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5 [EP12.마왕의 나들이]―
[EP12.마왕의 나들이]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은 재준의 압도적인 무력에 소리치며 환호했다.
‘후우’
재준은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타라사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 눈동자는 뭔지 모를 걱정으로 일렁였다.
‘또 내가 탐식의 마왕으로 변할까 봐 그러는 건가.’
재준은 씨익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타라사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삼신위의 목걸이 덕분인지 이번에는 탐식의 마왕의 정신 간섭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철컥
재준은 투기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린 스왈로드는 어색한 모습으로 복도에 서 있었다.
재준은 익숙하게 그린 스왈로드를 지나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어색하게 그린 스왈로드가 따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재준은 가볍게 안부를 물으려다 말았다.
그린 스왈로드의 외견이 안부를 묻기에는 너무 만신창이였다.
“뭐,유폐되기 직전이었다.”
그린 스왈로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재준의 앞에 앉았다.
하지만 초조한 기색과 눈초리에서 그린 스왈로드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헤스티아가 안보여서 그런가?
“헤스티아.”
재준은 헤스티아를 소환했다.
아공간이 열리며 인간형의 헤스티아가 쏘옥 하고 빠져나왔다.
그린 스왈로드는 화들짝 놀라며 헤스티아를 살폈다.
아공간에서 빠져나온 헤스티아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그린 스왈로드를 쳐다봤다.
[...약해.]
그러더니 금방 실증을 내고 재준의 옆으로 폴짝폴짝 뛰어왔다.
[아빠.
배고파.]
“배고파?”
재준은 인벤토리에서 B급 마정석을 하나 꺼냈다.
그러자 그린 스왈로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B급?
기다려라!”
잠시 어딘가를 급하게 뛰어간 그린 스왈로드가 양손에 A급 마정석 2개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뭔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헤스티아에게 직접 건넸다.
하지만 헤스티아는 힐끗 쳐다보고는 재준의 마정을 받았다.
그린 스왈로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정석을 재준에게 건넸다.
“왜 인간을 더 따르는 거냐?”
헤스티아가 무심한 눈으로 그린 스왈로드를 보며 한마디 툭 던졌다.
[약한 건 싫어.]
“...허허.”
재준은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낯선 사람은 경계하는 게 맞는 거지.
“저번에 말했던 흩어진 드래곤 일족의 위치를 말해라.
모두 구해오겠다.”
“...위치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마지막으로 사라질 때 어디쯤으로 갔다는 것만 알 뿐이다.”
“뭐?
그럼 나보고 일일이 찾아다니란 말이냐?”
재준은 그렇게까지 한가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다.
드래곤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자가 있다.”
“...누구야?”
“발락이다.
그 배신자 놈이 직접 차원의 문을 열었으니 그놈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을 테지.”
재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나보고 발락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라는 거냐?”
그린 스왈로드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미친놈!”
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락의 강함은 타라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흘려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았다.
희대의 악룡.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사탄의 군단장.
그런 발락에게 이기는 확률보다 지거나 양패구상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아,아니!
잠깐만!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된다!”
“그럼?”
재준은 딴소리 하면 바로 가버리겠다는 듯이 문고리를 잡고 물었다.
그린 스왈로드는 자꾸 몰리는 이 상황이 싫은지 입을 삐쭉이더니 품에서 뭔가를 하나 꺼냈다.
“이게 뭐야?”
붉은색의 주먹만 한 보석이었다.
그린 스왈로드의 표정에는 아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발락의 심장이다.”
“뭐?”
재준은 발락의 심장을 건네받았다.
손에 들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드래곤의 심장]
[드래곤의 심장이다.
발락이 버린 심장을 마나가 되어 흩어지기 전에 그린 스왈로드가 챙겼다.
강대한 마나가 박동하던 심장은 이제 말라서 단단한 보석이 되어버렸다.]
“이걸 가지고 뭐 어쩌라고?”
“드래곤의 심장은 강대하다.
이렇게 버려졌지만 충분한 마나만 흡수하면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악룡이 되어버린 발락의 몸이라도 말이지.”
“이 심장이 발락에게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데?”
그린 스왈로드가 한심하단 눈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마기와 신성한 드래곤의 심장이 섞이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돼?
당연히 충돌을 일으켜서 온 몸의 마력이란 마력이 전부 폭발해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재준이 잠잠해지자 그린 스왈로드가 의기양양해졌다.
“이 심장만 가지고 있으면 놈은 차원의 위치를 말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
‘흐음.’
재준이 복잡한 눈으로 발락의 심장을 쳐다보는데 머릿속에 알림음이 울렸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린 스왈로드를 도와 드래곤 일족을 부활시켜라!]
[내용 : 발락의 배신으로 모든 드래곤들은 다른 차원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그린 스왈로드를 도와 모든 드래곤 일족을 다시 차원으로 돌아오게 하라!]
[보상 : 드래곤의 절대적 맹우]
[실패 : 헤스티아의 죽음]
예전에 그린 스왈로드에게서 받았던 퀘스트였다.
실패란의 헤스티아의 죽음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재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타라사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발락이라는 놈을 상대하긴 해야 했다.
“좋아.
발락의 위치는?”
재준이 발락의 심장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린 스왈로드의 표정이 이상했다.
“너,설마 발락의 위치도 모르고 있는 거냐?”
“...투기장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알겠냐.”
하긴.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건 사탄의 마왕성에서 쉬고 있다고 들었다.”
“사탄의 마왕성?
알겠다.”
재준은 문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린 스왈로드를 힐끔 쳐다봤다.
“아.
혹시라도 시합 잡히면 바로바로 말해라.
그 몸으로 무리하지 말고.”
“...알았다.”
왠지 그린 스왈로드의 붉어지는 얼굴은 재준의 착각이겠지?
‘투기장에서 나간다!’
[투기장에서 빠져나갑니다!]
재준의 몸은 왔을 때와 똑같이 시야가 점멸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관객석에 있던 타라사도 방으로 이동되었다.
얼굴이 의문으로 가득찬 타라사에게 재준은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발락의 심장이라고?]
발락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타라사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응.
마나를 불어넣어서 다시 발락에게 돌아가게 하면 온 몸이 터져 죽는다고 하더라고.”
[...대단하군.]
솔직히.
재준과 권속 계약을 맺으면서 발락과의 복수를 하기로 했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했다.
‘주인이 탐식의 마왕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또 다른 길이 생겼다.
훨씬 쉽고 빠른 길이 말이다.
“혹시 바락의 위치를 알고 있어?”
[나도 잘 모른다.
드래곤의 특성상 한곳에 잠들어버리면 몇천 년도 자버리는 종족이라 찾기 힘들지.]
“그린 스왈로드 말로는 사탄의 마왕성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던데?”
[사탄의 마왕성이라.
그곳이라면 나도 알고 있다.]
“그래?”
[하지만 지금은 갈 수 없다.
주인의 몸 상태도 그렇고 사탄의 밑으로 있는 마왕들의 수만 해도 수백이다.]
수백?
재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세력을 만들어야 하나.
그때.
재준의 머릿속에 투기장에서 투자했던 코인들이 떠올랐다.
‘가만.
코인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코인의 개수를 확인하시려면 코인창을 띄우시면 됩니다.]
‘코인창!’
[마왕 : 최재준]
[코인 : 806050]
재준은 코인의 개수를 확인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불과 1800개였던 코인이 어느새 803050개로 불어있었다.
골드로 따지면 803050000 골드였고 현금으로 따지면 무려 8조였다.
재준이 이렇게까지 벌 수 있었던 건 바로 자신의 경기 때문이었다.
재준은 자신이 대전사로 참여하기 바로 직전에 모든 골드를 코인으로 바꿔서 자신에게 베팅을 걸었다.
어차피 재준이 죽으면 없어질 돈 자신에게 모두 걸어버린 것이다.
그린 스왈로드때만 해도 38배였던 배당이 재준이 대전사가 되자 순식간에 50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재준이 워낙에 많은 금액을 걸어서 38배까지 낮춰진 것이었다.
‘이걸로 마왕성을 발전시켜서 세력을 순식간에 늘린다!’
돈질만큼 세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답이었다.
재준이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는데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혜선이 방에서 나왔다.
“학교가?”
“응.
나 이사할 짐 미리 싸놨어.”
“잘했어.
공부 열심히 하고.”
“...아참.
오빠.
혹시 이번 주에 시간 돼?”
“왜?”
혜선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거리며 꺼내서 재준에게 건넸다.
‘보호자 상담?’
“..진로 상담 때문에 선생님이랑 상담해야 되거든.
바쁘면 안 와도 괜찮아.
형식적인 거니까.”
“아냐.
갈게.”
재준은 대충 가야 할 시간을 미리 체크해두고 혜선을 배웅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