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3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지금까지 내 엉덩이 털 잡으려고 노력한 기분이 어때?
하하하하하”
손오공은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단군의 말대로 엉덩이의 털은 붉었다.
팡팡!
손오공은 자신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재준을 약 올렸다.
“너 같은 놈이 백 명 천명이 와도 나,제천대성 손오공의 발톱의 때도 잡기 힘들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재준의 눈이 오기와 분노로 일렁였다.
‘뒤로 돌아가서 포위해.’
[알았다.]
[알겠습니다!]
미노와 타라사는 손오공을 포위했다.
손오공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적거렸다.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었나 본데.
아무리 네놈들이 노력해도 나 못 잡는다니까?”
‘덮쳐!’
그아아아아아악!
미노가 땅을 박차고 손오공을 덮쳤다.
콰아앙!
[잡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미노의 손아귀에 손오공이 너무 쉽게 잡혔다.
미노는 손오공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손아귀를 꾹 쥐었다.
이 조그만 원숭이가 터져 죽더라도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파바밧!
재준은 재빨리 달려가서 금줄로 손오공을 묶었다.
온몸을 꽁꽁 묶고 나서야 재준이 안심했다.
“너희들 지금 뭐 해?”
재준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손오공이 커다란 바위 위에 누워서 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애꿎은 용을 묶고 그래?”
재준이 화들짝 놀라서 내려다보자 인간형의 헤스티아가 줄에 꽁꽁 묶여있었다.
‘제길.’
이건 완전히 놀아나는 느낌이었다.
재준은 헤스티아를 묶은 금줄을 풀었다.
손오공은 여전히 여유롭게 바위 위에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이렇게는 절대 손오공을 잡지 못한다.’
재준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손오공이 씨익 웃으며 재준에게 말했다.
“네놈들 나랑 내기하나 하지 않을래?”
“내기?”
“그래.
너희들이 내기에서 이기면 얌전히 금줄에 묶여서 단군에게 가겠다.”
재준의 눈이 좁아지며 예리하게 손오공을 살폈다.
“대신 내가 이기면.”
“이기면?”
손오공이 시선이 음흉하게 변하면서 타라사를 향해 움직였다.
“저 이무기는 내 아내가 된다!”
“...뭐?
타라사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었다.
재준은 황당한 얼굴로 손오공과 타라사를 번갈아 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요괴를 만나봤지만 저렇게 크고 매력적인 요괴는 처음이다!
어때?
내기에 응하겠어?”
타라사를 향한 손오공의 황금빛 눈이 빛났다.
재준이 거절하지 못할걸 알고 하는 제안이었다.
‘...저놈 뭐야.’
재준은 타라사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내기의 대상자인 타라사는 딱히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기의 내용은 뭐지?”
“나를 엎고 10걸음을 걸으면 된다.”
‘10걸음이라.’
너무 쉬운 내기라 재준의 표정이 의심으로 변했다.
“정말 10걸음이면 된다고?”
“그래.
할래 말래?”
재준이 타라사를 쳐다봤다.
타라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
나는 상관없다.]
“...내기에 응하겠다!”
―
가만.
태성은 울려퍼지는 시스템창을 살펴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28―$명을 살해―^습니다!]
‘후우!’
“힘들어 죽겠네.”
태성이 시체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았다.
방금 전까지 일본도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하던 남자였다.
태성의 시선이 사지가 난도 된 채 한쪽 눈이 뽑혀있는 남자에게로 옮겨 갔다.
다른 시체들과 다르게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퉷!”
태성은 시체를 쳐다보다가 걸쭉한 가래침을 얼굴에 내뱉었다.
심하게 망가져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시체는 일본의 S급 헌터인 쿠라다 싱고였다.
국제적 비난에 못 이겨 일본 시골에 자숙하고 있던 것을 태성이 찾아간 것이다.
이왕 인간을 죽여야 한다면 되도록 강한 놈을 죽이고 싶었다.
쿠라다 싱고는 태성이 생각할 때 최적의 제물이었다.
‘감히 재준이 형님을 공격하기도 하고 말이지!’
태성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옛날식 일본 주택 안에는 쿠라다 싱고 말고 그의 제자들로 보이는 수십의 시체도 널려 있었다.
‘퀘스트 창!’
띠링
[직업―프로스트가 생성되!프로다!]
[인간!프로3000명을 죽―프로!―라!]
[탐식의 재림을 꿈―$!자!
같은 인!$마저도 집어!$!라!]
[보상 : 직!프로 선택]
[실패 : !^$&프로]
‘200명은 또 어디서 죽인다?’
태성의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칙쇼오오오―!”
저 멀리서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왔는지 무기를 든 헌터들이 달려왔다.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태성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제길.
뭐라는 거야.
덤빌 거면 덤비던가.”
일본 헌터들은 태성의 주변을 감싸며 뭐라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주변의 시체를 보고 경악하는 놈들의 표정이 느껴졌다.
“에이.
너희가 안 오면 내가 가야지 뭐.”
태성이 단검에 묻은 피를 대충 옷에 닦아냈다.
“200명만 더 죽이고 직업만 얻고 가마.
알았지?”
태성의 몸이 희끗해지더니 일본인 사이에서 나타났다.
동시에 사방에서 헌터들의 목이 잘리며 피분수가 터졌다.
춤을 추듯 움직이는 태성의 손 움직임에 헌터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끄아아아아악!”
[28―명을 살―^했습니다!]
[28―&명을 살해―^습니다!]
.
.
[28―$명을 살해했^습&다!]
헌터들은 끊임없이 몰려왔다.
태성은 몰려드는 놈들을 보면서 기뻐했다.
“최고군.
최고야!”
피에 젖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자,업혀라!”
재준은 등을 내밀고 손오공에서 소리쳤다.
손오공은 가벼운 걸음으로 바위에서 폴짝 뛰어 내리더니 재준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헤스티아 정도의 크기 뿐이 안되었다.
“조그만 기다려.”
손오공이 타라사에게 윙크를 하며 재준의 뒤에 섰다.
“내가 업히면 정확히 10걸음이다.
알았지?”
“알겠으니까 업혀라.”
손오공은 폴짝 뛰더니 재준의 등에 올라탔다.
크기에 비해 무거웠지만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다.
이 정도라면 10걸음이 아니라 온종일 업고 다녀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다리에 온 힘을 주고 있던 재준이 허무해지려고 할 때.
“이제 시작한다.”
‘응?’
손오공의 몸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오공의 무게도 수십 배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땅이 파이며 재준의 발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으윽!”
재준은 몸이 땅속으로 파고들기 전에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우드드득!
“두 걸음!”
“세 걸음!”
콰드드득!
“네 걸음!”
불과 네 걸음에서 재준의 몸이 멈췄다.
손오공의 몸은 커지다 못해 조그만 산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커졌다.
‘끄윽!
다리를 들어 올리면 쓰러질 것 같다!’
어둠의 장막을 시전해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지 않고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그 사이에도 손오공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
‘거대 갑옷!’
[거대 갑옷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에 그림자가 뭉글뭉글 퍼져 나왔다.
퍼져 나오기 시작한 그림자가 재준을 감싸며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재준의 시야가 확장되며 몸에 집중되던 압력이 한층 분산되었다.
“다것걸음!”
“여섯 걸음!”
“일곱 걸음!”
“여덟...걸음!”
재준은 순식간에 여덟 걸음까지 걸었다.
“으억!
이놈이?”
그때 손오공이 기겁하며 몸을 흔들어댔다.
[비겁한 원숭이 새끼!
그건 반칙이야!
흔들지 말라고!]
옆에서 헤스티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손오공의 움직임이 멈췄다.
‘기회다!’
재준이 다시 한 걸음을 더 앞으로 걸었다.
“아홉 걸음!”
그때.
손오공이 기다렸다는 듯이 능력을 사용했다.
[태산압정!]
“...!”
우드드드득!
순간적으로 늘어난 무게에 어둠의 장막이 깨지며 재준의 몸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발이 무릎까지 땅에 박히고 나서야 겨우 다시 어둠의 장막을 시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더는 발을 들어 올릴 힘이 없었다.
끄드득!
발은 잠시라도 때며 분산되어있던 압력이 한곳으로 몰려서 순식간에 땅속으로 처박혀 버릴 것 같았다.
‘개 같은 원숭이!’
재준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터져 나왔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무슨 방법이!’
우우우우―
별안간 공기가 떨렸다.
그리고 숲 너머에서 누군가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어어?
단군?”
당황한 손오공의 태산압정이 순간 흔들렸다.
그 틈을 파고든 재준이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열 걸음!”
콰아아아앙!
동시에 손오공을 옆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
손오공의 몸이 순식간에 줄어들면서 바닥에 척하니 착지했다.
“쳇!”
씁쓸해하는 표정이었다.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금줄을 꺼내 손오공에게 다가갔다.
“금줄 따위 필요 없다!
그냥 같이 가면 되니까.”
손오공은 자신이 앞장서서 단군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도 손오공의 구시렁구시렁은 멈추지 않았다.
“그 단군 노인네가 갑자기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쳇!”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