹렬하게 쏟아졌다.

콰아아악!

벨페고르가 쏟아낸 음침한 기운은 검은 번개를 집어삼키며 재준에게 몸을 후려쳤다.

콰드득!

묵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재준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틀었지만 한쪽 귀가 통째로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마왕님!”

악마들과 싸우고 있던 시트리가 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악!

헤스티아가 공중에서 날아들며 벨페고르에게 입을 벌렸다.

드래곤 브레스였다.

하지만.

헤스티아의 브레스가 쏟아지는 속도보다 벨페고르의 음침한 기운이 뻗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피해라!]

타라사의 가짜 머리 중 하나가 급하게 헤스티아를 밀치며 대신 음침한 기운을 집어 삼켰다.

[크으으으윽!]

놀랍게도 타라사는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떨었다.

검은 기운에 당한 가짜 머리가 회복되는 게 무척이나 더뎠다.

몸을 비척이며 뒤로 움직일 때

“그 강대하던 히드라도 주인을 잘못 만나 이렇게 약해지다니.”

놀랍게도 벨페고르는 다급히 도망치는 타라사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순간이동을 한 것이다.

재준이 재빨리 그림자 이동을 시전하며 벨페고르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퍼어억!

하지만 벨페고르의 그림자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붉은 실타래가 재준의 온 몸을 휘감았다.

실타래 사이로 환하게 웃고 있는 벨페고르의 얼굴이 보였다.

‘거대 갑옷!’

[거대 갑옷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온몸이 그림자로 휘감기며 거대 갑옷으로 거대해졌다.

끼기기긱!

어둠의 장막과 합쳐진 거대 갑옷은 어찌어찌 벨페고르의 공격을 막아내는 듯했다.

하지만 곧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벨페고르의 발길질에 재준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아아앙!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주변에서 재준의 권속들이 다가와 물었다.

‘제길.’

재준은 귀가 뜯기는 공격에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겼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벨페고르는 정신을 차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붉은 실타래가 살아있는 것처럼 재준의 주변을 감싸려고 했다.

재준은 재빨리 몸을 뒤로 튕겨내며 실타래를 피했다.

대신 재준의 근처에 있던 권속들이 실타래에 산산이 조각나며 고깃덩이로 변했다.

[서리의 숨결!]

콰아아아아아악!

타라사의 남은 8개의 머리가 재준에게 집중하고 있던 벨페고르에게 서리의 숨결을 내뿜었다.

쩌저저저적!

공기마저 얼어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악마들도 단숨에 얼어버렸다.

하지만 희뿌연 수증기 안에서 다시 한번 음침한 마기가 뻗어 나오며 타라사의 머리를 부셔 뜨렷다.

서리의 숨결을 내뿜는 머리가 하나씩 터져갔다.

[크아아아아아악!]

헤스티아가 다시 한번 공중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며 드래곤 브레스를 내뿜었다.

청염의 불꽃이 서리의 숨결마저 집어 삼키며 벨페고르를 집어 삼켰다.

화르르륵!

재준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바로 페뇨일트의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마나가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면서 활에 무형의 화살이 생겨났다.

‘놈은 브레스에 죽지 않는다.’

재준의 짐작은 맞았다.

잦아드는 청염의 불꽃 안에 검은 구 안에 담긴 벨페고르의 모습이 보였다.

‘절대의 화살!’

[절대의 화살을 시전합니다!]

파아앙!

절대의 화살이 허공을 격하며 벨페고르의 검은 구를 맞췄다.

쩌적!

검은 구의 표면에 금이 생겼다.

재준은 연달아서 절대의 화살을 발사했다.

조금씩 검은 구의 금이 커지더니 마침내 방어막이 깨졌다.

재준은 그와 동시에 천둔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천공검!’

[천공검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검이 벨페고르의 머리를 단번에 쪼갤 기세로 떨어졌다.

벨페고르는 재준의 검이 머리 위로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서서히 말아 올라가는 입술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끼기긱!

어김없이 벨페고르의 붉은 실타래가 재준의 검을 휘감았다.

하지만 천둔검은 물이 흐르듯이 실타래를 피하며 제 2격을 쏟아냈다.

후우우우욱!

천둔검이 벨페고르의 미간을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검 끝이 머리를 파고들려고 할 때 벨페고르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피익!

익숙한 절단 음이었다.

그리고 벨페고르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재준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끝이다.”

[주인!]

재준은 재빨리 몸을 비틀며 천둔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재준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크게 흔들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뭐지?’

헤스티아가 악마들을 뿌리치며 급하게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튕겨 나간 것보다 훨씬 많은 수많은 악마들이 헤스티아를 덮쳤다.

그오오오오오옥!

분노에 휩싸인 드래곤의 포효가 울렸다.

“드래곤은 생포해.

쓸데가 많으니까.”

‘뭔 개소리냐!

내가 헤스티아를 넘겨줄 거 같아?’

쿠웅!

재준의 몸이 땅에 떨어지며 피가 섞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크헉.”

몸이 이상했다.

저릿저릿한 느낌.

동시에 불타오르는 듯한 감각이었다.

‘일어나야 되는데.’

타라사가 재준에게 다가오려고 하지만 벨페고르에게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벨페고르가 두 손바닥을 뻗을 때마다 음침한 기운이 타라사의 머리를 하나씩 파괴해갔다.

‘으윽!’

재준이 일어나려다가 미끄덩거리며 넘어졌다.

문득 고개를 돌린 재준의 시야에 붉은 피와 자신의 팔이 보였다.

‘...’

팔꿈치에서 절단된 손은 천둔검을 굳게 쥔 채로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팔뿐이 아니었다.

양 다리도 잘려서 피를 벌컥벌컥 쏟아내는 중이었다.

“네놈 여동생처럼 똑같이 심장을 꿰뚫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갑옷이 워낙 두꺼워서 그러질 못했네.”

퍼억!

타라사의 머리 중 하나가 또다시 터졌다.

[크아아아아악!]

재준은 미노타우로스의 갑옷과 거대갑옷 그림자 장막까지 겹쳐 입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가 되는 가슴은 어찌어찌 벨페고르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사지가 잘린 재준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멀리 염소 머리의 마족에게 밀리고 있는 미노의 모습도 보였다.

이내 아몬의 배틀엑스가 미노의 가슴을 꿰뚫었다.

미노뿐만이 아니었다.

재준의 권속들은 모두 악마들과 벨페고르의 음침한 기운에 잡아먹히며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주인.]

타라사가 재준을 불렀다.

재준이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을 때.

마지막 남은 머리 하나가 재준을 향해 있었다.

[...]

재준의 눈과 마주치고 더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타라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스걱!

타라사의 마지막 머리도 결국 벨페고르의 붉은 실에 잘렸다.

쿠웅!

거대한 히드라의 육체가 땅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모든 악마들은 환호했고 재준의 권속들은 슬퍼했다.

그의 마왕이 죽어감을 느낀 것이다.

[마왕님!]

멀리서 시트리의 울부짖음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왕님!]

[마왕님!]

‘나는 더는 아무런 힘도 없다.’

두근두근.

강하게 맥동치던 심장이 서서히 죽어갔다.

팔다리가 잘려서 죽기보다는 재준 스스로 의지였다.

‘그냥 모든 걸 다 끝내고 싶다.’

재준의 눈이 천천히 회백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때였다.

띠링―

[생명력이 위험수치까지 떨어집니다.]

[생명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가사상태에 빠져듭니다.]

[시스템이 상황을 분석합니다.]

.

.

.

[사용자의 이상상태를 확인합니다.]

[단군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단군의 도움?’

그리고 서서히 시간이 느리게 흐리더니 곧 세상이 멈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