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103화 (103/143)

00103 [EP12.마왕의 나들이]―

[EP12.마왕의 나들이]

[지금 바로 투기장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재준은 눈을 빛냈다.

‘투기장의 관람객?’

투기장의 대전사로서가 아니라 관람객이란 말이지?

죽었다 살아나면서 루시퍼와의 연결이 끊기고 투기장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한동안은 피했겠지만.

이제는 탐식의 마왕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가야 했다.

그곳에 그린 스왈로드와 루시퍼가 둘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린 스왈로드는 그때 이후로 보지 못했군.’

환영으로나마 재준을 찾아왔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그것도 없다.

설마.

유폐되어 사라진 건 아니겠지?

‘진입한다!’

재준은 망설임 없이 바로 투기장으로 진입했다.

익숙한 시야의 점멸과 함께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었다.

[마왕 : 최재준]

[코인 : 0]

[오늘은 3경기가 잡혀있습니다!]

[코인을 미리 변환해두십시오!]

재준은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었다.

둥근 원형의 공간이었는데 유리 같은 얇은 막에는 재준의 이름과 코인이라는 생소한 것이 적혀 있었다.

관객석에서는 투기장이 내려다보였다.

곰팡이가 잔뜩 끼고 한기가 풀풀 올라오는 감옥 같은 방에서 깨어나던 대전사 때와 천지 차이였다.

‘후우.

많기도 하네.’

투기장에서 경기가 진행 중이지도 않은데 이미 신들인지 마왕인지 모를 것들은 바글바글 했다.

재준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객석이 제일 위쪽의 안 좋은 자리란 걸 깨달았다.

투기장 내에 대전사가 들어오더라도 겨우 손톱 크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리였다.

관객석은 사방이 막혀서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이곳에 소환되어서 경기를 관람하는 게 전부인 듯 보였다.

‘이래서는 그린 스왈로드나 루시퍼를 만날 수 없잖아.]

[잠시 후 부터 경기가 시작됩니다!]

[골드를 코인으로 바꿔 각 선수에 베팅할 수 있습니다!]

‘코인이라?’

현재 재준이 가지고 있는 코인의 개수는 0개였다.

[1000골드당 1코인으로 변환됩니다!]

[최소 베팅 코인은 1000코인입니다!]

[최재준님이 가진 골드는 22230500 입니다!]

[얼마를 변환하시겠습니까?]

‘흐음’

원화로 따지면 1코인은 천만 원이고 최소 베팅 코인은 100억이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은 금액이었다.

‘엄청나군.’

재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처음이니까 우선은 최소한의 코인만으로 베팅을 해볼 생각이었다.

‘1000000골드 변환!’

[1000000골드가 1000코인으로 변환됩니다!]

그러자 관객석 앞에 0코인으로 적혀있던 곳이 1000코인으로 바뀌었다.

[마왕 : 최재준]

[코인 : 1000]

코인을 변환하기가 무섭게 투기장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아!

전 차원의 신,마왕,기타 쓰레기 같은 전지전능 하신 분들!

시합에 앞서 선수소개를 하겠습니다아아!]

‘응?’

진행자의 목소리는 그린 스왈로드의 것이 아니었다.

정말 죽기라도 한 건가?

[오늘 오신 분들은 운이 좋으신 분들이군요!

전 경기가 유폐 예정인 신들의 경기입니다!

운 좋으면 3명의 신이 사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겁니다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대망의 첫경기입니다아아!

첫 경기니까 언제 죽어도 쓸모없는 새끼들로 준비했습니다아아!

어디 있을지 모르는 차원의 신!

부쿠의 마지막 남은 대전사입니다!]

철컥!

투기장의 한쪽 문이 열리면서 갈색 피부의 순진해 보이는 전사가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부쿠의 대전사는 기장한 얼굴로 관객석을 한번 살펴보더니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기도하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군요오!

이 많은 신들 중에 누구한테 하는 걸까요?

설마 멍청한 자신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은 아니겠죠오오?]

진행자의 신랄한 비판에 관객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 대전사도 쓰레기이긴 마찬가지군요오!

저 멀리 이베리고 차원의 물의 신!

다이비의 마지막 대전사입니다!

둘 중 하나는 오늘 유폐라는 거죠!]

철컥!

부쿠의 대전사의 반대편 투기장의 문이 열리더니 다이비의 대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앙!

문을 박차고 나오는 모습이 과격했다.

다이비의 대전사는 부쿠의 대전사와 달리 한눈에 봐도 번쩍이는 좋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한 손에 들고 있는 배틀엑스에서 예기가 번뜩였다.

띠링띠링

[베팅 타임입니다!]

[두 대전사 중 한 명에게 베팅하십시오!]

[최저 베팅 금액은 1000코인 입니다!]

[배당률]

[부쿠의 대전사 : 2쩜8배]

[다이비의 대전사 : 1쩜5배]

배당률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다이비의 대전사의 낙승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흐음.’

재준이 보기에도 다이비의 대전사가 압도적으로 강해 보였다.

‘하지만 싸움은 겉모습으로 하는게 아니지.’

타라사라도 불러서 물어볼까.

‘타라사!’

관객석 안에 아공간이 열리면서 타라사가 걸어 나왔다.

타라사는 흠칫 놀라더니 관객석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투기장인가?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역겹군.]

역시 타라사는 투기장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재준은 두 대전사를 설명하고 어느 쪽이 이길지 물어봤다.

“타라사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이길 것 같아?”

[압도적으로 부쿠의 대전사의 낙승이다.]

“뭐?

저 부쿠의 대전사가?”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아무래도 초짜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부쿠는 비록 잊혀가는 신이라고 하지만,전투의 신이었다.

하천이나 개울가에서 물고기나 다스리던 신이 이길리가 없잖아?]

“물고기라고?”

타라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투구를 쓰고 온몸을 갑옷으로 무장했지만,비릿한 생선 냄새가 여기까지 퍼지는군.]

‘흐음.’

재준은 타라사의 말을 믿고 1000코인을 부쿠의 대전사에게 베팅했다.

[부쿠의 대전사에게 1000코인을 베팅하였습니다!]

[베팅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베팅 시간이 끝나자마자 전투가 시작되었다.

잠깐 전까지 긴장한 기색이었던 부쿠의 대전사는 냉철한 얼굴로 거리를 둔 반면에.

다이비의 대전사는 배틀엑스를 크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초보자의 움직임이다!’

많은 신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순식간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

부쿠의 대전사는 커다란 공격을 피하면서 다이비의 대전사를 관찰했다.

예리한 눈길이 다이비 대전사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쥐새끼 같은 놈!”

다이비의 대전사는 부쿠의 대전사가 자신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정말이네.

그냥 겉멋뿐인 놈이었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쿠의 대전사가 맹렬히 달려들었다.

손에 들린 기형적인 곡도가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다이비의 대전사의 목을 베었다.

스걱!

“허억!

뭐,뭐냐!”

다이비의 대전사의 목이 떨어지며 안에 있던 얼굴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늘이 덮인 어류의 머리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승자는 부쿠의 대전사입니다아아아!]

띠링띠링!

[베팅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마왕 : 최재준]

[코인 : 2800]

‘허허.

골드 따기 쉽네.’

두 번째 경기도 역시 재준이 잘 모르는 신들의 경기였다.

이번에는 타라사도 처음 들어보는 신이라고 해서 재준도 그냥 끌리는 대로 선택했다.

피를 튀기는 접점 끝에 결국 재준이 선택한 대전사가 쓰러졌다.

[마왕 : 최재준]

[코인 : 1800]

재준은 조금 전 경기에 걸었던 1000 코인을 잃고 1800코인이 되었다.

[주인도 투기장의 대전사였다고 헤스티아에게 들었다.]

“맞아.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그랬지.”

생각해보면 그때도 신들은 재준을 보면서 베팅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점에서 배당이 엄청 차이가 났을 텐데 재준이 매번 이겼으니 야유가 많을 수밖에 없었겠지.

‘특히 오크경기에서는 배당이 얼마였으려나.’

팀 데스매치였던 경기는 오크 50명에 비해 팀 루시퍼는 겨우 3명뿐이었다.

압도적인 상황에서 재준이 이겨버렸으니 그 차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혼자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데 세 번째 경기의 선수 소개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꽤 진흙탕 싸움이 예상 됩니다아!

첫 번째 선수를 소개합니다!

코인을 벌기 위해 투기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입니다!

마왕 판이르의 대전사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두 번째 선수입니다아아!

의잉?

제 선배네요?

하하하하하하!

신의 격까지 소실되고 바닥까지 떨어진 신세의 몬스터어어!

이제는 멸종해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생명체!

마지막 남은 드래곤!

그린 스왈로드입니다아아아!]

‘뭐?’

재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철컥―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그린 스왈로드였다.

만신창이가 된 몸에 비쩍 곯은 모습이 예전에 기품있어 보이던 그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린 스왈로드가 왜 대전사로 나오는 거지?’

재준의 의문에 진행자가 대답이라도 하듯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 강대하던 드래곤의 신이었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아아!

듣기로는 대전사를 하겠다는 이가 없어서 본인이 스스로 대전사가 되었다는데 글쎄요오오오?

판이르의 대전사의 땀이라도 나게 할 수 있을까요?

하하하하하하!]

투기장 내에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진행자의 조롱이 울려 퍼졌다.

재준은 심각해졌다.

그린 스왈로드가 불쌍하거나 가여워서가 아니었다.

‘여기서 그린 스왈로드가 죽으면 헤스티아의 드래곤 일족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재준이 싫었다.

띠링띠링

[베팅 타임입니다!]

[두 대전사 중 한 명에게 베팅하십시오!]

[최저 베팅 금액은 1000코인 입니다!]

[배당률]

[판이르의 대전사 : 1쩜1배]

[그린 스왈로드 : 12쩜5배]

[...드래곤이로군?

근데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몰라도 마나가 불안정해.

반대로.

판이르의 대전사는...

강하군.

마왕의 격까지 있어 보이는군.

압도적으로 판이르의 대전사의 승리다.]

타라사의 예상을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 끝이 찌르르 했다.

재준은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린 스왈로드를 쳐다봤다.

‘이곳을 봐라.

이곳을 봐!’

이미 체념한 듯한 표정의 그린 스왈로드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재준과 눈이 마주쳤다.

재준은 입 모양만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날 대전사로 뽑아라!’

재준을 발견한 그린 스왈로드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커지고 곧이어 바로.

재준의 머릿속에 신호음이 울렸다.

[그린 스왈로드가 대전사를 지정하였습니다!]

[투기장에 바로 참여 가능합니다!]

[투기장에 참여 하시겠습니까?]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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