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마나수치 MAX-86화 (86/143)

00086 [EP10.역대최강의보스몹]―

[EP10.역대 최강의 보스몹]

“프로텍트 베리어!”

정환이 몬스터의 포효소리가 들리자 마자 길드원에게 보호마법을 시전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배틀엑스가 길드원에게 떨어져 내렸다.

콰앙!

지이잉!

배틀엑스가 간단히 보호마법을 깨뜨리며 길드원의 몸을 길게 베었다.

입고 있는 갑옷이 일그러지며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모두 물러서!”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엉망이 되었다.

덩치는 다시 한번 나서면서 도발을 시전했다.

“도발!”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패를 어깨에 단단히 고정하기도 전에 배틀엑스가 그 위를 후려쳤다.

카앙!

“크헉!”

덩치는 내상을 입으면서 입에서 피를 토했다.

잠깐 전과 전혀 다른 공격이었다.

‘몬스터가 우리를 속이고 있던 건가?’

덩치가 이를 악다물며 방패를 치켜세웠다.

여기서 무너지면 뒤의 길드원들이 죽는다.

덩치는 무릎에 힘을 주고 다시 앞으로 나섰다.

“쉴드 챠징!”

퍼억!

똑같은 쉴드 챠징이었지만 몬스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몬스터는 다리에 방패를 대고 밀고 있는 덩치를 내려다봤다.

마치 어른의 다리에 매달린 어린 아이의 모습과 비슷했다.

크아아아아악!

몬스터가 발을 들어 땅을 내리쳤다.

간단한 발돋움에 덩치의 방어 스탠스가 무너지면서 몸이 흔들렸다.

부우우웅!

덩치의 방패 위로 배틀엑스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카앙!

카아앙!

연달아 무지막지한 공격이 쏟아졌다.

방패는 이미 여기저기가 우그러져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모,모두 공격해!”

정환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길드원들을 독려했다.

힐러와 보조를 제외하고 전력으로 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아이스 볼트!”

정환의 푸른색의 얼음 구가 몬스터의 얼굴을 정면으로 맞췄다.

“됐다!”

정환이 기뻐하기를 잠시.

얼음 파편 사이로 붉은 뭔가가 치솟았다.

치이이이익!

크르르르르.

“말도 안 돼!”

몬스터의 얼굴을 덮었던 얼음 파편은 순식간에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였다.

화르르륵!

몬스터의 입안에서 붉은 화염이 강렬한 마나와 함께 모여들고 있었다.

스오오오오오!

“막,막아야 해!”

콰앙!

콰앙!

몬스터의 발치에서 덩치가 필사적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차라리 날 공격해라!’

단단한 몬스터의 신체는 아무리 공격해도 가죽에 상처 하나 남기기 어려웠다.

이게 C급 필드 몬스터라고?

“제길!

모두 피해!”

덩치는 몸을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도발!”

그리고 필사적으로 끌어모은 마나로 다시 한번 도발을 사용했다.

“형님!”

“피하라고!”

덩치의 입가와 가슴팍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이렇게 망가진 방패와 부족한 마나로는 저 공격을 절대 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방패를 들어서 도발을 사용한 이유는.

희생이었다.

어떻게든 길드원들이 도망갈 시간을 만들 생각이었다.

“다들 피하고 전열을 다지라고!”

피를 토하는 덩치의 외침에 길드원들이 마지못해 뒤로 물러났다.

콰아아아아악!

몬스터의 입에서 적염의 불꽃이 쏟아졌다.

바로 앞의 도발을 사용한 덩치에게였다.

방패와 덩치의 실력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방패가 열기에 뜨겁게 달아오르며 덩치의 팔을 태웠다.

치이이익!

이내 노랗게 달아오른 방패가 흐물흐물해지며 흘러내렸다.

어떻게든 버티려던 덩치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악!”

후우우욱

비명을 신호로 몬스터의 화염 공격이 끝났다.

온전히 공격을 받아낸 덩치의 상태는 끔찍했다.

방패를 쥐고 잇던 손은 까맣게 타들어 갔고,온 몸이 화상을 입었다.

덩치는 비틀거리면서도 가까스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길드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형니이임!”

아직도 필사적으로 덩치를 향해 부르짖는 정환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정환이 놈이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나가겠지.’

스오오오오오!

뭔가 빨려 들어가는 강렬한 흡입감이 들었다.

덩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몬스터의 입에서는 바로 전에보다 훨씬 크고 위력적으로 보이는 화염이 뭉쳐지는 중이었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엄청난 마력이었다.

‘..제길.’

덩치는 철 쪼가리로 변한 방패를 치켜들었다.

‘나도 조금은 영웅이었을까?’

TV로 봤던 재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용감하게 몬스터에게 달려들던 그 모습.

비록 끝은 다르더라도.

‘나도 누군가는 조금은 기억해주겠지?’

적어도.

길드원들만큼은 그러지 않을까?

입에서 피식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덤벼!

새끼야!”

덩치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에 목이 상했는지 거친 쇳소리만 흘러나왔다.

“아,안돼!”

어느새 입구로 물러난 길드원들이 절망과 슬픔에 찬 눈으로 덩치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콰아아아아아악!

몬스터의 입에서 적염의 불꽃이 터져 나왔다.

마치 느린 동작처럼 화염이 뻗쳐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덩치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콰아아아아악!

쏟아지는 화염의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타 죽은 건가?’

살짝 뜬 눈 사이로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등이다.’

분명히.

낯이 익은 모습이다.

몬스터의 파괴적인 화염은 옅은 검은색의 장막과 남자의 검에 의해 무력하게 밀려 나갔다.

덩치의 방패와 몸을 불태웠던 화염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허탈한 광경이었다.

후우우우우―

화염이 끝나고 남은 건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와 열기였다.

‘후우.’

“괜찮습니까?”

눈앞의 남자가 마침내 덩치를 향해 뒤돌며 말했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덩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랜만입니다.

덩치 형님.”

씩 웃으며 말하는 남자는 바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재준이었다.

재준은 헌터 일행이 오기 전에 미리 예배당으로 이동했다.

“미노야.

이번에 너의 역할이 중요한 거 알지?”

[네!

잘하겠습니다!]

씩씩해서 좋긴 하지만.

재준은 왠지 믿음이 안 갔다.

‘으휴.’

재준은 자연스럽게 헌터 일행에 섞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로 헌터 일행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구해주면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문제는 왜 던전 안에 있냐는 건데.’

거대 게이트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차려보니 이곳이었다고 말하면 믿어주려나?

안 믿어준다고 해도 어쩌겠어.

생명의 은인인데.

재준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헌터 일행들이 예배당 입구에 모습을 보였다.

‘응?’

재준은 헌터들을 살펴보다가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다.

‘덩치?

정환이라는 마법사?’

예전에 잠깐 용병으로 참여했던 덩치네 공략대였다.

‘이거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겠는데?’

재준이 씨익 웃었다.

미노는 재준이 말한 대로 마치 석상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정체가 발각되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도발!”

“슬래셔!”

“매직 미사일!”

각종 공격 마법과 스킬이 미노를 덮쳤다.

미노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렸다.

‘잘한다!’

미노의 연기력은 예상외로 괜찮았다.

“싱거운데?”

“별거 아니잖아.”

덩치네 일행은 재준의 예상대로 서서히 방심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강한 상대보다는 갑자기 강해지는 상대에게 더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지.

‘미노야!

이제 슬슬 2단계 시작해!

절대 죽이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뿌연 먼지 속에 쓰러져있던 미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덩치네 일행들은 미노가 사라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좀 더 무섭게!

좀 다쳐도 되니까!’

[네!]

미노가 당황한 헌터에게 배틀엑스를 휘둘렀다.

재준의 눈에는 일부로 힘을 빼고 휘두르는 게 보였다.

콰아앙!

하지만 헌터는 벽에 날아가 처박히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어,어?

난 약하게 쳤는데!]

미노가 순간 당황해서 재준을 힐끗 쳐다봤다.

‘어딜 보냐!

집중해 집중!’

재준의 다그침에 미노가 다시 짐승의 소리를 내며 덩치 일행에게 다가갔다.

“도발!”

덩치는 도발을 쓰며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역시.

덩치 형님이군.’

미노의 방금 전 일격으로 분명 자신이 어쩔 수 있는 상대라는걸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서서 막는다는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거지.

재준은 실력의 유무를 떠나 덩치에게 찬사를 보냈다.

‘미노야 아슬아슬할 정도로 해.’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악!

첫 차례의 화염에 덩치가 만신창이가 되었다.

정확히 치료가 가능한 마지막 수준까지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화염이 쏟아지려고 할 때.

재준이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어?”

“누가 있어!”

입구에서 지켜보던 덩치의 일행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재준은 어둠의 장막을 시전했다.

‘어둠의 장막!’

[어둠의 장막을 시전합니다!]

동시에 불완전한 마왕의 검을 들어 화염을 갈랐다.

뒤에서 덩치의 시선이 느껴졌다.

재준은 화염을 모두 막아낸 후 천천히 뒤돌며 말했다.

“괜찮습니까?”

재준의 얼굴을 확인한 덩치의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오랜만입니다.

덩치 형님.”

재준은 화들짝 놀란 덩치의 얼굴이 웃겨서 씨익 웃었다.

―작품 후기―

감사합니다.

1