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9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착각하지 마라!
아직 내 몸을 준 것이 아니다!”
장길산의 얼굴이 이중인격을 가진 것처럼 순식간의 바뀌며 소리쳤다.
[걱정마라.
너와의 계약은 이뤄질 테니!
뱀파이어들을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나 사탄의 앞에서는 마몬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입을 벌릴 때마다 사악한 귀기가 입 밖으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니겠지.’
장길산은 결국 사탄의 손을 잡고 말았다.
―
‘1시간이 다 되어간다.’
협회장님은 어디에 계시는 거지.
장길산은 아무리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흐음.’
어쩔 수 없다.
장길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다음 결정권자는 자신이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성공해야 한다.
황동수는 들고 있던 무전기를 꺼냈다.
치이익
“적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현재 별다른 대응 없습니다.>
자신들이 먼저 통보하고서도 별다른 대응이 없다라?
어떤 상황에서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압도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서로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선제공격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이미 주변의 군병력도 전부 모집한 상황이었다.
“정확히 1분 뒤 공격 개시한다.
건물부터 전부다 무너뜨려.”
<알겠습니다!>
텅 빈 시가지에는 마력 탄을 탑재한 현대 무기들과 헌터들로 가득 찼다.
마침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철컥!
철컥!
무기가 장전되고,딜러들도 마법 영창을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된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건물 안에서 이따금 창문을 통해 헌터들을 지켜보는 뱀파이어의 붉은 눈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놈들은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초기 선제공격이 끝나면 근접딜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서 적을 공격한다!”
황동수가 자신의 무기를 단단히 쥐면서 소리쳤다.
긴장으로 인해 손바닥 안이 흥건히 땀으로 젖었다.
<발사 준비되었습니다!>
“공격!”
콰아아아앙!
하지만 폭발은 헌터들 측에서 발생했다.
“뭐,뭐야?”
준비된 무기와 폭발물들이 차례대로 폭발해갔다.
콰아앙!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의한 충격파로 황동수는 바닥을 굴렀다.
바닥에 머리를 찢으면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황망한 표정을 주변을 살폈다.
어나더 길드의 건물을 보니 반파가 된 상태였다.
문제는 헌터 협회 측에서 한 공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헌터 협회에서 공격을 쏟기 전에 안에서 먼저 공격을 퍼부었다.
‘미친놈들!
전부다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황동수의 의문은 잠시 뒤 나타나는 몬스터들로 인해 새하얗게 사라졌다.
끼드드드득!
부서진 문과 벽틈 사이로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나더 길드의 건물은 건축도상 지하가 없었다.
불법으로 지하를 만들어놓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몬스터들이 한가득하였다.
끄르르르르륵!
이제 막 지하에서 뛰쳐나온 거대 개구리가 주변을 살폈다.
숨을 쉴 때마다 입 옆의 커다란 볼주머니가 불룩하고 튀어나왔다.
“...몬,몬스터?”
헌터들은 갑자기 일어난 폭발로 인해 당황한 상태였다.
거대 개구리 그런 헌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츄르르르륵!
“뭐,뭐야 이게?
따,따가워!”
거대 개구리가 가장 앞의 헌터에게 산성액을 뿌렸다.
산성액에 씐 헌터는 주변에서 어찌할 새도 없이 뼈만 남은 채로 녹아갔다.
“공격해!”
콰아아앙!
―
장길산,아니 사탄은 반대편 건물의 옥상에서 모든 상황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몬스터들의 공격에 목숨을 잃는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뭐 하는 거냐?
계약대로 행동해!
뱀파이어들과 몬스터를 죽여라!”
사탄이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왜?]
“너는 나와 계약을 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며 내 몸을 주지 않겠다!”
[그래.
계약을 했지.
근데 내가 몬스터를 죽여준다는 계약도 했던가?
크킄]
“...그렇다면 저 안의 있는 뱀파이어들이라도 어서 죽여!”
사탄은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지.
단 내가 그러고 싶을 때.
크크킄.
지금은 좀 더 서로 죽어줘야겠어.]
머릿속에서 장길산의 비명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미 장길산의 몸은 사탄이 지배한 지 오래다.
장길산의 영혼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해봐도 통제권을 빼앗긴 지 오래였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네놈도 조금만 지나면 나한테 흡수되어서 영원한 안식을 취할 것이다.]
사탄의 몸이 어둠에 녹아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
혜선은 대피령이 떨어지고 난 뒤 바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오빠인 재준이 죽고 나서 한동안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시 학교도 다니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수척해진 혜선의 얼굴이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여줬다.
철컥.
혜선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가서 풀썩 누웠다.
‘하아.’
“게이트니 뭐니 싹 다 없어졌음 좋겠어.”
혜선이 창밖으로 보이는 연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저것들이 뭔데.
3년 전에는 부모님을 데려가고.
이제는 자신의 하나뿐인 오빠도 데려갔다.
‘그러게 내가 위험한 곳은 가지 말랬잖아.’
혜선이 자신의 얼굴을 베게에 파묻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가가 축축해졌다.
이제는 하도 흘러서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그때.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누,누구?”
방문을 열자 현관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눈물로 인해 시야가 뿌옇다.
흐린 시야로 얼추 남자의 형체가 보였다.
“오,오빠?”
혜선은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다가갔다.
“오빠는 아니고.”
흠칫.
재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혜선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오빠 곁으로 보내줄 사람!”
남자가 씨익 웃었다.
쌍꺼풀 없는 좁은 눈이 야비한 인상의 남자였다.
손이 등 뒤로 가더니 조그만 단검을 뽑아 들었다.
남자는 신발을 신은 채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죽어서 하늘 가잖아?
그럼 오빠한테 최성호 씨가 보내서 왔다고 그래?
알았지?”
혜선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대꾸도 못하고 제자리에 몸만 바르르 떨었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혜선의 심장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푸욱!
단검에서 느껴지는 살을 파고드는 느낌에 남자가 전율했다.
그런데.
혜선의 심장이 아니었다.
남자의 단검은 누군가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었다.
“아야야.
더럽게 아프네.”
단검을 맨손으로 잡은 손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손가락은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어져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면서 뒤로 물러났다.
“...태성아?”
단검을 붙잡은 건 태성이었다.
손에 붙은 피를 아깝게 쳐다보던 태성이 혜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 지냈어?”
상황에 맞지 않는 밝은 웃음이었다.
태성은 집안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말했다.
“재준이 형님이 살던 집이 여기란 말이지?”
혜선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제 피를 뚝뚝 흘리던 태성의 손은 어느새 아문 상태였다.
“칫!”
남자는 뒤로 물러서더니 자신의 본무기를 꺼냈다.
날이 톱니처럼 난 기형 갈고리였다.
살점이 걸리면 피부 가죽째 찢어지고 몸에 박히기라도 하면 뼈든 내장이든 뭐든 파내는 잔혹한 무기였다.
“여기서 날 만날 널 탓해라!”
촤르륵!
갈고리가 태성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태성은 옅게 미소지을 뿐 피하지 않았다.
콰득!
“뭐,뭐냐!”
태성은 눈 깜빡할 사이에 남자의 눈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태성의 손이 머리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정수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콰드드득!
간신히 올려다본 남자는 자신의 머리를 반쯤은 씹어먹은 태성의 손을 확인했다.
손바닥에서 마치 괴물의 입 같은 것이 생겨나 남자를 씹어먹는 중이었다.
“어억.”
머리가 잘려나간 남자는 비명 하나 없이 즉사했다.
콰드드득!
“으으.
좋다.
역시 몬스터보단 인간이 나아.”
쭈우욱 늘어난 태성의 손이 남자의 시체를 씹어먹는 동안 태성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혜선에게 다가왔다.
“잘 지냈냐?
재준 형님은 아직 안 오셨나 봐?”
“...으응.
응?
오,오빠가 살아있어?”
혜선은 갑작스럽게 닥치는 여러 상황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뭐야?
너도 설마 재준이 형님이 죽었다고 믿는 건 아니지?”
“...”
으적으적!
“하긴.
그 루시퍼 새끼도 재준이 형님이 죽었다고 어찌나 떠들어대던지.”
태성의 손이 혜선의 머리로 다가왔다.
혜선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꾸욱 감았다.
터억.
“..너 뭐하냐?”
혜선의 머리에 붙은 핏자국을 닦아낸 태성이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쫄기는 쯧.
하여튼 재준이 형님은 살아있다.
내가 장담해.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갖췄는데 죽었을 리 없지.
내 능력이 유지된다는 게 그 증거니까.
나 믿어도 된다.
알았지?”
“으응.”
태성이 잔뜩 쫄은 혜선의 어깨를 팡팡 내리쳤다.
어느새 남자의 시체는 핏자국 하나 남김없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나 가본다.
나중에 또 보자.”
태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철컥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기 전에 혜선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우리 엄마 가게 가끔 찾아와서 매상 올려줘서 고맙다.
친구 중에 너밖에 없더라.
나간다!”
태성은 그렇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혜선은 눈을 깜빡이며 닫힌 문만 쳐다봤다.
“오빠가..살아있다고?”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