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EP13.사이비종교]―
[EP13.사이비종교]
[서울 지역의 모든 게이트 일시에 클리어]
[그 주역은 용기사?]
순식간에 인터넷에 뉴스가 퍼졌다.
재준의 더게이머 길드건물의 사진이 실리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전 5대 길드 다 합친 게 더게이머 길드?
―엄청나네.
여기 취업하려면 어떻게 함?
―게이트 독점체제 돌입하는 거?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고깝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존의 정치인들이었다.
헌터 협회가 건립되면서부터 대부분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지만.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존재했다.
국회의장 김동환이 그런 인물이었다.
“이거 협회에서 길드 하나에 몰아주는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아는 그가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김동환은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말도 내뱉었다.
시도 때도 없이 협회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고 꼬투리를 잡던 그에게 지금은 커다란 기회였다.
웬일인지 눈엣가시 같던 협회장인 장길산도 사라지고 대행하고 있는 황동수는 어리숙했다.
‘이거 잘하면 협회가 꿀꺽하고 넘어올 것 같은데?’
더구나 지금은 평소에 없던 힘이 그에게도 생겼다.
‘마왕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
김동환이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를 꾸욱 쥐었다.
머릿속에 청량감이 들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치솟았다.
그는 열렬한 벨페고르의 신봉자였다.
“이번 청문회에서 끌어내립시다.”
“좋습니다.”
김동환과 함께하는 정치인들이 모종의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
재준은 헤스티아를 타고 충북의 어느 산속에 도착했다.
어느새 재준의 옆에는 미노와 타라사가 함께였다.
게이트 근처로 다가가자 미리 연락을 받은 협회 직원이 다소 긴장한 기색으로 재준에게 다가왔다.
“오,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바로 들어가면 되죠?”
“넵!”
재준은 피식 웃으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A급 게이트였다지만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쏴아아아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얼굴에 맞닿는 차가운 물보라였다.
게이트는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 안쪽의 조그만 동굴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노까지 나오자 게이트는 일렁이더니 곧 사라졌다.
[동굴 안쪽에는 길이 없다.]
동굴 안쪽을 먼저 살펴본 타라사가 말했다.
‘흐음.’
그럼 폭포를 뚫고 나가야 하나?
재준은 폭포 앞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재준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지이이이이잉!
일순간 폭포가 커튼 열리듯이 양쪽으로 갈리며 공간을 보였다.
재준은 그 틈에 헤스티아를 타고 폭포를 벗어났다.
‘장관이군.’
공간 베기의 효과가 끝나자 일순간 더 많은 물이 폭포 아래로 쏟아졌다.
폭포는 재준의 생각보다 훨씬 높고 커다랬다.
촤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물줄기 밑으로 거대한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그리고 호수에서 뻗어가는 물줄기를 따라 녹지가 펼쳐졌다.
한눈에 봐도 수백 년씩 된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뤘다.
[주인!
저 밑에 무언가 있다!]
타라사의 시선이 호수 밑으로 향해있었다.
검은 형체의 무엇인가가 호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그림자만으로 엄청난 크기였다.
부글부글.
‘시작부터 보스 몬스터인가?’
재준이 전투태세를 갖추며 몸을 적당히 긴장시켰다.
촤아아아악!
호수의 물표면이 산산이 조각나듯 물줄기를 흩날리며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기다란 목에 반짝 거리는 비늘.
어딘지 모르게 헤스티아를 닮았지만 좀 더 날렵한 얼굴.
순백의 몸채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
‘설마?’
“용인가?”
헤스티아가 처음으로 상대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게 생겼다.]
“뭔가 이상하게 생겼군!”
헤스티아와 용은 서로를 멀뚱거리며 쳐다보다가 동시에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인 게 헤스티아가 서양의 드래곤이라면 호수에서 나타난 용은 전통적인 동양의 신수의 모습이었다.
용은 헤스티아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물었다.
눈동자에는 경계심이 어려있었다.
“네놈들은 뭐지?
용..은 아닌 것 같고.
흐음.
뭔가 특이한 놈들이구나.”
용의 황금빛 눈동자가 헤스티아를 떠나 타라사를 향했다.
타라사도 어떻게 보면 본신은 드래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것일 뿐이지만.
“호오.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이무기로군.”
눈이 마주친 타라사는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그리고 웬일로 재준의 뒤로 몸을 숨겼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
“흐음.”
용은 흥미를 잃었는지 미노를 살폈다.
“황소로구나?
마침 배고픈데 잘됐다.”
용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벌리더니 미노를 입안으로 가져갔다.
[어어?
주,주인님!]
미노는 공중에서 뭔가에 이끌려 용의 입으로 향하자 당황해했다.
재준은 재빨리 미노를 막아 새우며 용을 향해 검을 들었다.
“거기까지!”
“넌 또 뭐지?”
용의 황금빛 눈동자가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재준은 순간 용의 눈동자가 분노로 물드는 것을 느꼈다.
머리만 빠져나와 있던 용의 몸이 서서히 호수를 빠져나왔다.
끝없이 빠져나오던 몸은 하늘을 가릴 정도가 되어서야 전부 드러났다.
“더러운 냄새다.
모든 인과율을 파괴할 조각이 네놈 몸 안에 담겨 있구나.”
용의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가 일렁이다 못해 불꽃처럼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용의 조그만 양손에 들린 투명한 수정구에서 빛이 모여들었다.
잠깐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요동치며 먹구름이 일렁였다.
용이 아니라 이 세상이 재준에게 화를 내는 느낌이었다.
‘으윽!’
그때 재준의 몸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안돼!]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죽어선 안돼]
[죽어선 안돼]
재준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세상이 흔들렸다.
[탐식의 마왕?
주인!
정신 차려라!
이겨내야 한다!]
재준은 타라사의 음성을 똑바로 들었다.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재빨리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를 꺼냈다.
[정신 정화를 시전합니다!]
[정신 정화를 시전합니다!]
[정신 정화를 시전합니다!]
.
.
[정신 정화를 시전합니다!]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는 끊임없이 빛을 내며 정신 정화를 시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준의 목에 걸린 삼신위 목걸이도 살이 타오를 정도로 뜨겁게 이글거리며 재준의 목을 조였다.
[여신의 은총을 시전합니다!]
[여신의 은총을 시전합니다!]
[여신의 은총을 시전합니다!]
.
.
[여신의 은총을 시전합니다!]
정신 정화와 여신의 은총은 효과가 있었다.
서서히 재준을 괴롭히던 두통과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재준의 시야는 서서히 희뿌옇게 변해갔다.
“크하하하하 본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용은 하늘에서 재준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하늘의 먹구름이 동조하듯 크고 작은 천둥을 쏟아냈다.
우르르르르!
용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재준의 몸이 꿀렁이며 마기가 솟구쳤다.
[크크크킄.
다 먹..어치워주겠다!]
[전부..다!]
재준의 몸에서 쏟아진 마기가 제일 가까운 미노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곧이어 헤스티아와 타라사마저 집어삼켰다.
재준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권속들을 살리기 위해 기운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멈,멈춰!"
[주인!
정신 차려!]
[아빠!]
마기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타라사와 헤스티아의 모습이 보였다.
‘끄으으으으윽!’
재준은 속으로 끊임없이 정신 정화와 여신의 은총을 시전했다.
다만.
정신이 돌아오려고 할 때마다 용의 목소리가 방해라도 하듯 재준의 정신을 뒤집어놨다.
“그 탐식이 인과율을 파괴하는 조각이구나?
“끄으으으윽!
닥쳐!”
으드드득!
그때 호문클로스의 지팡이의 수정이 갈라지며 깨져버렸다.
뒤이어 삼신위의 목걸이도 끊어지며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우르르르르!
재준의 몸이 급속도로 커지며 이마에 뿔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끄아아아악!”
재준이 고통에 못 이겨 소리쳤다.
머릿속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흔들렸다.
파지지지직!
자라난 미노타우로스의 뿔에서 검은 번개가 일렁였다.
날갯죽지에서 자라난 거대한 불꽃으로 일렁이는 3쌍의 날개는 루시퍼의 날개였다.
재준의 피부마저 모두 묵빛으로 변했다.
띠링―
[탐식의 마왕으로 각성했습니다.]
[마왕현신 종료까지 남은 시간 04:59]
꾸르르르륵!
마왕현신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참을 수 없는 갈증과 허기를 느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허기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갈증과 허기를 달래십시오!]
재준은 스스로 의지와 상관없이 탐식의 마왕으로 각성했다.
[개 같은 용 새끼!
씹어먹어 주마!]
탐식의 마왕은 외쪽 동공에만 눈알이 보였다.
얼마 전 죽이고 흡수한 마몬의 눈이었다.
스으으으으윽!
으드득!
마기는 어느새 권속들을 대부분 삼킨 상태였다.
얼굴만 마기 밖으로 내민 타라사는 절망한 얼굴이었다.
[주,주인!]
“하하하하하!
이제 다 나타난 거지?”
용의 웃음이 짙어졌다.
탐식의 마왕이 의문 섞인 눈으로 용을 쳐다봤다.
“그럼 이제 뿌리째 남김없이 사라져라!”
[천벌!]
콰과과과광!
용의 양손에 들린 여의주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하늘에서 한줄기의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아니,번개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고 거대한 빛줄기였다.
탐식의 마왕은 재준의 검을 반사적으로 하늘을 향해 뻗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천벌은 단숨에 검을 산산조각내며 탐식의 마왕을 집어 삼켰다.
파지지지지직!
천벌은 탐식의 마왕을 남김없이 불태워 없애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재준의 정신이 점멸하듯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