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07화 (107/143)

00107 [EP12.마왕의 나들이]―

[EP12.마왕의 나들이]

재준의 마왕성.

커다란 원탁에 심각한 표정의 마족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원탁의 가장 중앙에는 피곤해 보이는 마왕성의 시종장 시트리가 앉아있었다.

‘후우.’

시트리는 재준이 인간계로 내려간 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중이었다.

영지전이 재준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과다하게 몰린 마족들과 노예들 때문이었다.

마족들이야 전부다 재준의 권속이다 보니 말썽이 없었지만 문제는 노예였다.

현재 노예의 숫자만 해도 12000명이 넘어갔다.

지금 당장 노예들을 먹이고 재울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시트리님 예전처럼 잡아서 식량으로 사용합시다!”

“그거야 식량이 부족할 때고 지금은 일도 바쁘니까 건설 노예로 사용해야죠!”

마족들은 제각각 의견을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시종장인 시트리에게 가장 커다란 결정권이 있었지만 그도 딱히 어떤 의견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마왕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머리 한 측이 지끈거렸다.

‘위대하고 영원하신 마왕님의 생각을 나 같은 피조물이 알리 없겠지.

후우.’

시트리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시트리의 멀지 않은 자리에서 근육질의 오우거 마족 웨거가 끌끌 거리며 혀를 찼다.

“노예들이야 당연히 다음 전투를 위해 전투 노예로 만들어야 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언제 또 다른 마왕이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시트리의 고개가 웨거에게로 돌아갔다.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언제까지 마왕님에게 의지만 할 수 없으니까.

그 옆의 트롤 마족인 더빅도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전까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던 마족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기사 막사와 용병 막사를 다루고 있는 더빅과 웨거가 강한 이유도 있지만.

재준의 초창기 5대 권속 중 하나라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험험.

다른 건 몰라도 노예들 중 드워프는 다 빼줘.

지금 건설현장 바쁜 거 알지?”

창백한 얼굴의 리치인 멀린이 말했다.

멀린과 언데드 마족들은 대부분 드워프들과 생활을 함께 했는데 그들의 인력 부족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알고 있었다.

“드워프들 말인가?”

시트리는 노예들의 명단을 빠르게 살폈다.

노예 중에 드워프들은 총 340명이었다.

“340명인데 기존의 드워프들이 싫어하지 않겠는가?

드워프들은 부족 간에 구속력이 굉장히 강하다던데?”

콰앙!

멀린이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히!

재준님의 마왕성에서 부족을 논해!

만약 그런 드워프 새끼가 있으면 당장에 정신 교육 200일이다!”

마족들은 정신 교육이라는 말에 몸을 흠칫하며 떨었다.

가끔 오다가다 드워프들이 정신 교육 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잔혹하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험험.

뭐.

멀린 님이 신경을 써준다면야 당연히 별일 없겠지.

그럼 드워프는 모두 멀린 님이 맡는 걸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 더빅 님과 웨거 님에게 맡기는 걸로 하는 거로?”

“잠까아안!

나도 할 말이 있다아아.”

모든 마족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있지만 펄럭이는 불꽃의 망토.

재준이 직접 하사한 생명력 약탈의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아서였다.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재준의 첫 번째 권속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다짜고짜 외치는 그의 모습에 다른 마족들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마족들 사이에서 아서의 별명은 꼰대 기사로 통했다.

그만큼 간섭은 심하고 꼬장만 부리는 걸로 유명했다.

원래 영혼이었던 최성우의 성격이 일부 내려오면서 이렇게 변하게 되었지만.

그런데도 재준에 대한 충성심은 누구보다 강했다.

“마왕님은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원하신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군사적으로 건설적으로 말씀하신것일까아아?”

“그럼 마왕님이 어떤 것을 원하신단 거야?”

멀린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주인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진심이 두 눈에서 일렁였다.

“멀린.

내가 생각하는 것은 영상으로 비춰줄 수 있겠나?”

멀린이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들어 주문을 외웠다.

[디스크립션!]

그러자 아서가 떠올리고 있는 것들이 생생히 영상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높은 건물들과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

최성우가 기억하는 인간세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영상은 조금씩 변해갔다.

수백,수천의 갑옷을 입은 정예 기사들.

번쩍이는 검과 갑옷은 모두 마법 물품이었는지 피가 묻지도 튀지도 않았다.

그들은 검에서 푸른빛의 검기를 뿜어내며 수많은 악마와 몬스터들을 베어냈다.

키이이익!

키에에에엑!

집채만 한 공성 몬스터들이 평야를 가로지르며 흉포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

아서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인간이었을 때 최성우가 제일 좋아하던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뚝 끊겼다.

“봤지이이?

이게 바로 주인님이 현재 머무는 세계다!

이런 곳과 우리 세계를 비교하면 너무 한심한 수준이다아아!”

“크흠!

우리가 그런 군대와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서의 눈이 이글거리며 시트리를 노려봤다.

“마왕님이 가시기 전에 자금은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댔지?”

“..그,그건 그렇지.”

“그렇다면 전 자본을 써서라도 발전하라는 뜻이시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아서의 광기 어린 외침에 모든 마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대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대혁명이라”

시트리는 왠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아서님의 말이 맞다.

마왕님은 대혁명을 일으키라는 말씀이셨던 거야!’

시트리는 다른 마족들을 둘러봤다.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오늘부터 대혁명 기간이라 명하고!

최대의 발전을 위해 자본을 쏟아붓겠다!

다른 마왕성에서 노예들을 사들이고 영지는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확장해라!

드워프들과 장인들에게 최고의 방어구와 무기를 만들라고 하라!”

마왕을 대신한 시트리의 음성이 대전을 울렸다.

“암살이 실패했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 B급 헌터가 직접 집에까지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지만.”

집에까지 찾아갔었다는 말에 재준의 눈에서 폭발적으로 살기가 쏟아져나왔다.

“말해라.”

“...다시 나온 건 다른 남자였습니다.”

“다른 남자?”

혜선은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었다.

만약에라도.

E급의 헌터라도 무방비 상태인 혜선의 집에 쳐들어갔었다면 큰일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혜선에게 별일이 없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김응룡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저장되어 있던 사진을 재준에게 보여줬다.

멀리서 찍혀서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사진의 인물은 재준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태성이잖아?’

덩치와 같이 던전에 갔던 이후로 딱히 연락은 없었지만 싹싹한 모습이었던 태성이 기억났다.

태성이 혜선이를 구해줬다?

정황상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말했어야지.’

“김응룡.”

“네.

마왕이시여!”

“너에게 임무를 하나 내려주겠다.

서울권의 모든 뒷주먹 패거리와 조직을 접수하라!”

“네!

알겠습니다!”

현재 재준이 만든 칠성파의 권속들은 겨우 20명.

턱없이 부족했지만 김응룡은 거침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오늘 데려온 권속이 된 애들을 빼고 몇 명이나 더 있지?”

“50명 정도 더 됩니다.”

“지금 당장 이곳으로 불러들여.

그 외에도 네가 생각할 때 인간으로서 더 쓸모가 없는 사회의 쓰레기들을 전부 불러들여라.

모두 손과 발이 되어줄 권속으로 만들어주겠다.”

“네!

알겠습니다!”

김응룡은 전화를 돌려서 가능한 모든 인원을 이 건물로 불러들였다.

잠시 후.

건물 앞에는 각종 오토바이들과 검은색 고급 차들이 잔뜩 들어섰다.

“여어!

김 사장님 웬일로 이렇게 다 부르셨습니까?”

“강남쪽 일대에 소문난 건달입니다.

인신매매도 하고 있습니다.”

재준의 바로 옆에서 김응룡이 빠르게 남자에 대해 읊었다.

그러자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재준의 손에서 거침없이 검은 번개가 쏟아졌다.

번개는 남자들을 순식간에 잿가루로 만들면서 퍼져나갔다.

[지정 가능한 권속 2553/10000]

잿가루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 건달들은 재준의 권속이 되어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왔던 그대로 차를 타고 돌아갔다.

겨우 반나절 만에 서울의 모든 뒷주먹 들이 재준의 밑으로 들어왔다.

재준은 이들을 손과 귀로 쓸 생각이었다.

그때 재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상대방을 확인해보니 헌터 협회의 황동수였다.

“네.

최재준입니다.”

<헌터님.

저 황동수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저,다름이 아니라.

혹시 게이트 공략을 부탁드려도 될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게이트 공략?

설마 또다시 S급이라도 나타난 건가?

“등급이 어떻게 되길래 그러십니까?”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당황해하는 황동수가 느껴졌다.

<...A등급입니다.

웬만해서는 부탁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엊그제부터 생성되는 게이트가 급격히 많아지고 있는 중이라 이렇게 전화하게 되었습니다.>

게이트 발생률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재준의 탓일 것이다.

‘이제부터 점점 더 높아지겠지.’

재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황동수에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게이트 위치랑 등급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아.

황동수 헌터님.

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만 하십시오.>

“길드 좀 만들려고 하는데.

혹시 소환수도 길드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

<...소환수 말씀이시죠?>

보통 소환수였다면 당연히 안된다고 말하겠지만.

상대가 다름 아닌 재준이었다.

재준의 소환수는 이번에만 확인된 것만 드래곤과 스톤골렘들,그리고 다른 2마리의 거대 몬스터까지 있었다.

거대 몬스터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웬만한 A급 헌터를 뛰어넘는 실력으로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황동수는 그리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최재준 헌터 한 명으로도 길드를 세울만한 전력이다.’

<물론입니다.

길드를 만드실 생각입니까?>

“네.”

<그럼 제가 바로 등록해놓겠습니다.

길드 명은 생각해 두신 게 있습니까?>

재준은 미리 생각해 놓은 길드 명을 말했다.

“더게이머 입니다.”

<...더 게이머라 특이하네요.

오늘 중으로 등록해놓겠습니다.>

재준은 그 밖의 자잘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카앙!

카앙!

그 와중에도 건물의 공사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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