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2 [EP12.마왕의 나들이]―
[EP12.마왕의 나들이]
“탐식의 마왕이라고?”
“탐식의 마왕이시여!”
재준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웃기지 마라.
나는 최재준이다!”
“탐식의 마왕이시여!”
재준이 머리를 붙잡았다.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 자꾸 들려왔다.
[―!―^―려!]
‘뭐라는 거야!
조용히 해!’
[주―^ 정&―려!]
재준의 몸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마법 감옥을 후려쳤다.
유형화된 마력이 방어막을 타고 땅으로 쏟아졌다.
공기가 바르르 떨리며 땅이 깨졌다.
쓰러진 모든 권속들이 재준에게 끌려오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재준의 몸에서 풍겨 나온 마기가 모든 권속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때.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은 재준의 머릿속을 꿰뚫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
정신 차려라!]
타라사였다.
순간 방어막이 깨지며 무언가가 홱 하고 날아왔다.
재준이 반사적으로 낚아채 보니.
호문클로스의 지팡이였다.
[정신정화가 시전됩니다!]
[정신정화가 시전됩니다!]
.
.
[정신정화가 시전됩니다!]
호문클로스의 지팡이에 수정구가 번쩍거렸다.
재준이 찬물에 빠진 것처럼 온몸이 서늘해졌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며 시야가 뚜렷해졌다.
‘뭐지?’
새롭게 태어난 권속들은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로 재준을 살피고 있었다.
땅바닥에 깔려있던 마기는 수증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분명 마왕현신을 사용하지 않았다!’
재준의 머릿속에 헐떡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재준에게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아쉽군!
아쉬워.]
‘탐식의 마왕?’
재준의 물음에 아무도 답이 없었다.
“...나는.”
재준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마왕성으로 돌아가지.
뒤처리를 부탁한다.”
시트리와 바퓰라를 비롯한 다른 마족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조금 전에 재준이 탐식의 마왕에 먹힐 뻔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마왕님!”
충성심 높은 눈으로 복종의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재준은 서둘러 마왕성으로 돌아갔다.
권좌에 앉은 재준은 타라사와 헤스티아,미노를 제외한 이들을 모두 내보냈다.
“타라사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느 순간부터 기억을 잃었다.”
[...주인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마족들을 처치했다.
그리고 권속으로 만든 후 부터는 마기를 흘리며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재준이 들었던 권속들의 외침이나 그런 것들은 전부 환상이었다는 뜻이다.
탐식의 마왕이 재준을 흔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마왕현신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나도 모르겠다.]
타라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헤스티아와 미노도 아무 말 없이 재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미치겠군.’
호문클로스의 지팡이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마왕현신이라도 다시 할뻔했다.
재준의 귓가에 타라사가 저번에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명심해라.
탐식의 마왕에게 가장 먼저 잡아먹히는 것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타라사.
탐식의 마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존재가 누가 있을까?”
[딱 3명이 생각나는군.
첫 번째는 천계와 마계에서 가장 오래된 삶을 산 루시퍼다.
그는 실제로 탐식의 마왕을 제압하는 신 옆에 서 있었던 천사 중에 한 명이었다.]
‘루시퍼가?’
재준의 눈을 둥그렇게 떴다.
[두 번째는 신의 가장 완벽한 자식들인 드래곤의 로드에게 묻는 것이다.
그들은 모르는 게 없지.]
재준의 시선이 힐끔 하고 헤스티아에게로 향했다.
‘그린 스왈로드라면 알고 있겠지.’
[세 번째는 마족 자간.
그자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비밀을 꿰뚫어 보던 존재였다.
앞선 두 존재보단 못해도.
주인의 물음에 답은 알려줄 것이다.]
놀랍게도 셋 다 재준이 만나봤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자간은 놀이공원에서 소환되었던 세 개의 머리를 가진 마족이었다.
‘내 미래가 보인다고.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고 말이지.’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반드시!]
죽어가면서 세 개의 얼굴이 외쳤었다.
그때는 단순히 죽던 놈이 하던 헛소리라 여겼는데.
그놈은 탐식의 마왕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재준의 안색이 낮게 가라앉았다.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최대한 정신지배나 현혹에 내성이 있는 아이템을 사들이는 수밖에.’
띠링―
[세력을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흡수하시겠습니까?]
재준은 아까부터 자꾸 떠오르는 시스템창을 클릭했다.
[축하드립니다!]
[영지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상대의 영지에서 세력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목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한다.’
[흡수 가능 세력창]
[마왕 레라지에]
[골드 : 9000000]
[장비 아이템 : 601개]
[노예 : 7720명]
[보물 : 4개]
[마왕 파이몬]
[골드 : 13000000]
[장비 아이템 : 1070개]
[노예 : 4423명]
[보물 : 3개]
[각 항목에서 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엄청나군.
재준은 순간적으로 조금 전의 탐식의 마왕에 대한 일을 까먹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두 마왕의 골드량을 합치면 무려 2천2백만의 골드였다.
현금으로 변환하면 2천2백억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현재 재준의 마왕성 내에는 전혀 없는 노예들만 해도 만 명이 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장비나 보물은 뭔지 몰라도.
‘찬찬히 확인해보면 되겠지.’
재준은 모든 세력을 흡수했다.
‘마왕성 창!’
[요새화된 습지의 마왕성]
[마왕 : 최재준]
[마족 수 : 4849명]
[노예 : 12143명]
[몬스터 수 : 7989마리]
[예산 : 22230500골드]
[보물 : 8개]
[충성도 : 97프로]
[영지 상태 : 안정]
[급속도로 발전 중인 영지이다.
최근에 이긴 영지전으로 인해 자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띠링―
[보물과 장비 아이템을 보관할 공간이 없습니다!]
[보물실과 장비 창고를 설치 하시겠습니까?]
[보물실은 마왕성 깊은 곳에 설치됩니다.]
[장비 창고는 마왕성 외부에 설치됩니다.]
[설치 하시겠습니까?]
[비용]
[보물실 : 500000 골드]
[장비 창고 : 200000 골드]
‘설치한다!’
[보물실과 장비 창고가 설치되었습니다.]
[보물과 모든 장비들이 이동되었습니다.]
재준은 보물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대로 라면 벽만 있어야 할 마왕성 깊은 곳에 웅장한 문이 생겨있어서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띠링―
[마왕 최재준만 입장 가능한 곳입니다!]
재준의 권속들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듯했다.
재준은 까다로운 보안절차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준은 보물실의 문을 열었다.
육중한 무게감과 함께 문이 열리자 제법 단순한 내부 구조가 나타났다.
‘흐음.’
은은한 서광이 비치는 지하실 같은 느낌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곳에 각각의 아이템이 하나씩 재단 같은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이었다.
재준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이템부터 확인했다.
거대한 곤봉이었다.
[헤라클레스의 곤봉]
[등급 : 보물]
[권능 : 압도적인 근력]
[설명 : 영웅 헤라클레스가 사용하던 곤봉.
12 위업을 쌓을 때 동안 함께 했던 무구이다.]
[압도적인 근력 : 근력 수치 플러스 5000]
‘허허.
5000이라고?’
재준은 수치가 보통 아이템의 수준을 넘자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설마.
여기 있는 아이템이 전부 이런 것들인가?
[페뇨일트]
[등급 : 보물]
[권능 : 절대의 화살]
[설명 : 타천사 트시르탄의 활.
절대 빗나가지 않는 무형의 화살을 발사한다.]
[절대의 화살 : 무형이며 발사되면 상대를 무조건 관통한다.
어떠한 회피기라도 피할 수 없다.]
[반고부]
[등급 : 보물]
[권능 : 천지양단]
[설명 : 거인 반고의 도끼.
반고는 이 도끼로 혼돈을 쪼개고 하늘과 땅을 나누었다.]
[천지양단 : 하늘을 쪼개는 힘을 주어 몸을 거대화한다.]
하나하나가 전부다 신이나 영웅들이 사용하던 아이템들이었다.
‘이래서 보물이라 하는거군.’
천천히 살펴보던 재준의 눈에 지금 상황에 정확히 필요하던 아이템이 보였다.
겉보기에는 수수한 금 목걸이였다.
[삼신위의 목걸이]
[등급 : 보물]
[권능 : 여신의 은총]
[설명 :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착용하고 다니던 목걸이.
정신을 맑게 해준다.]
[여신의 은총 : 삿되고 그릇된 마음을 막아주며 정신방어 속성을 높여준다.]
여신의 은총이라는 권능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목걸이였지만.
재준은 목걸이를 바로 집어 들었다.
[보물은 3개까지만 소지가 가능합니다!]
[삼신위의 목걸이를 착용하시겠습니까?]
[착용한다!]
재준은 삼신위의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처음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를 집었던 것처럼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밖의 보물도 전부다 둘러봤지만 딱히 재준의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파이몬과 레라지에의 권능을 담은 아이템도 있었지만.
재준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그래도 3개까지는 채워야지.’
재준은 전신 갑옷 하나와 활인 페뇨일트를 쥐고 나왔다.
[브류나크의 갑옷]
[등급 : 보물]
[권능 : 거대 갑옷]
[설명 : 영웅 브류나크의 갑옷.
수많은 신화를 만들고 악마를 처벌한 브류나크의 하나 남은 갑옷이다.
사실 빛의 신이었다는 설도 있다.]
[거대 갑옷 : 그림자를 끓어 모아 거대한 갑주를 이룬다.]
브류나크의 갑옷은 얼핏 보면 어둠의 장막처럼 얇은 천처럼 흐물거리는 느낌이었다.
덕분이 입고 있어도 별로 입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재준은 보물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이트를 열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지체되었다.
‘고기 식기 전에 간다고 했는데 늦었군.’
“시트리.
마왕성의 발전을 위해서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네.
알겠습니다!
마왕님.”
그 밖의 자잘한 일들은 시트리와 마족들의 자치에 맡기며 재준은 게이트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혜선은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재준은 혜선을 조심히 들어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조심히 밖으로 나왔을 때 재준의 머리를 울리는 알림이 있었다.
[소유한 골드가 10000000 골드에 도달했습니다.]
[투기장에 관람객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