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14화 (114/143)

00114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거참.

시끄럽네.’

손오공 오두막까지 가는 내내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너희들은 모를 거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단군한테 붙잡혀서 말이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알아?”

[...관심 없다.]

“어허.

그래도 들어봐.

너희들 쑥하고 마늘만 100일 동안 먹어본 적 있어?

저 단군은 마늘에 미쳤는지 동굴에 가둬놓고 그것만 맥이었다니까.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면서 말이야!

내가 도망 안 가고 배겨?”

손오공은 재준을 힐끗 쳐다보면서 코를 틀어막았다.

“저놈도 마늘 냄새가 진동해서 내가 피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어서 말이지.”

‘내 몸에서 마늘 냄새 난다고?’

재준이 자신의 몸을 킁킁대는 동안 마침내 단군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손오공은 바로 전에까지 그렇게 단군을 씹어대더니 환하게 웃으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나왔어요!”

띠링―

[퀘스트 손오공을 포획해서 단군에게 데려가라!를 완료했습니다!]

[단군의 금줄을 획득합니다!]

[단군의 금줄이 인벤토리로 이동합니다!]

[단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탈출구가 폭포 뒤에 생겨납니다!]

‘후우.

드디어 클리어 했다.’

퍼억!

“으악!”

콰앙!

손오공은 오두막에 들어감과 동시에 바로 문짝을 부수면서 튀어나왔다.

“왜 때려요!”

“네놈이 맞을 짓을 하니까 맞는 거다 이놈아!”

손오공의 귀를 붙들고 다시 오두막으로 걸어 들어가던 단군이 재준과 일행들을 쳐다봤다.

“수고했어.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한번은 도와주도록 하지.

잘들 가라고.”

우끼이익!

“살려줘!”

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바로 폭포로 돌아갔다.

차라리 보스를 처치하는 편이 속이 편하지 이런 던전은 심적으로 힘들었다.

‘..여기 들어와서 탐식의 마왕을 떨어낼 수 있었지만 말이야.’

촤아아아아―

떨어지는 폭포를 지나 다시 동굴로 들어가자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생성되어 있었다.

[피곤해.]

“...돌아가서 좀 쉬자.”

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재준의 핸드폰이 울려댔다.

발신인은 바퓰라였다.

“응.

다들 어땠어?”

재준은 인사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오늘 처음으로 던전 공략을 해본 권속들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네.

길드장님.

별일 없이 모두 끝마쳤습니다.>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고 또 하고 싶다는 마족들이 많았습니다.>

“그래?”

재준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나만 이렇게 피곤한 거구나.

후우.’

“알겠어.

오늘 고생했고.

푹 쉬라고 해.”

<네.

길드장님.>

재준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던전에 들어가고 싶어서 난리를 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그때 비해 늙어버린 느낌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재준은 헌터 협회 직원과 인사하고 바로 산을 내려왔다.

“집에 가서 쉬고 싶군.”

그건 그렇고 그 게이트의 정체는 뭘까.

들어가자마자 단군이 나오고 손오공이 나오고.

A급 게이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딱히 몬스터라는 것도 없었다.

우뚝.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재준이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건 뭐지?”

나무 옆에 자라난 조그만 새싹이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새싹이었지만 잎의 색깔이 피처럼 붉게 번들거렸다.

더구나.

새싹에서는 미세하게나마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기?’

마계에서 얼핏 봤던 식물들과 모습이 흡사했다.

재준은 주변을 둘러봤다.

산에는 생각보다도 많은 양의 마계의 식물이 피고 있었다.

지구의 식물 밑으로 붉은 이파리들이 보였다.

재준은 새싹째 흙을 한 움큼 퍼서 살펴봤다.

역시나 흙에도 미세하게나마 마기가 섞여 있었다.

“지구의 기운이 변하고 있다.”

이것도 내가 가진 마력 탓인 걸까?

아니면.

지구에 있다는 다른 마왕들의 탓일까.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

재준이 손을 털며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피비린내의 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가에서 풍겼다.

일반인이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테지만 감각기관이 초인에 가까운 재준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었다.

‘저곳인가?’

시골 동네의 한적한 길가에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는 사람들이 있는지 몇몇 집에서 TV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저벅저벅

피비린내를 찾아 걷던 재준은 조그만 슈퍼를 발견했다.

슈퍼 앞에는 조그만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서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깊게 팬 주름살이 할머니의 나이를 말해줬다.

재준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외지인이여?

누구 손자인가?”

“누구 손자는 아니고요.

근처 산에 갔다가 뭐라도 사려고 내려왔어요.”

외지인이라고 하자 할머니가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재준은 씁쓸한 웃음을 짓고는 껌 하나를 집었다.

“천원.”

카드는 당연히 안될 테고.

재준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건넸다.

할머니가 천 원을 받더니 주머니 안으로 꼬깃꼬깃 접어서 집어넣었다.

“동네가 한적하네요.”

“시골은 원래 다 이래.”

그때.

재준의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동네 끝쪽에 있는 집에서 검은 연기가 폴폴 날리고 있었다.

“불?”

하지만 풍기는 냄새나 기운으로 봤을 때.

화재는 아니었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바로 마기였다.

“할머니 저 가볼게요.”

재준은 재빨리 마기가 날리는 집으로 향했다.

재준의 몸이 희끗해지더니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놀람이나 경악이 아니었다.

씨익―

주름살이 깊게 패이며 해맑게 웃었다.

“어이쿠.”

할머니는 힘겹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허리가 앞으로 굽어있었다.

우드드드득!

할머니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 때마다 뼈가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서히 할머니의 몸이 변해갔다.

굽어있던 허리는 곱게 펴지고,얇은 다리와 팔이 길게 뻗었다.

우드드드득!

가장 큰 변화는 피부였다.

깊게 팬 피부가 팽팽해지며 20대의 초반의 탱탱함으로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화려한 외모의 여성으로 변했다.

붉은 입술이 열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매력 있네?”

“음메에에에에―”

어느새 벨페고르에게 다가온 아몬이 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길게 울었다.

“후훗.

아몬.

질투하지 말라고.

그저 먹이로서의 매력이니까.”

벨페고르는 재준이 향한 곳을 쳐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정반대 쪽이었다.

“부디.

다시 만날 때까지 죽지 않았으면 하네.”

“음메에에에에―”

“그래.

우리는 어서 서울로 가자고.”

아몬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벨페고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재준의 정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마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은 마을회관이었다.

입구에 을촌리 마을회관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있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마을회관은 조금 전까지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부엌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냄비 안의 물은 세차게 끓고 있었다.

안쪽에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수저까지 깔려 있는 것을 보면 식사 준비 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뭐지?’

싸움의 흔적이나 반항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스으으으으으―

마기는 마을회관의 지하실에서 올라왔다.

재준이 발견했을 때만 해도 화재라도 난 것처럼 풍기던 마기들은 어느새 제법 가라앉은 상태였다.

재준은 지하로 향하면서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게이트 내에서 단군의 천벌에 휩쓸려서 재준의 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제길.’

제법 애착이 생겼던 검이었는데 상실감이 들었다.

‘나중에 시간 날 때 마왕성의 보물실에서 무기나 챙겨와야겠군.’

인벤토리를 살펴보던 재준은 다른 검을 꺼내 들었다.

투기장에서 보상으로 얻었던 재앙의 흡혈검이었다.

[재앙의 흡혈검]

[등급 : B급.( 희귀)]

[능력 : 근력플러스45]

[특수능력 : 흡혈]

[설명 : 흑마법사들이 고문하기 위해 만든 검.]

[흡혈 : 상대의 몸에 칼이 박혀있는 동안 피를 지속해서 흡수한다.]

그동안 써왔던 검에 비하면 능력은 물론이고 내구도도 형편없어 보였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는 제법 괜찮을 듯싶었다.

“쩝”

손에 집히는 느낌부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하실 문을 닫혀있었다.

문의 틈으로 마기가 포자처럼 풀풀 풍겨왔다.

안에 얼마나 많은 마기가 있을지 가늠조차 안되었다.

‘대체 이렇게 까지 마기를 뿜어내는 게 뭐지.’

재준은 조심스럽게 지하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희미하게 안에서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게 느껴졌다.

‘...염소?’

딸칵―

재준이 문의 손잡이 잡고 비틀었다.

문이 열리면서 순식간에 재준의 시야가 마기로 인해 새까맣게 변했다.

‘후우.

대체 뭐야.’

재준이 손으로 마기를 흩날리면서 안을 살폈다.

마침내 지하실 안의 광경이 들어왔을 때.

재준은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뭐야?”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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