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0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타타탕!
“크흑!
밀리지마!
밀리면 다 죽는 거야!”
헌터들은 필사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막는 중이었다.
한발에 수백만 원짜리 마력 탄이 아낌없이 쏟아지며 겨우 저지선을 유지 중이었다.
황동수는 헌터가 아닌 일반 군인들까지도 모두 전투에 참여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몬스터들을 유인해내는 고기 방패 역할을 시키면서 까지 만들어낸 저지선이었다.
“지원 병력은 아직인가?”
<지방에서 올라오고 있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는 게 어딨어!
지금 뚫리면 서울을 초토화다.
일본이고 어디고 손 달린 놈이라면 당장 뛰쳐나오라고 해!”
말을 마친 황동수가 무전기를 집어 던졌다.
“참전한다!”
황동수는 무기를 꼬아 쥐고 몬스터들에게 달려갔다.
‘협회장님의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만 있었어도!’
그렇다면 적어도 몬스터들의 전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걱!
크아아아아악!
헌터를 뜯어먹고 있는 다이아 울프의 목을 베면서 지나갔다.
사방에서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황동수를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왜 이렇게 몬스터가 많지?
지하에서 일부로 게이트 브레이크라도 일으킨 건가?’
황동수의 가정은 맞았다.
마몬은 최성호의 몸에 들어가자마자 어나더 길드의 지하에 게이트를 강제로 열어서 각종 몬스터들을 끌어모았다.
아직까지는 마력이 부족해서 대부분 중소형의 몬스터들이었지만 인간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황동수의 눈에 하늘에서 먹구름처럼 번져가는 게이트가 보였다.
전투 전 장길산에게 보고했던 S급 게이트였다.
‘저 게이트는 대체 뭐란 말이야.’
크기가 점점 더 커지더니 어느새 하늘을 덮고 있었다.
저 안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짐작도 가질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비단 황동수 뿐만이 아니었다.
마몬은 어나더길드의 제일 높은 방에서 똑같이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의 기운이다.
그런데 어느 마왕인지 짐작할 수 없군.”
마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미 이 땅에 나태의 권좌에 있는 마왕 벨페고르가 내려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들도 벨페고르의 수족들인 염소 몬스터들과는 최대한 마찰을 피했다.
‘또 다른 7대 마왕 중 하나인가?’
루시퍼는 투기장에 갇혀있으니 당연히 아니고.
레비아탄도 심해 속에서 놀다가 가끔 인간이나 잡아먹기나 했으니 제외다.
벨페고르와 자신을 제외하면 탐욕의 바알과 색욕의 아스모데우스였다.
‘아스모데우스는 저렇게 요란히 나타날 리 없다.
나타나는 순간 공격당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을테니까.’
그렇다면 바알인가?
마몬은 바알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또라이 같은 놈이면 마찰을 피하기 힘들다.’
마몬은 윤미경을 불렀다.
윤미경이 고혹적인 미소를 띄며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마몬님.”
“뱀파이어들은 되도록 전투에 참가시키지 말아라.
잡종들이나 보내고 나머지는 저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을 공격한다.”
“네.
마몬님의 명대로.”
윤미경이 고개를 푹 숙이고 일어났다.
“잠깐.”
마몬이 윤미경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강림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윤미경인데 이대로 그냥 보내기에는 그랬다.
“입을 벌려라.”
윤미경이 기대에 찬 얼굴로 입을 벌렸다.
마몬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리고 윤미경의 입안에 자신의 피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내 피를 흡수하면 너도 언젠간 마왕의 격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마몬님!”
윤미경이 황홀한 표정으로 마몬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이제 가서 전투를 준비하라!
게이트에서 놈들이 나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윤미경이 고개를 숙인 채로 물러났다.
“누가 나오든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몬의 두 눈에서 붉은 광채가 쏟아졌다.
―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달리 S급 던전 안의 상황은 화기애애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곳을 중심을 둥글게 둘러앉았다.
덩치 일행들이 가져온 음식을 조리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재준과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서였다.
덩치가 육포를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그날 최재준 헌터님이 죽고,아니 사라지고 나서 말입니다.
갑자기 게이트 발생률도 확 줄어들고 대한민국이 미국과 러시아를 이어서 3번째 S급 단독 공략 국가가 됐다는 거 아닙니까?”
“일본도 있었잖아요?”
덩치가 인상을 확 구겼다.
“일본놈들은 중간에 도망가지 않았습니까.
그놈들 그 이후에 일본 협회장이라는 놈이 나서서 머리까지 숙이면서 빌어대는 꼴이 얼마나 웃겼다고요 하하하하”
“맞아.
그놈 이름이 뭐였지?”
“시바새킨가.”
“멍청한 놈 그건 욕이고!
시벌시키잖아!”
정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시바시키입니다.
시바시키!”
“시벌시키든 시바새키든 시바시키든!
그놈은 결국 못된 새끼인 건 확실하잖아!”
덩치의 말에 모두가 하하하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내가 없어진 후로 별문제 없었던 모양이야.’
애초에 게이트 발생률이 높아진 것도 재준의 마나 때문이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하긴 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일들이 조금씩 생겨나긴 했습니다.”
정환이 진지해진 표정으로 재준에게 말했다.
“저 아래쪽 지방에서 이상한 종교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믿기만 하면 모두 들어주는 종교라고..”
“종교입니까?”
“네.
모두 염소 머리에 이상한 형태의 신을 믿는데 들리기에는 인신 공양도 서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신 공양이라면 사람은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말한다.
‘그런 짓을 할 정도면...
마왕들과 관련된 놈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듣던 재준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어허.
정환이 진지병 나왔다.”
“재준 헌터님!
이놈 별명이 진지 왕자입니다!
하는 말마다 다 걱정에 진지라서요.
한 귀로 흘러 들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인신 공양이든 그거 다 소문이라고!”
“뭔 소립니까!
뉴스까지 나온 거에요!”
‘흐음.’
재준은 가볍게 넘길 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돌아가면 알아봐야겠군.
“아!
또 있습니다!”
길드원들이 모두 또 뭔데?
란 표정으로 정환을 쳐다봤다.
“뱀파이어!
이건 다들 인정하시죠?”
“흐음.
하긴 그건 확실히 사실이긴 하지.”
“뱀파이어가 사실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백화점에서 뱀파이어를 퇴치한 적이 있던 재준에게는 뱀파이어란 단어가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뭐.
언젠 가부턴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뱀파이어들이 서울 시내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고요.”
“흐음!”
재준의 입에서 낮은 침음성이 나왔다.
“그 일로 헌터 협회에서 대대적으로 소탕을 하겠다고 길드 소집도 하고 했죠?”
“그렇긴 한대.
워낙 많아야지.”
“일반인들도 뱀파이어만 되면 초인의 힘을 갖게 되니 말이야.”
다들 C급 언저리에 걸쳐있는 이들이라 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쩝.”
덩치가 괜히 입맛을 다시며 장작을 모닥불에 더 집어넣었다.
“그래도 재준님이 돌아오셨으니까 그깟 뱀파이어들은 이제 끝이라고.”
“그렇죠?”
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한국으로 돌아가면 조사해봐야 할 것들이 많아 보였다.
‘혹시라도 마왕이 넘어왔다면 힘을 되찾기 전에 모두 없애야 한다.’
시스템창이 재각성 되면서 기존의 루시퍼를 더는 볼 수 없게 된 게 아쉬웠다.
‘루시퍼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보면 어떤 마왕이 넘어왔는지는 알 수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재준이 생각을 정리할 때쯤.
던전이 울리며 마나가 요동쳤다.
‘게이트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다!’
띠링
[게이트 브레이크로 강제로 던전 밖으로 방출됩니다!]
시스템창이 떠오르며 천장에 푸른색의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재준과 드래곤 나이츠 길드원들은 강력한 흡입감과 함께 게이트로 빨려 들어갔다.
―
“후,후퇴해야 됩니다!”
누군가 황동수에게 달려오듯 엎어지면서 소리쳤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지역의 중소길드의 길드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안 피하면 다 죽습니다!
다 죽는다고요!”
그가 손가락으로 하늘에서 일렁이는 게이트를 가리켰다.
“곧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질 겁니다!”
황동수가 입에서 으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세게 악다물었다.
알고 있다.
저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지면 그나마 유지되던 이 전선은 물론이고 이곳의 헌터들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물러나면 서울에 시민들이 전부 죽는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해!”
황동수가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소리쳤다.
“미친!
결국 다 같이 죽자는 거 아니야?
우리 길드는 물러납니다!
여기서 개죽음 당할 수 없습니다!”
남자는 재빨리 자신의 길드원들과 전선을 이탈했다.
비단 이 남자뿐이 아니었다.
불안감을 느낀 헌터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며 공백을 만들어냈다.
“어디 가는 거야!”
캬아아아악!
공백이 생기는 자리로 몬스터들이 치고 들어왔다.
이제 군 병력에서 가지고 온 마력탄도 전부 사용했다.
실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몬스터들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크허억!”
“살려줘!”
스걱!
뱀파이어의 목을 잘라낸 황동수가 숨을 헐떡였다.
황동수는 피에 젖은 얼굴로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죽어가는 헌터와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학살...’
끝났군.
터엉.
황동수가 대검을 떨어뜨렸다.
그 틈을 노리고 뱀파이어가 이를 드러내며 황동수를 덮쳐갔다.
그때였다.
뭔가 붉은 것이 뱀파이어의 정수리를 뚫고 지나갔다.
퍼억!
캬아아아악!
화르르륵!
황동수의 메마른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다.
뱀파이어의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몸이 불타올랐다.
“...뭐지?”
그오오오오오오옥!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 황동수의 눈에 밝은 태양이 보였다.
그리고 그 태양을 반으로 가르듯 지나가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용?”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