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5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시야가 확보되자 재준은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마기가 흩날리고 재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중에 매달린 염소였다.
염소는 목에 밧줄이 메어서 죽어있었다.
부릅뜬 염소의 눈에서 핏물이 흘렀다.
뚝뚝!
하지만 재준은 그것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었다.
줄에 매달린 것은 염소의 목과 머리뿐이었고 나머지 몸통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으적으적!
그리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전부 이곳에 있었다.
모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염소의 뜯긴 몸통과 살점을 씹어먹는 중이었다.
사람들로 인해 지하실이 꽉 들어찬 상태였다.
‘미친!’
바닥에는 염소의 피로 그린듯한 기괴한 문양들이 보였다.
마기는 전부 이 문양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으적으적!
염소의 피와 살점을 먹던 사람이 움찔하더니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재준과 눈이 마주친 노인의 눈은 흰자가 전부 사라진 상태이었다.
캬아아아아악!
노인은 거친 짐승의 포효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을 밟고 미끄러지며 나자빠졌다.
재준이 어떻게 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약해빠진 모습이었다.
‘대체 이것들은 뭐야?’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마족이나 몬스터라고 하기에도 그랬다.
그냥 전부 죽여버리기에는 찝찝했다.
캬아아아아악!
캬아악!
노인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버둥거리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재준을 노려봤다.
노인과 마찬가지로 눈동자는 전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어둠의 장막!’
[어둠의 장막을 시전합니다!]
재준은 지하실의 입구를 그림자 장막을 이용해 틀어막았다.
콰앙!
콰앙!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들이 어둠의 장막에 팔을 휘둘렀다.
외견은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변했지만 가진 바 능력은 변하지 않았는지.
어떤 데미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의 장막에 밀려서 바닥에 고꾸라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흐음.’
재준은 어둠의 장막 저편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입을 벌리고 괴성을 내지를 때마다 검은 마기를 뿜어댔다.
‘이런 식으로 마기를 뿜어내는 것들을 살려둘 순 없겠지.’
재준은 안타깝지만 이들을 전부 죽이기로 결정했다.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후우우우―
재준의 마력이 지하실을 들어찼다.
후끈한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곧바로 지하실 전체가 화염으로 타올랐다.
화르르르륵!
캬아아아아악!
캬아아악!
사람들이 비명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어둠의 장막을 내리쳤다.
재준은 착잡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전부 불에 타 시꺼먼 숯덩어리가 되어버렸다.
‘후우.
아랫지방에서 유행한다는 사이비 종교와 관계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지하실에 걸려있던 염소도 그렇고.
여기저기 그려져 있던 문양들이 악마숭배와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이런 시골에까지 사이비종교가 퍼졌다면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김응룡에게 좀 더 서두르라고 해야겠어.’
재준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고 할 때.
퍼석.
새까맣게 타들어 간 잿더미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뭐지.
착각인가?
재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시체들이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헉!’
깜짝 놀란 재준이 뒤로 물러났다.
새까맣게 변한 잿더미가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퍼석!
잿더미들의 몸에서 탄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익!
키이이이익!
붉은 눈동자에 검은 피부.
피막의 얇은 날개.
그리고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빨.
재준이 저주받은 던전에서 봤던 소형악마였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놈들은 소형이라고 부르기에는 훨씬 커다란 몸과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휘이익!
놈들은 날개를 펄럭이며 지하실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재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악마가 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확실히 전과 다르게 묵직한 공격력이 느껴졌다.
콰앙!
콰앙!
하지만 그런데도 어둠의 장막을 뚫지는 못했다.
후으으읍!
악마가 어둠의 장막에서 잠시 물러서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뭐 하는 거지?’
화아아악!
악마의 입에서 뿜어진 건 산성액이었다.
어둠의 장막에 전부 막혀 바닥에 떨어졌지만.
땅이 순식간에 녹으면서 유독성의 기체가 올라왔다.
‘으윽!’
재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다른 악마들은 지하실을 빠져나갈 생각인지 천장을 향해 산성액을 뿌려댔다.
곧 천장이 꿰뚫리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콰앙!
뚫린 구멍으로 악마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빠져나갔다.
놈들은 재준에게 관심도 없어 보였다.
‘제길!’
재준은 재빨리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마을회관 밖으로 나가자 창문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악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키이이이익!
키이이익!
놈들은 재준을 보더니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거나 공격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재준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는지 멀어지려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놈들이 퍼져나가게 해서는 안된다.’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화르르르르륵!
재준의 손길에서 시작된 불줄기가 악마들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악마들은 재준의 몸에서 강력한 마나가 발동될 때부터 이미 몸을 돌려 도망가는 중이었다.
겨우 몇 마리의 악마만이 겁화의 손길에 불타올랐다.
“헤스티아!”
아공간이 열리며 헤스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해제 한지 얼마 안 돼서 재준이 바로 소환하자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것들은 뭐야?]
재준은 헤스티아의 등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놈들을 쫓아가!”
헤스티아는 재준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을 활강하며 악마들을 쫓았다.
그오오오옥!
헤스티아가 포효를 하며 악마 한 마리를 날카로운 발톱을 찢어발겼다.
그러자 수십 마리의 악마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으응?
도망간다!]
재준은 재앙의 흡혈검을 치켜 세우고 마나를 주입했다.
얼마 주입하지 않았는데도 검신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만 더 불어넣으면 산산이 조각날 것 같았다.
‘몰아치는 폭풍!’
[몰아치는 폭풍을 시전합니다!]
어쩔 수 없이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의 마나로 몰아치는 폭풍을 시전했다.
검신에서 뻗어 나온 마기가 순식간에 겁화의 검으로 바뀌며 악마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마나의 양이 부족해서 인지 겁화의 검의 숫자도 악마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키이이익!
키이익!
쏟아지는 몰아치는 폭풍이 악마들을 덮쳤다.
얇은 날개의 피막이 찢어지거나 목이 베인 악마들이 땅으로 추락했다.
“미노!”
땅 위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미노가 빠져나왔다.
“떨어지는 악마들 다 죽여!”
[네,알겠습니다!]
쿠웅!
쿠웅!
미노가 순식간에 몸을 키우며 떨어진 악마들을 발로 밟았다.
악마들이 산성액을 미노에서 쏟아부었지만 미노의 가죽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타라사!”
재준은 타라사도 마저 소환했다.
‘다들 쉬라고 보내자마자 바로 소환이라니.
나도 못된 주인이구먼.’
“쩝.”
확실히 타라사의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악마들이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히드라의 9개의 머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주인!
이것들을 다 죽이면 되나?]
재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9개의 머리가 각기 서리의 숨결을 뱉어냈다.
키이이이익!
키익!
악마들의 몸이 얼어붙으며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나 깨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몸을 날려 도망가는 악마들이 보였다.
키이이익!
악마는 필사적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한곳으로 날아갔다.
‘응?’
저건?
시골 산길 위를 지나가고 있는 경운기가 보였다.
짚을 잔뜩 싣고 어디론가 향하는 노인이었다.
‘제길!’
재준은 헤스티아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순식간에 악마 근처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악마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키이이익!
“으응?
저게 뭣이여!”
노인이 하늘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악마를 보며 기겁했다.
동시에 악마가 날카로운 손톱을 노인의 목덜미를 향해 뻗었다.
‘어림없다!’
재준이 다시 한번 그림자 이동을 시전하면 노인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스걱!
재준은 재빨리 악마의 목을 베며 노인에게서 악마를 떨어뜨렸다.
‘후우’
간발의 차였군.
[주인!]
하지만 타라사의 다급한 목소리 때문에 재준은 안도할 틈도 없었다.
남아있던 악마들이 등산복 차림의 남녀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중년 남성은 악마에게 목을 물어뜯긴 상태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목을 물어뜯은 악마의 상태가 이상했다.
피를 마시더니 몸이 울룩불룩하게 부어올랐다.
‘몸이 커졌어?’
몸이 거대해졌을 뿐만 아니라 느껴지는 힘의 크기도 달랐다.
곧 주변에 있던 악마들도 전부 그렇게 변했다.
붉은 눈을 빛내며 악마가 날개를 펄럭였다.
악마의 시선의 끝에는 건물이 밀집해있는 도시를 향해있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