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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마나수치 MAX-104화 (104/143)

00104 [EP12.마왕의 나들이]―

[EP12.마왕의 나들이]

[그린 스왈로드가 대전사를 지정하였습니다!]

[투기장에 바로 참여 가능합니다!]

[투기장에 참여 하시겠습니까?]

바로 옆에서 타라사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타라사!

다녀올게.”

‘참여한다!’

[주인.

잠시만 기다려라!]

타라사가 뭔가를 말하려는 사이 재준의 몸이 희끗희끗해지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 드래곤 로드이자 드래곤들의 신.

발락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은 신.

그것이 바로 그린 스왈로드를 지칭하는 말들이었다.

‘후우.’

내려다보는 수많은 신들의 조롱 섞인 눈빛 아래 그린 스왈로드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게 아쉬웠다.

최재준이라는 인간은 그린 스왈로드와 이야기를 나눈 그날 이후로 투기장에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린 스왈로가 직접 가보려고 해도 갑자기 몰아서 잡힌 시합들로 인해 그럴 기회가 없었다.

겨우겨우 짬을 내서 가보려고 했을 때는 인간계에 재준은 없었다.

‘레드 드래곤의 기운도 없어진걸 보면 죽었겠지?’

그린 스왈로드는 강력한 드래곤이었지만 매일 매일 강력한 상대와 싸우면서 조금씩 약해져 갔다.

투기장의 상위 신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를 없애고 싶어 하는 것처럼 서둘렀다.

‘내가 모르는 무슨 미움이라도 보였겠지.’

후우.

하지만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저번의 전투에서 드래곤 하트에서 무리하게 마나를 끌어쓰다가 망가져 버렸다.

적어도 오늘은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저 무지막지한 판이르의 대전사에게 씹어 먹히는 것을 끝으로 마지막이겠군.

‘뭐,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대전사도 못 구해서 투기장에서 빌빌거리지만.

신으로서 드래곤들을 보살피기도 했고 후회 없이 살아왔다.

다만.

바락 그놈에게 아무런 복수도 못하고 사라지는 게 조금은 아쉽긴 했다.

‘응?’

그때 그린 스왈로드에게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동시에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드래곤?’

이곳에 드래곤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린스왈로드의 시선이 관객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토록 기다렸던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최재준?

네놈이 어떻게 관객석에?’

최재준은 입 모양으로 그린 스왈로드에게 뭔가를 말하는 중이었다.

[나를 대전사로 뽑아라!]

‘어이가 없군.

갑자기 나타나서 대전사로 뽑으라고?’

그린 스왈로드는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재준을 대전사로 지정했다.

그리고.

재준은 그린 스왈로드의 대전사가 되었다.

재준은 익숙한 곰팡내와 차가운 냉골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로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훤칠한 키에 어깨 밑까지 내려오는 밝은 갈색의 머리.

그린 스왈로드였다.

“오랜만이네?”

“...미개한 인간 놈.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가 인제야 나타난 거지?”

재준은 오랜만에 듣는 미개하다는 표현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뭐 많은 일이 있었지.”

재준은 감옥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우선은 경기부터 끝내고 차차 이야기하자고.”

“...네놈 판이르의 대전사가 누군지 모르는가 보군.

네놈이 대결했던 오크 챔피언보다도 수십 배는 더 강한 대전사다.”

“그런데도 나를 대전사로 뽑았다는 말이야?”

익살스럽게 되묻는 재준에게 그린 스왈로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놈의 기운도 예전과 다르다.’

너무 다양한 기운이 흘러넘쳐서 그럴까.

어딘지 익숙한 느낌인데 뭐라고 단정 짓기 힘들었다.

어느새 투기장 문 바로 앞까지 다가온 재준이 문고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어쨌든.

걱정 말고 있어라.

헤스티아도 2차성장까지 끝마쳤고.

나도.

지지 않을 테니까.”

“...네놈.”

그린 스왈로드는 뭐라 말하려다가 자신감 넘치는 재준의 얼굴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철컥!

재준은 문을 열고 투기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와아아아아아아!

[이것 참나.

그린 스왈로드의 대전사가 나타났습니다아!

그런데 제가 지금 잘못 보는 거 아니죠?

인간이라뇨오!

하하하하하!]

진행자는 인간인 재준을 비웃어댔다.

하지만 관객석의 반응은 진행자의 말과 달랐다.

루시퍼의 대전사였던 재준의 정체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하여튼!

소개하겠습니다!

그린 스왈로드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대전사아아!

인간 최재주우운!]

와아아아아아!

생각보다 함성이 많아 보이자 진행자의 말이 끊겼다.

[...결투 시작됩니다아아아아!]

판이르의 대전사는 나무와 오크가 절반씩 섞인 모습이었다.

거친 나무껍질 같은 피부와 순식간에 자라났다 줄어드는 팔과 다리는 나무와 같았지만.

거친 콧김을 내뿜어내는 얼굴은 오크와 비슷했다.

판이르의 대전사는 전투가 시작됐음에도 재준에게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제자리에 서서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는 인간이 아니군?

마왕의 향이 풍기기도 하고,신들의 향도 풍긴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하는 게 정말로 궁금한 표정이었다.

“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그래서 네놈이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고백인가?

하지만 재준의 예상은 와장창 깨졌다.

“다양한 기운이 섞여 있을수록 맛도 좋겠지!

네놈을 죽여서 뼈까지 전부다 씹어먹어 주마!

네놈도 나를 이긴다면 나를 남김없이 먹어주기로 약속하겠나?

전사끼리의 맹세다!”

“..미친놈!”

“뭣이?

감히 전사의 명예를 무시하다니!”

생긴 건 나문데 육식이라니.

판이르의 대전사의 발이 서서히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동시에 다리와 몸통이 두꺼워지며 거대한 고목처럼 변해갔다.

“죽음으로 내게 사과하라!”

순식간에 수십 미터까지 치솟은 나뭇가지 같은 손이 재준을 향해 맹렬히 뻗어왔다.

콰아아앙!

판이르의 대전사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재준에게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마왕의 격까지 갖고 있다고 해서 나름 긴장까지 한 게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재준은 수십 개의 나뭇가지의 형태로 뻗어오는 촉수들을 여유롭게 피했다.

[그린 스왈로드의 대전사아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아아!

도망가는데 필사적이군요!]

진행자는 다들 비슷한 놈들로만 뽑는 건가?

저번에 그린 스왈로드도 그렇고 이놈도 어지간히 조롱하는데 익숙했다.

‘우선은 가벼운 것부터 가볼까?’

재준은 공격을 피하면서 판이르의 대전사의 공격 범위에서 물러났다.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화르르륵!

나무 속성으로 보이니까 화염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화염은 나뭇가지를 타고 판이르의 대전사의 온 몸을 감쌌다.

하지만 맹렬히 불길이 타올라도 움직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역시 네놈도 다른 놈들하고 똑같군!”

불길에 닿은 판이르의 대전사는 더더욱 커져갔다.

우드드드득!

재준은 몰랐지만 판이르는 불의 신이었다.

그의 대전사에게는 불길은 오히려 성장을 도와주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퍼억!

기습적으로 땅이 갈라지며 나무뿌리들이 솟아나며 재준을 휘감았다.

“갈가리 찢어주마!”

판이르의 대전사는 재준의 양팔과 다리를 잡고 사방으로 잡아 당겼다.

드드드득!

하지만 재준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근력 수치가 이미 4000을 넘는 그에게 이 정도의 힘으로는 타격을 주기 힘들었다.

더구나 보물로 얻은 브류나크의 갑옷과 어둠의 장막으로 인해 대부분의 데미지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레라지에보다 못한 수준이다.’

투기장의 대부분이 판이르 대전사의 나무뿌리와 가지로 가득 찼지만 재준에게는 별다른 위협감이 들지 않았다.

‘이참에 새로 얻은 아이템을 사용해볼까나.’

‘거대 갑옷!’

[권능 거대 갑옷을 시전합니다!]

[권능 어둠의 장막과 시너지 효과로 발동됩니다!]

어둠의 장막이 재준의 온몸을 감싸며 잡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전부 잘라냈다.

우우우우웅!

재준의 시야가 어둡게 변하는가 싶더니 시야각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졌다.

시선이 닿지 않는 등 뒤의 시야도 재준의 머리에 담겼다.

몸은 마치 무거운 액체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꾸물꾸물―

그림자는 재준의 몸을 토대로 거대 갑옷을 만들어냈다.

유난히 두껍고 긴 팔이 발까지 내려왔다.

쿠웅!

“뭐냐 그 흉측한 모습은?”

재준은 판이르 대전사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팔을 내려다 봤다.

빛마저 차단하는 어둠이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브류나크의 갑옷이었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던 것처럼 사용방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과연 위력은 어떨까?’

단순히 움직였음에도 그림자 이동 처럼 판이르 대전사의 뒤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기척을 느낀 나무줄기들과 뿌리들이 거대 갑옷을 감쌌다.

‘아무런 압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재준이 가볍게 손을 흔들 때마다 나무줄기들이 뜯겨 나갔다.

우우우우웅!

“까불지 말아라!”

나무의 중심부가 벌어지며 판이르 대전사의 얼굴이 나타났다.

놈의 입에서 푸른 광선이 재준에게 쏟아졌다.

콰과과과과곽!

하지만.

재준의 브류나크의 갑옷을 공격에 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손을 뻗었다.

그림자는 판이르 대전사의 온 몸을 감쌌다.

우드드드드득!

“으아아아악!

그,그만!”

손아귀가 서서히 줄어들수록 대전사의 몸은 압축되어갔다.

처절한 비명이 손아귀 안에서 울려 퍼졌다.

다시 손아귀가 펴졌을 때.

판이르 대전사는 조그만 주먹 크기로 압축되어있었다.

후드드득

핏줄기만 브류나크의 갑옷을 따라 흘렀다.

[판이르 대전사를 처치했습니다!]

‘이 갑옷 좋네.

역시 보물급인가.’

브류나크의 갑옷이 해제되면서 다시 재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처음과 같이 무척이나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승,승자!

그린 스왈로드의 대전사!

최재주운!]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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