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12화 (112/143)

00112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재준은 용으로 변한 헤스티아의 등에 올라타고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맑게 갠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졌다.

[주인.

단군이 누구지?

인간계에서 유명한 신인가?]

‘흐음.’

재준은 단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떤 사람들은 단군을 신으로 모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왕정도로만 알고 있지.”

[왕이라고?

탐식의 마왕을 그런 식으로 불타 없애는데 단순히 왕일 리는 없다.]

“...역사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나도 오늘 보고 생각한 건데 확실히 인간은 아니었을 것 같다.”

가끔 역사책에서 바람의 신,비의 신,구름 신과 같은 신들을 거느리고는 선악의 구별을 만들었다는 글을 본적은 있지만 단순히 신화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전부 진짜일지도 모르겠군.’

한편 재준은 탐식의 마왕을 떠올리자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그동안 삼신위의 목걸이와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로 탐식의 마왕을 정신 간섭을 막아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탐식의 마왕은 너무나도 간단하리만큼 호문클로스의 지팡이와 삼신위의 목걸이를 부셔 뜨렷다.

‘그동안 힘을 감추고 있었다는 거겠지.

기회를 엿보면서 말이야.’

만약 오늘 단군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준은 탐식의 마왕으로 완전히 각성해버렸을지도 몰랐다.

다른 마왕을 전부 잡아먹고 나서 말이다.

휘이이익!

헤스티아를 타고 얼마 걸리지 않아서 단군이 말한 석산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기가 맴도는 크고 작은 화강암들이 보였다.

우끼이익!

그때 암석들 틈으로 원숭이 한 마리가 잽싸게 뛰어가는 게 보였다.

‘이렇게 빨리 찾는다고?’

재준은 재빨리 헤스티아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후우욱!

재준은 원숭이가 지나쳐가는 암석 틈의 그림자에서 몸을 솟구쳤다.

끼이익!

원숭이는 재준이 바로 앞에서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몸을 틀었다.

하지만 재준은 원숭이를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원숭이의 다리를 잡고 준비한 금줄을 꺼냈다.

금줄로 팔과 다리를 꽁꽁 묶자 원숭이는 더는 반항하지 않았다.

다만.

끼이익!

우끼익!

시끄럽게 비명만 질러댔다.

‘후우.’

“생각보다 빨리 잡았는걸?”

금줄에 묶여있는 건 요리 봐도 저리 봐도 확실한 원숭이가 맞았다.

“네놈이 손오공이냐?”

“누가 손오공 님이라는 거냐!”

그때 묶여있던 원숭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놀랍게도 원숭이는 말을 할 줄 알았다.

“...원숭이가 말을 해?”

“멍청한 놈!

너는 원숭이 아니냐?

어서 이거 풀어!”

끼이익!

‘허참.’

재준은 원숭이의 말에 딱히 뭐라 말하지 못했다.

“어서 풀라고!

난 손오공 님이 아니다!”

“손오공이 아니라고?”

“그래!

손오공 님은 내 고조할아버지시다고!”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익!

이 멍청한 놈아!

손오공 님이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는 거냐!

넌 진짜 멍청이냐!

이멍청아!”

재준은 쏟아지는 멍청이란 말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거참 말 많네.’

“미노 입 막아.”

[네.

알겠습니다!]

원숭이는 미노가 다가가자 갑자기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저래?’

어쨌거나.

놈이 손오공인지 아닌지는 일단 단군한테 돌아가 보면 알겠지.

재준은 다시 헤스티아를 타고 단군에게로 돌아갔다.

“아니야!”

“아니라고요?”

“그래!

이게 누가 봐서 오공으로 보이냐!”

“손오공의 특징도 말 안 해줬잖습니까?”

단군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랬나?

오공이는 이 원숭이보다 훨씬 크다.

나이 먹더니 크기만 커졌어.

지금은 얼마만 할지 상상도 안되는군.”

“무지하게 큽니다!

무지하게!”

옆에 있던 원숭이가 덧붙여서 외쳤다.

“하여튼 그렇다는군.

이 원숭이는 가는 길에 다시 풀어줘.”

“멍청한 놈!

특히 너!

털 없는 원숭이!”

그르르르르―

재준의 미간 좁아지자 미노가 이를 드러내며 원숭이에게 다가갔다.

원숭이는 금방 또 바르르 떨며 고개를 떨궜다.

“크다는 것 빼고는 다른 특징은 없습니까?”

“흐음.

크다는 빼고라.

아.

엉덩이 털이 유독 붉었지.

다른 원숭이들에 비해 정말 붉었어.”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고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라 이거지.’

재준은 다시 석산으로 돌아갔다.

묶여있던 원숭이는 풀어주자 마자 방방 뛰며 욕을 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미노를 보고 다시 바위틈으로 쏜살같이 도망갔다.

끼이익!

우끼익!

“털 없는 원숭이다!”

“암컷도 있다!

암컷!”

아까 왔을 때는 몰랐는데 석산에는 원숭이들이 정말 많았다.

석산이라고 하는 것보다 원숭이 산이라고 하는게 더 맞아 보였다.

그중에 몇몇은 덩치가 정말로 커다란 고릴라 같은 놈들도 있었는데 엉덩이 털이 붉지가 않았다.

재준과 권속들은 한참을 돌아다녀도 손오공의 손 자도 찾을 수 없었다.

‘흐음.’

이대로 가다가는 기약 없이 돌아다니기만 하겠는데?

벌써 이 넓은 석산을 여러 번이나 돌아다녔다.

“여자를 좋아한다더니 그림자도 안 보이네.”

[주인은 지금 나와 헤스티아가 여성체로서 매력이 없다는 건가?]

재준은 순간 뜨끔했다.

“아니 내 말은 원숭이가 볼 때는 미적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이거지.”

[흐음.

일리가 있군.

털이 없어서 그런가.]

[난 털 싫어.]

헤스티아가 미리 선수 치며 재준의 뒤로 숨었다.

[헤스티아.

혹시 모르니까 털을 붙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으윽!

싫다고 털!]

때아닌 싸움이 헤스티아와 타라사 사이에서 벌어졌다.

재준은 그 사이에서 머리만 긁적였다.

‘피곤하네.’

미노는 재준의 뒤를 따라가는 중이었다.

이상하게 원숭이들은 미노만 보면 겁을 먹고 도망가거나 이를 드러내놓고 경계를 했다.

[저것들도 잡아먹으면 맛있을까?]

털이 많아서 씹기 힘들 것 같긴 해도 몇몇 놈은 가죽째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미노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숭이들이 미노만 노려보기 시작했다.

‘응?’

그러고 보니.

원숭이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잠깐 전까지 조그맣고 둥글둥글 모습의 원숭이였다면.

지금은 키도 크고 뭔가 더 날렵한 모습의 전사 같았다.

그리고 특징이라면 하나같이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더러운 우마왕의 부하 놈.”

[뭐?]

원숭이 전사 한 마리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뭐라는 거냐?]

미노가 낮게 목소리를 깔면서 위협했다.

지금까지 이 방법이면 원숭이들이 전부 겁을 먹고 도망갔었다.

“감히 나를 위협해?”

그런데 놈은 달랐다.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주변의 모든 원숭이들이 일제히 미노를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이익!

끼익!

“뭐야?”

[원숭이 떼다!]

재준은 어디선가 나타난 원숭이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원숭이들이 움직이기 전까지 기척도 못 느끼고 있었다.

끼이익!

끼이이익!

원숭이들은 하나같이 달려들어서 모두 미노만 노렸다.

들고 있는 무기는 몽둥이같이 조잡한 것들이었지만 수가 상당히 많고 몸놀림이 빨랐다.

퍼억!

퍼억!

“죽어라!”

“더러운 소 새끼!”

[이놈의 원숭이 새끼들이!]

조잡한 공격이 미노에게 타격을 줄리 만무했지만.

미노의 기분이 상하는 건 사실이었다.

미노는 인간형에서 벗어나 본신으로 모습을 바꿨다.

서서히 커지던 몸은 5M 가까이 돼서야 멈췄다.

쿠웅!

쿠웅!

[다 잡아먹어 주마!]

미노가 흥분해서 원숭이들이 손에 잡히는 족족 입으로 가져가서 씹어먹었다.

제 아무리 몸놀림이 조금 빠르다고 해서 미노타우로스를 당해낼 리 만무했다.

으적으적!

“살,살려줘!”

“손오공 님!”

원숭이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누군가를 부르짖었다.

“응?”

그때였다.

재준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느꼈다.

“미노 피해라!”

미노는 재준의 명령을 듣자마자 바로 몸을 구르며 옆으로 피했다.

미노가 잠깐 전까지 있던 자리에 엄청난 두께의 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쿠웅!

뽀얗게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휘이이이익!

인위적인 바람이 불며 순식간에 흙먼지가 사라졌다.

조금 전에 떨어져 내린 기둥 옆에는 처음 보는 원숭이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버러지들이 난리를 피우는군!”

부릅뜬 황금색 눈동자가 재준과 권속들을 살펴보며 물었다.

“네놈들은 뭔데 내 부하들을 잡아먹는 거지?”

다른 원숭이와 다르게 갑옷을 입고 있어서 엉덩이 털은 보이지 않았지만.

재준은 확신했다.

“손오공이군.”

“그래.

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손오공 님이시다!

네놈들은 어디서 온 버러지들이냐?”

“버러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일단 좀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재준은 단군이 준 금줄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러자 손오공이 금줄을 보더니 박장대소하며 웃어댔다.

“하하하하하!

단군 그 노인네가 보내서 왔군?

옛날의 벌거숭이 손오공 님이 아니시라고!

그깟 금줄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해봐야 아는 거지?”

재준은 재빠르게 권속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오오오오옷!

미노가 육중한 몸을 움직여 손오공에게 달려들었다.

손오공이 공격을 피해 여유롭게 하늘로 뛰어올랐지만 공중에선 이미 헤스티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륵!

레드 드래곤의 청염의 불꽃이 공기마저 태우며 손오공을 감쌌다.

하지만 손오공이 허리춤에서 호리병 뚜껑을 열자 불길이 모두 호리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뭐,뭐야?]

헤스티아가 당황해서 다시 한번 불길을 쏟아내려는데 손오공이 바닥에 꽂혀있던 여의봉을 뽑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헤스티아가 재빠르게 날아오르며 공격을 피했다.

[서리의 숨결!]

후우우우우욱!

이번에는 타라사의 공격이었다.

9개의 머리가 전 방위에서 손오공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냈다.

뽀옹―

손오공이 호리병의 뚜껑을 다시 열자 조금 전 흡수했던 헤스티아의 브레스가 빠져나와 서리의 숨결과 부딪쳤다.

콰과과과곽!

뿌옇게 수증기가 일며 시야가 차단되었다.

‘귀안!’

[귀안을 시전합니다!]

하지만 재준은 당장 귀안을 시전해서 수증기 안에 손오공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했다.

놈은 여의봉을 타라사에게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후욱!

손오공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재준이 재빨리 금줄을 손오공의 목에 걸었다.

“케엑!

이거 놔!”

“시끄럽고 가만히 있어.”

재준은 재빨리 온몸을 금줄로 돌돌 말았다.

그때 재준의 뒤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어둠의 장막!'

[어둠의 장막을 시전합니다!]

카앙!

"하하하하하!

제법 단단한데?"

폴짝 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건 재준이 방금 묶은 손오공이었다.

"뭐지?

쌍둥이?"

퍼엉!

묶여있던 손오공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붉은 털 몇 가닥만 휘날렸다.

"쌍둥이라니!

내 엉덩이 털 분신이다!

하하하하하!"

손오공의 웃음소리가 석산에 울려 퍼졌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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