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11화 (111/143)

00111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재준의 몸은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늘마저 꿰뚫어버릴 것 같은 위력의 번개였지만 웬일인지 재준의 몸에는 털끝 하나 이상이 없었다.

단지 재준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탐식의 마왕만 남김없이 태워서 없애버렸다.

[아빠!]

탐식의 마왕의 마기가 사라지면서 빠져나온 헤스티아가 날개를 펄럭이며 재준을 재빨리 낚아챘다.

“아무리 봐도 특이한 몸이란 말이야.

살쪄서 저런 건가?”

헤스티아가 용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아빠를 살려내!]

헤스티아의 입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숨결이 터져 나왔다.

드래곤 브레스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용은 별다른 긴장한 기색도 없이 여의주에 힘을 불어 넣었다.

쏟아지는 드래곤 브레스가 무언가 벽에라도 막힌 듯 힘을 급격히 잃었다.

“어린 비만 용아.

그놈을 자세히 봐라.

멀쩡히 살아있다.

더구나 그 더러운 파편도 쫓아줬으니 내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

헤스티아는 용의 말이 안 들리는지 드래곤 브레스를 더욱 힘차게 쏟아냈다.

"끌끌.

말해도 듣질 않는군.

이무기야.

저놈의 상태를 확인해봐라."

공중에 멍하니 서 있던 타라사가 그 말을 듣고 재준에게로 재빨리 다가갔다.

용의 말대로 재준은 멀쩡했다.

단지 정신만 잃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정말로 탐식의 마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이제 탐식의 마왕은 없어진 겁니까?]

“탐식의 마왕?

그 파편을 말하는 거라면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 잡종의 몸에서 쫓아냈다.

저 녀석이 다시 그 힘을 찾지 않는 이상 돌아올 리는 없을 것이다.”

[정말로...그게 가능하다고?]

타라사가 기겁한 눈으로 용을 쳐다봤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용은 브레스가 끝나자마자 헤스티아를 타라사가 있는 곁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서서히 인간의 형태로 변해갔다.

백발의 젊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내 이름이 뭐였더라.”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남자는 뭔가를 기억해냈는지 타라사를 보며 이야기했다.

“아.

인간계에서 이런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단군!”

[달군?]

“단군이다!

단군!”

아쉽게도 인간계의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노와 타라사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헤스티아는 재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곁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가끔 단군을 흘겨보면서 가까이 올 것 같으면 코에서 불을 뿜어댔다.

"비만용이 꽤 까칠하구나.끌끌"

단군은 타라사와 권속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용의 모습으로 있을 때는 호수에 들어가 있지만.

가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때 머무는 오두막집이었다.

쉬이익!

길을 가는 도중에 갑자기 풀숲에서 머리에 세 개의 뿔이 달리 삼각사가 나타났다.

겨우 손가락 두께 정도 뿐이 얇은 뱀이었지만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력의 양은 엄청났다.

타라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삼각사는 단군의 손가락에 얼굴을 비비더니 풀숲으로 사라졌다.

단군이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애완동물.

키우다 보니 벌써 몇만 년이 흘렀지 뭐야.”

[몇 만년이라.]

타라사는 정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두막집에 도착하고 얼마 안 돼서 재준이 몸을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으음’

재준은 온몸에 쩌릿한 뻐근함을 느꼈다.

팔과 다리가 물에 젖은 솜 같이 무거웠다.

하지만 머리를 깨부술것같던 두통은 사라졌다.

오히려 머릿속만큼은 시원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힘겹게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 창이었다.

띠링―

[탐식의 마왕의 권좌를 잃었습니다.]

[권능 마왕현신이 삭제됩니다.]

[직업이 없습니다.]

[새로운 직업 퀘스트를 갱신합니다!]

‘탐식의 마왕의 권좌를 잃었다고?’

재준은 바로 상태창을 불러왔다.

‘상태창!’

[이름 : 최재준]

[레벨 : 200]

[직업 : 불완전한 마왕]

[칭호 : 등급을 뛰어넘은 자]

[HP : 25000]

[MP : MAX.( 측정안됨)]

[피로도 : 94]

‘정말로 탐식의 마왕이 삭제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초점이 서서히 돌아오며 재준의 시야에 갈색의 나무 천장이 들어왔다.

순간 현재 상황을 깨닫고 재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그리고 동시에 인간형의 헤스티아가 재준의 품에 포옥 안겨 왔다.

‘후우.’

얼핏 탐식의 마왕으로 변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미노와 다른 권속들이 마기에 갇혀 있던 것도.

재준은 권속들이 모두 멀쩡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두막에는 재준과 권속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백발의 남자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지금 막 정신을 차린 재준은 처음 보는 단군이었다.

단군은 재준과 헤스티아를 번갈아 보더니 이죽거렸다.

“얼씨구.

지 죽일뻔한 것도 아빠라고 좋아하네?”

신랄한 말투의 목소리였지만.

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남자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단군은 의외의 눈으로 재준을 살폈다.

“뭐가 감사한대?”

“...탐식의 마왕을 없애주신 것 말입니다.”

“네놈이 이뻐서 그런 거 아니다.

내 세상에 그런 더러운 게 있는 게 싫어서 없애버린 거니까.”

재준은 다시 한번 고개를 푹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그나저나 네놈은 대체 뭐냐?

인간인 것 같기도 하다가 마족인 것 같기도 하고.

아까 그 더러운 것만 봐도 그렇고.

완전 잡종인데?”

“...사실 저도 헷갈립니다.”

“멍청한 놈.”

재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단군!

우리 아빠한테 자꾸 뭐라 하지 마라!]

“...이 소아비만 용은 뭐라는 거냐.

가서 살이나 빼라.”

[단군이 말라비틀어진 거다!]

헤스티아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말했다.

타라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헤스티아를 말렸다.

히드라의 눈에도 단군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단군?’

재준은 헤스티아와 단군의 대화 중에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단군이라면 혹시?

고조선의?”

“응?

역시 인간의 잡종이더라니 잘 알고 있구나.

혹시 너도 내 후손이냐?”

단군이 껄껄 거리며 웃어댔다.

“네.

아마도요?”

단군은 장난으로 물어본 말에 재준이 그렇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재준을 훑어봤다.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잡종이 되었지?”

“하하.

그러게요.”

단군이 혀를 차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희들 와준 김에 일 좀 해줘야겠다.”

“무슨 일입니까?”

“별건 아니고 원숭이 한 마리만 잡아주면 된다.”

“...원숭이 말입니까?”

단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꽤 오래전에 잃어버린 놈이야.

그런데 요즘 들어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고 다니나 보더군.

내가 잡으러 가면 어떻게 알고 사라지는데 도저히 잡을 수가 있어야지.”

“단군 님이 못 찾으면 저희도 못 찾는 거 아닙니까?”

단군은 원숭이를 생각하자 또 열불이 나는듯 목덜미를 꾹꾹 주물렀다.

“...그놈이 원체 여자를 밝혀서 말이지.

여자만 보면 어떻게든 달려들 거다.”

달려들다니.

그 표현이 왠지 너무 저속하게 들렸다.

“그때 놈을 잡고 이 밧줄로 묶어라.

그럼 힘을 못 쓸 테니.”

단군은 재준에게 밧줄 하나를 건넸다.

재준이 건네받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띠링―

[단군의 금줄]

[등급 : 무급.( 전설)]

[능력 : 없음]

[특수능력 : 포박]

[설명 : 단군의 애완조인 봉쇄조의 깃털로 만들 밧줄.

어떠한 존재라도 이 금줄에 감기면 모든 힘을 잃는다.]

뒤이어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떠오르지 않았던 퀘스트 창이 인제야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손오공을 포획해서 단군에게 데려가라!]

[손오공은 단군을 따라다니다 선술을 익히고 온갖 망나니짓을 다하고 다니는 중이다.

손오공을 포획해서 단군의 근심을 없애자!]

[보상 1 : 단군의 금줄]

[보상 2 : 단군의 도움]

[보상 3 : 탈출구 생성]

[실패 : 탈출 불가]

‘이게 진짜 게이트의 진짜 퀘스트였군.’

재준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처음에 단군을 보고 보스 몬스터라고 착각했었지만.

생각해보면 A급 게이트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몬스터가 보스일 리 없었다.

아마도.

예전에 거대목 던전에서처럼 보스 몬스터 처치가 아니라 퀘스트 보상을 통해서만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는 던전인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잡아 오겠습니다.”

재준이 흔쾌히 하겠다고 하자 단군이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내 후손이구나.

폭포 뒤쪽으로 넘어가면 암석이 많이 쌓인 석산이 있다.

그곳이 원숭이가 자주 다니는 산이니 그곳을 잘 살피다 보면 놈을 발견한 거다.

단군은 헤스티아를 슬쩍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소아비만 용은 여기 있어도 된다.

원숭이도 소아비만 용은 싫어할걸?

하하하하!”

[...흥.]

헤스티아가 화딱질이 나는지 오두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재준은 단군에게 꾸벅 인사하고 헤스티아를 따라 나갔다.

[저,저도 가겠습니다!]

미노는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단군의 시선에 소름을 느끼며 재빨리 재준의 뒤를 따라나섰다.

“쩝.”

단군은 그런 미노를 쳐다보면 입맛을 다셨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