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92화 (92/143)

00092 [EP11.드디어돌아왔다.]―

[EP11.드디어 돌아왔다.]

마몬의 웃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다.

재준은 시원하게 한방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쇄도하던 속도로 재준의 몸이 마몬의 그림자에서 솟구쳤다.

스걱!

재준의 검이 마몬의 등을 그었다.

‘베었다?’

허무하리만큼 쉽게 베인 것에 당황할 때쯤 재준은 손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물을 베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촤아아악!

마몬의 몸이 피로 바뀌며 바닥에 쏟아졌다.

재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뭐야!’

핏물로 변한 마몬의 몸이 순식간에 다시 재구성되며 재준을 쫓았다.

반쯤은 피로 일렁이는 마몬의 얼굴이 기괴하게 웃었다.

“크크크킄”

마몬의 한쪽 손이 기다란 송곳처럼 변했다.

붉은 송곳의 손이 재준을 노렸다.

카앙!

재준의 검과 마몬의 피로 이루어진 손이 부딪치는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준은 검에서 느껴지는 방탄력을 이용해 멀찍이 몸을 날렸다.

“재밌구나!

반쪽 마왕아!”

“그래 고맙다 괴물아.”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길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손에서 거대한 불의 손아귀가 화악 하고 뻗어 나왔다.

화르르르륵!

치이이익!

피로 이루어진 마몬의 몸이 순식간에 증발하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킄!”

파아아아악!

까드드드득!

마몬이 순식간에 불길을 뚫고 재준을 향해 쇄도했다.

마몬의 몸은 어느새 핏물에서 붉은색의 돌로 변해있었다.

겁화의 손길은 마몬에게 더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쿠웅!

쿠웅!

마몬의 몸에서 손이 계속해서 자라났다.

몸통에서 자라난 주먹이 재준을 향해 쉬지 않고 내려찍었다.

카앙!

재준이 주먹 하나를 막아냈다.

그리고 쇄도하는 다른 주먹을 머리 숙여 피하면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지이이이이잉!

퍼억!

마몬의 몸통이 재준의 공간 베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돌조각이 흩날리며 사방으로 튀었다.

‘후우.’

통했나?

재준은 멈추지 않고 바로 연이어 공격을 가했다.

돌로 된 마몬의 몸이 수백 개의 파편으로 부서졌다.

‘아무리 공격해도 데미지를 입는 것 같지 않다!’

재준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돌조각들이 녹아내리며 뭉쳤다.

뚜욱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초고열의 열을 발하는 용암이 마몬의 형상을 이뤘다.

이번에는 용암이냐?

콰아아아악!

마몬이 입을 벌리자 용암이 물줄기처럼 재준에게 뿌려졌다.

‘어둠의 장막!’

[어둠의 장막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근처에 둥근 막이 피어오르며 용암을 막아냈다.

땅으로 흘러내린 용암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치이이익!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이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멀린!’

쓰러진 탱크 위에서 재준이 리치인 멀린을 소환했다.

아공간이 생겨나면서 멀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린은 재준에게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마왕이시여!]

‘저놈 얼려버려!’

멀린이 힐끔 마몬을 쳐다보더니 바로 주문을 시전했다.

[프로스트 노바!]

휘이이이이잉!

서리의 폭풍이 부서진 아스팔트의 잔해를 날려버리며 마몬의 몸을 감쌌다.

초고열을 발하던 용암이라도 프로스트 노바의 한기에 노출되자 조금이 몸이 굳어졌다.

끄드드드득!

마몬의 몸이 결국 평범한 돌덩이로 변했다.

그리고 프로스트 노바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쩌적하고 갈라졌다.

‘제발 이제 좀 죽어라!’

하지만 돌조각이 깨지면서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청동의 기사였다.

뿔이 하늘 높이 치솟은 모습의 기사는 재준과 비슷한 검을 들고 있었다.

“크크크크킄.

재밌구나!

너의 발버둥 치는 모습이!”

청동의 기사로 변한 마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마?’

그림자 이동?

재준이 반사적으로 뒤로 돌며 검을 휘둘렀다.

카앙!

마몬은 재준의 그림자에서 솟구치며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그것도 재준의 권능인 그림자 이동과 매우 비슷한 수법이었다.

‘크헉!’

무슨 힘이!

근력 스탯이 4000을 넘어가면서 힘으로 밀리는 일은 더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힘이 안된다면 스피드로 승부한다!’

재준의 몸도 희끗희끗해지며 마몬의 사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의 장막!’

어둠의 장막이 마치 그물처럼 마몬을 꽉 감싸고 움직임을 봉쇄했다.

마몬이 힘을 쓰자 그물을 바로 끊어졌다.

하지만 재준이 필요했던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지이이이이잉!

재준의 검이 마몬의 목을 베었다.

‘천공검!’

[천공검을 시전합니다!]

카앙!

공간 베기로 겉이 부서진 마몬의 목을 꿰뚫었다.

휘이이이익!

마몬의 검이 수직으로 올라왔다.

재준을 절반으로 쪼개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위압적이었다.

스걱!

하지만 재준의 공격이 좀 더 빨랐다.

천공검의 2격이 마몬의 목을 정확히 베어냈다.

“크크크크킄!”

투욱!

땅에 떨어진 마몬의 얼굴이 기쁘다는 듯이 웃어댔다.

뚜욱

재준의 한쪽 팔에서 진득한 피가 흘러내렸다.

마몬은 그 짧은 순간에도 방어를 포기한 채 재준을 심장을 노렸다.

어둠의 장막이 검을 흘러내면서 검은 재준의 어깨를 스쳤다.

‘제길.’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재준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촤르르르르륵!

마몬의 몸이 핏물로 변하면서 쏟아져 내렸다.

처음의 모습보다 훨씬 커다란 모습이었다.

“나는 불사하며 전능하다!”

“거참.

새끼 말 많네.”

재준이 다시 검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지금이 기회다!

어서 놈들을 밀어붙여!”

황동수는 근처의 헌터들을 독려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팔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아파져 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쿠웅!

쿠웅!

재준의 스톤골렘들이 헌터들 사이에서 그들을 돕고 있었다.

전에 거대 게이트에서 봤을 때와 좀 더 커지고 검게 변한 모습이었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저릿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속도도 빨라졌다!’

캬아아아아악!

뱀파이어들은 집요하고 강했다.

웬만한 상처에도 멈추지 않고 이를 들이밀었다.

‘제길!

헌터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때.

황동수의 뒤편에서 매직 미사일이 날아와 뱀파이어의 머리통에 격증했다.

퍼억!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자네들!”

지방의 중소길드 출신 헌터들이었다.

“오는 길에 상당한 수의 뱀파이어를 마주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들의 몸에는 한두 개씩 거친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남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저거 사실이죠?”

황동수가 그답지 않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의 시선의 끝에는 마몬과 격돌하고 있는 재준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살아있을 줄 알았다니까!”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끝내버리자고!”

헌터들이 합세하자 팽팽했던 세력의 균형추가 한곳으로 급속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헤스티아가 있었다.

콰드드드득!

헤스티아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고 불길을 뿜어낼 때마다 뱀파이어들이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반항 따위는 전혀 없었다.

헤스티아의 주변에는 수십 구의 뱀파이어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만약 헤스티아가 이렇게까지 활약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시체가 된 건 헌터들이었을 것이다.

“으아아아아 공격해!”

헌터들이 함성을 내뱉으며 뱀파이어들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악!

카앙!

칼과 뱀파이어의 손톱이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미노는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뱀파이어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훑어봤다.

기백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이 재준은 마몬과 피를 튀기는 싸움 중이었다.

타라사는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여유롭게 몰아붙이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바실리스크라고 해도 히드라에게는 안 되겠지.’

왕이라고 해봤자 뱀의 왕 따위가 아룡인 히드라를 이길리 없다.

퍼억!

“하아암.

나만 한가한 건가.”

다른 곳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미노였지만 주변의 상황은 필사적이었다.

바실리스크의 작은 모습이라고 봐도 무방한 4마리의 뱀이 미노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퍼억!

퍼억!

스걱!

날카로운 꼬리와 이빨이 미노의 온몸을 난자했다.

‘이런 것들을 상대로 뭘 하라고.

어휴.’

미노는 스으윽 하고 손을 뻗었다.

콰악!

미노의 덩치와 다르게 엄청난 속도였다.

쉬이이이이익!

“이거 놔라!”

4마리의 뱀이 미노의 팔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주인의 공격은 이것보다 훨씬 아팠는데 말이지.’

미노는 뱀의 머리를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재준의 권속이 되고 나서부터 허기가 줄어들었지만 마침 배고픈 참이었다.

콰드드득!

뱀의 머리가 뜯겨나가면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퉤엣!

피에서 비릿한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게 꼴에 뱀이라고 독도 있는 모양이었다.

“심심하다.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미노가 머리가 뜯긴 뱀의 시체를 가볍게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쿠아아아아앙!

시체는 포탄처럼 날아가서 뱀파이어들을 덮치며 땅에 처박혔다.

‘나도 마왕이랑 싸워보고 싶은데.’

그러다 문득 주인도 마왕이란 사실을 깨닫고 몸을 흠칫 떨었다.

‘...주인만 빼고.’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