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8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타라사는 재준의 계획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비록 지금 그의 권속이 되었다지만 재준의 힘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빙백의 창!]
재준의 근처가 아닌 보스방 전체에 마법을 시전했다.
목표는 단 하나.
사각 없이 뻗어오는 빙백의 창에는 하나하나 치명타를 입히겠다는 의지가 들어있었다.
콰과곽!
재준은 사방에서 박힌 하얀 가시들로 고슴도치처럼 변했다.
타라사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로 재준의 어둠의 장막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프로스트 폰드!]
땅이 흔들리며 갈라진 틈에서 폭발적으로 한기가 쏟아져나왔다.
콰드드득!
재준의 신형이 온몸을 감싸고 있던 빙백의 창을 부수며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정말 해보자는 거지?”
빙백의 창까지는 그렇다 쳐도.
조금 전의 공격은 어둠의 장막도 뚫고 한기가 느껴졌다.
크아아아악!
타라사의 머리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카앙!
재준은 날카로운 이빨을 튕겨내며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아래쪽의 한기를 가르며 숨겨진 머리가 튀어나왔다.
콰드득!
머리는 재준을 단번에 씹어 삼켰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이빨들이 톱니처럼 재준을 찍어눌렀다.
‘제길!’
카앙!
‘이제부터는 나도 안 봐준다!’
[나는 처음부터 필사적이었다!]
‘공간 베기!’
[공간 베기를 시전합니다!]
지이이잉!
타라사의 입천장 뼈가 과자처럼 부스러졌다.
‘천공검!’
[천공검을 시전합니다!]
푸욱!
거대한 검의 형태를 띈 검기가 머리를 뚫고 빠져나왔다.
타라사의 머리의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되며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천공검은 2격으로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제 2격은 타라사의 머리를 반으로 가르며 재준이 튀어나왔다.
어둠의 장막이 펄럭이는 재준의 모습은 마치.
[마왕 같구나.]
타라사는 위압감 넘치는 그 모습에도 콧방귀를 꼈다.
이 정도로는 자신의 가짜 머리 하나를 감당하기도 힘들었다.
부서지고 갈라진 가짜 머리는 순식간에 다시 회복되었다.
카아아아아악!
타라사의 본머리를 제외한 8개의 머리가 재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은 번개!’
[검은 번개를 시전합니다!]
파지지짓!
전류는 타라사의 몸에 두꺼운 비늘에 닿자 사방으로 튀었다.
‘겁화의 손길!’
[겁화의 손기를 시전합니다!]
재준의 몸에서 화염이 똬리를 만들며 치솟았다.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보스방 전체가 화염으로 가득 차서 이글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나에게 너의 화염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화염 속에서 타라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주인의 사고능력에 굉장히 실망이군.]
‘내가 겨우 마법으로 너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
‘몰아치는 폭풍!’
[몰아치는 폭풍을 시전합니다!]
재준의 검에서 검은 마기가 풀풀 풍겼다.
불길에 섞여든 마기가 수십 개의 겁화의 검을 만들어 타라사에게 쏟아져 내렸다.
파바바밧!
재준의 목표는 타라사의 진짜 머리였다.
가짜 머리들은 부서져도 끝없이 회복하니 공격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타오르는 화염 덕분에 겁화의 검은 그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스걱!
타라사의 가짜 머리들이 진짜 머리 근처로 모여들어 한기의 숨결을 쏟아냈다.
‘그림자 이동!’
[그림자 이동을 시전합니다!]
그 틈을 타 재준의 신형이 진짜 머리 뒤편에서 나타났다.
‘끝이다!’
재준이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뒤늦게 놀란 타라사가 고개를 돌렸지만 피하기에는 늦었다.
‘공간 베기!’
지이이잉!
그리고 재준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고 하는데.
타라사의 눈과 마주쳤다.
‘응?’
타라사는 절대 위기에 몰린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를 잡고 낚아채기 직전의 눈빛이었다.
갑자기 재준의 머리에 경종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이건 함정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재준은 이 머리가 진짜 머리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짜 머리는?’
재준의 눈이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가짜 머리.
재준은 다시 한번 그림자 이동을 시전했다.
휘이익!
제일 뒤쪽의 머리 위에 재준이 나타나자 타라사의 표정이 바뀌었다.
‘끝이다!’
재준의 검이 머리를 베었다.
―
참나.
재준은 허탈한 심정이었다.
[주인은 너무 순진하군.]
결과적으로는 재준의 패배였다.
진짜 머리라고 생각하고 베었던 머리는 가짜였다.
그리고 동시에 8개의 머리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프로즌 브레스를 쏟아냈다.
“그럼 처음에 그 머리가 진짜였나?”
[그럴 리가.
후후]
‘제길.’
완벽하게 농락당했네.
타라사가 완벽하게 속이기만 하면 무한으로 재생되는 머리를 이길 방법은 없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바락한테는 어떻게 진 거지?”
[바락은 애초에 내 진짜 머리를 찾지도 않았다.]
“그럼?”
[압도적인 무력으로 전부다 불태웠지.]
“속성내성은?”
[바락의 불꽃에는 통하지 않았다.]
엄청나군.
몰아치는 폭풍처럼 물리속성도 석여있는 화염 공격이었으려나.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
타라사 수고했어.”
재준은 타라사도 소환해제를 하고 덩치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덩치 일행들은 보스방에서 들리는 굉음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최재준 헌터님!”
재준은 일부로 더 힘없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후우.
겨우 물리쳤습니다.”
“그렇습니까?
걱정했습니다.”
“이제 탈출구로 가면 되겠군요.”
재준이 잠시 망설이는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말을 꺼냈다.
“...이상하게 탈출구는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탈출구가 생성되지 않았다니요?”
“그럼 또 다른 보스 몬스터라도 있다는 건가?”
“이 던전은 정상인 게 하나도 없군.
후우.”
재준은 길드원들이 뭐라 하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핑곗거리는 만들었고.
게이트 브레이크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재준은 다시 돌아갈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 울려댔다.
―
전국에 헌터 긴급 소집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일반인들에게는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래?”
TV에서는 긴급뉴스가 편성되었다.
헌터 협회에서 왜 이러한 조처를 했는지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다들 모였나?”
헌터 긴급 소집령은 국가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헌터 협회장이 국회의 동의로 발동할 수 있는 고유의 권한이었다.
“네.
말씀하신 곳에 배치가 끝났습니다.”
배치된 인력을 살펴보는 장길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5대 길드의 인원은 전부 빠져있고 대부분 중소길드였다.
그나마 헌터들의 등급도 C급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어렵다.’
이대로는 절대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어나더길드 대회의실에서 봤던 그 뱀파이어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동안 어떻게든 모습을 숨기던 놈들이 이번에 대놓고 장길산의 앞에 나타났다.
‘더구나 최성호의 모습을 한 뱀파이어는.’
마치 재준의 마르지 않는 마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재준과 다른 점이라면 뱀파이어에게는 끝없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장길산의 시선이 자꾸 마왕의 뿔이 보관되어 있는 비밀장소로 향했다.
[나를 집어라!
나를 소유해라!
지금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마!
끝없는 힘을 주겠다!]
머릿속에서는 사탄의 목소리가 진득하게 울려 퍼졌다.
“..협회장님?”
“응?
뭐라고?”
상념에 빠져있다 보니 황동수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했다.
황동수는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건넸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서울 시내에 또 다른 S급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속보였다.
“언제 나타난 거지?”
“...시간상으로는 약 하루가 흘렀습니다.”
“후우.
그럼 게이트 브레이크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겠군.”
“...그게..”
황동수의 표정이 어두웠다.
“마력 수치가 급격히 변하는 걸로 봐서는 곧 게이트 브레이크가 발생할 것 같다고 합니다.”
장길산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신께서 자꾸 자신을 시험하는 듯했다.
인간에게는 과연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긴 한 걸까?
“알겠네.
우선은...
뱀파이어 쪽에 집중하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황동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장길산도 자신의 무구인 호문클로스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
장길산이 비밀장소 앞에 섰다.
그의 표정은 뭔가를 결심한 듯 보였다.
‘나 하나 희생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잠시 후.
헌터 협회 건물 밖으로 나온 장길산의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키키키키킼
장길산의 주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십의 악령들이 소리죽여 웃으며 날아다녔다.
[덕분에 최고의 육체를 얻었다!]
두 눈동자가 묵빛으로 기괴하게 번뜩였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